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제국 기사단 (2)
오벨리아 성.
알현실에서 시종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조금 있으면 진행될 제국 기사단 서임식을 위해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기사단 시험을 담당했던 로크는 깐깐하게 알현실을 둘러보고, 예식의 순서와 준비된 물건들을 확인한 뒤.
로드웰이 있는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똑똑!
“단장님, 준비되었습니다.”
집무실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로드웰은 로크의 말과 함께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
“알겠다. 곧 내려가지.”
“예. 그럼 전 밑에서 기사단원들과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로크가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로드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에 있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사 대 공작 중 한 명인 버커조가 다수의 귀족과 함께 성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덤덤한 표정.
원래라면 항상 웃고 다니는 광대라서 그런가, 저런 모습이 어색하긴 하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신분패를 전부 강탈해 버릴 줄이야.”
파비안이 이끌고 있는 블러드.
거기서 다른 세 명의 공작이 확보한 신분패를 전부 빼앗았다.
총 9개의 신분패.
블러드는 신분패를 독점한 상황에서 식사 자리를 만들어 세 명의 공작에게 경매를 진행했다.
-이파스가 두 개의 신분패를 챙겼습니다.
-계약 내용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무슨 계약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대략 느낌은 왔다.
언터쳐블이 피에르와 헤칸에 달라붙어서 노골적으로 블러드를 밀어낸 상황. 내부 정치에서 밀리고 있는 블러드는 강한 협력 관계가 필요했을 터.
“동맹…….”
그 대가로 이파스는 두 개의 신분패를 챙겼을 거고, 결과적으로 제국 기사단은 블러드에서 7명, 헤칸에서 2명.
총 9명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제국 기사단에겐 백작의 작위와 함께 영토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지원을 하기로 약속한 상황.
기사단에 자신의 사람을 한 명도 넣지 못한 두 명의 공작은 이 자리에 오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릴 것이다.
“재밌군.”
로드웰이 그렸던 그림에 블러드는 많아야 한 명이었다. 그런 그림을 누군가가 새롭게 덧칠해 버렸다.
“레딘…….”
확신은 아니지만, 높은 확률로 레딘일 것 같았다. 미리 확보했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얼굴은 변장할 수 있기도 할뿐더러.
위험인물들은 조력자를 통해 감시하고 있었다.
제국에 몰래 들어와 계획을 비틀어 버릴 만한 인물은 레딘밖에 없었다.
“블러드…….”
파비안이 만든 조직.
그리고 파비안은 레딘이 부단장으로 있던 케르베로스라는 버닝헬의 특수 집단 소속이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심연의 눈으로 확인했을 때.
파비안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정말로 레딘을 증오하고 있었고,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의 죽음과 함께 조직을 배신하고 갈라섰다.
그 누구도 심연의 눈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레딘이 파비안을 이용했겠지.’
레딘은 파비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테니, 정체를 숨기고 조직에 잠입해서 파비안을 알게 모르게 조종했을 것이다.
‘블러드에 있는 누군가.’
아마도 이번 기사단에 들어올 7명 중 한 명이 아닐까 싶었다.
로드웰은 커튼을 치고.
걸음을 옮겨 책상 옆에 있는 책장 앞에 섰다. 두 개의 책장. 양쪽을 잡고 벌리자 비밀 공간이 나타났다.
작은 유리 안에 들어 있는 검집.
레딘이 사용했다는 명검이 들어 있었다.
파지직!
검은 스파크가 튀겼다.
원래는 새하얀 검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주 약간의 손을 본 결과, 검집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검은색 검집.
검집에 그려진 오베르크 문양.
레딘이 다시 와서 이 검을 본다고 해도, 자신이 원래 사용하던 검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터.
“이걸 뽑는 녀석…….”
그 녀석이 레딘일 것이다.
설사, 검을 뽑는 자가 없더라도 문제는 없었다. 제국 기사단 내부에 레딘이 없다는 뜻이니까.
씨익.
로드웰은 유리 안에 있는 검을 꺼냈다. 손에 검을 쥐고 집무실을 천천히 빠져나왔다.
* * *
오베르크 제국 기사단.
이제 막 창설된 기사단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준비된 제복이 있었다.
게임에서 보았던 제국의 제복.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문양과 눈에 튀는 빨간색과 파란색이 포인트로 들어가 있었다.
“이걸로 갈아입으시면 됩니다.”
시녀가 건네준 제복을 챙겨서 탈의실로 향했다.
치수를 딱 잰 것처럼 몸에 딱 맞는 사이즈.
하얀 제복으로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오자, 시녀가 제복의 구겨진 부분이나 액세서리 같은 것을 정리해 주었다.
“다 됐습니다. 대기실에 가서 기다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마워.”
“아닙니다.”
걸음을 옮겨 대기실로 가자, 먼저 제복으로 갈아입은 인원들이 있었다.
블러드 쪽의 인원.
파비안이 데리고 있는 인원 중 가장 포텐이 높은 이들로만 채웠다.
“오셨습니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평소처럼 행동해.”
구석진 자리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뒤이어, 문이 열리면서 헤칸 쪽 인원 두 명이 들어왔다.
경매로 넘긴 두 개의 신분패.
그 대가로 파비안은 이파스의 무조건적인 협력을 얻어 냈다.
기간은 1년.
그동안은 파비안이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협조해서 도와주기로 했다. 피의 계약서까지 작성했으니 중간에 배신할 일은 없다.
이파스가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서 가져갈 만큼, 신분패가 주는 이점이 컸다.
제국 기사단이 될 수 있는 자격.
앞으로 로드웰의 아래 제국 기사단은 핵심 임무를 맡게 될 거고, 그만큼 공을 세우기가 좋았다.
많은 공을 세우는 만큼.
제국의 핵심 인력이 될 수밖에 없었고, 아직은 확립되지 않은 공작의 권력을 끌어올려 줄 수 있었다.
똑똑!
노크 소리에 생각을 정리하고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험의 진행을 맡았던 로크가 나타났다.
“지금부터 기사 서임식이 시작될 겁니다. 전부 나와서 대기해 주시죠.”
로크의 말에 따라 기사들이 움직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분패 숫자에 따라 줄을 섰다.
1번이 없어서 내가 가장 앞에 섰고, 그 뒤로 빈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이 길게 늘어졌다.
“가시죠.”
로크를 따라 서임식이 진행되는 알현실 앞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쩌억!
거대한 문이 열리며 화려하게 꾸며진 알현실이 보였다. 내부에는 사 대 공작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짝짝짝!
박수 소리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넓은 알현실에 준비된 레드카펫을 따라 중앙까지 걸어간 뒤, 황제의 의자가 있는 곳을 보며 가로로 길게 섰다.
내가 중심.
뒤에서 한 명씩 왼쪽,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줄을 완벽하게 서고 나서 진행을 맡은 로크가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악단의 연주 소리와 함께 금색 왕관을 쓴 히무스가 걸어와 정면에 보이는 금색 의자에 앉았다.
“그럼 지금부터 기사 서임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예식은…….”
오베르크 제국의 국가.
초대 황제에 대한 묵념.
기초 예식이 줄줄이 이어진 다음.
본격적인 기사 서임식이 시작됐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고, 기사들은 전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턱!
턱!
턱!
양쪽 가슴과 머리.
황제의 검이 기사에게 닿을 때마다, 기사들이 충성을 외치며 제국의 기사가 되었음을 외쳤다.
“충성.”
그다음 황제가 훈장을 수여했다.
서임을 마친 기사들에게 훈장을 하사하며 가슴에 달아 주었다.
곁눈질로 로드웰을 쳐다보았다.
이런 건 보통 기사단장이 하기 마련인데, 녀석은 구석진 자리에서 차분하게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감시하는 눈빛이라 해야 할까.
“다음은 기사단장의 훈화가 있겠습니다.”
로크의 진행과 함께 로드웰이 앞으로 다가왔다. 확성 아티팩트 앞에 서서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제국의 기사가 된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입니다. 항상 제국을 가슴에 새기고 행동할 것.”
뻔하디뻔한 훈화를 끝으로.
“이 자리에서 제 뒤를 이을 기사단장까지 뽑고자 합니다.”
파격적인 조건 때문일까.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귀족들 쪽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슬쩍 보니 버커조와 제프의 표정이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 검은 초대 황제가 가지고 있던 명검 중 하나입니다. 아무나 뽑을 수 없는 이 검을 뽑는 자가 있다면, 그자에게 이 검과 함께 단장의 자리를 넘기겠습니다.”
그런 검이 있었나?
로드웰이 들고 있는 검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검은색에 제국 문양이 그려진 검집. 흔한 외관이지만 검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조금 특이했다.
하룬겔의 명검에서 느껴지던 그런 특이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저벅!
저벅!
로드웰이 왼쪽부터 검을 내밀었다.
한 명씩 검을 뽑아 보려고 했지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안간힘을 쓰고 뽑아도, 검 자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으으윽!”
“됐다.”
로드웰은 다음 기사에게 검을 넘겼다.
번번이 실패하는 기사들.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는 검을 보며 차례를 기다렸다. 로드웰이 내 앞으로 다가와 들고 있는 검을 넘겼다.
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
심연의 눈에 대비는 해 놓았기에, 담담하게 로드웰을 쳐다보며 검을 잡았다.
착!
검집과 검 자루를 쥐는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오랜 시간 휘둘렀기에 모를 수가 없는 익숙한 그립감.
차분하게 고개를 내려 검을 바라보았다.
하룬겔의 첫 번째 명검.
카이로.
내가 죽었다는 표시를 남기기 위해 드라이어드 마을에서 이자벨에게 넘긴 검. 그 뒤에 버닝헬로 보냈어야 할 카이로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그것도 이런 처음 보는 외관으로.
“뽑아 보거라.”
스산하면서도 끈적하게 느껴지는 로드웰의 목소리에서 불길함이 느껴졌다.
녀석의 속을 읽을 수 없지만.
몸에서 위험하단 경고를 보내왔다.
그와 함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며 지금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의심.
명검 카이로는 내가 아니면 뽑을 수 없는 검이었다. 로드웰은 이곳에 내가 잠입했을 거라 생각하고, 이런 판을 짠 게 분명했다.
차가운 심장이 발동하며 전신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후우.
어차피 기사단장의 자리를 취할 생각은 없었다. 근육에 힘을 주고 검을 뽑는 척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적당한 연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살피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죄송합니다.”
“됐다.”
약간은 의심스러워하는 눈빛.
그 순간.
로드웰의 눈에서 무언가가 초록색의 빛이 번뜩였다. 직감적으로 저게 심연의 눈이라는 느낌이 왔다.
[거짓된 진실의 열매가 발동합니다.]메시지와 함께 속으로 안심을 하며 로드웰의 눈을 계속 쳐다보았다.
녀석은 내가 만들어 낸 거짓 기억.
레딘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진 인물의 기억을 더듬으며, 날 그 인물로 온전히 받아들이게 될 거다.
“……흐음.”
예상했던 결과와는 달랐던 걸까.
로드웰이 작게 침음성을 내뱉으며 입매를 살짝 비틀었다.
의심은 피한 것 같고.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로드웰에게 넘겼다. 아주 살짝 녀석의 손에 새끼 손가락이 닿는 순간.
복사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로드웰에 대한 상태창이 눈 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