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첫 번째 임무 (3)
마물과 몬스터.
게임을 하던 유저들은 별다른 구분 없이 사용해 왔지만, 게임 내에선 명확하게 구분을 해 놓았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종족을 몬스터라 불렀고, 그 하위 분류에 마기의 영향을 받은 마물이 들어 있었다.
게임에서 공개된 마물은 크게 세 종류였다.
첫 번째가 마신을 숭배하고, 마신의 힘인 마기를 주로 다루는 마신교도들.
타락한 사제부터 기사, 교도까지.
마기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히 그 힘을 다루는 이들이 가장 위에 있었다.
두 번째는 마신교의 사제들이 대륙에 존재하는 인간, 아인종, 동물 같은 생명체를 데리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키메라들.
주로 던전의 보스로 나타나는 녀석들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마신이 남겨 놓은 저주에 집어삼켜져, 저주의 숙주가 되고 몸을 빼앗긴 마귀.
일전에 보았던 독두꺼비 테리 같은 경우가 마귀 케이스였다.
그리고.
버닝헬 업데이트와 함께 5년의 공백기를 기록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존재.
“……시니스터.”
마신의 육체로 만들어진 진짜 마물.
인간으로 치면 생사경의 벽을 넘고,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선 위치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다.
이들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신성 제국의 비밀 도서관.
창조신과 마신의 전쟁에 대한 기록들이 담겨 있는 걸 확인해 보면, 패배한 마신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마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육체를 산산조각 내서 대륙 곳곳에 퍼트렸다.
그 과정에서 마신의 피는 저주가 되었고, 떨어져 나간 살점은 마물이 되었다는 기록.
태초의 마물.
그 녀석들이 시니스터라 불리는 엄청난 놈들이었다.
“시니스터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로드웰의 물음에 고개를 숙였다.
“처음 듣는 존재라 놀라서 그랬습니다.”
“놀랄 만도 하지. 그러나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말게. 그냥 명령서에 있는 그대로 하면 되니.”
“예.”
“그럼 출발하게.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로드웰의 축객령에 고개를 다시 한번 숙이고, 제국 기사단 인원들과 함께 대기실로 돌아왔다.
잠시 자리에 앉아 명령서를 확인했다.
앞쪽에는 목표물과 위치가 적혀 있었다면, 뒤쪽에는 어떤 식으로 시니스터를 공략해야 하는지 적혀 있었다.
필요한 물건.
시니스터를 깨우는 법.
자극하고 왕국으로 이동하는 법.
각 시니스터의 특징과 개성에 따라 공략 방법이 다른 걸 보면서, 로드웰이 마신교와 깊게 연관돼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고선.
이런 수준의 자료를 확보하기란 힘들어 보였다.
“……흐음.”
그렇다면 버닝헬 업데이트 때, 오베르크 제국이나 마신교가 서로 힘을 합치는 관계여야 하는데.
또 그렇지도 않았다.
둘은 서로를 증오하는 수준의 관계였고, 서로 견제하기 바빴다. 그 덕에 여섯 왕국이 육 왕국을 만들고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쓰읍.
이런 부분은 어차피 로드웰을 처리하면 자세하게 알게 될 터. 지금은 주어진 일에 집중할 때였다.
“두 명씩 짝지어서 나와.”
“예.”
“하나씩 받아 가.”
짝을 지어 나온 녀석들에게 명령서를 하나씩 건넸다. 마지막 남은 다섯 번째 명령서는 내가 챙겼다.
명령서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들어 기사를 바라보았다.
“이번 임무에 대해서는 우리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된다. 특히, 너희 둘.”
헤칸의 보스.
이파스를 따르는 녀석들.
멈칫하는 두 명의 기사를 보며 신신당부했다.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는 일이다. 그 어떠한 변수도 만들지 마. 알겠어?”
“예.”
“혹여나 정보를 알리게 되고, 임무에 대한 사실이 바깥으로 흘러 나가면 재상님께서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명심해.”
“…….”
“정말 너희 보스에게 충성하고 싶다면, 이번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해 내. 그게 진짜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침을 삼킨 두 명의 기사.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 우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인 만큼, 그 어떤 실패도 용납할 수 없다는 거 명심하고. 목숨을 바칠 각오로 움직여라.”
“예!”
“그럼 출발하자.”
기사들과 함께 성을 나왔다.
각자 자신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왕국이 있는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점점 멀어지는 기사들을 차분하게 쳐다보았다.
임무가 자세하게 적히긴 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라서 임무에 성공할 확률이 높진 않았다.
당장 게임에서도 시니스터의 등장은 여섯 왕국이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부터였고.
로드웰도 단번에 성공시키기보단, 하나씩 하나씩 단계를 밟아 가며 여러 명의 기사를 투합하려고 할 거다.
“혹시 모르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미래는 사라졌고, 제국 기사단은 기존에 구성되었던 인물들이 아니다.
저 기사들이 운 좋게 임무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후우.”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임무에 성공하더라도 살아 돌아올 일은 없다는 거다. 시니스터가 자신을 깨운 인간을 가만둘 리가 없을 테니까.
저 녀석들이 그걸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범죄를 저지른 놈들.
로드웰을 잡기 위해서 범죄 조직에 들어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내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뿐.
녀석들에게 전우애 같은 건 없었다.
“으으으.”
기지개를 켜며 품 안에 넣어 두었던 임무 명령서를 꺼냈다.
[도발 작전 명령서]-애드리안 왕국 남쪽에 있는 마물 ‘시니스터’를 도발하여 애드리안 왕국을 침략하도록 유인하라.
여러 왕국 중에서도 애드리안 왕국을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다.
이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서.
다른 녀석들은 성공 확률이 낮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었다. 시니스터를 도발해서 애드리안 왕국으로 충분히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너무나 많았다.
먼저, 로드웰의 계획을 망칠 수 있었다.
녀석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시니스터를 보여 주고, 대륙에 시니스터의 위험을 알릴 수 있었다.
실력자들이 모이고.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시간.
그로 인해 여섯 왕국은 평화가 끝나고 전쟁이 다가옴을 깨닫게 될 거다.
그리고.
계획을 잘 세우면 레베카가 쟁쟁한 후계자 후보들을 제치고 왕이 될 수 있는 판을 그릴 수 있다.
“그다음에 로드웰을 친다.”
그러려면 시니스터를 도발하기 전에 로드웰을 죽일 수 있는 복사 스킬을 구해야 한다.
슈아아악!
그림자 군주 모드를 사용하여 드래곤을 만들었다. 녀석의 등에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가자.”
* * *
버닝헬 지하 3층.
특수 면담실.
투명한 유리 안에는 검은 제복을 입은 교도관과 죄수복을 입은 마신교의 사제가 있었다.
“이름.”
“마신님과 함께하니 두려울 것이 없다.”
“이름 말하라고, 이름. 네 이름이 마신이야?”
“마신님과 함께하니 두려울 것이 없다.”
“그래, 이름 알아서 뭐 하겠냐. 쯧. 별장에서 소녀를 데리고 뭘 하려고 했던 건지나 말해 봐.”
“마신님과 함께하니…….”
쾅!
교도관이 책상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 너머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소장 루켈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데이론을 향해 물었다.
“계속 저런 상탠가?”
“예. 고문은 통하지도 않고, 자백제도 먹히질 않습니다. 마신을 믿는 놈들이라 그런가. 완전 미친놈입니다.”
“신성 제국 쪽에도 연락을 취했나?”
“이쪽 관련 성기사를 보내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만나진 못했습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일단 지하 5층에 보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치료과장을 통해서 마신교의 사제들에게 먹힐 만한 자백제를 개발해 보려고 합니다.”
“치료과장보단 신성 제국과 레샤 왕국에서 진행하는 게 낫겠지. 오늘 회의에서 건의해 보겠네.”
데이론이 작게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마신교에서 광산을 건드린 이유는 밝혀냈나?”
마신교의 갑작스러운 침입.
녀석들의 폭발에서 살아남은 케르베로스가 현장을 조사했지만, 침입자들은 마석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과시성 행동이 아닐까 싶은데…….”
“과시성?”
“예. 자신들이 돌아왔다고 알리는 선전포고를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이후로 마신교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데이론의 말이 현실적이라는 건 알지만, 오늘따라 뭔가 더 찝찝함이 느껴졌다.
마신교라면 무언가 속내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루켈은 데이론에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마신교의 사제들에겐 교도관을 두 명씩 배치하게. 그리고 모든 걸 감시하고 기록하도록 지시하게.”
“예.”
루켈은 특수 면담실을 나왔다.
교도관들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집무실로 돌아온 뒤, 책상에 앉아 통신 구슬을 활성화시켰다.
우웅!
아직 회의에 접속한 왕은 없었다.
“흐음…….”
잠시 시간이 남았음을 확인하고, 의자에 몸을 기대며 생각을 정리했다.
베른 대륙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
몇 달 사이에 범죄 조직들이 하나로 규합해 오베르크 제국을 재건시켰고, 마신교에서 광산을 테러하고 대륙에 마물들을 풀면서 마신교의 부활을 외쳤다.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세상.
오랜 시간 평화를 지속해 왔기 때문인지, 여섯 왕국에서도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후우…….”
더 정확히는 각 왕국 내부에서 혼란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라비노와 크레인.
서로 휴전협정을 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선 나름의 배려를 잘하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다시 적대적으로 변해 있었다.
여기서 끝이면 좋겠지만.
레샤 왕국을 지탱하는 세 명의 마탑주 중 두 명이 폐관 수련에 들어갔고, 용병들의 나라인 카빈 왕국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뭔가를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애드리안 왕국은 후계자 자리로 박 터지게 싸우고 있으니…….”
그나마 신성 제국만 정상이라 할 수 있었다.
우웅!
신성 제국의 통신 구슬이 켜졌다.
-먼저 도착해 있으셨군요.
교황의 목소리에 루켈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교황님 오셨습니까. 회의까진 시간이 조금 남았을 텐데…….”
-마신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일찍 찾아왔습니다. 이번에 마신교의 사제들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뭔가 정보를 얻은 게 있습니까?
“입이 워낙 무거워서 저희 쪽 인력으론 쉽게 열릴 것 같진 않습니다. 그래서 신성 제국에 신성 기사 파견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혹시 연락이 안 갔습니까?”
-흐음. 따로 들은 건 없지만, 제가 바로 지시를 내려서 성기사 한 명을 당장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후에 마신교에 대해서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왕들이 한 명씩 통신 구슬에 접속하게 되면서 주제가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오베르크 제국을 당장이라도 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요즘 마물들이 늘어나서 기사단이 마물 처리하는 것도 벅차.
-안 그래도 용병단 임무 의뢰가 역대 최고라더군.
왕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고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대화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고, 정신이 멍한 기분이 들었다.
폭풍이 찾아오기 전.
잠시 고요해지는 시간 같달까.
‘후우…… 요즘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
루켈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뺨을 두드렸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회의에 집중하기 위해 고개를 들려는 찰나.
애드리안 왕국의 통신 구슬이 활성화되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낯선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사왕의 목소리가 아닌, 좀 더 얇고 가는 목소리.
-누구지?
크레인 왕의 물음에 애드리안의 통신 구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소월이라고 합니다.
-검후?
-예. 맞습니다.
-본 회의는 당사자만 참가가 가능한데, 어째서 검후가 들어온 거지?
잠시 침묵이 찾아왔고.
굳게 닫혀 있던 검후의 입이 열렸다.
-폐하께서 서거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