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2)
12화 미래의 거물들 (3)
사건은 빠르게 정리됐다.
죄수들은 감옥으로 돌아갔고, 완전히 뻗어 버린 마렉은 의료과장이 데려갔다.
그리고.
“오늘 작업시켜야 하는데, 어떤 미친 새끼가 죄수들을 저따위로 작살내 놨어. 당장 튀어나와!”
나와 베르고는 작업과 교도관을 따라 지상 1층으로 끌려왔다. 앞에 있는 문에 ‘작업과’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작업과.
죄수들을 이용해 마석을 가공하고, 그 마석을 마탑이나 기사단, 왕국에 파는 것으로 수익을 만드는 곳이다.
버닝헬의 운영자금 60%를 담당한달까.
그뿐만 아니라.
작업과장들은 대부분 총무과장으로 넘어가며, 대다수의 총무과장은 부소장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버닝헬 권력의 핵심 라인이란 뜻이다. 그래서 총무과 다음으로 힘이 셌다.
지금 상황에선 총무과 다음으로 더럽다고 해야 하나?
“하아…….”
베르고가 옆에서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표정도 좋지 않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처럼 완전 죽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베르고의 직급은 6급 교사인데, 저 안에 있는 작업팀장은 4급 교감이다.
쉽게 말하면.
신입 사원이 사고 친 거로 그 윗사수가 직접 부장급에게 깨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생각하니 베르고가 새삼 불쌍해 보이네.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넌… 후우… 아니다.”
“…….”
“근데 갑자기 왜 나선 거… 아니다. 아니야.”
“…….”
“하아… 그냥… 죽고 싶다.”
신입에게, 아니 소장과 아는 사이라고 알고 있으니 화는 못 내겠고, 앞으로 깨질 생각에 멘탈이 나가 보였다.
사실 내 잘못이라 할 것도 없다.
죄수들이 난동을 피우면 그걸 제압하는 것이 교도관의 업무고, 그에 충실하게 움직였을 뿐이니까.
“그냥… 그냥 죄송하다고만 해. 이런저런 핑계 같은 건 대지 말고, 알겠지?”
그 짧은 순간에 해탈했나.
모든 걸 내려놓은 베르고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기에.
“예. 죄송합니다.”
적당히 알아듣는 척해 줬다.
미안한 마음이 아예 없진 않지만, 애초에 방패막이로 삼으려던 인물이니 크게 마음 쓰진 않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필요성이 생겨서 함께 가게 된다면, 그때 가서 보상으로 뭔가를 챙겨 주면 되니까.
“야아아아아아아!”
고막이 터질 것 같은 분노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사색이 된 베르고가 턱을 덜덜 떨었고, 저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아주 빠른 걸음으로.
“오… 온다… 창조신 베르티아 님… 제발… 이 순간이 빠르게 지나가게 해 주세요.”
베르고의 짧은 기도가 끝날 때쯤.
작업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은 배가 나온 체형에 포마드 머리 그리고 욕심이 많아 보이는 얼굴.
낯이 익다.
“어떤 새끼야.”
작업팀장이 소리쳤다.
동시에 씩씩거리며 달아오른 얼굴로 눈을 크게 부라렸다.
평범하지 않은 살벌한 기세.
옆에서 침 삼키는 소리와 함께, 베르고가 힘차게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
작업팀장의 손이 베르고의 뺨을 후려쳤다.
짝!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베르고의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오뚝이처럼 일어난 베르고의 뺨을 다시 후려쳤다.
짝!
짝!
짝!
넘어지고 일어서고.
그것을 반복하면서 베르고의 한쪽 뺨이 부어올랐다. 실핏줄이 터진 붉은 눈. 입술은 터지고, 침이 섞인 피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죄… 죄송… 합니다.”
“네가 오늘 조진 애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아?”
작업팀장이 손가락으로 베르고의 이마를 밀었다.
“아냐고, 폐급 새끼야.”
“모… 르겠습니다.”
“마석 매출에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급 마석을 가공하는 놈들이야. 근데 그런 놈들이 작업을 못 하게 팔다리를 부숴 놔?”
저건 핑계에 불과하다.
그놈들이 아니더라도 작업을 할 수 있는 놈들은 많다. 애초에 이번 일 자체가 이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니다.
뭘까.
저 정도 직급을 쉽게 단 것도 아니었을 텐데. 고작 이런 일에 분노하는 이유가 있을 거다.
“이 새끼 봐라.”
작업팀장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독이 오른 두꺼비 같은 얼굴을 보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얼굴은 익숙한데 제복과 매치가 되지 않았다.
이름이 뭐더라.
“뭘 잘했다고 모가지를 빳빳하게 들고 있어! 당장 눈 안 깔아?”
살짝 시선을 내렸다.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 그곳에 적힌 이름을 곰곰이 씹다가 한 가지 별명과 함께 머릿속이 환해졌다.
어딘가 낯이 익다 했는데.
그 녀석이다.
마그네스 조직에 있는 삼 대장 중 일인. 독두꺼비라는 별명을 가졌으며, 과거엔 버닝헬 교도관이었던 자.
왜 안 떠올랐나 했더니.
게임 속 시점보다 과거라 그런지 체형도 훨씬 날씬하고 독두꺼비의 마스코트인 검은 코트도 입고 있질 않았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조만간 일어날 버닝헬 사건의 핵심 주동자가 독두꺼비고, 그때 같이 움직였던 것이 마그네스 출신의 죄수들이었다.
그런 죄수들은 반쯤 조져 놨으니.
계획했던 일에 차질이 생겼을 거다.
“웃어?”
독두꺼비가 손을 들어 올리며 나를 노려보자, 옆에 있던 베르고가 내 앞에 서서 독두꺼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뭐 하냐.”
“신입 교육은 제가 잘 시키겠습니다.”
“교육? 네깟놈이 병신인데 무슨 교육!”
“죄송합니다.”
독두꺼비가 손목을 걷어붙이며 다시금 한바탕하려고 할 때, 교도관 한 명이 다가와 급한 연락이 있단 소식을 알렸다.
“너넨 각오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 줄 테니까.”
한바탕 으름장을 놓고 독두꺼비와 나머지 교도관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텅 빈 복도.
힘이 풀린 베르고가 바닥에 풀썩 앉으며,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하하… 나 이제 엿된 거 맞지?”
“왜 제가 했다고 얘기 안 하셨습니까.”
솔직히 의외였다.
진급에 목숨을 거는 허세 많은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쪽팔리게 후배를 어떻게 파냐.”
“호오…….”
“뭐야 그 눈빛은?”
“아닙니다. 의무실로 가서 치료부터 받으시죠.”
베르고를 부축해서 일어났다.
축 늘어진 어깨가 쓸쓸해 보였다.
가볍게 토닥였다.
“괜찮을 겁니다. 설마 죽기야 하겠습니까?”
“차라리 죽여 줘.”
“죽기 전에 그 좋아하는 진급부터 하셔야죠.”
“가능할까?”
“얼마나 올라가고 싶으신데요?”
“보안과장.”
앞으로도 쭉 이 모습이라면.
까짓것, 시켜 주지 뭐.
“그건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야이 씨… 말이라도… 아아… 졸라 아파.”
* * *
전체적으로 배경이 하야면서.
진하게 흐르는 약 냄새.
의무실에 도착했으나 의료과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레베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베르고의 상태를 보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가 다시 본래의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앉으세요. 간단한 치료는 저도 할 수 있으니까. 상태부터 확인할게요.”
“예? 예…….”
슬쩍 쳐다보니 베르고의 입이 찢어질 듯이 올라가 있었다.
쯧쯧.
살짝 고개를 숙였다.
“선배? 무슨 후배한테 존대입니까, 쪽팔리게.”
“득츠라. 흐흐.”
“어쩌다 이렇게 되신 거예요?”
레베카는 베르고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붉게 달아오른 뺨을 툭 건드렸다.
“아악! 아니… 아, 거길 그렇게…….”
“심각하진 않네요.”
상태를 확인한 레베카가 구석에 있는 진열장으로 가서 무언가를 꺼내 왔다.
약초를 배합한 치료제.
이 세상엔 체력 포션이란 게 있지만, 그건 육체적인 활력을 회복시켜 주는 용도일 뿐. 상처를 치료해 주진 못했다.
공급량도 많지 않고.
신성력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면, 약초의 배합을 통해 치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아… 아악! 아아악!”
“약초 바르는 중이니까, 참으세요.”
그 둘을 잠깐 두고 의무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의무실에 찾아온 건, 베르고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목적은 마렉에게 있었다.
침상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고 푸른 커튼이 보였다. 가장 끝에 있는 침상. 유일하게 커튼이 쳐져 있었다.
저긴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살짝 커튼을 젖히니 마렉이 있었다.
환자복 사이사이로 보이는 멍, 축늘어진 팔다리와 삶을 포기한 듯한 멍한 눈빛이 보였다.
실제로도 모든 걸 잃었다.
그의 히스토리는 특수한 업적을 깨기 위해 필수였고, 강제로 봐야 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마그네스 출신의 언더 커버.
이그니스 기사단이란 곳에 들어가서 정보를 빼 오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러나.
영화에서 흔히 그렇듯.
기사단 출신의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결국 둘은 결혼하여 딸까지 낳았다.
행복을 지키기 위해.
마렉은 마그네스를 배신하고, 이그니스 기사단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건 아내와 딸의 죽음뿐이었다.
조직의 배신.
동시에 이그니스 기사단에서도 마렉이 첩자였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복수도 하지 못한 채 버닝헬에 갇히게 된 거다.
안에서의 삶은 더 비참했다.
먼저 버닝헬에 들어왔던 마그네스의 조직원들이 마렉이 배신자란 걸 알고, 단 하루도 가만두지 않았다.
매일같이 이어진 폭력.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에 마렉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이런 비하인드를 가졌던 마렉이 다시 복수를 꿈꾸게 된 건 다크니스 세븐의 조직원을 만나게 된 후부터다.
그 뒤로 마렉은 다크니스 세븐에게 엄청난 돈을 갖다 바쳤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녀석들에게 넘길 생각은 없다. 강력한 세력을 이끌기 위해선 많은 돈이 필요할 테니까.
내가 데려가야지.
“마렉 카지노.”
그에게 다가가 자세를 낮췄다.
귀에 대고 마렉만이 들을 수 있게 조용히 속삭였다.
“당신 딸이 살아 있습니다.”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더 자세한 걸 듣고 싶다면, 오늘 일은 비밀로 하고 몸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하세요. 그럼 제가 찾아갈 테니까.”
* * *
가만두지 않겠다던 독두꺼비의 선언은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오늘 하루. 너희들 때문에 일 못 하는 죄수들을 대신해서 작업하게 될 거다.”
작업과 교도관의 말에 베르고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지만, 난 속으로 웃었다.
이게 웬 떡이지?
하룬겔의 심득 3이 숨겨져 있는 곳은 작업실이었다. 신입은 들어갈 수 없는 곳. 그래서 사건이 터지면 들리려 했다.
자연스럽게 모든 이목이 사건으로 쏠릴 테고, 혼란 속에서 조용히 심득을 얻으려는 계획이었는데.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베르고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길래, 대충 둘러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죠.”
그럼 심득을 얻으러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