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심연의 눈 (1)
오베르크 제국의 수도.
오벨리아.
성을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은 피에르와 헤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직 주인이 없는 동쪽과 서쪽.
-서쪽 지역이 필요해.
파비안은 레딘이 당부했던 말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사방에 가득한 시체와 피 웅덩이들.
서쪽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싸워야만 했다.
“고생했어.”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향긋한 냄새가 퍼졌다. 파비안은 옆으로 다가온 비비안의 손을 잡았다.
“너도 고생했어.”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그랬으면 좋겠는데…… 쯧.”
파비안은 말끝을 흐리며 혀를 찼다.
제이너스, 케니다, 블랙로즈.
이 세 조직을 합쳐서 만든 조직이 블러드였고, 레딘의 조언에 따라 마그네스 잔당을 흡수하면서 세력을 키웠다.
조직의 규모와 힘을 갖추고.
서쪽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녀석들이 있었다.
여섯 왕국에서 모인 이들이 만든 집단.
‘언터쳐블.’
그들은 두 개의 조직으로 나누어 동쪽과 서쪽 전부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했던 서쪽.
블러드의 목적을 알고 있던 그들은 미리 자리를 잡고, 전투에 유리하도록 필드 마법을 설치해 놓았다.
덕분에 치열한 전투가 지속됐다.
언터쳐블은 동쪽 자리를 확고하게 만들면서 외부에서 온 신규 인원들을 전부 서쪽으로 몰아넣었다.
뱀파이어의 미친 능력이 아니었다면.
서쪽 자리를 차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을 정도로 녀석들의 반격은 거셌다.
그걸 알기에 안심할 수 없었다.
“쉽게 포기할 녀석들이 아니야. 얼른 조직을 재정비하고, 다음 전투를 준비해야 해.”
“재정비는 내가 진행할게.”
비비안과는 평상시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조직의 개편 방향성도 잘 알고 있어서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알겠어. 바로 좀 부탁할게.”
“응.”
비비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음을 옮겨 시체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전투를 하면서 쓸 만하다고 생각했던 시체들을 골라 뱀파이어의 권능을 사용했다.
“피의 낙원에서 다시 태어나리라.”
숨이 멎어 있던 시체들의 피부가 창백하게 바뀌면서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퍼졌다.
콰드득!
드드득!
인간의 육체를 벗어나는 과정.
뱀파이어의 월등한 육체를 얻은 새로운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파비안의 앞으로 다가왔다.
총 다섯 명의 뱀파이어.
그들이 파비안 앞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주군을 뵙습니다.”
“퀸에게 가서 그녀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라.”
“알겠습니다.”
뱀파이어들이 비비안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이로써 기본적인 것들은 끝이 났다.
지금부턴 다시 일어날 전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피의 권능을 사용할 시간이다.
“후우.”
파비안은 피의 왕관을 만들었다.
눈에서 흘러나온 피가 머리 위에 왕관의 형태를 이루었고, 그 상태에서 시체와 피 웅덩이가 있는 곳으로 양손을 뻗었다.
그곳에 있는 피를 전부 끌어모았다.
파비안의 손에 모인 엄청난 양의 피. 그걸 전부 박쥐로 만들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박쥐 수천 마리가 파비안의 곁을 맴돌았다.
“가라.”
박쥐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날갯짓과 함께 초음파를 쏘아 보냈다.
파비안은 두 눈을 감고 박쥐들이 보내는 초음파를 이용해 지도를 그려 나갔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주변에 있는 나무와 돌을 시작으로 하나씩 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그려지는 지도.
오벨리아 서쪽 지역 일대를 전부 감시 할 수 있게 된 파비안은 본격적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몸을 숨기고 있는 언터쳐블.
씨익.
“거기 숨어 있었나?”
서쪽 지역 동굴 곳곳에 숨어 있는 이들. 내부를 확인하니, 여분의 식량과 마력 폭탄도 가지고 있었다.
피로 만든 박쥐를 조종했다.
동굴이 있는 곳에 수십 마리의 박쥐를 몰아넣고, 혈술을 이용해 피로 만든 박쥐들을 전부 폭발시켰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언터쳐블 인원들이 폭발에 휩쓸리는 것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재정비할 시간은 벌었고…….’
몸을 돌려 조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려던 파비안은 주춤거리며 자리에 멈춰 섰다.
이명과 함께 머리가 핑 돌았다.
“크윽…….”
아직은 대량의 피를 사용하는 혈술이 익숙지 않았다. 그 여파가 이런 식으로 가끔씩 나타났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정신을 차렸다.
“후우…….”
다시 눈을 뜨고 자리를 옮기려는 찰나,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왔다.
무의식적으로 뻗은 손.
날아오는 물체를 빠르게 낚아챘다.
검은 화살.
화살촉에 오베르크 제국의 문양이 찍혀 있었다. 감각을 끌어 올리며 박쥐에 다시 시신경을 연결했지만.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은 오벨리아의 성이 있는 곳이었다.
“성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 정확히 날렸다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 한편, 화살에 달려 있는 편지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스르륵!
편지를 풀어 내용을 확인했다.
-오베르크 제국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파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날짜는 일주일 후, 저녁 8시. 오벨리아 성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이 초대장을 잘 간직하고 있으시길.
파비안은 마지막 줄에 적힌 내용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언터쳐블 쪽에도 이 편지가 갔을 터.
서쪽 지역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녀석들은 기회를 노리고 이 초대장을 차지하러 쳐들어올 것이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 보자.”
파비안은 주먹을 불끈 쥐며, 박쥐 하나를 이용해 레딘의 피를 추적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초대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테니, 시간만 맞춰 오십시오.’
* * *
네투라 유적지에 있는 마신교를 전부 정리하고, 미로의 입구까지 폭발시켜 완전히 흔적을 지웠을 때쯤.
파비안이 보낸 박쥐가 찾아왔다.
-오베르크 제국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파비안이 초대장을 받았다는 건.
로드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오베르크 제국의 부활.
나뉘어 있는 4개의 세력을 하나로 합치고, 여섯 왕국이 가지고 있는 제국의 영토를 차지하려 들 터.
“시기는 딱 좋네.”
자세한 건 파비안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하니,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텔레포터 스크롤을 꺼냈다.
지금부터 걸어서 이동하기엔 너무 먼 거리.
오벨리아 서쪽에 있는 비밀의 화원을 떠올리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우웅!
찌이익!
스크롤을 찢음과 함께 빛이 번쩍였다.
두 눈을 감았다가 뜨자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세 개의 범죄 조직이 회의를 나누던 곳.
비밀의 화원.
다 무너져 가는 건물에 낡은 탁자와 썩어 가는 음식들이 있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꽃들이 보였다.
꽃향기로 가득해야 할 정원에서 진한 피 냄새가 흘렀다.
“흐음.”
품에 있던 감시자의 눈을 꺼냈다.
[감시자의 눈]-최대 20km 거리까지 볼 수 있다.
-특정 대상을 지정하면, 대상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물 탐색이 가능하다.
망원경에 눈을 대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정보를 수집했다.
임시 아지트로 보이는 장소.
그곳에서 파비안을 비롯한 다수의 인원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파비안의 맞은편에 서 있는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 느껴지는 기세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단순히 저 녀석만 있는 거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파비안이 뱀파이어란 정보도 수집했는지, 곳곳에서 신성력이 느껴졌다.
파비안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일 터.
“아주 작정하고 왔구나.”
박쥐를 통해 얻은 정보에 의하면 오늘 저녁에 파티가 열리고, 8시까지 초대장을 가지고 참가해야 한다고 들었다.
하늘에 보이기 시작한 달.
이제 슬슬 성으로 출발해야 했다.
“초대장을 뺏지 못할 바엔 성까지 보내지 않겠다는 건가.”
혀를 차며 그림자 분신을 만들었다.
아지트의 뒤쪽에 만들어진 분신으로 그림자 이동을 사용했다.
슈아악!
감시자의 눈을 품에 집어넣고, 파비안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저벅.
저벅.
내가 낸 발걸음 소리에 이목이 쏠리게 되었다. 파비안과 눈을 마주치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턴 연기를 시작해야 했다.
파비안이 조직의 보스고, 내가 보스 밑에 있는 부하로.
“보스, 무슨 일이십니까.”
“파티에 가려는데 불청객들이 길을 막네?”
“그렇습니까?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시선을 돌려 파비안의 앞에 선 남자를 쳐다보았다. 살벌한 기세를 내뿜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 가만히 있으면 그 누구도 다칠 일이 없을 거다.”
“그래?”
지면을 박차며 달렸다.
네투라 가문에서 배운 형태 변환. 백호의 걸음을 사용해 녀석에게 달라붙자, 녀석이 화들짝 놀란 얼굴을 보였다.
“빠르지?”
씨익 웃어 주며 흑웅의 주먹을 사용했다. 몸 안에 있는 마나가 주먹으로 모였고, 그대로 남자를 향해 내질렀다.
콰아아앙!
응축되었던 마나가 터지며 강력한 충격파가 남자와 함께 주변을 휩쓸었다.
손을 털고 길 쪽으로 팔을 뻗었다.
“보스, 파티장으로 가시죠. 제가 길을 뚫겠습니다.”
* * *
가장 먼저, 뱀파이어의 힘을 약화하는 결계를 박살 냈다. 파비안에게 주어졌던 제약이 사라지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뱀파이어들이 자잘한 적들을 쓸어버렸고, 파티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오벨리아 중앙에 재건된 성.
전성기였던 오베르크 제국 시절의 성과 똑같은 모습으로 복구가 되어 있었다.
“초대장을 가져오셨습니까?”
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가 다가왔다.
파비안에게 넘겨받았던 초대장을 들고 기사에게 보여 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확인되었습니다. 성안에는 최대 세 분까지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머지 인원들은 바깥에서 대기시켰다.
혹시 모를 마찰에 주의하라 이른 뒤, 파비안과 비비안을 데리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웅성웅성.
오벨리아 성에는 이미 도착한 이들로 가득했다. 피에르와 헤칸의 주요 간부진들과 언터쳐블 쪽 인원들.
이외에도 과거 오베르크 제국의 귀족 출신으로 보이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파비안, 비비안. 지금부턴 무슨 변수가 터질지 몰라. 난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문제가 생기면 신호를 보내.”
“알겠습니다.”
“그럼 가 봐.”
파비안과 비비안이 걸음을 옮겨 핵심 인원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덤덤한 표정의 언터쳐블 인원들.
속으로는 놀라고 있겠지만, 겉으로 티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서로 인사 나누는 것을 보며 구석진 자리로 움직였다.
조직 간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
거기서 승리한 뒤, 로드웰의 눈에 들어 공작위 하나를 쟁취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어? 저 새끼 뭔가 낯이 익은데…….”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케르베로스 섬에서 훈련을 받았던 훈련생이 보였다.
크레인 왕국 출신.
후라펜 백작의 자식.
훈련을 받다가 다른 지원자와 싸우면서 교도관을 무시했던 녀석. 내게 대들었던 기억 때문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강제로 퇴소시켰던 론도 후라펜.
녀석의 시선이 파비안에게 향해 있었다.
“뭐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