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심연의 눈 (2)
론도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그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케르베로스에 들어오려 했던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입지가 부족한 이들이었다.
진짜 에이스들에 묻힌 만년 2등.
론도 또한 비슷한 경우였다. 후라펜 백작의 서자 출신으로 가문 내에선 입지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특히 서자의 삶이라 하면.
가문 내에서 무시당하는 것들이 떠오르지만, 론도의 경우엔 조금 달랐다. 후라펜 백작은 론도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계자의 자리는 줄 수 없다.’
‘대신 자립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해 주마.’
첫째가 아니기에 가질 수 없는 자리.
론도는 그 자리를 원했다.
그러나 여론을 뒤집을 만큼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실력이면 실력, 인품이면 인품. 후계자였던 자신의 형보다 모든 면에서 밀렸다.
그럼에도 후계자의 자리를 원했다.
단어 그대로 탐욕.
그 자체.
가진 실력에 비해 욕심이 너무나도 컸고, 그런 부분이 케르베로스에 있을 때도 자주 보였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게 납득이 갔다.
새로운 기회의 장.
잘만 하면 백작보다 높은 자리에 오를 수도 있으니, 론도의 입장에선 눈이 돌 수밖에 없었을 거다.
“도련님.”
쟁반 하나에 술과 과일 안주를 챙겨 온 하인이 론도의 곁으로 다가갔다.
론도는 쟁반에 있는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포도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가 시킨 건?”
“시키신 대로 언터쳐블 쪽 마차에 상자 하나를 실어 놨습니다.”
“그게 끝이야? 뭐 아무런 말도 없었어?”
“예. 잘 말씀드리겠다고만 할 뿐,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습니다.”
“개새끼들…….”
둘의 대화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언터쳐블 쪽에 연줄을 만들고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모양인데.
생각보다 쉽진 않을 거다.
언터쳐블 쪽은 세력이 커진 만큼, 나눠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돈을 좀 더 가져올까요?”
“얼마나 남았지?”
“상자 두 개는 더 실을 수 있습니다.”
“하나만 더 넘기면서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해 봐.”
“알겠습니다.”
론도가 손에 들린 포도를 입에 넣으며 시선을 돌렸다.
주요 인물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
파비안이 앉아 있는 쪽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거참, 되게 찝찝하네. 쯧.”
우적우적.
포도를 씹어 먹는 론도.
녀석의 시선이 파비안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폭탄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서 조용히 처리할까 싶던 차에, 좋은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
저 폭탄을 역으로 이용하는 거다.
론도는 새로운 기회를 이용해 권력을 가지고 싶어 했다. 파비안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터.
이 정보를 이용해 권력을 취하려 들 거다.
생각보다 더 탐욕이 큰 녀석이니 지금까지 작업했던 언터쳐블은 제칠 거고, 바로 황제에 밀고할 게 뻔했다.
그럼 황제를 조종하는 로드웰이 심연의 눈을 사용해 진실을 알아내려고 할 거다.
“그럼 게임 끝이지.”
심연의 눈을 통과한 파비안은 단번에 로드웰의 신임을 살 수 있다.
“……좋아.”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죽은 자의 가면을 이용해 다른 이의 얼굴로 변신을 하면서 론도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근처에 자리를 잡고 탄식을 내뱉으며 론도에게 들으라는 듯 속삭였다.
“저 사람…… 라비노 왕국…… 파비안 왕자 아닌가?”
* * *
후라펜 백작가의 서자.
론도는 이 수식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라펜 백작은 무시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밑에 있는 자들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눈길들.
뒤에서 속삭이는 자들.
후계자인 형에겐 깍듯하지만, 서자인 자신에겐 묘하게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던 이들.
이유는 딱 하나뿐이었다.
서자라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된 뒤로부터 서자라는 꼬리표가 너무나 싫었고,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지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후계자의 자리를 가지고 싶었다.
후계자의 자리에 오르면 서자라는 꼬리표도 사라지고, 남들의 선망이 담긴 눈빛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케르베로스에 가거라.’
후라펜 백작에게 얻은 유일한 기회.
그 기회를 잘 살려 후계자의 자리를 거머쥐려고 했지만, 이상한 교도관 새끼 때문에 날리고 말았다.
레딘.
그 빌어먹을 녀석만 아니었어도 케르베로스에서 활약하고 지금쯤 후계자의 자리를 빼앗았을 텐데.
‘나가, 너 같은 새낀 필요 없으니까.’
그때만 떠올리면 아직도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저 사람…… 라비노 왕국…… 파비안 왕자 아닌가?”
론도는 옆에서 들린 목소리와 함께 미간을 찌푸렸다. 입에 있는 포도를 잘근잘근 씹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라비노 왕국 파비안.
케르베로스에서 함께했던 기억이 났다. 유독 레딘에게 갈굼을 당하던 녀석. 그때의 이목구비를 떠올리며 다시금 테이블에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
조금 더 차가워진 분위기.
심상치 않은 기세.
이런 것들 때문에 본래의 얼굴이 가려진 느낌이지만, 기억 속에 있는 파비안이 분명했다.
‘뭐지?’
혼란스러웠다.
론도는 전에 들었던 파비안의 사망 소식을 떠올리며 다시 테이블에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찌릿!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설마 죽음을 위장하고 오베르크 제국에 잠입한 건가?’
론도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잠깐만…….”
이 사실을 언터쳐블 쪽에 알려 준다면, 눈도장 하난 제대로 찍을 수 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첩자를 잡아낸 개국공신이 되어 황제의 눈에 들 수도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아닌가 보네.”
옆에 있던 사내가 흥미가 식은 표정을 지으며 파티장을 빠져나갔다.
론도는 침을 삼킨 뒤.
옷차림을 정리하고 언터쳐블의 수장이 있는 테이블로 걸음을 옮기려다가 잠깐 멈춰 섰다.
“아니지?”
언터쳐블에게 정보를 넘길 필요가 없었다. 지금까지 봐 왔던 녀석들이라면 정보만 먹고 버릴 확률이 높았다.
이런 좋은 기회를 그렇게 날릴 생각은 없었다.
‘직접 얘기해야지.’
그래야 첩자를 밀고한 공로를 전부 가져갈 수 있었다. 론도는 술잔에 남아 있는 술을 들이켜며 차분하게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티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입구에서 울리는 악단들의 연주 소리와 거대한 행렬. 오베르크 제국의 깃발을 휘날리며 황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뚜껑이 없는 마차.
그곳에서 황제가 손을 흔들었다.
‘지금이 기회야.’
론도는 마차가 멈춰 서는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론도의 목과 심장에 겨누어진 수십 자루의 검.
양손을 들어 저항의 의사가 없음을 밝힌 론도는 황제를 보며 외쳤다.
“폐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뭐 하느냐. 저자를 끌어내라!”
“꼭 아셔야 할 중요한 정보입니다!”
검을 겨누었던 기사들이 론도의 팔을 잡았다. 론도는 그들의 팔을 뿌리치고 마차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유일한 기회.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 돼!’
바닥에 머리를 맞대고 다시 한번 외쳤다.
“제국에 첩자가 있습니다!”
론도의 한마디에 파티장이 요란스러워졌다. 마차를 타고 있던 황제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마차에 타고 있던 가면을 쓴 자.
그가 마차에서 내려 론도의 앞으로 다가갔다.
“고개를 들어라.”
론도는 고개를 들어 가면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공허함이 느껴지는 두 눈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첩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진짜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 사실을 어떻게 믿지?”
눈알을 굴리던 론도는 침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 크레인 왕국 후라펜 백작의 서자입니다. 제 가문을 걸고 진실만 말할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후라펜 가문…… 좋다. 첩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아라.”
“버닝헬에서 만들었던 특수 집단 케르베로스에 잠깐 몸을 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보았던 인원 중 한 명이 이곳에 있습니다.”
“버닝헬?”
“예.”
론도는 손가락을 들어 파비안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다들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라비노 왕국의 파비안 왕자. 그가 바로 블러드의 수장입니다.”
모든 이목이 파비안에게 쏠렸다.
론도는 입꼬리를 올리며 파비안을 쳐다보았지만,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야 할 파비안은 너무나 담담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말이 사실인가?”
가면의 남자가 묻자, 파비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론도의 옆으로 걸어왔다.
멈춰 선 파비안이 입을 열었다.
“첩자라는 것만 제외하면 이자가 말한 게 맞습니다.”
“첩자는 아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왜 죽음을 위장하고 이곳에 들어왔는지 납득시킬 수 있는가?”
파비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딘. 그리고 라비노 왕국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복수?”
“레딘은 저를 많은 이들 앞에서 농락했고, 라비노 왕국의 형은 제가 사랑했던 여인을 빼앗았습니다.”
가면의 남자가 작게 웃었다.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그렇습니다.”
“이리 오거라.”
가면 남자의 지시에 파비안이 앞으로 다가갔다. 론도는 아래에서 파비안을 올려다보았다.
아주 짧은 순간.
파비안의 동공이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가면의 남자가 무언가를 확인한 게 분명했다.
‘곧, 거짓말도 들통나겠구나.’
론도는 속으로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저런 유치하고 뻔한 거짓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거짓말이 밝혀지는 순간, 첩자를 잡은 개국공신이 될 터.
무슨 보상을 요구할지 머리를 굴렸다.
“크흐흐흐.”
가면 남자의 웃음소리.
“복수에 대한 열망이 확실하군. 앞으로 황제 폐하 곁에서 많은 일을 했으면 좋겠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면 남자의 말에 론도의 사고가 멈췄다.
‘첩자가 아니라고?’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론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면의 남자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론도를 쏘아붙였다.
“그 입과 마음이 너무나도 가볍고 추악하구나. 이 녀석을 끌고 나가 목을 베고 성문에 걸어 본보기로 삼아라.”
“예? 그게 무슨…….”
“너 같은 놈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탐욕에 눈이 멀어 배신을 일삼는 놈. 당장 이 녀석을 끌고 가라. 오베르크 제국을 배신하려는 놈들이 그럴 생각은 꿈에도 꾸지 못하도록.”
* * *
론도가 끌려가고 난 뒤.
파티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로드웰의 인형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황제인 히무스가 대본에 적힌 선언문을 발표했고.
피에르, 헤칸, 언터쳐블, 블러드.
이 조직의 수장들에게 공작의 자리를 하사하며 영토를 나누어 주었다.
파비안은 내가 원했던 대로 서쪽을 얻었다.
“이제부터 내부 전쟁은 금한다.”
내부 전쟁의 종결.
그와 함께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앞으로 우린 하나가 되어 오베르크 제국의 영광을 되찾을 거다. 그 시작으로 대의를 위한 제국 기사단을 만들려고 한다.”
“…….”
“기사단장.”
황제가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를 가면의 남자가 차지했다.
로드웰.
이 모든 일의 중심.
녀석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제국이 하나가 되기 위해선 단일화된 조직이 필요하다. 기사단의 지원은 자유로우나, 선발 과정은 매우 까다로울 것이다.”
제국의 순혈 라인.
기회를 노리는 많은 이들이 지원하겠지만, 외부에서 오베르크 제국을 주시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였다.
로드웰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터.
“쉽진 않겠지만…….”
제국 기사단에 들어가는 순간.
오베르크 제국의 핵심이 됨과 동시에 로드웰에게 가장 가까워질 수 있었다.
뒤에서 목을 찔러도 될 정도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라.”
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