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시니스터 (2)
시니스터.
게임에서 녀석들이 보여 주었던 퍼포먼스는 강했다. 모든 유저가 짜증을 한 번씩은 냈던, 보스 레이드로 가기 위한 필수 관문 중 하나였다.
각자 독특한 능력이 있는 시니스터.
그런 녀석들이 6마리나 존재했고, 전부 한 번씩 잡아야 했다.
잡기는 귀찮은데 보상은 극도로 짰던.
“추억이네.”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시니스터 또한 기억 속에 있는 마물 중 하나였다.
지옥 불이라 불리는 시니스터.
주변 지형이 시니스터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진 만큼, 지옥 불이란 시니스터 또한 불에 관련이 깊었다.
마그마와 독.
특정한 영역을 자신이 원하는 지형으로 만들어 두 가지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지옥 불을 잡기 위해선 얼음법사와 사제가 필수였다. 아니면 보르도를 통해 냉기 포션과 해독 포션을 구비해 두어야 했다.
그 뒤엔 지랄 맞은 패턴만 잘 피하면 잡는 건 쉬웠다.
꿈틀꿈틀.
“끄어어.”
마신의 육체 조작을 집어삼킨 시니스터가 몸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
시니스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
녀석들은 마신의 육체를 집어삼키며 힘을 키우다가, 1차 전쟁에서 승리한 창조신의 수하들에게서 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힘을 봉인했다.
그들이 가진 능력에 따라.
시니스터는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지형을 만들었고, 마신교도들조차 발견할 수 없도록 몸을 숨겼다.
2차 전쟁 이후.
마신교의 일부 사제들이 시니스터의 존재를 알아내게 되면서, 본격적인 연구와 자료가 쌓이기 시작했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봉인되었던 마기.
온전했던 마신이 자신의 힘을 숨겨 놓은 육체를 집어삼킨, 마물이 가지고 있는 마기의 농도는 짙었다.
고오오!
혈통 능력에 있는 마기 저항이 아니었다면, 마기를 느끼자마자 미쳐서 죽어 버렸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 녀석뿐만이 아니다.
다른 시니스터급 마물 또한 가지고 있는 마기가 강하기 때문에 봉인을 푸는 순간, 그 자리에 있는 자들은 전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명령서에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지?”
혹시나 해서 다시 보았지만.
역시나 봉인을 해제하는 것까지만 적혀 있었다.
씨익.
이러면 봉인을 해방하고 죽은 걸로 위장할 수 있으니, 레베카의 곁에서 몰래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끄어억!”
지옥 불이라 불리는 마물이 자리에 일어서서 내 쪽을 쳐다보았다. 가슴에 달린 입에서 혀가 날름거리더니 독가스를 내뿜었다.
동시에 사방에 있던 마그마가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내 쪽을 향해 쏟아졌다.
녀석을 보고 웃어 주며 그림자 이동을 사용했다.
분화구 위에 놓고 왔던 분신.
슈아아아악!
그림자가 내 몸을 집어삼키며 이동했다. 바닥에 느껴지는 암석의 감촉과 함께 주변에 넘실거리는 마그마가 보였다.
빠르게 그림자 군주 모드를 사용해서 드래곤을 만들었다.
촤악!
날개를 펼친 드래곤의 등에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암석 밑에 있던 마그마들이 요동치더니 기둥처럼 솟아올라 내 쪽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마나를 끌어 올리며 배리어 마법을 사용했다.
급한 공격을 막아 내고 검을 뽑아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날려 보냈다.
“이젠 잠에서 깬 것 같으니…….”
애드리안 왕국에 경고를 보낼 차례다.
녀석의 존재를 알아채고 대비할 수 있게.
“후우.”
그림자 드래곤의 등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요정의 날개를 사용했다. 허공에 떠오른 상태로 그림자 드래곤을 역소환시켰다.
몸으로 돌아온 그림자 힘을 전부 끌어모았다.
군주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광역기를 사용하기 위해 해왕신을 소환했다.
오른쪽 가슴에 있던 문양이 사라지며.
쿠구궁!
하늘에 먹구름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검은 천둥이 내리쳤다. 번쩍이는 천둥 사이로 해왕신의 그림자가 보였다.
이내.
구름이 갈라지며 해왕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과 눈을 마주치며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을 주문했다.
위력은 약하지만 화려하게.
-좋다.
접수를 마친 해왕신이 하늘을 유유히 움직이더니, 화산 분화구를 향해 검은 천둥을 사정없이 내리꽂았다.
번쩍!
콰가가강!
연속으로 내리치는 천둥과 함께,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산산조각 난 화산.
마그마가 사방으로 튀면서 주변에 있던 모든 것을 불태우고, 빠르게 식어 가며 검은 암석을 만들었다.
그 사이에서 시니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끄아아아아!”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는 외침.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분노를 내뿜던 시니스터가 갑자기 자세를 낮추며 경건한 자세를 취했다.
한쪽 무릎을 꿇으며 해왕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건 또 무슨……”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 물음표에 대한 해답은 해왕신이 해결해 주었다.
-내가 창조신 쪽으로 넘어간 걸 모르는 것 같은데.
1차 전쟁 이후에 만들어진 시니스터.
2차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자아가 있는 녀석이었어?”
-인간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아는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그래? 그럼 뭐 하나만 물어봐 줘.”
-뭐지?
“봉인되어 있을 때의 기억이 있냐고.”
잠시 후.
-있다는군.
“그래? 그럼 그 이야기 좀 자세하게 하라 하고, 이야기가 끝나면 애드리안 왕국으로 쳐들어가라고 해 줘.”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은데?
* * *
애드리안 왕국.
대회의실.
레베카는 문을 열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아서 텅 빈 회의실. 중앙에 있는 원형 탁자로 걸어가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았다.
깍지를 끼고 턱을 괴며 눈을 감았다.
“후우…….”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계자 검증.
검후 진소월의 감독 아래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진행되었던 시험.
후계자들은 각자의 소신과 왕국의 방향성에 대한 토의를 진행했고, 그 토의 내용을 통해 귀족들의 마음을 끌어내야 했다.
‘다 한통속이야.’
레베카의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회의가 진행되면 될수록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귀족들은 기존의 지지자를 계속 응원했다.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귀족들은 처음 점찍은 후계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도 않고, 그냥 지지해서 후계자를 만들려고 했다.
“하아…….”
이가 갈렸다.
같은 아버지의 자식이지만,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 어린 시절부터 교류가 많은 것은 아니라 남에 가까운 자들.
그들이 내뱉는 실언이나, 비틀린 방향성, 준비되어 있는 답변들.
검후가 제시한 기습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조차 못 하는 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계속 지지할 수 있나 싶지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그냥 바뀌는 이들이 있으면 그자들만 눈에 담아 두고 나머진 신경 쓰지 마.
레딘이 남겨 놓은 편지 중 일부.
참으로 신기했다.
회의에 직접 참가한 것도 아니고, 애드리안 왕국 출신도 아닌 이가 내부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다.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두 번째 검증 시험에 대비해.
-기사들의 나라인 만큼 실력이 가장 최우선 요소가 될 거야. 형제들과의 실력 대결은 필수일 테니까. 그때, 네 매력을 어필하는 거야.
레딘이 얘기한 두 번째 검증.
편지에는 대결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직 발표도 안 했는데…….’
어제 토론을 마무리 지었고, 오늘 이 자리에 다시 모여서 두 번째 시험을 발표하기로 한 상황.
아직 그 누구도 시험에 대한 걸 몰랐다.
‘스승님께서 몰래 알려 주신 건가?’
그럴 리가 없단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스승님은 그 누구보다 규칙적이고, 그 누구보다 애드리안 왕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식의 편법을 사용할 리가 없었다.
끼이익!
대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른 후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와 있었네? 그래. 막내면 미리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흥.”
“알아서 포기하지. 생각보다 끈질기네.”
다른 형제들의 무시는 이제 익숙했다.
저들에게 형제의 감정을 느낀 적도 없고, 바란 적도 없으며, 앞으로 바랄 일도 없을 것이다.
“공작님은 아직도 막내 공주님을 지시하는 건가?”
“그런 것치곤 일주일간 조용하셨잖아.”
“하긴. 그냥 기회 정도만 공평하게 주신 느낌이지?”
“막내 공주님이 왕이 될 확률은 제로야, 제로.”
형제들의 무시를 넘어선 귀족들의 무시.
레베카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깍지 낀 주먹을 밑으로 내렸다.
꽈드득.
책상 밑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귀족들과 형제들을 향한 복수심을 드러냈다.
‘어머니의 복수…….’
이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서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에게 복수하고 말 거야.
“전부 모이셨군요.”
또각.
또각.
대회의실로 검후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에 검을 차고 나타난 검후가 탁자가 있는 곳으로 걸어와 멈춰 섰다.
모든 이가 검후를 주목했다.
“일주일간 진행되었던 토론을 통해 후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소신과 왕국의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
“첫 번째 검증이었던 토론을 통해 후계자들의 머리를 엿볼 수 있었다면, 두 번째 시험은 애드리안 왕국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검술 실력을 보려고 합니다.”
검후가 무게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기사들의 나라, 애드리안 왕국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검이란 자긍심이자 명예이며, 삶의 전부와 같습니다.”
“…….”
“왕이 되려는 자에게 검술 실력, 아니면 그만한 재능이 보여야 하는 게 필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검후가 후계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30분 뒤, 왕실 연무장에서 두 번째 검증을 시작하겠습니다. 후계자분들은 대련 복장과 연습용 검을 챙겨 와 주시면 되겠습니다.”
검후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웅성웅성.
뒤에서는 귀족들이 웅성였고, 원형 탁자 앞에선 후계자들이 웅성거렸다.
“대련을 한다고?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왜 쫄려? 평소에 훈련을 제대로 안 했나 봐?”
“미안한데, 내가 1년 놀아도 넌 이겨.”
서로를 견제하는 듯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레베카를 향해 있었다.
검후의 제자.
웬만한 재능으론 제자로 받지 않는다는 검후가 직접 데려가 제자로 삼은 레베카.
그걸 알고 있는 이들은 전부 레베카를 쳐다보았다.
실력에 대한 거라면 레베카를 이기는 건 사실상 힘들다는 걸 알지만, 그 누구도 두 번째 검증에 대해서 검후에게 항의하지 못했다.
애드리안 왕국.
태어나자마자 검을 쥐고 노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자라서 기사를 꿈꾸며 검을 휘두르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기사가 되는 곳.
실력이 우선시되는 건 필수였다.
“절 쳐다볼 시간에 가서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레베카의 말에 후계자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을 보며 레베카가 미소를 지었다.
드르륵!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와서 숙소로 향했다. 대련복으로 갈아입고 연습용 검을 챙겼다.
연무장에 도착해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네가 최고니까. 그냥 다 박살 내 버려.
레딘의 편지를 떠올리자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군가의 응원이 이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 다 부숴 버릴게.”
레베카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