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드래고니안 (4)
레디스가 있는 곳은 알아냈지만.
마신교의 사제들이 깨어나서 활보하고 있으니 바로 움직이긴 힘들었다.
본신이 오더라도.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 마신교 사제들을 상대하기도 힘들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서 와야 했다.
그림자 분신을 위쪽 철창 깊숙한 곳에 숨겨 놓고 연결을 끊었다.
슈아악!
무언가 빨려 가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바뀌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간이 텐트.
장시간 몸을 쓰지 않아서 몸이 뻣뻣했다.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근육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음…….”
원래는 레디스만 구출할 생각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마신교의 중요 실험실.
그중 한 곳을 초장부터 처리하고 간다면, 녀석들이 세우는 계획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뿐더러 사제들을 죽이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는 상황.
레디스를 통해 스킬만 얻고 빠지기에는 많이 아쉬웠다.
“일단.”
마신교 지부에 깔린 마법진을 무력화시켜야 했다. 특히, 마기를 제외한 그 어떤 능력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
그게 없어야 본신으로 돌아다니면서 사제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려면 마법진에 해박한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때마침 적합한 인물이 있었다. 제국 실험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헤더.
천재 마법사인 헤더라면 해제할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거다.
마신교 지부에서 날뛰는 데 필요한 것들을 떠올리며 밖으로 나와 그림자 군주를 사용했다.
슈아아악!
드래곤을 만들고 녀석의 등에 탔다.
촤악!
힘찬 날갯짓과 함께 하늘을 나는 드래곤을 타고 헤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그림자 드래곤.
달려서 움직이기엔 조금 먼 편이지만, 하늘을 날면 이동하는 속도가 엄청 났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가 있는 곳에 내려 군주 모드를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지기를 하고 있는 골렘을 지나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안경을 쓰고 이것저것 분석하고 있는 헤더가 보였다.
처음과는 많이 달라진 내부.
간이 텐트 옆에 여러 개의 책상이 만들어졌고, 그 위에 여러 가지 수식이 적힌 양피지가 쌓여 있었다.
“이건 이러니까…… 이렇게 하면 되려나.”
고도의 집중력.
인기척조차 못 느끼는 헤더를 보며 양피지와 펜을 챙겼다. 간이 텐트 옆에 있는 벽에 기대고 앉았다.
그림자 분신와 다시 연결한 뒤.
마신교 본거지에 그려져 있는 마법진을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복잡한 문양이지만, 보고 그리니 어려울 건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전부 그린 다음.
그림자와 연결을 끊자, 내 쪽을 쳐다보며 요리를 하고 있는 헤더가 보였다.
“언제 온 거야?”
“아까.”
“부르지.”
“작업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어서. 연구는 어때? 잘돼 가?”
“재밌어. 내가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됐고, 풀면 풀수록 새로운 게 나와서 푸는 맛이 있달까?”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헤더에게 그림을 넘겼다.
“이것도 한번 봐 줄 수 있어?”
“이건 뭔데?”
들고 있던 국자를 내려놓고, 내가 건넨 그림을 확인하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림을 유심히 쳐다봤다.
헤더 대신 국자를 잡아 저었다.
“오…… 이건 흑마법 같은데?”
“맞아.”
“어둠의 기운을 사용해서 그런가. 일반적인 마법진이랑은 조금 다르긴 한데, 운영 구조는 크게 차이가 안 나서 뭔진 알 것 같아.”
그림에서 눈을 뗀 헤더가 나를 쳐다봤다.
“근데 이건 왜 그린 거야?”
“도움이 필요해. 그 마법진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 좀 알려 줘.”
“해제? 잠깐만.”
새로운 양피지를 가져와 그 위에 마법진을 그리고, 복잡한 문양과 설명을 적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힘든 글들.
열심히 적어 낸 헤더가 양피지를 내게 넘겼지만, 이걸 보고 단번에 이해하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헤더의 재능을 복사하면 되지만.
레디스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복사하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헤더의 재능까지 복사할 필요는 없었다.
“쉽게 할 방법은 없어?”
“쉽게 적은 건데…… 음. 잠깐만.”
헤더가 가방에서 마석을 꺼내 들었다.
그걸 손에 쥐고 써클을 회전시키며 정신을 집중했다. 살짝 찌푸린 미간.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
헤더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마석이 깎여 나가고, 주위에 마법진이 그려지며 독특한 기운을 내뿜었다.
하나, 둘, 셋…….
헤더가 여러 개의 마석 가공을 끝낸 뒤, 그걸 자루에 담아서 내게 건넸다.
그리곤 마석 세 개를 들어 올렸다.
“네가 보여 준 세 개의 마법진을 각각 해제시켜 주는 마석이야. 문양에 맞게 마석을 던지면 발동할 거야.”
“땡큐.”
“넉넉하게 4개씩 만들었는데. 혹시 더 필요해?”
“충분해.”
자루를 챙겨서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헤더가 끓이던 수프에 빵을 먹으면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작업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넉넉하게 잡아서 한 달 정도면 해결할 것 같은데?”
“그렇게 빨리?”
“아까까지 살짝 막히던 게 있었는데. 네가 가져온 마법진을 보면서 조금 번뜩이는 게 있어서. 그걸 적용하니까 막혔던 부분이 조금 해결됐어.”
정말 미친 재능이네.
* * *
헤더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그림자 분신에 다시 연결해서 마신교 지부의 분위기를 살폈다.
내가 한바탕 헤집어 놓은 뒤라 그런지.
지부 내부의 분위기는 날카롭게 서 있었다. 경비를 서는 마신교도의 눈빛이 매서웠고, 당직을 서는 사제의 수도 둘로 늘었다.
스스슥.
사제들을 피해 밑으로 내려가면서 마신교도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었다.
“딱 봐도 관리 잘 안 하다가 문제가 생긴 건데. 왜 우리가 이렇게 뺑이를 쳐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
“마신님의 뜻이라잖아.”
“마신님이 이런 거 하나하나 일일이 사제님들께 이야기하겠냐?”
“너 그러다 끌려가 임마. 말조심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여길 누가 알고 몰래 들어왔겠어. 매일 출입자 관리도 빡세게 하고, 실험체들이 죽어도 직접 소각하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건 그렇지.”
“젠장. 전기 공급실도 다 원상 복구 했고, 하루 동안 별다른 침입자 흔적도 발견 못 했는데…… 잠 좀 제대로 자고 싶다고.”
“그건 나도 동의. 졸려 죽겠다.”
작게 투덜거리는 녀석들을 지나, 투명한 유리 너머로 사제들이 모여 있는 방이 보였다.
역십자가를 손에 쥐고 기도하는 사제.
한 명은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다른 한 명은 눈을 부릅뜬 채 시설 내부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대로 갔다간 저들에게 들킬 터.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들켜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머릿속에 그려 둔 계획이 있기에 차분하게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경비를 서던 인원들이 교대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교대를 마친 인원들이 사제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보고를 하는 동안.
중앙을 위아래로 오고 가며 움직이는 감시 구슬을 향해 그림자로 단검을 만들어 던졌다.
푸슉!
파지지직!
감시 구슬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에서 감시를 하고 있던 사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교대하러 온 마신교도를 제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기를 끌어 올리며 흑마법을 사용하는 틈을 타서 몸을 움직였다.
강한 마기가 요동치는 순간.
이때라면 감각이 뛰어난 사제라도 그림자의 힘을 구분하긴 힘들 터.
실험실이 있는 쪽으로 내려가서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본신을 이동시켰다.
“끈적거리네.”
전신을 파고드는 마기.
주먹을 쥐었다 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이젠 본격적으로 난동을 피울 시간.
아공간 주머니에서 헤더가 만들어 준 마석을 꺼내고, 그림자 분신을 만들어 녀석들에게 마석을 쥐어 주었다.
“시작하자.”
그림자 분신이 빠르게 이동하며 벽 곳곳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에 마석을 박아 넣었다.
우우우웅!
우우웅!
검은빛을 발하며 발동하고 있던 마법진의 빛이 꺼지며 작동을 멈추었다.
아무런 경보도 울리지 않고.
위에서 느껴지는 작은 기척 외엔 다수의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몸 안에 마나가 충만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레디스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기 전에 시간을 끌어 줄 녀석들이 필요했다.
하룬겔의 두 번째 검.
문 라이트를 꺼내며 마나를 담아 정면을 향해 휘둘렀다. 길게 늘어진 오러 블레이드가 반달 모양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앙!
실험실을 전부 박살 냈고, 그림자 분신들이 안으로 들어가 실험 중이던 아인종들을 풀어 냈다.
“크아아아아!”
“끄으으윽!”
얼굴에 분노가 일렁이는 아인종들이 실험실을 나와 위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림자 분신을 이용해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철창을 전부 열어 주었고, 아인종들이 세력을 키웠다.
“이쯤이면 되겠지.”
그림자들을 역소환시키고, 저번에 사제가 열었던 비밀 통로를 열었다.
한번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숨겨져 있는 버튼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버튼에 그림자 힘을 집어넣자, 닫혀 있던 비밀 문이 열렸다.
서서히 드러나는 통로.
계단을 따라 빠르게 밑으로 내려갔다. 길은 하나였고, 그 길을 따라 쭉 달려가자 거대한 실험실이 나타났다.
중앙에 있는 투명한 유리.
투명한 액체가 담겨 있는 거대한 유리 안에 붉은 머리를 찰랑거리는 여인이 들어 있었다.
양팔과 다리에 차고 있는 수갑.
몸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죄수복.
이마에 보이는 붉은 비늘은 드래곤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했다.
“레디스 카이로프.”
기억 속에 있는 일러스트와 똑같은 얼굴을 보며 유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주먹을 쥐고 유리창을 향해 내질렀다.
훅웅의 힘을 담은 강한 일격.
콰아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유리를 가격했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휘둘렀다.
콰아아앙!
유리에 금 하나 가지 않았다.
“대체 뭐로 만든 거야.”
고개를 저으며 검을 들어 가슴 사이에 찔러 넣었다. 따끔한 고통이 느껴지며 피가 주륵 흘렀지만.
이내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랐다.
[타오르는 영혼(EX)이 발동합니다.]충만하게 차오르는 힘과 함께 대마법사의 욕망을 발동시켰다.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붓기 위한 준비.
먼저, 형태 변환을 사용했다.
푸른 불사조가 나타나 레디스가 있는 유리를 향해 날아갔고, 그 위로 전력을 담은 하룬겔의 검술을 사용했다.
중반부 1초식.
반월참(半月斬).
푸른 불꽃을 가진 불사조와 함께 거대한 힘이 담긴 오러 블레이드가 쇄도했다.
콰아아아앙!
쿠구구궁!
거대한 힘에 지하실이 들썩이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게 쓸려 나갔다.
유리창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힘을 견디지 못하며 균열이 커졌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며 안에 있던 액체들이 터졌고, 쇠사슬에 제압당하고 있던 레디스의 몸이 떨어졌다.
앞으로 달려가 레디스의 몸을 잡았다.
축 늘어진 채 정신을 잃은 레디스를 내려다보다가, 낯선 기척이 느껴지기에 고개를 돌려 복도 쪽을 바라봤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백발노인.
마신교의 사제복을 입고 있는 자가 나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쥐새끼를 잡았구먼.”
노인의 사제복에 달려 있는 모자 문양의 배지. 저건 사제 중에서도 손꼽히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증표였다.
“수석사제?”
“호오. 그런 정보도 알고 있나? 그럼 더더욱 놓아 줄 수 없겠군.”
마기를 잔뜩 끌어 올리는 수석사제.
궁지에 몰린 쥐 취급을 하는 사제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바닥에 레디스를 내려놓으며.
[복사 스킬을 사용하시겠습니까?]어.
[적룡지체를 복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