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시니스터 (3)
진소월은 왕실 연무장으로 걸어가며 네 명의 후계자를 바라보았다.
왕자 둘과 공주 둘.
막내인 레베카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나이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고, 둘째 왕자는 가정을 이뤄 아이도 낳았다.
그만큼 검을 든 시간이 오래되었다.
스승 또한 왕실 기사단의 기사단장일 정도로 수준 높은 사람 밑에서 검을 배웠기 때문에 평균적인 실력은 같은 나이대의 기사들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애드리안 왕국의 비극이었던 왕세자의 죽음 이후.
기사왕은 왕세자에게만 전수되는 왕국의 고유 검술을 자신의 자식들에게 전부 전수해 주었다.
애드리안 왕국 검술.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엄청난 검술이자, 검을 든 이들이라면 누구나 익히고 싶어 하는 환상의 검술.
‘레베카를 제외하면 전부 같은 검술을 익혔다는 거지.’
레베카에게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기사왕은 자식들에게 똑같은 왕국 검술을 전수해 주었다.
다만, 레베카는 어린 시절부터 월녀문의 검술을 익히기도 했고, 본인 스스로가 왕국 검법을 익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신과는 맞지 않는 옷.
표면상의 이유론 그렇게 말했지만.
진소월은 레베카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
어린 시절을 아버지 없이 자라 와야 했고,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선 어머니를 홀대한 기사왕을 미워했다.
마음의 응어리가 진 레베카.
진소월은 그 모든 것을 옆에서 봐 왔기에 왕국 검술을 익히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월녀문의 검술이 왕국 검술에 밀리는 것도 아니었고, 왕국 검술을 익히지 않는다고 해서 높은 경지에 못 올라가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왕이 될 후계자를 뽑는 자리였다. 애드리안 왕국의 기사왕이 될 자는 왕국 검술을 꼭 알고 있어야만 했다.
“대련에 대한 규칙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대련에서 사용되는 검술은 왕국 검술입니다. 이외의 검술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진소월의 말에 구경꾼처럼 모여 있던 귀족들이 술렁였다.
단순한 대련인 줄 알았는데.
왕국 검술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이상, 레베카에게는 너무나도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진소월은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는 레베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후계자를 뽑는 자리이니, 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혹시 불만이라도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바로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대련은 둘째 왕자님과 셋째 왕자님으로 하겠습니다.”
진소월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명의 왕자가 목검을 들고 연무장에 올라섰다.
나머지 인원들은 연무장 주변으로 물러나 둘의 대련을 지켜보았다.
연무장 중앙에 서 있던 진소월은 서로를 향해 웃고 있는 두 왕자를 보며 한 발짝 다가갔다.
“평소에 하던 기본 규칙으로 대련을 진행하겠습니다.”
손에서 검이 떨어지거나.
상대방이 항복을 외치거나.
심판의 재량하에 대련을 끝내는 규칙.
다들 오랜 시간 이 규칙을 가지고 대련을 했기에 추가적인 설명을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악수.”
두 왕자가 악수를 나누고 뒤로 움직였다. 서로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졌을 즈음. 다시 몸을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고.
진소월은 연무장 외곽 쪽으로 움직이며 손을 들어 올렸다.
“대련 시작!”
두 왕자가 손에 쥔 목검을 들어 올리며 왕국 검술의 기본 자세를 취했다.
서로를 살피기 위한 시간.
검술을 처음 익혔을 때를 제외하곤, 서로 대련을 해본 적이 없을 터.
두 왕자는 차분하게 서로를 살폈다.
그러다 왼쪽에 있던 둘째 왕자가 먼저 발을 움직였다.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움직임과 함께 목검이 쇄도했다.
타닥!
탁!
셋째 왕자가 둘째 왕자의 목검을 쳐 냈다. 둘은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다. 가볍게 목검을 맞대며 실력을 파악하는 시간.
진소월은 둘이 검을 주고받는 걸 보며 머릿속에 정보를 담았다.
움직임, 호흡, 검술.
이외에도 응용력과 상대의 빈틈을 만들어 내는 센스 같은 것까지.
대련이 지속되면서 서로의 검이 날카로워졌고, 정보들이 쌓이면서 누가 대련에서 이길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타닥!
탁!
셋째 왕자의 검이 빠르게 움직이며 둘째 왕자를 노렸다. 둘째 왕자는 밀리는 척 뒤로 물러서다가 셋째 왕자가 방심한 틈을 노렸다.
빠르고 깔끔한 일격.
셋째 왕자의 자세가 무너지며 손에서 검이 떨어졌고, 둘째 왕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셋째 왕자의 목에 검을 갖다 댔다.
“동생아, 좀 더 수련을 해야겠구나.”
“크윽.”
“첫 번째 대련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첫째 공주님과 둘째 공주님은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왕자가 내민 손을 쳐 내며 셋째 왕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채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둘째 왕자는 그 모습을 보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지지하는 귀족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역시 왕자님이십니다.”
“최고십니다.”
“하하. 이 정도는 껌이지.”
진소월은 왕자들에게서 시선을 끄고, 연무장으로 다가오는 두 명의 공주를 바라보았다.
“이 대결은 결과가 뻔한 것 같은데, 그냥 항복하는 게 어떠니?”
“제가 생각해도 뻔하긴 할 것 같네요.”
“그래. 왕국 검술을 익히지도 않은 네가 나를 왕국 검술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첫째 공주가 진소월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부전승인 걸로?”
“꼴사나운 모습 보이기 싫으면 항복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언니.”
레베카의 말에 첫째 공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네 언니야. 그리고 꼴사나운 모습? 하아. 너 미쳤니?”
“제정신이 아니긴 해요.”
“들어 보니 버닝헬에서 지냈다던데. 완전 또라이 다 됐네?”
“입이 기네요, 언니. 그냥 덤벼요.”
“까드득.”
둘의 기 싸움을 보던 진소월이 중재를 했다.
“악수.”
주변을 의식한 첫째 공주가 이를 갈며 레베카와 악수를 한 뒤, 이전에 대결했던 왕자들처럼 거리를 벌렸다.
레베카와 첫째 공주.
진소월은 거리를 벌린 둘을 보며 대련의 시작을 알렸다.
“대련 시작!”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베카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고, 레베카의 눈빛이 번뜩였다.
파앗.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왕실 검술을 익히기 위해서 사전에 익히는 기초 검술.
단조로운 공격을 보며 첫째 공주가 검을 들어 올렸다.
탁!
첫 번째 공격을 막은 첫째 공주가 레베카를 역으로 몰아치기 위해 왕실 검술을 꺼내 들었다.
무직하면서도 빠른.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빠른 발놀림 안에서 쏟아지는 매서운 공격이 레베카를 향해 쏟아졌다.
씨익.
레베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치, 첫째 공주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왕실 검술에 담겨 있는 발놀림을 이용해 첫째 공주의 공격을 전부 피해 냈다.
그와 함께 휘두른 일격.
탁!
강한 일격이 첫째 공주의 손목을 쳐 냈고, 손에 들려 있던 목검이 하늘을 날면서 대련이 끝났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
진소월은 레베카를 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허…….”
방금 보여 주었던 발놀림은 기사왕이 자주 애용하던 기술이었다.
그걸 저렇게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건.
미리 연습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언제 익힌 거지?’
진소월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첫째 공주를 지지하는 귀족 측에서 입을 열었다.
“검후, 이번 대련에 대해선 설명이 필요한 것 같소만.”
“무슨 설명이 필요하십니까.”
“우리가 알기론 막내 공주님은 왕실 검술을 익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방금의 검술은 마치 폐하를 보는 듯했소.”
“설마, 제가 미리 대련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줬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크흠. 아니오?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소만.”
진소월은 어이가 없음에 다시 한번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귀족을 바라보았다.
“만약 제가 시험에 대해 알려 주었다고 한들, 대련을 준비하는 과정은 길어야 2주였습니다.”
“…….”
“2주 동안 왕실 검술을 저 정도 수준까지 익혔다면, 그것 나름대로 후계자 자리에 적합한 것 아니겠습니까?”
“왕의 자리는 검술이 전부가 아니오.”
“그래서 이 자리를 마련하여 후계자들의 자질을 검증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소월의 말에 귀족이 입을 다물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방금 내뱉은 말은 레베카를 더욱 띄워 주는 것이었기에, 더 말을 이어 갔다간 첫째 공주가 손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진소월이 다음 대련을 진행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찰나. 왕실 연무장을 향해 기사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타다다닥!
기사가 연무장 중앙으로 가서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긴급하게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외곽에 앉아 있던 기사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해라.”
“현재 왕국 서쪽에 있는 화산 지대에서 엄청난 마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마물? 고작 마물 하나 때문에 후계자 검증을 하는 이 자리에…….”
한 귀족이 화를 내려는 걸 기사가 입을 열어 막았다.
“고작 마물이 아닙니다.”
기사는 품에 있던 영상 구슬을 꺼냈다.
우우웅!
영상에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마물과 그 주위에서 따라오는 수만, 수십만의 마물들이 찍혀 있었다.
주변을 휩쓸며 빠르게 이동하는 마물 무리.
“…….”
“말도 안 돼…….”
다들 놀라서 입도 제대로 못 여는 사이, 진소월이 입을 열며 정적을 깨트렸다.
“후계자 검증은 잠시 보류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대첵 마련을 위한 긴급 회의를 시작할 테니, 전부 회의실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 * *
시니스터급 마물.
지옥 불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마기를 다루는 이들이 몇 번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마신교로 추정되는 자들.
그들은 봉인되어 있던 지옥 불이 가지고 있던 마신의 육체 조각을 가져갔고, 잠에서 깨어난 지옥 불을 다시 봉인시켰다고 했다.
12사도.
그들의 소행이 아닐까 싶었다.
저주를 완전히 지배하는 수석사제의 위에 있는 자들이라면, 마신의 육체 조각을 다룰 만큼 강한 녀석일 테니까.
“음식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가져온 스테이크를 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썰었다.
“오늘 출정식이라며?”
“왕국 서쪽에 엄청난 마물이 나타났다나? 그거 잡으러 간다던데.”
“들어 보니까 이번에 마물을 잡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다음 왕이 된다고 하던데.”
“나도 들었어.”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대화를 듣다가, 익숙한 얼굴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가볍게 손을 들었다.
“여기 있습니다.”
“잘 지냈어?”
마렉이 다가와 맞은편에 앉았다.
“예.”
“네가 말한 건 다 준비해 놨어.”
“그럼 바로 가시죠.”
“바로 가게?”
“예. 출정식에 참가해서 기 좀 팍팍 세워 줘야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입을 닦은 다음 마렉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렉이 앞장서서 걸어간 곳엔 대규모 행렬이 서 있었다.
애드리안 왕국의 깃발부터.
마렉이 손을 벌려 놓은 귀족들의 깃발까지.
그리고 깃발을 들고 있는 기수들과 거리를 가득 메운 엄청난 기사와 병사들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