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네투라 가문의 미로 (3)
흑웅을 만나고 나선 이동이 훨씬 수월해졌다. 녀석의 머리에 타고 달리니 빠르게 미로를 이동할 수 있었다.
쿵!
쿵!
쿵!
열심히 달리던 흑웅이 자리에 멈춰 섰다.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돌문. 화려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흑웅에게서 내려와 돌문 앞에 섰다.
아라키스의 눈은 이 너머로 가라고 알려 주고 있었다.
“게임에선 그냥 열렸던 것 같은데.”
손을 들면서 자연의 힘을 사용했다. 돌문을 밀어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연의 힘으로 될 일은 아닌 것 같고…….”
고개를 돌려 흑웅을 쳐다보았다.
“밀어 봐.”
드라이어드 여왕의 축복으로 명령을 내렸다. 흑웅이 상체를 일으켜 문에 앞발을 올려놓았다.
“크르륵!”
상체를 밀어 넣으면서 힘을 쏟아부었다.
구구궁!
돌문이 살짝 움직이는 듯싶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돌문을 열기엔 흑웅 혼자만으로는 힘들어 보였다.
“흐음.”
무언가 힌트가 있나 문을 확인했다.
화려한 문양 속에 담겨 있는 그림. 흑웅이 문을 밀고 있고, 그 뒤에 사람이 양손을 뻗고 있었다.
손을 한번 쳐다보다가 흑웅에게 뻗었다.
드루이드 가문에서 만든 미로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며 자연의 힘을 흑웅에게 보냈다.
손에 어린 초록빛이 흑웅에게 흘러 들어갔고, 흑웅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포효를 내질렀다.
“쿠아아아아앙!”
정권 지르기 자세를 취하는 흑웅.
녀석이 앞발을 내딛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문이 움직였다.
흑웅이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이전보다 훨씬 강한 힘이 담긴 일격이 돌문을 타격했고, 돌문이 크게 열리며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틈으로 흑웅이 양발을 집어넣어 문을 활짝 열었다.
“수고했어.”
활짝 열린 내부에는 백색 갈기를 가진 샤벨 타이거가 있었다, 윗니에서 길게 내려온 두 개의 이빨이 특징인.
“백호.”
흑웅의 다섯 배 정도는 돼 보이는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저벅.
문 안으로 들어서자 감겨 있던 백호의 눈이 떠졌다.
“크르르.”
작게 그르렁거리는 백호.
게임에선 흑웅을 각성시켜 백호를 제압하고, 그 뒤에 드루이드의 스킬을 이용해서 백호를 길들였다.
지금도 그렇게 할 순 있지만.
이 너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 백호의 힘까지 빼 놓고 싶지 않았다. 분명 흑웅처럼 미로 안에서 활용해야 할 터.
최대한 온전하게 길들이고 싶었다.
백호를 향해 손을 뻗으며 드라이어드 여왕의 축복을 사용했다.
“한 번에 되려나?”
여왕의 축복이 드루이드 계열의 최상급 기술인 만큼 기대를 걸어 보았다.
우웅!
자연의 힘이 백호에게 흘러 들어갔다.
털을 곤두세웠던 백호가 자세를 낮추며 온순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되네.”
길든 백호를 한번 쓰다듬고, 아라키스의 눈을 따라 길을 확인했다.
비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가자.”
* * *
밀실에서 돌문을 쳐다보던 페키로는 미세하게 떨리는 진동에 두 눈을 떴다. 미간을 찌푸리며 돌문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쿠구구궁!
진동은 점점 커져 갔고.
밀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강해졌다.
쿠구구구구궁!
꽉 닫혀 있던 미로로 가는 돌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천장에서 돌가루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이게 무슨……!”
페키로는 마기를 끌어 올리며 천장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검은 막이 만들어지며 밀실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했다.
“페키로 사제님…… 미로가!”
한 교도의 외침에 페키로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조용히 하고 있으라는 신호를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밀실의 입구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살아 있듯 움직이는 미로.
문 너머에 있는 미로들이 변하면서 길을 만들었다.
쿵!
쿵!
쿵!
벽과 벽이 맞닿으며 넓고 긴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 여러 명이 한 번에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들어가 보세요.”
페키로가 근처에 있는 교도 한 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교도는 고개를 숙인 뒤.
밀실 문 너머에 있는 미로로 들어갔다. 그리곤 화들짝 놀란 얼굴로 페키로 사제를 쳐다보았다.
“사, 사제님!”
“무슨 일이죠?”
“마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페키로는 침을 삼키며 주먹을 꽉 쥐었다. 흥분을 가라앉히며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그곳에서 기다리세요.”
“알겠습니다.”
“벤 형제님은 밖으로 가서 기사들을 불러 주세요.”
한 교도가 밀실을 빠져나갔다.
페키로는 시선을 돌려 다시 밀실 너머의 미로를 쳐다봤다.
적막함과 함께 시간이 흘렀다.
5분이 지났음에도 미로는 변하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좀 더 시간을 기다렸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미로를 수색해 보세요.”
기사들을 먼저 미로로 보냈다.
마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기사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며 미로 안으로 들어섰다.
페키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입안에서 혀를 굴리며 델의 모습을 했던 침입자를 떠올렸다.
‘그 녀석…… 진짜 뭘 알고 있는 건가?’
온갖 고민을 하는 와중에, 선발대로 나섰던 기사들이 돌아왔다.
“페키로 사제님, 수색 결과 2단계 구역까지 길이 열렸으며, 3단계 지역으로 추정되는 곳까지 변화가 없는 걸 확인했습니다.”
페키로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비석에 있는 그림에 따르면 3단계 이후에 비고가 있었다.
‘운이 좋은데?’
과정이 어떻게 됐든.
침입자 덕분에 비고까지 가는 길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침입자를 정리하고 비고를 확보하는 것
“본단에 연락해서 마인들을 요청하세요.”
“알겠습니다.”
페키로는 미로를 향해 걸었다.
“델 형제님을 제외한 분들은 저를 따라오세요. 지금부터 3단계 미로 너머에 있는 비고로 갈 겁니다.”
* * *
백호, 흑웅과 함께 도착한 미로의 끝.
넓은 호수 너머에 나무 덩굴이 감싸고 있는 문이 있었다.
아라키스의 눈이 문을 가리켰다.
백호의 등에서 내려 호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지금까지 이런 거대한 공간엔 환상종이 있었다.
손을 물에 담궜다.
자연의 힘을 사용하자 호수 중앙에서 작은 파동이 일어났다. 동시에 수면이 떨리며 무언가가 위로 올라왔다.
푸른 비늘을 가진 뱀.
째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뱀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혀를 날름거리더니 자신의 몸으로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
호수 너머까지 건너갈 수 있는 길.
뱀의 몸을 따라 호수 너머로 건너가 덩굴로 뒤덮인 문 앞에 섰다. 자연의 힘을 이용해 덩굴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스스슥!
문을 감싸고 있던 덩굴이 사라졌다.
앞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끼이익.
낡은 경첩이 삐그덕 대는 소리와 함께 오래된 문이 열렸다.
드루이드의 비전이 담긴 네투라 가문의 비고.
게임에선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히든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
내부를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높은 탑처럼 만들어진 내부.
벽에는 여러 가지 책들로 가득 차 있었고, 가장 밑에는 여러 개의 문이 있었다.
천천히 둘러보며 책에 적힌 제목을 확인했다.
[환상종과 친해지는 법] [형태 변환의 기초편] [환상종의 종류와 속성, 습성에 대하여]환상종에 대한 자료부터.
[자연과 소통을 나누는 법] [식물들의 종류와 이용법] [약초와 열매]드루이드들의 특성을 살린 자연에 대한 자료도 있었고.
[몬스터와 형태 변환의 관계] [형태 변환의 융합] [마족을 이용한 형태 변환]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금서도 있었다.
금서 중 하나인 몬스터와 형태 변환의 관계라는 책을 꺼냈다. 첫 페이지를 읽어 보니 마신교에서 왜 비고를 노리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한계를 느꼈고,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이 책은 그중 몬스터에게 형태 변환을 익히게 만드는 실험으로…….
.
.
.
-형태 변환을 익힌 몬스터의 위력은 강력했다. 그들이 가진 힘과 운영법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마신교에서 노릴 만하네.”
몬스터의 형태 변환.
더 나아가 마족을 이용한 형태 변환.
이런 것들이 마신교의 손에 들어간다면, 녀석들의 힘은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성장할 터.
마신교의 부활이 앞당겨질 거다.
“그렇게 둘 순 없지.”
필요한 것들만 챙긴 후에 비고는 없애 버려도 되니, 차분하게 다른 자료들도 확인했다.
내가 익힐 수 있는 것들.
특히, 환상종에 관련된 책들을 전부 꺼내서 탑을 쌓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오는 책을 손에 집었다.
[초월종에 대한 기록]“흐음.”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폈다.
환상종과 대륙 전역에 퍼진 기록들을 모아 만든 초월종에 대한 이야기.
목차에는 익숙한 이들이 있었다.
내가 계약한 불사조와 해왕신.
먼저, 해왕신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었다.
-해왕신은 마신이 만든 초월종 중의 하나였다. 1차 전쟁에서 마신이 패배한 뒤, 창조신 베로니카의 배려하에 그림자 군도에서 살게 되었으며…….
-오베르크 제국의 가문이었던 브라셀과 계약을 하여 그림자 힘을 다루는 법을 전수해 주었다.
-해왕신의 힘은 마기가 근원이기에 그 힘을 키우려면 강한 마기를 모으는 것이 우선임으로 브라셀의 수장은 마인, 마족들을…….
잠시 책을 내려놓고.
그림자 군주의 꿈을 확인했다.
남아 있는 꿈의 횟수.
121일.
“이 정도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저주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먹으면 군주의 꿈도 빠르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거다.
심지어 오베르크 제국의 근처에 있는 것들이니, 다크니스 세븐의 밑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터.
다시 책을 들고 불사조에 대한 것을 확인했다.
-불사조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초월종 중에서도 희귀종으로 구분되며, 실체를 본 사람이 극히 드물다.
-유일하게 불사조의 선택을 받았던 두 명의 인간. 한 명은 세상을 구원했던 1차 전쟁의 영웅이었고, 다른 한 명은 세상을 망치려 했던 마신교의 대사제였다.
이 이외에 자잘한 것들이 있지만, 해왕신만큼 자세한 것들은 적혀 있지 않았다.
“아쉽네.”
불사조와는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 본 적도 없고, 스킬도 처음 얻었을 때 그대로인 상황.
뭔가 더 있을 것 같단 생각은 들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머지 책들을 읽었다.
드루이드의 형태 변환.
그게 가능한 환상종과 익히는 법.
책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은 왠지 모르겠지만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고, 머릿속에서 차분하게 정리되었다.
대충 필요한 것들을 전부 읽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원형이 그려진 문을 열었다. 안에는 명상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훈련실…….”
작은 공간 안에 그려진 복잡한 문양.
드루이드 가문의 비전이 총집합되어 만든 특별 훈련실이었다.
그곳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바닥에 가부좌 상태로 앉은 뒤에, 작은 탁자에 있는 특수 제작된 향을 피웠다.
“흑웅, 백호, 청사.”
내가 만났던 환상종들을 떠올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형태 변환을 익히는 첫 번째는 교감.
자연의 힘을 통해 길들인 세 마리의 환상종을 머릿속에 그려 나갔다.
강렬한 힘을 내는 흑웅.
엄청난 속도를 내는 백호.
물에서 자유로운 청사.
우웅!
머리를 울리는 작은 진동과 함께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감각에 숨이 턱 하고 막혔다.
“흡!”
뭔가 꽉 막힌 것 같은 기분 속에서 검은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며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불의 날개를 가진.
불사조.
“계약자여, 오랫동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