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네투라 가문의 미로 (2)
중앙에 있는 탑.
저 밑에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그 끝에 미로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
입구는 오직 하나.
어떻게 해서든 저기로 들어가야 했다.
“……흐음.”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이곳에 있는 마신교도들을 전부 정리하고 미로로 들어가는 것과 최대한 조용히 미로로 들어가는 것.
전자는 리스크가 심했다.
시간도 많이 소모되고, 전투라는 변수가 있었다. 마신교의 사제가 사용하는 사술에 잘못 걸리면 역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
조용히 들어갈 방법이 있다면 그걸 이용하는 게 가장 좋았다.
“…….”
델의 기억을 다시금 더듬었다.
간이 텐트 안에 있던 근무표. 거기서 델의 이름을 찾았다.
외부 순찰, 30분 휴식, 미로 수색.
오늘 일과의 마지막이 미로 수색이었다. 저걸 이용하면 미로까지 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터.
“가 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간이 텐트가 있는 곳으로 들어섰다.
잠시 눈을 감고 있는 다른 순찰자들.
몇몇은 역십자가를 쥐고 기도를 하고 있었고, 몇몇은 간단한 보드게임 같은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아아암.”
하품하는 척하며 빈 의자에 가서 앉았다.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잠시 눈을 붙인 척.
간이 텐트 안에 있는 이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사제님 오늘 기분 좋으신 것 같던데. 미로 쪽에 좋은 소식이라도 있었어?”
“한 칸 앞으로 나아갔던데.”
“뭐 좋은 거라도 나왔나 봐?”
“무슨 책 하나를 발견했나 봐. 지금 분석 팀에서 분석 중일걸?”
“미로 쪽에서 성과를 얻은 게 한 달 만인가? 좋을 만하시네. 이 정도 속도면 대사제까지 금방 올라가시겠는데?”
마신교의 구조는 간단하다.
사제. 대사제.
그 위에 존재하는 12사도.
12사도는 사실상 게임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고, 네임드 대사제들이 주로 활약을 했다.
한 명 한 명이 전술 핵급 실력인 대사제.
대사제가 되기 위해선 사제가 되어야 했고, 사제 또한 아무나 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마신의 선택을 받은 자.
마신교 안에서도 선택받은 소수만이 될 수 있으며, 마신의 선택을 받은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이 무리를 이끌고 있는 사제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 녀석들의 입에서 대사제가 오르내리는 만큼 평범한 녀석은 아닐 거다.
“체크메이트.”
“한 번만 미뤄 줘.”
“내기에 그딴 게 어딨어.”
“치사한 새끼.”
“치사하긴. 델, 로톤. 30분 지났다. 미로 들어갈 시간이야.”
게슴츠레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있던 녀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로톤을 따라 장비를 챙겼다.
그러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그건 내 장빈데.”
“미안. 잠이 덜 깼나 봐.”
“정신 차려.”
그 옆에 있는 검과 잡다한 도구들이 담긴 주머니를 챙겼다. 다른 말이 없는 걸 보면 이게 델 것이 맞는 모양이다.
“하아아암…… 가자.”
로톤이 먼저 텐트를 빠져나가고,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길을 따라 걸어 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열심히 땅을 파고 비석을 분석 중인 마신교도들.
그들을 지나 탑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타났다. 벽에 달린 횃불이 내부를 훤히 비춰 주었다.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고 나서야 넓은 공간이 나타나며 길이 넒어졌다.
밀실처럼 생긴 공간.
곳곳에 있는 책상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차림새나 책상에 있는 것들을 보니 미로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중심에 있는 검은 사제복을 입은 자.
현재 이곳을 이끌고 있는 사제.
로톤이 사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페키로 사제님.”
“오늘 미로에 들어갈 형제님이 델 님과 로톤 님이었습니까?”
“예.”
“오늘도 무탈하게 미로 탐험을 마칠 수 있도록 마신님께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톤과 함께 고개를 숙이며 눈을 흘겼지만, 게임에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로톤과 함께 밀실 끝에 있는 돌문 앞에 섰다.
쿠구구구궁!
반으로 갈라지며 서서히 열리는 미로.
“잠깐만요.”
페키로 사제의 스산한 목소리가 밀실 내부에 퍼졌다. 주변에 작업 중이던 모든 이가 일을 멈추었다.
“델, 형제님?”
몸을 돌려 페키로를 바라봤다.
눈빛을 보니 대충 느낌이 왔다.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체를 들킨 게 분명했다.
“예. 페키로 사제님.”
“그렇게 어물쩍 속이려고 하면 속을 줄 알았습니까?”
역시 평범한 녀석은 아니네.
아주 잠깐.
저 녀석을 죽일까, 도망칠까를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했다. 마신교의 사제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스킬.
신체 공유.
상대와 감각을 공유하는 스킬로, 사제들이 상대와 동귀어진 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런 리스크를 질 필요는 없는 상황.
우웅!
페키로 사제의 손에 뭉치는 마기를 보며 빠르게 움직였다. 옆에 있는 로톤의 팔을 당겨 방패로 만들고, 미로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미로에 대해 아는 자가 분명합니다! 당장 전 병력을 이끌고 와서 저 녀석을 잡아 오세요!”
페키로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앞으로 달렸다.
콰아아앙!
입구에서 터지는 폭발.
찐득거리는 마기가 느껴졌다.
몸을 굴리며 미로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몸 안에 있는 마나가 흩어졌다.
네투라 가문에서 특별히 재작한 미로.
이 내부에선 마나와 신성력, 마기 같은 힘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사사삭!
자연스럽게 페키로가 날린 마기 덩어리도 미로 내부에선 그 어떠한 위력도 내뿜지 못했다.
“으아압!”
검을 들고 달려드는 마신교도.
녀석의 검을 쳐 내고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발로 배를 걷어차며 검을 뽑았다.
시체가 방해물이 되어 마신교도의 길을 막았다.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오직 일직선으로 이루어진 미로.
아카리스의 눈을 사용해 길을 찾았다.
몇 걸음 앞에 보이는 초록색 빛. 딱 한 블록에서만 빛을 내고 있었다.
일단 그곳으로 움직였다.
기연을 뜻하는 아라키스의 눈을 믿고 자리를 지켰다. 그나마 길이 좁아서 적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챙!
챙!
푸슉!
적들을 최대한 저지하며 시간을 기다렸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옆에 있는 벽들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바닥에서도 올라오는 진동과 함께 미로가 움직였다. 벽과 벽이 교차되고, 꺾이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냈다.
“어딜 도망…….”
몸을 날리는 녀석을 밀어내는 순간, 벽과 벽이 부딪치면서 마신교도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쿠구궁!
작은 여진이 끝남과 함께 미로가 변화를 마쳤다.
“잡아야 해!”
“난 이쪽으로 갈 테니까 너흰 저쪽으로 가!”
멀지 않은 곳에서 적들의 소리가 들리지만, 이제부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면 전부 처리하고 나아가면 된다.
“오른쪽.”
아라키스의 눈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 * *
네투라 가문이 만든 미로.
밀실에 남아 돌로 된 문을 지켜보던 페키로는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후우…….”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누군가 델의 모습으로 변해 침입했고, 현재는 미로 안으로 들어간 상황.
그 뒤를 교도들이 쫓고 있었다.
‘누구지?’
페키로는 이곳에 올 만한 이들을 떠올렸다. 뭔가 선뜻 떠오르는 자들이 있는 건 아니었다.
여섯 왕국에선 이미 예전에 포기했고, 드루이드 가문의 후계자들은 전멸한 지 오래였다.
그나마 용병 쪽이 의심스럽지만.
보물을 찾아 일확천금을 노리는 놈들이라도, 하나뿐인 목숨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진 않을 터.
무엇보다.
델의 모습을 하고 있던 녀석은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페키로 사제님.”
미로에서 돌아온 교도 한 명이 페키로에게 다가왔다.
페키로는 그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죠?”
“침입자가 2단계 구역을 넘어갔습니다.”
단순한 미로를 벗어나.
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구간.
끊임없이 변하는 미로 속에서 다양한 몬스터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
마나, 신성력, 마기.
그 어떠한 힘도 사용하지 못한 채, 순수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놈들이었다.
“수색을 중단하세요.”
“그럼 침입자는…….”
“어차피 2단계 구역을 못 넘을 확률이 높습니다. 설사 운이 좋아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더라도 살아 돌아올 확률은 매우 낮을 겁니다.”
마신교의 힘으로도 1년에 2단계가 전부인 상황.
어떤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그 너머의 단계들을 지나 비고로 들어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정말 아주 운이 좋은 자라서 비고에 들어간다 치더라도, 이곳은 입구와 출구가 하나뿐인 곳이었다.
이곳에 마신교가 자리 잡은 이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이 밀실을 지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밀실의 보안을 강화하고, 어제 얻었던 자료에 대한 분석부터 빠르게 진행하세요.”
* * *
쿠구구궁!
미로가 다시 한번 바뀌었다.
잠시 자리에 서서 미로가 바뀌는 것을 기다렸다가 벽들이 멈춰 서고 나서야 다시 몸을 움직였다.
아라키스의 눈이 알려 주는 길.
초록색 빛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붉은 눈이 겹쳐 보였다. 미로의 바닥 부분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함정인가.”
블록에 띄엄띄엄 활로를 알려 주는 푸른빛이 보였다. 그것을 따라 무사히 함정을 지난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주 작은 틈으로 빛이 쏟아졌다.
뿌드득!
“끄아아아아아악!”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틈 너머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가 울린 쪽을 주시하며 자세를 낮췄다.
언제든지 싸울 수 있게 검을 뽑아 들었다.
소리가 났던 쪽에서 뭔가가 우적우적 씹는 소리가 들렸다. 침을 삼키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빛이 보이는 틈 사이를 확인했다.
저택 하나 정도는 그냥 들어갈 정도로 천장이 높은 밀실. 그 안에 덩치가 큰 곰이 있었다.
사람 하나 그냥 삼킬 만큼 큰 입.
우적우적.
피로 물든 곰의 입에서 사람의 다리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밀실 내부에 가득한 뼈들.
비고를 찾기 위해 도전했던 이들이 곰에게 죽은 흔적이었다.
“흑웅…….”
환상종 중의 하나로.
드루이드 가문에서 기른 곰이었다. 실제로 게임에서도 흑웅이 문지기로 있었다.
많은 유저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놈.
드루이드가 아니면 밀실을 통과시켜 주지 않았던 녀석이다.
“절반까진 온 건가.”
검을 집어넣고 흑웅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드루이드들이 가진 자연의 힘만 있다면 흑웅은 큰 위험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겐 드라이어드 여왕의 축복이 있었다.
드루이드들이 가진 능력보다 훨씬 높은 단계의 스킬.
“크르륵…….”
침을 뚝뚝 떨어트리는 흑웅이 두 발로 서서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걸 보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여왕이 주었던 반지를 끼며 자연의 힘을 끌어 올렸다. 손에 초록빛이 일렁이더니 흑웅에게 향했다.
“크륵…….”
온순한 양이 된 것처럼.
흑웅이 자세를 숙였다.
여왕의 축복이 제대로 통하는 것을 보며 아라키스의 눈이 알려 주는 길을 따라 움직였다.
“가자, 흑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