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준비 (2)
잠을 자거나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전부 파비안과의 전투에 시간을 쏟아부었다.
뱀파이어는 쉽게 죽지 않는다는 특성.
그걸 이용해 파비안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며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다.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파비안은 이성을 잃고 각성을 했다.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자신이 가진 힘의 본질을 깨닫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스스로 체득해 나갔다.
그 결과.
각성 없이도 수준 높은 혈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자유의지로 각성 상태에 돌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비안의 실력이 폭발적으로 올라옴에 따라, 녀석을 극한으로 몰기 위한 내 실력도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질풍베기.
군더더기가 많던 움직임이 간결해지고, 본래의 목적에 맞게 극한의 속도를 끌어 올리게 되었다.
착!
지면을 박차는 순간, 시야가 바뀌었다.
파비안의 고유 능력으로도 피할 수 없는 빠른 공격. 내 검이 파비안의 심장을 꿰뚫었다.
“컥!”
심장에 구멍이 뚫린 파비안이 혈술을 이용해 상처를 빠르게 회복한 뒤, 피의 왕관을 만들어 각성 상태에 돌입했다.
한층 여유로워진 표정.
그 분위기에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처음 봤을 때와는 확실하게 달라져 있었다. 이 정도라면 다크니스 세븐에 들어가더라도 전혀 꿀리지 않을 거다.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냈다.
“여기까지 하자.”
검집에 명검 카이로를 집어넣고 포션을 꺼내 하나는 파비안에게 던져 주었다.
파비안이 포션을 마시며 물었다.
“훈련도 끝났으니, 이젠 실전으로 가는 겁니까?”
“그래야지.”
“계획은 있으십니까?”
“어.”
파비안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섰다.
모닥불을 지키고 있는 비비안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비안의 옆에 파비안이 앉는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내일 점심에 범죄 조직들끼리 모인다는 정보를 얻었어.”
마렉을 통해 얻은 정보.
제이너스, 케니다, 블랙로즈.
7대 범죄 조직 중에서도 힘이 없는 세 조직에서 대책을 세우기 위해 비밀리에 접선한다는 내용이었다.
말이 비밀이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이었고, 마렉에게 조사를 해 보라고 조직에 대한 정보를 넘겼더니, 접선 장소와 날짜를 물어왔다.
“모임 장소는 오벨리아 서쪽에 있는 비밀 정원이니까. 아침에 눈뜨는 대로 이동하면 시간이 딱 맞을 거야.”
“그럼 세부 계획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세부 계획?”
피식.
“없어.”
“예?”
“전부 쓸어버리고 조직을 통합시킨다. 이게 전부야.”
* * *
오베르크 제국의 수도.
오벨리아.
건축업자와 마법사들이 달라붙어 빠르게 성을 재건했고, 많은 사람이 수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성 주변에 지어진 숙소들.
그중 화려한 숙소가 하나 있었다.
[제이너스]범죄 조직 제이너스에서 만든 숙소.
가장 꼭대기 층에 머물고 있던 조직의 수장 칸테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아아암…….”
기지개를 켜면서 책상에 놓인 커피 잔을 들어 올렸다. 가볍게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쳐다봤다.
숙소 주변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저들은 전부 오베르크 제국의 부활과 함께 수도로 모인 이들이었다.
“기회의 땅이긴 하지.”
이곳에선 범죄자가 개국공신이 될 수도 있고, 노예가 귀족이 될 수 있는 세상. 어찌 보면 사람이 모이는 건 당연했다.
다만.
어중간한 이들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뿐.
“후릅.”
남은 커피를 들이켜고 몸을 돌렸다.
숙소 문을 열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하녀들이 다가와 옷을 입혀 주었다.
“마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1층으로 내려와 준비된 마차에 탑승했다.
“출발하겠습니다.”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는 마차.
칸테는 마차 내부에 준비된 시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크게 한 모금 들이마시고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후우.”
시선은 창밖을 쳐다보면서 옆에 있는 부하에게 물었다.
“케니다랑 블랙로즈는?”
“그쪽에서도 출발했단 보고를 받았습니다.”
“쯧.”
칸테는 혀를 차며 시가를 물었다.
피에르와 헤칸.
두 개의 조직을 이끄는 보스들은 벌써 황제의 곁에서 영토를 하사받고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거기다.
선택받은 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다크니스 세븐이란 특수 조직에까지 들어간 상태였다.
‘공작 자리를 받는 것도 조만간이겠지…….’
오베르크 제국의 황제는 4명의 공작을 뽑겠다고 선언한 상황. 남은 공작의 자리는 두 개뿐이었다.
케니다랑 블랙로즈.
그 둘과 경쟁하는 거라면 제이너스 조직원들로도 충분히 해볼 만했지만,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흘러 들어온 유입.
기회를 노리고 온 자들이 범죄 조직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자신들끼리 모여서 세력을 만들었다.
각 나라에서 모여든 인재들.
그들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 갔고, 지금 이 순간에도 미친 듯이 세력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외부 놈들 쪽은 요즘 어때.”
“몸집이 너무 커져서 두 개의 조직으로 나누었다고 합니다. 아마 남아 있는 공작의 자리 두 개를 전부 먹으려는 것 같습니다.”
“염병.”
외부에서 한 자리를 가져가고.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힘을 합쳐 보자고 삼자 회담을 연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아 보였다.
속이 타들어 가는 만큼 시가도 빠르게 줄어 갔다.
“후우.”
새로운 시가를 입에 물 때쯤.
마차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오벨리아 서쪽에 있는 비밀 정원.
오베르크 제국이 건재하던 시절, 황비가 키우던 정원이었다.
칸테는 창문 너머로 비밀 정원을 둘러보았다. 케니다와 블랙로즈의 보스들이 탄 마차가 비밀 정원에 들어섰다.
“아주 똥줄이 제대로 타나 보지?”
평소라면 기 싸움을 한다고 늦었을 이들이 빨리 오는 것을 보며, 칸테가 비웃음을 날렸다.
“아마 저희보다도 세력이 약하니, 더 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하의 말에 칸테가 한숨을 내쉬었다.
“쯧. 비밀 회담이라고 해도 아마 다른 곳에서 주시하고 있을 거야. 쥐새끼 한 마리 못 들어오게 잘 감시해.”
“알겠습니다.”
마차에서 내린 칸테는 걸음을 옮겨 비밀 정원 내부로 들어갔다.
곳곳에 피어오른 꽃들.
길 끝에는 황비가 사용하던 별장이 있었다. 반쯤 폐허가 되어 버린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
중앙에 있는 탁자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있지 않아 케니다와 블랙로즈의 수장들이 들어왔다.
케니다를 이끌고 있는 브링스.
블랙로즈를 이끌고 있는 키리.
둘이 각각 자리를 잡고 앉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요리사가 음식을 가져와 탁자를 채웠다.
“맛있게 드십시오.”
칸테는 중앙에 있는 고기를 썰어 접시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일단 먹고 하자고.”
“그러기엔 상황이 썩 좋진 않은 것 같은데? 우리가 점심을 먹자고 모인 건 아니지 않나?”
브링스의 날 선 말투에 칸테는 고기를 썰어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부드러운 고기와 달콤한 소스 맛을 즐기며 손수건으로 입에 묻은 소스를 닦아 냈다.
“어차피 답은 하나 아닌가?”
칸테의 말에 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지. 우리가 힘을 합치는 거.”
“누가 몰라서 물어? 어떻게 힘을 합칠지 빨리 이야기를 나눠야 할 거 아니야. 이러다간 남은 두 자리가 한꺼번에 날아가게 생겼는데.”
“어떻게 합치긴.”
키리가 과일을 씹어 먹으며 말을 이어 갔다.
“우리 중의 하나가 대가리가 되고 나머지 두 명이 밑으로 기어들어 가야지.”
“그럼 너희 둘이 내 밑으로 들어오면 되겠네.”
브링스의 말에 칸테가 조소를 머금었다.
“넌 절대 그럴 수준이 못 돼.”
과거엔 피에르, 헤켄 다음으로 세력이 컸던 케니다였지만, 브링스가 보스가 된 이후로 조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능력은 없고 자존심만 강한 자.
그게 딱 브링스였다.
“그건 나도 찬성. 브링스가 대표를 했다간 외부 녀석들한테 조직을 홀라당 갖다 바치는 꼴이 될 것 같은데?”
“한바탕 붙자 이거야? 씨발?”
“그렇다고 칸테, 네 밑으로 들어갈 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너희 둘이 블랙로즈 밑으로 들어와.”
항상 이랬다.
이전에도 힘을 합쳐 보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그 누구도 남의 밑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상황.
서로 기 싸움을 하고, 간만 보다간 결국 제자리걸음일 터. 대화가 안 된다면 힘으로 통합하는 수밖에 없다.
‘병신들.’
칸테는 고기를 입에 넣고 씹어 먹으며, 손에 들고 있던 포크로 와인 잔을 툭툭 건드렸다.
띵!
띵!
부하에게 보내는 신호.
이제 곧, 밖에서 다른 조직원들을 제압한 부하들이 들이닥칠 거다.
“음…….”
그러나 분위기가 너무나 조용했다.
칸테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바깥을 쳐다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제압에 실패했다면 실패한 대로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없으니 위화감이 들었다.
‘다른 조직에서 쳐들어온 건가?’
의문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별장의 입구로 낯선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백한 얼굴을 가진 남녀.
그들에게서 피 냄새가 났다.
“거기, 너흰 뭐야.”
브링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방에게 걸어갔다. 칸테는 브링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병신…….’
그래도 저 미끼를 통해 상대가 누군진 파악할 수 있을 터. 키리까지 일어서려는 것을 말리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밖에 아무도 없어? 이 새끼들 빨리 끌어…….”
옆에 있던 여자가 몸을 움직였다.
빠른 속도로 브링스에게 달려들어 목을 움켜쥐고 단번에 들어 올렸다.
“컥!”
허공에서 발버둥 치는 브링스.
점점 파랗게 안색이 변하더니, 여자의 손에 목뼈가 부러지면서 몸을 축 늘어트렸다.
툭!
브링스를 입구 쪽에 던져 놓자.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을 칸테의 부하들이 우르르 나타나 브링스를 끌고 사라졌다.
짧은 순간에 보였던 붉은 눈과 송곳니.
“뱀파이어?”
“뭐? 뱀파이어라고?”
키리의 놀람도 잠시.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달려들었다. 칸테는 다급하게 일어나며 마나를 끌어 올렸지만.
상대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콰득!
목에 들어오는 두꺼운 송곳니의 감촉과 함께 칸테의 정신이 끊어졌다.
* * *
별장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쓰러진 보스들이 보였다. 파비안이 그들을 보다가 나를 보며 물었다.
“일단 전부 종속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녀석들을 기반으로 조직을 하나 꾸려 봐.”
“알겠습니다.”
“오늘 안으로 끝내야 해.”
세 조직을 통합한다고 하더라도.
피에르와 헤칸에 버금갈 순 없었다.
그 정도 규모의 크기가 되려면 조금 더 세력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엔 와해된 마그네스 조직을 집중적으로 흡수하면서 세력과 영역을 키워. 모르는 게 있으면 종속들을 이용하면 쉬울 거야.”
“예.”
“그리고 이거.”
아공간 주머니에서 거짓된 진실의 열매를 꺼내 파비안과 비비안에게 건넸다.
“이게 뭡니까?”
“너희들을 보호해 줄 목숨 줄.”
간단하게 사용법을 설명해 주었다.
나와의 접점을 전부 기억에서 지우고, 새로운 기억으로 채우도록 지시했다.
로드웰이 심연의 눈으로 기억을 읽어 내도 의심하지 못하도록.
“마지막으로 열매를 삼키면 돼.”
둘이 열매를 삼키는 걸 확인하곤, 별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잘하고 있어.”
“다른 데 가시는 겁니까?”
“어.”
다크니스 세븐에 잠입한 이상.
하룬겔의 검술을 사용하기엔 제약이 너무나 많았다.
그 대신 사용할 게 필요했다.
“어디로…….”
“세테르 유적지.”
이젠 세상에서 사라진 드루이드 가문이 있던 곳. 그곳에 숨겨진 드루이드의 비기를 익힐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