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그림자 군주 (6)
세상은 어두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두려움과 걱정, 나약함.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그런 감정들이 뒤섞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형태를 이루어 어둠에서 떨어져 나오게 됐다.
작은 뱀.
누군가 뱀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내 나약함을 담은 분신이여. 넌 나의 그림자. 네가 강해져서 내 나약함이 사라진다면.
-난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작은 뱀은 몸을 떨었다. 마음속 가득 찬 나약함을 벗어던지기 위해 세상에 나섰다.
처음엔 보잘것없는 식물의 그림자를 집어삼켰다.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맹한 맛.
그래도 몸을 키울 수 있어서 열심히 그림자를 삼켰고, 그다음엔 곤충들의 그림자를 먹어 치웠다.
생태계의 최하위.
상위 포식자에 대한 두려움과 나약함이 참으로 달았다. 점점 성장함과 함께 나약함 사이에서 새로운 감정이 싹텄다.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은 그림자를 집어삼키기 위해 움직였다.
동물.
그다음은 환상종.
더 나아가서는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종족의 그림자를 먹어 치웠다.
여러 가지의 그림자를 집어삼키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약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림자는 대상의 숨겨진 이면을 담고 있었고, 단순 나약함이 아닌 숨겨진 욕망이나 표출하지 못한 감정들도 많았다.
복수심.
피에 대한 갈증.
살해 욕구.
그림자에 담긴 다양한 감정들을 집어삼키며 여러 번의 탈피를 거쳤고, 작은 뱀은 거대한 이무기가 되었다.
또한, 오묘했던 감정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질투.’
온갖 부정적인 것에서 태어난 자신과 달리, 다른 녀석들은 따듯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것에서 태어났다.
그것에 대한 질투.
그건 곧,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은 욕망으로 변했고, 검은 이무기는 바다를 지배하며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나의 분신이여, 나와 함께 세상을 지배하자.
대륙에서 일어난 거대한 전쟁.
검은 이무기는 자신의 분신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웠다.
그러나 세상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적군의 거센 발발.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뛰어난 실력의 영웅들이 앞길을 막아섰고, 검은 이무기는 끝끝내 한 사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내 나약함을 완벽하게 잘라 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나약함이 결국 일을 그르치고 말았구나.
마신은 크게 분노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지만.
돌아온 것은 실패에 대한 책임뿐.
마신은 검은 이무기가 가진 힘을 강제로 빼앗아 다른 이들에게 넘겨주었다.
-내 분노가 삭을 때까지 고통에 몸부림쳐라.
마신은 검은 이무기를 바다 깊은 곳에 버렸다.
모든 힘을 잃고 버려진 검은 이무기의 마음속 한편에선 두려움과 나약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온갖 감정의 파도 속에서.
마신에 대한 분노가 싹텄을 때.
창조신이 나타났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신을 이 세상에서 지울 수 있게 해 줘. 그럼 나도 당신을 도와주지.’
-좋아요.
검은 이무기는 창조신과 거래를 했고, 인간 중에 적합한 인물을 골라 그림자의 힘을 전수했다.
마신교에 대한 분노가 가장 넘치는 자.
-바스커반.
그에게 힘을 건네주고 오랜 시간 분노를 다스리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바스커반이 아닌 자에게 그림자의 힘이 들어가게 되었고,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호오.’
자신을 쓰러트렸던 베르하트 가문의 핏줄인 것도 놀라웠지만, 더욱 그를 놀라게 한 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갈망이었다.
마신을 죽이겠다는 뜨거운 갈망.
‘창조신, 당신과의 계약을 이행할 수 있게 될 것 같군.’
검은 이무기는 새로운 계약자를 검은 바다로 불렀고, 계약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모습을 드러냈다.
천부적인 재능.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갈망.
“한 가지만 물어보마.”
“뭐지?”
“마신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하지.”
계약자의 활짝 올라간 입꼬리.
목소리에서 들리는 확신에 찬 자신감.
검은 이무기는 그 모습에 활짝 웃으며 크게 웃었다.
“좋다! 내 모든 힘을 넘겨주마.”
* * *
콰가가가가강!
쩌저저적!
해왕신이 하늘로 높게 오르며 검은 천둥이 내리치고, 강한 바람과 함께 파도가 높이 치솟았다.
높이 올랐던 해왕신은 나를 보며 빠르게 날아왔다.
슈아아아악!
검은빛이 된 해왕신이 내 오른쪽 가슴으로 흘러 들어가며, 검은 용의 문신을 만들어 냈다.
온몸에 차오른 거대한 힘.
검은 그림자로 이루어진 갑옷이 몸을 감싸고, 검은 망토가 길게 휘날렸다.
[그림자 군주의 봉인을 해제합니다.] [그림자 군주를 획득하셨습니다.] [그림자 군주(초급)]-그림자를 지배하는 군주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그림자를 다룰 수 있다.
-그림자 분신의 수가 다섯으로 늘어납니다.
-분신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군주 모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떤 꿈을 꾸시겠습니까?]생사경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꿈.
“달.”
[달에 대한 꿈을 꿉니다.] [해당 꿈을 꾸게 되면 야광명월(夜光明月)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꿈을 꾸시겠습니까?]하룬겔은 달을 보며 중반부 검술을 만들었다. 달은 검술의 핵심이었고, 꿈을 통해 경지의 끝에 다다르면 벽을 허물 수 있을 거다.
“어.”
[100일이 지나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습니다.]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이것 또한 중간에 깨달음을 얻다 보면 시간이 줄어들 터.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손을 들었다.
그림자로 만들어진 장갑이 손을 감싸고 있었다.
“이게 군주 모드인가?”
뱀파이어의 각성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림자의 힘을 좀 더 폭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다.
머릿속에 들리는 해왕신의 목소리.
‘드래곤을 떠올려라.’
녀석의 말대로 게임 속에서 보았던 드래곤의 형태를 떠올리자 그림자가 형태를 이루어 드래곤을 만들어 냈다.
드래곤의 등에 올라타자.
힘찬 날갯짓과 함께 드래곤이 하늘 높이 날았다. 어차피 이곳에서의 볼일은 끝났다. 그림자 드래곤을 움직여 그림자 군도를 벗어나 대륙으로 향했다.
엄청난 속도
빠르게 가까워지는 대륙을 보며 신기해하는 동안, 내 몸에 잠재되어 있던 해왕신이 말을 걸어왔다.
‘너에게 알려 줄 겸, 부탁할 것이 있다.’
“뭔데?”
‘헨리 바스커반. 그가 잡히기 전에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자신의 딸을 부탁한다며 잘 지켜 달라고 했다.’
“그래서…….”
세리아에게 그림자 힘을 넘겨받았을 때, 해왕신이 바로 나타났던 건가.
“네가 계속 지켜 주면 되잖아.”
‘난 창조신과의 맹약으로 인해 세상에 직접적인 간섭은 불가능할뿐더러, 이젠 너에게 내 모든 것을 넘겼기에 그 아이를 지킬 방법이 사라졌다.’
“세리아라면 알아서 잘할 거야.”
해왕신이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 아이의 재능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네가 아니었다면 그 아이에게 모든 것을 넘겼겠지.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문제?”
‘그 아이를 노리는 자들이 있다.’
이건 앞선 대장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들었어.”
‘누군지도 아나?’
“헨리의 부하를 홀려서 버닝헬로 보낸 놈. 로드웰이란 놈이 세리아를 찾고 있다던데?”
‘내가 들은 건 마신교였다.’
마신교?
걔네가 왜 여기서 나와.
“그게 무슨 소리야.”
‘헨리 바스커반이 내게 그렇게 말했다. 마신교의 함정에 빠졌다고. 녀석들이 딸을 찾아내지 못하게 지켜 달라고.’
마신교와 로드웰.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아무리 뒤져 보고,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도 둘의 연관성은 전무했다.
오베르크 제국과 마신교.
그 둘은 서로 대륙을 지배하길 원했고,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며 영토 전쟁을 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깊은 감정의 골이 있는 사이.
잠깐.
만약 둘이 한편이었고, 중간에 무슨 사건이 생겨서 서로 갈라진 거라면?
“헨리가 더 이야기한 건 없어?”
‘없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네.”
로드웰 혼자 마신교와 연관이 있는 건지, 오베르크 제국까지 마신교와 연관이 있는 건지.
이건 로드웰을 잡아야 해결될 것 같다.
“세리아를 지켜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지금까지 잘만 숨어 왔잖아? 내 도움이 필요한가?”
‘아까도 말했지만 너에게 내 모든 걸 넘겼다. 그러면서 그 아이를 지켜 주었던 가호 또한 사라졌지. 마신교에서 그 아이를 찾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그래?”
마신교에서 세리아를 노린다면.
역으로 세리아를 노리는 놈들을 잡아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
“좋아. 부탁을 들어줄게.”
그림자 군주 상태에선 그림자의 힘을 다루는 이들의 위치가 느껴졌다.
버닝헬 쪽에 하나.
애드리안 왕국 쪽에 하나.
세리아가 있는 쪽으로 그림자 분신을 하나 만들어서 보냈다.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분신이 움직일 거다.
‘고맙군.’
“앞으로 힘을 합쳐야 하는 사인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이야기하는 데 너무 많은 힘을 소모했군.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해왕신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휘이이이잉!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정리하다 보니,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보이는 오벨리아 성.
그림자 군주 모드를 해제하자, 하늘에 떠 있던 드래곤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슈아아악!
서쪽에 있는 저택을 보며 그림자 분신을 만들고, 그림자 이동을 이용해 단숨에 땅으로 이동했다.
“후우.”
새롭게 지어진 저택을 보며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뱀파이어들이 길을 열어 주었다.
“집무실은 어디 있지?”
“3층에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파비안이 있는 집무실로 들어갔다.
활짝 열려 있는 문.
안으로 들어서자 파비안이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파비안이 고개를 들었다.
“부단장님!”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해.”
“아. 심각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
고급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제국 기사단 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세 공작들이 힘을 합쳐 노골적으로 저희를 밀어내고 있습니다.”
파비안이 지도를 가져와 내 앞에 앉았다. 신분패가 있는 동그라미에 각 조직의 말을 올렸다.
“현재 피에르 쪽에서 2개, 헤칸 쪽에서 3개, 언터쳐블이 2개를 확보했습니다.”
“우리는?”
“저흰 첫 번째 신분패만 확보했고, 두 번째 목표였던 신분패는 헤칸 쪽에게 빼앗긴 상태입니다.”
“플랜 C로 넘어갔겠네?”
“예. 신분패 확보를 멈추고, 상대 쪽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파비안이 다시 한번 말을 움직였다.
“현재 저희 조직에서 확보한 신분패를 미끼로 적들이 따라오게 유도한 상황입니다. 지금쯤 이곳에서 대치하고 있을 겁니다.”
오벨리아 성 근처에 있는 숲.
파비안이 동그라미 친 숲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으로 돌아온 자는?”
“아직 없습니다.”
“그래? 그럼 자리 한번 만들어 봐. 우리가 당한 만큼 받아 내야지.”
“무슨 자리 말씀입니까?”
씨익.
“신분패 경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