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드래고니안 (5)
[적룡지체(EX)]-하프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
-써클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드래곤만이 사용하는 용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마나 컨트롤이 대폭 상승합니다.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스킬의 능력은 한눈에 봐도 대단했다.
그만큼 몸으로 느껴지는 체감도 컸다.
대마법사의 욕망으로 인해 마나홀에 차오르는 마나가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스킬을 얻기 전에는 시냇물이었다면.
지금은 강물이 흐르는 느낌이랄까.
거기다 페어리 퀸 하트의 효과로 인해 마나 소모량이 줄어든 상황이라, 같은 양의 마나임에도 더욱 풍성하게 느껴졌다.
고오오오!
마법도 사용할 수 있고, 용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몸이 되었지만. 그에 대한 지식은 같이 넘어오지 않았다.
레디스를 통해 배워야 하는 모양.
당장 마법을 못 쓰는 건 조금 아쉽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마신교의 수석사제를 처리하는 덴 검으로도 충분하니까.
“마신이시여, 제게 힘을 주소서.”
수석사제의 몸에서 마기가 흘러나왔다. 발바닥 사이에서 그려지는 검은 마법진. 크기가 커지더니, 그곳에서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륵.”
“끼에.”
“리라스라무.”
오크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수인까지.
마기에 타락하여 마물이 된 아인종들이 진득한 살기를 내뿜었다.
“마신의 축복이 함께하니,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도다.”
마물들의 눈이 번뜩이더니, 붉은 눈이 검게 물들어 가며 기세가 돌변했다. 이전보다 몇 배는 강한 살기를 내뿜었다.
강화된 다섯 마리의 마물.
문라이트를 손에 쥐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검을 둘러싸며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영롱한 푸른빛.
좀 더 단단하고, 날카로워졌으며, 위력이 올라간 오러 블레이드.
유지력 또한 크게 상승했다.
원래라면 이 정도 수준의 오러 블레이드를 만드는 것조차 불가능했는데, 적룡지체를 얻고 난 뒤에는 너무 쉬워졌다.
차원이 다른 마나 효율.
“죽여라!”
수석사제의 명령과 함께 달려드는 마물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흑마법을 사용하는 수석사제.
정화의 힘을 씌우고 녀석의 흑마법을 반으로 베어 냈다. 마기가 찢겨 나가며 흩날렸다.
“크와아악!”
오크가 도약해서 거대한 몽둥이로 내리찍으려 들었다. 이번에도 부드럽게 검을 휘둘렀다.
오러 블레이드가 반달 모양으로 휘며 날아갔다.
촤아아악!
수석사제의 마법에 의해 엄청나게 강해졌던 오크가 반으로 갈라졌다. 뒤이어 달려오는 마물들도 똑같이 정리했다.
너무나 손쉽게 사용되는 반월참.
반월 형태의 오러 블레이드를 발출하며 주변을 휩쓸었다. 갈갈이 찢겨 나가는 마물을 보며 수석사제가 미간을 찌푸렸다.
“네 녀석, 정체가 뭐지?”
“알면 달라지는 게 있나?”
“뭐, 잡아서 물어보면 되겠지.”
“그건 내가 할 말이긴 한데. 할 수 있겠어?”
“나는 마신교의 수석사제다.”
그냥 그 자리에 오르진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이, 수석사제가 폭발적인 마기를 끌어 올리며 무언가를 준비했다.
녀석의 주변을 감싸는 검은 막.
저주로 인해 알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지만, 또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모든 과정이 수석사제의 의지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
반투명한 검은 막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수석사제.
녀석의 입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기도문.
“저주를 완전히 지배하는 건가?”
이대로 저주의 힘을 사용하게 할 생각은 없다. 그림자 군주 모드를 사용해 분신들을 만들어 냈다.
“가라.”
내 지시와 함께 그림자가 반투명한 막에 달라붙었다.
[그림자가 탐욕을 부립니다.]마기를 탐내는 그림자에게 마음껏 먹어 치우도록 지시를 내렸다. 분신들이 입을 벌리며 수석사제의 마기를 집어삼켰다.
콰득!
콰드득!
수석사제가 눈을 부릅떴다.
자신이 외우고 있던 기도문도 멈춘 채, 그림자를 보더니 입을 쩍 벌리며 다물지를 못했다.
“이…… 이건! 해왕신의 힘? 바스커반 가문의 자식인가? 어떻게 네놈이 이 힘을 사용하는 것이냐!”
“해왕신의 선택을 받았으니까.”
“뭐?”
당황했던 것도 잠시.
어느새 정신을 차린 수석사제.
어물쩍 대화로 시간을 끌어 보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어차피 내겐 죽은 자의 가면이 있으니 대화로 정보를 떠보지 않아도 됐다.
시간을 끌면 나만 귀찮아질 뿐.
그림자들이 수석사제의 검은 막을 박살 내는 걸 보면서 정화의 힘을 담은 불사조를 만들어 냈다.
형태 변환 불사조.
푸른 불꽃으로 만들어진 불사조가 내 의지와 함께 수석사제를 향해 쇄도했다.
화르르륵!
동굴을 가득 채우는 불꽃.
“부…… 불사조까지? 끄아아아악!”
수석사제의 몸이 불길에 타올랐다.
푸른 불꽃이 마기를 정화시키고, 수석사제의 힘을 약화시켰다.
또한 그 틈에서 그림자가 움직였다.
수석사제가 가지고 있는 저주의 힘을 흡수하며, 그림자의 힘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끄어어억!”
힘을 완전히 잃어버린 수석사제가 무릎을 꿇으며 입을 벌렸다.
마무리을 위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수석사제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며, 죽은자의 가면이 수석사제의 영혼을 집어삼켰다.
[저주받은 영혼을 수확합니다.]곧이어, 죽은 자의 가면이 수석사제의 기억을 보여 주었다.
장소는 이곳 실험실.
수석사제만의 공간으로 보이는 곳에서 수석사제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앞에 놓여 있는 통신 구슬.
빛이 번쩍이며 목소리가 들렸다.
-밀리언 수석사제.
-오셨습니까.
-실험은 어디까지 완료됐지?
노이즈가 심하게 섞여 있어서 목소리를 구분하긴 힘들었다.
-2단계까지는 마쳤습니다. 곧 3단계를 마치고 대량화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가 머지않았다.
-마신교의 부활을 위한 첫걸음에 방해되지 않도록 확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실수가 없어야 한다.
-예.
대화는 짤막하게 끝났지만.
죽은자의 가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밀리언 사제의 눈이 흐리멍덩해지더니, 내 쪽을 보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영혼과의 대화.
궁금한 게 많지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로드웰에 대해서 알고 있나?”
-모릅니다.
모른다고?
“이곳에서 드래곤의 피를 수혈받은 인간이 있지 않아?”
-있습니다. 실험 번호 000023. 인간. 유일하게 드래곤의 피를 수혈받고도 부작용이 없던 자.
“그자의 행방은?”
-이곳 실험실에서의 수혈 이후, 마신교의 본단으로 넘어갔습니다.
본단으로 넘어가서 로드웰이라는 이름을 받고 활동하게 된 건가.
“그럼 지금 본단에서 세우고 있는 계획은 무엇이지?”
-마신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버닝헬 지하에 있는 마계와의 통로를 말하는 건가?”
-저는 모르는 계획입니다.
마신교를 이끄는 건 수석사제들이었다.
마신교의 지부 중 하프 드래곤을 이용한 실험까지 진행하는, 이곳의 담당자인 밀리언 수석사제도 모르는 계획.
무언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네 위에 또 누군가 있어?”
-예. 있습니다.
“누구지?”
-12사도…….
죽은 자의 가면 능력이 끝남과 함께, 영혼이 내뱉었던 소리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마신교에 나왔던 NPC들은 전부 수석사제들이었고, 그나마 수석사제들을 대표하는 이가 가장 이름이 많이 나왔다.
근데 그자의 이름이 아닌.
12사도의 존재를 알려 주었다.
게임에서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12사도…….”
로드웰을 조종하고 있는 녀석들도 12사도란 존재일 가능성이 컸다.
그 사실은 로드웰을 죽이면 알게 될 터.
지금 이곳에서 오랜 시간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다. 생각 정리를 마치고 고개를 돌려 레디스를 바라보았다.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흐릿한 눈동자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레디스에게 천천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그 순간.
레디스의 눈빛이 돌변했다.
탁!
내 손을 쳐 내더니 살벌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하프 드래곤의 선천적 재능 때문일까.
오랜 시간 실험실에 갇혀 있었음에도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능숙했다.
“너. 누구.”
“레딘. 너를 구하러 왔어.”
“인간. 싫어.”
그녀가 어린 시절 납치했던 이들은 마신교였고, 그들 또한 인간이었으니까. 나를 보고 경계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힘을 전부 거두었다.
그림자 군주를 없애고, 불사조의 힘도 없앴다. 대마법사의 욕망도 손가락에서 뽑고, 검도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맨손, 맨몸.
양팔을 벌리고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히며 레디스가 차분해지도록 유도했다.
“너를 구해 주러 왔어.”
“나. 구해? 왜?”
“네가 이곳에 갇혀 있단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었거든.”
용사가 레디스를 구해 주고 나눴던 대화.
머릿속에 있는 상황을 떠올리며 다음 대화 주제와 대사를 내뱉으려는 순간.
고오오오오!
입구 쪽에서 진득한 마기가 한차례 흘러나왔다. 저 멀리서 들리는 사제들의 목소리까지.
위쪽에서 난동 치는 아인종들을 벌써 제압한 모양이었다.
“크으으으!”
마기에 반응한 레디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이 붉게 타올랐다.
분노와 함께 각성을 해 버린 레디스.
얼굴과 팔다리에 붉은 비늘이 뒤덮였고, 주변에 있는 마나가 요동치며 레디스에게 빨려 들어갔다.
“죽여. 죽여. 죽여.”
마기에 반응해 버린 레디스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이 분노가 전부 소모되고 안정되기를 기다릴 뿐.
“수…… 수석사제님이 죽고, 하프 드래곤이 풀려났다! 모두 조심해!”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는 사제들을 향해 레디스가 달려들었다.
그녀의 손에서 요동치는 마나.
레디스가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할퀴자, 거대한 드래곤의 발톱이 형상화되며 사제들을 휩쓸었다.
촤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커헉!”
슬쩍 뒤로 빠지며 기척을 감췄다.
레디스는 부모님의 죽음과 함께 실험실에 갇혀 끔찍한 실험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 분노가 가볍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끄아아악!”
그래, 분이 풀릴 때까지.
실컷 날뛰고 복수해.
기다려 줄 테니까.
* * *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
찬란한 빛이 지하에 있던 마신교의 실험실을 비췄다. 완전히 폐허가 되어 버린 실험실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이 부서지며 흙이 밑으로 떨어져서 지하실을 가득 메웠다.
그 위로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
사제들부터 마신교도, 마물로 변해 버린 아인종들까지.
“허억…… 허억…….”
시체로 산을 쌓은 곳에 레디스가 걸터앉아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호흡이 천천히 가라앉는 걸 보며 걸음을 옮겼다.
“어때. 속이 좀 시원해?”
“아니.”
레디스가 뚝 끊어 대답했다.
“부족해.”
갈망이 느껴지는 레디스의 눈빛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도와줄게.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복수할 수 있게.”
“왜?”
레디스를 도와주는 이유는 하나.
“나랑 너랑 적이 같거든.”
마신교를 세상에서 지워 버리는 데 있어서 레디스는 많은 도움이 됐다.
“적. 같아?”
“어.”
“알았어.”
레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이 떨어졌으니 움직일 시간.
“그럼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