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후계자 (4)
“로드웰이 보내서 왔지? 반갑다.”
내가 손을 흔들며 웃어 주자, 기사 갑옷을 입고 있는 남자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저 표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정신이 얼얼할 테니까.
“왜. 네가 생각하던 그림이 아니야?”
“……재밌네. 다 연기였나?”
레베카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병력들 곁을 지킨 것도, 내가 보스급 마물을 죽이고 기절한 척한 것도.
전부 저 녀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어.”
“……실력에 자신 있나 봐?”
억지웃음을 지은 암살자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눈을 굴리더니, 살기를 내뿜으며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당황한 기색은 완전히 사라지고, 나와 레베카를 죽이겠다는 다짐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호오.
로드웰이 직접 뽑아서 보낸 만큼, 평범한 놈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 비범한 녀석이 찾아왔네?
레베카를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섰다.
명검 문라이트를 꺼내 쥐고 자세를 잡으며 녀석을 쳐다보았다.
두 눈이 마주쳤다.
아주 잠깐 정적이 흐르며 서로를 살폈다. 두 눈에 담긴 생각을 읽기 위해 노력한 결과.
상대의 생각이 눈에 읽혔다.
파밧!
암살자가 재빠르게 몸을 날리며 텐트를 떠났다. 그림자 분신을 하나 소환해서 암살자를 따라가도록 명령을 내렸다.
뒤따라가는 그림자 분신을 뒤로하고 레베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은 내가 잡을 테니까, 넌 현장으로 가서 병력을 지휘해. 이제 곧, 시니스터가 움직일 거야.”
“알겠어.”
레베카가 절벽 쪽으로 가는 걸 보며, 그림자 이동을 사용했다. 주변 풍경이 달라지며 정면에 암살자가 보였다.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오러 블레이드가 발출되며 푸른 마나가 반달 모양으로 날아갔다.
촤아아악!
위기를 감지한 암살자가 검을 휘둘렀다. 녀석의 검에는 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카가가강!
녀석이 내가 뿌린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냈다. 이를 갈면서 그대로 반으로 갈라낸 후 역으로 몸을 날렸다.
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검을 들어 녀석의 공격을 쳐 냈다. 오러와 오러가 부딪치며 충격파를 터트렸다.
카강!
콰아앙!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상대의 실력을 파악했다.
캉!
카강!
상대의 수준은 확실히 높았다.
로드웰이 일을 맡긴 만큼 실력이 뛰어났다.
내가 모든 힘을 꺼낸 게 아니듯.
상대도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게 느껴졌다.
누굴까.
게임에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뭔가 특징이 있는 검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챙!
마지막으로 검을 주고받으며 거리를 벌렸다. 그대로 숲을 향해 들어간 암살자가 기척을 지우며 모습을 감추었다.
“쓸모없는 짓을 하네.”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 올려 상대의 위치를 찾아냈다. 동시에 유령걸음을 사용하여 기척을 지우고 상대의 곁으로 움직였다.
내 모습이 사라진 것을 본 암살자.
잔뜩 당황한 기색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내 위치를 찾으려고 했다. 천천히 움직여 녀석의 뒤로 가서 검을 들어 올렸다.
촤악!
검으로 상대를 벤 순간.
반으로 갈라지는 암살자.
죽인 것 같은 감촉이 아니었다.
내 뒤쪽에서 암살자의 기척이 느껴졌다.
조금은 떨어진 거리.
몸을 돌려 뒤쪽을 바라보자, 암살자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나를 보며 활짝 웃더니 헛웃음을 내지었다.
“특임 7단 소속이었냐?”
“뭐?”
“방금 그거, 유령걸음이잖아. 해리스가 쓰는 거.”
버닝헬을 알고 있는 자.
심지어 특임 7단에 소속되어 있을 때, 직접 유령걸음을 알려 준 해리스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배신자일 확률이 높았다.
버닝헬을 배신한 이들은 꽤 많은 편이라 누굴 특정하긴 힘들지만, 정확히 특임 7단을 거론한 걸 보면.
딱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해리스에게 교육을 받다가 들었던 특임 7단의 배신자.
한.
체포조 소속이었던 한은 특임 7단으로 발령받은 뒤, 임무를 수행하다가 자신의 선배를 범죄 조직에게 팔아넘겼다.
해리스가 사랑했던 여인.
그 이후로 해리스는 체포조에서 넘어오는 특임단을 믿지 않았고,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한 신입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녀석만큼은 꼭 잡고 싶어.’
많은 감정이 담겨 있던 해리스의 말을 떠올리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네가 그놈이구나? 동료를 팔아먹은 쓰레기, 한.”
“호오. 내 이름도 알아?”
“해리스한테 들었지.”
한이 이죽거리며 웃으려다가 갑자기 미간을 팍 찌푸렸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너…….”
동공이 커진 한.
녀석이 나를 보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레딘이냐?”
녀석이 내 정체를 알아낸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해리스에 대한 관계가 열린 이상, 눈치채는 건 당연했다.
특임 7단에 들어온 신입은 세 명.
한 명은 레베카였고, 다른 한 명은 마법을 익힌 헤더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이 나였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밖에 없었다.
“영광이네. 내 이름도 다 알아주고.”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버닝헬로 가서 하자고.”
원래는 죽일 생각이었지만.
내가 이 세상에 적응하고 교도관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선배들을 위해서라도.
잡아가는 것이 맞았다.
고오오오오오!
마나를 끌어 올리며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급하게 검을 드는 녀석을 쳐 내자, 힘을 견디지 못한 한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곧바로 달라붙어.
녀석에게 검을 휘둘렀다.
“젠장!”
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나타났지만, 내 오러 블레이드가 더욱 단단했다. 붉은 오러를 반으로 가르며 한의 한쪽 팔을 잘라 냈다.
“끄아아악!”
탐색전에서 아무것도 보여 주지 않아서 뭐라도 숨긴 줄 알았는데. 그냥 가지고 있는 실력이 전부인 놈이었다.
주먹을 쥐고 한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퍼억!
단숨에 기절시킨 뒤.
아공간 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 녀석의 다리에 채웠다.
그림자 군주 모드를 사용해 그림자로 만들어진 용을 만들어 녀석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버닝헬 쪽으로 날아가며.
잠깐 전장의 상황을 살폈다.
보스급 마물에 의해 1차 방어선이 무너지고, 마물 군단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는 레베카.
그녀의 검에 보스급 마물이 쓰러지면서 다시금 애드리안 왕국의 병력이 마물 군단을 몰아내고 있었다.
“잘하고 있네.”
이제 하루 동안 별다른 전투는 일어나지 않을 거다.
시니스터에게 내려놓은 명령.
1차 방어선을 무너트리면 하루 정도 쉬면서 마물 군단을 재정비하고, 다시 1차 방어선으로 쳐들어가라고 지시해 놓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그림자 분신 하나를 남겨 두고, 다시 고개를 돌려 버닝헬로 향했다.
* * *
그림자 드래곤의 속도는 빨랐다.
적당한 시간이 흘렀을 즈음.
저 멀리 케르베로스의 본진이 있는 섬이 보였다. 그림자 군주 모드를 해제하자 그림자 드래곤이 사라졌다.
부유감을 느끼며 요정의 날개를 사용했다.
한의 목덜미를 잡은 채로 섬으로 내려가 데이론의 집무실이 있는 건물 옥상에 떨어졌다.
가볍게 착지하고 감각을 끌어 올렸다.
바로 아래에 있는 방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특임단의 단장과 부단장이었던.
데이론과 리에나.
둘이 신입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깐 대화 내용을 들으며 주변에서 다가오는 이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몸을 움직였다.
창가 쪽으로 내려가자.
데이론과 리에나가 보였다.
똑똑!
창문을 두들기자 둘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내 얼굴을 본 둘이 놀란 얼굴로 달려나와 창문을 열어 주었다.
“레딘?”
데이론은 일전에 만난 적이 있지만.
리에나 부단장은 만난 지 오래되었다.
그래도 울지 않고 반가워하는 걸 보면, 데이론에게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오랜만입니다, 부단장님.”
“잘 지냈니?”
“예.”
창가 안으로 들어가 한을 한쪽에 던져 두었다. 둘의 시선이 다시금 한에게 향했다. 얼굴을 확인한 둘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분노를 표출했다.
“하안?”
“한?”
“이번 임무를 진행하면서 우연찮게 알게 됐는데, 예전에 해리스 선배에게 들었던 게 떠올라서 직접 데리고 왔습니다.”
둘 다 분노한 게 보였지만, 분노를 삼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먼저 감정을 거둬들인 건 데이론이었다.
“고맙다.”
“아닙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어떻게 잡은 거야?”
“운이 좋았습니다.”
데이론은 내가 세운 계획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레베카를 암살하려고 왔던 이가 한이었다고.
“하…… 이렇게 잡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잡고 나니까 마음 한구석이 후련하긴 하네.”
“알려 드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뭐지?”
“이 녀석 다크니스 세븐 소속입니다. 이번 일도 다크니스 세븐의 수장인 로드웰의 명령을 받고 직접 움직인 게 분명합니다. 아마 입을 열 수만 있다면, 꽤 많은 정보를 토해 낼 겁니다.”
데이론이 리에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리에나, 버닝헬로 가서 특급 고문관을 불러 줘. 고문은 이곳에서 직접, 다 같이 보는 앞에서 하자.”
“알겠어.”
리에나가 나를 쳐다보며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하곤, 버닝헬로 가기 위해 방을 빠져나갔다.
“너도 듣고 가.”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 돌아가서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레베카?”
“그것도 그렇고.”
슬쩍 한을 쳐다보다가 마나를 사용해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차단했다.
“로드웰을 칠 생각입니다.”
“로드웰?”
“이번 임무를 수행하면서 로드웰이 마신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마신교라…….”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헨리 바스커반을 아십니까?”
“브라셀의 수장이잖아.”
“그를 잡을 때 로드웰과 마신교가 관여했다는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로드웰과 마신교가 한편이라고?”
데이론이 미간을 찌푸리다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 둘이 한편이라면…… 오베르크 제국을 세운 것도 마신교가 꾸민 일이라는 거야?”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베르크 제국은 범죄 조직들이 모여서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들은 엄연한 제국의 일원들이었지”
“…….”
“그래서 그들이 여섯 왕국과 전쟁을 일으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게 아니라 마신교가 자신들의 부활을 위해 오베르크 제국을 만들었다는 거잖아?”
“정확힌 이용한 거죠, 범죄 조직을.”
“미치겠네.”
데이론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이 모든 걸 증명할 증거가 필요해. 증거가 없으면 아무도 납득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제가 직접 로드웰을 치고 확실한 증거를 구해 볼 생각입니다.”
“혼자서?”
“같이 움직였다간 로드웰이 눈치를 채고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할 수 있겠어?”
“예.”
데이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뢰의 눈길을 보냈다.
“언제 움직이게.”
“애드리안 왕국에 있는 내부 첩자를 잡아내는 즉시, 바로 로드웰이 있는 곳으로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