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
11화 미래의 거물들 (2)
식사를 마친 로한은 집무실로 돌아와 커피 한잔을 내렸다. 잔에 담긴 진한 커피 향을 느끼며 자리에 앉았다.
책상에 쌓인 서류들.
“흐음…….”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럽다.
이젠 안 봐도 내용을 알 정도.
각 과에서 이러이러한 이유로 인원 보충을 원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그만큼의 인원이 필요한 것도 문제지만.
분기마다 받는 신입들로 그 인원을 충당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사실 지원자는 많다.
기사 시험에 떨어진 이들, 전쟁 고아 출신들, 가족이 범죄에 휩쓸린 이들, 용병 출신들.
매년 지원자만 해도 천 명이 넘어간다.
다만, 그 안에서 쓸 만한 인재를 구하는 것이 힘들 뿐이다.
인성, 실력, 가치관.
여러 개의 거름망을 거치다 보면, 막상 남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최근엔 그 거름망조차 널널해졌지만.
그럼에도 쓸 만한 인재들을 구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었다.
“후르릅.”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인원 보충에 대한 서류들을 한쪽으로 치웠다. 나머지 서류를 확인했다.
[라이노 왕국의 퍼킨슨 백작 사망.] [신성 제국의 성녀 후보생 사망.].
.
.
[흑해(黑海)에서 발견된 새로운 문양이 일련의 범죄 현장에 남은 문양과 동일.] [경계 상태를 최상으로 올리고, 각 왕국의 기사단들이 현재 범인들을 추적 중.] [앞으로 범죄율이 상승할 것으로 판단. 버닝헬 교도관들의 모집을 늘리고, 그에 준하는 교육이 필요함.]“새로운 집단이라…….”
가볍게 넘길 사항이 아니었다.
그들의 등장은 기존에 세력을 이루던 범죄조직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거다.
수장이 가만히 지켜만 본다면.
새로운 조직의 명성에 짓눌리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밑에 있는 부하들이 새로운 조직으로 옮길 수도 있다.
세력의 갈림.
그걸 막기 위해서도 기존의 세력들은 자신들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사건을 벌일 거다.
이번에 있었던.
마그네스의 함선 테러처럼.
“골치 아프군.”
똑똑!
“뭐가 그리 골치 아프십니까.”
귀에 익은 목소리에 로한이 고개를 들었다. 문에 기대고 서 있는 사내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데이론 아티에르.
“또 각 과에서 신입을 보내 달라고 난리입니까?”
녀석이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깔끔한 제복과 달리 부스스한 머리.
짙은 다크 써클에 면도를 하지 않아 삐죽 자란 턱수염.
꼴은 거지처럼 보여도.
로한이 버닝헬 특임대에 있을 무렵 데리고 있었던 부하이자, 지금은 특임대에서 한 개의 단을 맡고 있는 단장이다.
“여긴 웬일이냐.”
“잠깐 짬 내서 대장님 보러 왔죠.”
“퍽이나.”
그렇게 얘기했지만 로한의 입가에도 가벼운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전우.
데이론은 차가운 버닝헬에서 로한이 유일하게 맘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였다.
“커피 마실 테냐?”
“당연한 거 아닙니까?”
로한이 커피를 내리는 동안 데이론은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보며 넌지시 물었다.
“쓸 만한 녀석들은 좀 있습니까?”
로한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몇몇이 있었다.
레베카, 칸, 세리아.
그 3명은 당장 특임대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로한의 감은 다른 훈련생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레딘.
앞에 세 명에 비하면 체력이나 무력, 종합적인 측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악과 깡 그리고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만큼은 다른 세 명보다 뛰어났다.
특임대에 들어간다면.
아마도 가장 오래 살아남는 건 레딘이 될 거다.
“너 줄 놈은 없다.”
로한이 커피가 담긴 잔을 데이론의 앞에 두고 반대편에 앉았다. 커피를 받아든 데이론이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두 명이 죽었습니다.”
“나한테 어쩌라는 거냐.”
“대장님!”
“이젠 네 대장님도 아닌데, 뭘 자꾸 대장님이라 불러.”
“그럼 형님! 저 한 번만 살려 주십쇼. 지금 몇 년째 인원 보충이 안 되는 겁니까.”
로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잘 생각해 봐, 네 평소 행실을.”
“에이 씨! 이번엔 무조건 두 명 데려갈 겁니다.”
“가는 놈이 있다면 말리진 않겠다.”
로한이 허락 아닌 허락을 했지만, 신입에서 인원을 차출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데이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력, 판단력, 냉철함 부족 등등.
특임대는 훈련소가 아니다. 당장에라도 범죄자와 전투에 투입되어야 하는 이들이 필요한데.
신입 대다수는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그건 그렇고. 진짜 이곳에 온 이유가 뭐냐.”
로한의 질문에 데이론이 소파 뒤로 목을 꺾었다.
“쥐새끼들 잡으러 왔습니다.”
“언제?”
“조만간이요.”
-끄아아아아아악!
그때 들리는 비명 소리.
데이론이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창가로 걸어갔다. 창가 너머에 보이는 지하 1층 활동장.
죄수들이 패싸움을 하고 있었다.
교도관들은 죄수들을 제압하며 싸움을 말리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 교도관들 사이에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검은 머리.
차가운 인상의 사내가 제압봉을 들고 죄수들의 급소를 가격했다. 자비가 없는 손속. 움직임이 깔끔하고 단결했다.
“오. 좀 치네. 누굽니까?”
“이번에 들어온 신입이다.”
“신입치고 제법인데요? 깡도 좋고, 눈빛도 좋고. 이름이 뭡니까?”
데이론의 물음에 로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 훈련생은…….”
하지만 로한의 목소리는 데이론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눈앞에서 보이는 시원한 움직임.
아주 마음에 드는 훈련생을 발견한 데이론이 입꼬리를 올리며 히죽 웃었다.
“찜.”
“…….”
“쟨 제가 찜했습니다.”
* * *
“후우…….”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난장판이 되어 버린 활동장.
패싸움을 벌이던 죄수들의 절반이 팔다리를 끌어안고 바닥을 뒹구르고 있었다.
“아흑!”
“졸라 아프네, 쒸벌!”
“저 미친 새끼를 그냥… 확…….”
슬쩍 쳐다보니 알아서 고개를 숙였다.
다시 시선을 돌려 원래 잡아 족치려던 죄수를 찾아보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질 않았다.
죄수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튄 건가.
혀를 차며 신경을 껐다. 얼굴은 확실히 기억해 두었다. 베르고도 있으니 찾는 건 시간문제다.
대신 손에 쥔 제압봉을 들어 올렸다.
실전에서 제대로 휘둘러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확실히 훈련과는 달랐다. 더 정확히는 심득을 얻기 전과 너무 달랐다.
이전에는 그냥 도구였다면.
지금은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휘두르는 것에 있어 거치적거리는 게 없었다.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낯선 경험.
무엇보다 의미가 있는 건.
내가 가진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 상대했던 죄수들은 나름 악명을 날리던 놈들이다.
소규모 도시에선 알아준달까.
검성의 기준으로 육체는 일류 수준. 실력은 소드 익스퍼드 하, 마법사라면 4써클은 되는 수준이다.
이곳으로 따지자면.
왕국에서 파견된 2년 차 기사나, 4년 차 교도관들과 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순수한 육체 능력만 놓고 따진다면 꿀릴 게 하나도 없단 뜻이다. 오히려 역으로 제압을 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기사나 교도관들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나.
죄수들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기사나 교도관들은 사용할 수 있는 힘.
마나는 강자의 전투에 있어서 승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큰 핵심이다.
마나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수십 개의 스킬들은 전투의 양상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
그건 곧.
스킬만 조금 더 갖추고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저만한 실력을 갖춘 이들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단 뜻이 된다.
“조금 앞당겨도 되겠네.”
애초에 생각했던 계획보다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원래는 보안과로 반년 정도 지내면서 지하 1층에 있는 자잘한 히든 피스들을 모을 생각이었다.
근데 그것들이 필요 없어졌다.
검성의 심득만 얻고, 바로 외부에 있는 히든 피스들을 얻어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다시 강해지면.
지하 2층의 출입증을 따내서 내부에 있는 히든 피스들까지 독식하면서 더욱 강해지면 된다.
“아이고. 난리 났네.”
뒤에서 들리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의료과에서 사람이 나왔다.
가운을 입은 덩치의 의료과장과 그 옆에는 이번에 배정받은 훈련생이 있었다.
붉은 머리를 가진.
이목이 절로 쏠리는 레베카.
원래라면 체포과에서 가서 실적을 쌓아 빠른 진급을 했을 텐데.
나비효과로 인해 미래가 바뀌었다.
“와…….”
“졸라 이쁘네.”
“사람 맞아? 완전 여신이잖아…….”
곳곳에선 죄수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얼굴을 붉힐 수도 있지만, 레베카는 죄수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냥 담담하게.
의료과장의 옆에 서 있을 뿐.
“쯧쯧쯧. 완전 뻗어 버렸네.”
혀를 차는 의료과장.
내가 알고 있는 얼굴과 다른 걸 보니, 게임 세상에서 봤던 의료과장은 아직 부임 전인 모양이다.
그녀에게서도 얻을 것들이 좀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얻게 될 테니 조급할 건 없다.
“이 죄수 이름이 뭐냐?”
의료과장이 주변에 있는 교도관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교도관이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2301입니다.”
“번호 말고. 이름 몰라?”
“마렉, 마렉 카지노입니다.”
뭐?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이름만 물어봤지 누가 성까지 알고 싶데?”
“죄송… 죄송합니다.”
“됐다. 마렉. 마렉. 들려?”
죄수의 뺨을 치는 의료과장.
그 뒤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곤죽이 되어 버린 얼굴.
얼굴로 진짜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지만, 죄수 번호와 이름만 듣고 본다면 그 녀석이 분명하다.
미다스의 검은 손.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돈을 끌어모아, 복수를 위해 다크니스 세븐에게 전 재산을 바친 자.
포섭 목록 최상단에 있는 인물이다.
이 시기에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몰라서 계획을 미뤄 두려 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운이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