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후계자 (1)
“메스 텔레포트를 사용하겠습니다.”
대규모 인원을 이동시킬 때 사용하는 마법. 애드리안 왕국에 있는 궁정 마법사가 마법을 발동시켰다.
가장 먼저 이동하는 이는 둘째 왕자.
그를 중심으로 모인 귀족 가문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푸른빛과 함께 이동했다.
쏴아아아!
빛에 휩싸이면서 보이는 둘째 왕자의 표정. 레베카에게 주목을 빼앗긴 게 화가 났는지 미간에 주름이 져 있었다.
로드웰의 선택을 받은 후계자.
그게 둘째 왕자였다.
표정이 썩은 둘째 왕자를 보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게임에선 둘째 왕자가 왕의 자리에 올라 나라를 말아먹었지만, 이번엔 레베카가 그 자리에 오르게 될 거다.
“다음으로 이동하실 분들은 이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마법사의 진행 아래 첫째 공주와 셋째 왕자가 차례대로 메스 텔레포트를 이용해 전장으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막내 공주님, 이리로 올라와 주십시오.”
마법진 위에 올라간 레베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나를 보고 턱을 까딱이며 올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별말 없이 레베카 옆에 서서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옆에서 레베카가 팔꿈치를 툭 하고 쳤다.
“맞아?”
주어는 없지만 뭘 물어보는지 느낌이 왔다. 내가 변장을 한 모습이 익숙지 않아서 확실하게 물어보는 게 분명했다.
“아닌데.”
“맞네.”
“알면서 왜 물어.”
“변장 마법을 쓴 건 아닌 것 같은데. 얼굴이 완전 다르잖아.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첩자 노릇 하려면 이 정돈 해야지.”
“아. 맞아. 그건…….”
레베카가 입을 열려는 찰나.
마나가 요동치며 푸른빛이 쏟아졌다.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이 살짝 느껴지나 싶더니, 바로 사라지면서 푸른빛이 사라졌다.
정돈되지 않은 야생의 숲.
높게 솟아오른 나무들 곳곳에 기사와 병사들이 퍼져 있었다. 공작가에서 파견 온 기사단장이 뿔피리를 불었다.
뿌우우우우!
시선을 단번에 집중시킨 뒤.
“지금부터 기사들은 나무를 베어 공터를 만들고, 병사들은 가지고 온 짐을 풀어 지휘부를 만든다.”
“예!”
노련함이 보이는 기사단장.
그의 지휘 아래 병사와 기사들이 움직였다.
서걱!
수준 높은 기사들의 검술에 나무가 속절없이 쓰러졌다. 나무를 한쪽으로 치워 거대한 공터를 만들어 냈다.
금방 만들어진 공터.
병사들이 가지고 온 짐을 풀어 넓은 천부터, 기둥, 지주핀들을 꺼내 지휘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깡!
깡!
깡!
병사들이 지휘부를 만드는 동안, 공작가의 기사단장은 기사들을 전부 모았다.
“내 앞으로 집합.”
각 가문에서 파견된 기사들과 마렉이 상단을 통해 데려온 실력 좋은 용병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기사단장은 모인 이들을 10개의 조직으로 나누었다.
“각자 맡은 지역을 수색하고, 척후대는 현재 마물 군단이 어디까지 전진했는지 확인하고 오도록.”
“알겠습니다.”
너무나도 완벽한 호흡.
기사단장은 다시 병사들 쪽으로 이동해서 각 구역별로 지어야 할 것과 두어야 할 짐들을 관리했다.
유능한 능력자 한 명이 얼마나 대단한지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옆에 있던 레베카 또한 그걸 느낀 건지, 내쪽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공작가의 인물은 어떻게 데려온 거야?”
“필요한 걸 서로 교환했지.”
“필요한 거?”
“어.”
마지막으로 들렀던 시드레 공작가.
그는 특정 후계자를 지지하기보단, 왕이 된 후계자를 잘 보필해서 애드리안 왕국을 잘 가꿔 나가고 싶어 했다.
애드리안 왕국을 지키는 거목.
중립을 유지하고 싶어 했던 공작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던 건, 애드리안 내부에 숨어져 있는 첩자의 존재를 알린 후였다.
-첩자라. 사실인가?
-예. 애드리안 왕국을 노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잡기 위해선 막내 공주를 지지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시드레 공작은 첩자를 잡기 위해 레베카에게 기회를 주고, 자신의 기사단을 파견해 주었다.
그만큼 시드레 공작은 애드리안 왕국에 진심이었다.
“공작이 뭘 요구했는데?”
“애드리안 왕국의 평화.”
“그게 뭐야.”
마나를 끌어 올려 차단막을 만들었다.
레베카와 내가 나누는 대화들이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왕국 내부에 오베르크 제국의 첩자가 있어. 그 녀석을 잡기 위해서 좀 도와 달라고 했지.”
레베카가 미간을 찌푸렸다.
“첩자?”
“왕세자의 죽음, 기사왕의 죽음 그리고 지금 이뤄지는 후계자 검증. 이 모든 게 녀석의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이야.”
“녀석이 누군데.”
“오베르크 제국을 부활시킨 녀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베카가 나를 쳐다보았다.
“말도 안 돼.”
“돼. 내가 직접 얻은 정보야.”
정확힌 게임에서 얻은 정보지만.
“후계자 검증은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스승님이 직접 진행한 일이야. 그 녀석들이 그걸 어떻게 알고 계획을 세워?”
“기사왕이 어떻게 움직일지 전부 파악하고 계획을 세웠겠지.”
“그럼…… 어머니의 죽음도 그 녀석의 계획의 일부였던 거야?”
레베카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것까진 모르겠지만, 녀석이 세운 계획의 영향을 받긴 했겠지.”
“…….”
레바카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복잡한 표정을 짓는 레베카를 보며 차분하게 기다려 주었다.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레베카가 감정을 다스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먹을 부르르 떨던 레베카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시선을 들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 첩자란 녀석, 잡을 수 있는 거지?”
“물론.”
내가 고민도 안 하고 대답하자, 레베카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넌 왜 그 첩자를 잡으려는 거야? 애드리안 왕국 사람도 아니잖아.”
“나쁜 놈 잡는 게 우리 일이짆아?”
“그렇긴 하네.”
“아니, 이젠 우리가 아닌가. 넌 후계자 검증이 끝나면 왕이 될 테니까?”
레베카의 의견을 슬쩍 떠보기 위한 질문. 이에 대한 답변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내 계획이 달라질 터.
무슨 이야기를 할까 기다렸다.
입을 오물거리던 레베카가 자신감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내가…… 왕이 될 수 있을까?”
“되고 싶은 생각은 있는 거고?”
“어.”
레베카의 솔직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왕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왕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왕으로 만들어 줘야겠지.
“그건 그렇고. 첩자는 어떻게 잡으려고?”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 봐야지.”
* * *
아무것도 없던 공터엔 지휘부를 비롯한 기사와 병사들이 쉴 수 있는 캠프가 지어졌다.
완성된 지휘부 안에는 다른 지휘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통신 구슬이 설치되고, 회의를 할 수 있는 큰 탁자를 놓았다.
탁자 중앙에는 이쪽 지형을 확대한 지도가 깔렸고, 그 위에 마물 군단을 상징하는 모형을 올려놓았다.
“척후대가 복귀했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척후대로 나섰던 기사들이 지휘부 텐트로 들어섰다.
지휘부 안에 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넓은 탁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상황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사가 마물 군단을 상징하는 모형을 움직였다. 지휘부에서는 조금 떨어진 지역. 넓은 평야가 있는 곳이었다.
“현재 마물 군단이 있는 위치는 이곳입니다. 여기서 동남쪽으로 이동 중이며, 이동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방어선까진 얼마나 걸릴 것 같나요?”
레베카의 질문에 기사가 답했다.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이면 방어선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빠듯하겠네요.”
“오히려 여유 있는 것 아닙니까? 삼 일이면 신성 제국에서 파견된 기사들이 온다고 했으니, 적당히 시간을 끌면서 후퇴하면 큰 피해 없이 마물 군단을 처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빠르게 일을 정리해야 삼 일이라고 한 상황이니, 넉넉하게 사 일이나 오 일 정도는 싸울 생각을 해야 해요.”
확실히 레베카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레베카의 말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마물 군단의 세력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처음 보고되었던 숫자들보다 더?”
“예.”
“그렇다면 이곳에 오면서 그 숫자가 훨씬 늘어날 수도 있겠군요.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전부 막기 힘들 겁니다. 무엇보다 마물 군단을 이끄는 녀석들은 신성 제국의 기사단이 아니면 잡기 쉽지 않은 놈이니. 마물을 막아 내려면 막내 공주님 말처럼 시간이 빠듯할 겁니다.”
내 말에 다른 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공작가의 기사단장이 입을 열었다.
“선발대를 보내서 행군 속도를 늦추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1차 방어선을 좀 더 단단하게 세우면 마물 군단을 막기 수월할 겁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레베카가 결정을 내렸다.
그 뒤엔 다른 후계자들과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계획을 점검하기 위해 통신 구슬을 활성화시켰다.
주요 임원이 아닌 자들이 지휘부를 빠져나가는 틈에 잠시 텐트 밖으로 나왔다.
잠시 바람을 쐬며 몸을 풀고 있자, 붉은 박쥐 하나가 조용히 날아와 어깨에 올라앉았다.
파비안이 보낸 박쥐.
붉은 박쥐에게 달린 쪽지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로드웰이 크게 분노하며 애드리안 왕국을 담당했던 언터쳐블 수장에게 화를 쏟아 냈습니다.
-저한테 부단장님에 대한 것도 물어볼 정도로 화가 난 걸 보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로드웰이 분노했다는 내용이 담긴 쪽지.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 적혀 있지 않았지만, 로드웰이 크게 분노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금부터 로드웰이 할 행동은 뻔했다.
처음부터 세운 계획이 실타래처럼 엉킨 상황. 이걸 해결하려면 엉킨 부분을 자르는 수밖에 없었다.
“레베카를 노리겠지.”
직접 움직이진 않을 거고, 제국 기사단보다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에게 부탁했을 거다.
다크니스 세븐.
현재 로드웰의 주변에 어떤 녀석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누가 오던 내 선에서 정리할 수 있다.
“알아서 와 주면야 땡큐지.”
레베카를 노리는 암살자를 잡으면,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로드웰이 점찍은 후계자와 첩자를 처리할 수 있다.
슥슥!
파비안이 보낸 쪽지 뒤에 새로운 임무를 적어서 박쥐의 다리에 묶었다.
로드웰을 치기 위한 사전 준비.
이 명령서를 보고 파비안이 준비를 마칠 때쯤이면, 애드리안 왕국의 일도 마무리가 될 거다.
파드득!
숲으로 사라지는 붉은 박쥐를 보다가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복잡한 표정을 짓는 레베카.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사단장.
근처에 있는 다른 인물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를 갈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내 물음에 기사 한 명이 답했다.
“다른 쪽에선 인원이 적어 협조하기가 힘들다며, 선발대는 인원이 많은 저희 쪽에서 전부 담당하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일방적으로 끝났습니다.”
“오히려 좋네요.”
“예?”
“선발대 임무만 잘 수행한다면 엄청난 공을 우리가 독식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전쟁에서 세운 공.
그건 왕이 되기 위한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