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후계자 (5)
애드리안 왕국 서쪽.
바랑마르 협곡.
끊임없이 몰려들던 마물들이 잠시 진출을 멈췄다. 협곡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무리를 재정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레베카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시간이 없다! 빨리빨리 움직여!”
“예!”
“여기 나무 좀 가지고 와!”
“바닥에 있는 화살을 빠르게 회수한다!”
협곡 아래에는 부서진 나무 바리케이드를 재설치하고, 마법사들이 마법진을 새로 그려 방어 마법을 설치했다.
병사들은 화살과 같은 소모품을 재활용하기 위해 수거했고, 전투를 치르다가 다친 이들을 옮겼다.
“공주님.”
뒤로 고개를 돌리자 공작가의 기사단장이 다가오고 있었다.
“예. 무슨 일이죠?”
“통합 지휘부에서 회의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지휘부로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레베카는 저 멀리 응집해 있는 마물 군단을 보다가 몸을 돌려 통합 지휘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협곡의 끝에 만들어진 지휘부.
엄청난 크기로 지어진 캠프에 도착하자 주변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주님을 뵙습니다.”
“예.”
그들의 인사를 받아 주며 통합 지휘부로 들어섰다. 텐트 천을 가르며 안으로 들어가자 후계자들이 모여 있었다.
배다른 형제들.
그들의 시선에서 질투와 견제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왕궁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레베카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둘째 왕자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그럼 모두 모였으니 회의를 진행하지.”
그러자 둘째 왕자를 보좌하는 링케 백작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럼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본격적인 회의에 앞서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브리핑하겠습니다. 모두 이곳을 봐 주시겠습니까?”
링케 백작이 탁자 위에 있는 지도를 가리켰다. 현재 그들이 위치해 있는 바랑마르 협곡에는 푸른 말들이, 입구 쪽에 있는 평야에는 붉은 말들이 놓여 있었다.
왕국군과 마물.
그중 붉은 말들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현재 시니스터라는 마물이 데리고 있던 보스급 마물 세 마리를 처치했고, 시니스터는 마물 군단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붉은 말을 몇 개 더 추가했다.
“시니스터는 마물을 추가로 생성하면서 부족해진 마물 군단의 숫자를 다시 채우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 군의 병력은 줄어들었습니다.”
푸른 말을 3분의 1정도 밖으로 빼냈다.
“부상과 사망한 병사들을 제외하면 당장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하루만 더 버티면 되는 것 아닌가?”
셋째 왕자의 질문에 링케 백작이 답했다.
“예. 원래의 계획은 그랬습니다만. 신성 제국으로부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으음…….”
“시간을 맞추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면서 보급품을 지원해 준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 마물 군단을 상대하는 건 힘든 상황입니다.”
마물은 무한하게 생성되지만.
그 마물을 상대하는 병력은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치는 건 결국 인간이었고, 방어선이 밀리게 될 거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인지하고 있는 현실.
“그래서.”
첫째 공주가 눈을 치켜떴다.
“본론이 뭐죠? 링케 백작.”
“2차 방어선 구축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링케 백작이 지도에 있는 한 부분을 가리켰다. 협곡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지점. 바랑마르 협곡만큼은 아니지만 좁게 형성된 평야가 있었다.
그곳에 푸른 말을 옮겨 놓았다.
“이쪽에 2차 방어선을 구축하고, 왕국에서 대기 중인 2차 지원군을 합류시킨다면, 신성 제국의 기사단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지금 시니스터를 치는 건 어떤가요? 지금이라면 군단의 세력도 충분히 약해져 있는 상황 아닌가요.”
모두의 시선이 레베카에게 향했다.
링케 백작이 레베카를 보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무리입니다.”
“왜죠?”
“시니스터를 죽이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신성 제국에 물어본 결과, 왕실 기사단 전체가 달려들어야 겨우 잡을 수 있다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들을 전부 희생시키면서 잡는 것보단, 시간을 끌어 신성 제국의 도움을 받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주님.”
“피해…… 알겠어요.”
레베카가 입을 다물었다.
“그럼 다시 이어 가겠습니다.”
링케 백작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2차 방어선에 대한 계획을 입에 담았다.
“지역을 이동하고 2차 방어선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데는 하루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마물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가만히 있진 않을 텐데?”
둘째 왕자의 말에 링케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남아 시간을 끌어 줄 이가 필요합니다, 처음에 마물 군단의 속도를 늦춰 주었던 선발대처럼.”
“했던 사람이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첫째 공주의 의견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셋째 왕자가 크게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
“병력도 가장 많고, 자원만 지원 좀 해 주면 그, 막내가 원하는 것처럼 시니스터를 잡아 볼 수도 있는 거잖아?”
레베카는 몰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레딘을 떠올렸다. 지금 상황에서 레딘이라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알겠어요. 제가 하죠.”
레베카가 단숨에 수락하자, 링케 백작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공주님, 많이 위험하실 겁니다.”
“얼마나 버티면 되는 거죠?”
링케 백작이 자세한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공주님이 데리고 있는 병력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들은 궁전 마법사를 통해 2차 방어선 지역으로 텔레포트 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공주님은 이곳에서 12시간만 버텨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궁전 마법사와 함께 2차 방어선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12시간이면 충분한가요?”
“예. 이곳에서 2차 방어선까지 마물들이 이동하는 데 12시간 정도가 걸리니. 딱 하루를 벌 수 있습니다.”
“바로 이동하는 건가요?”
“예.”
레베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보급품만 확실하게 넘겨주세요. 전 지금 가서 병력을 인솔해서 1차 방어선을 지킬 테니까.”
회의장에서 빠져나간 레베카.
링케 백작은 남아 있는 다른 후계자들을 쳐다보았다.
“공주님과 왕자님도 병력을 갈무리해서 이곳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 빠르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알았어요.”
첫째 공주와 셋째 왕자 또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통합 지휘부에는 둘째 왕자와 링케 백작만 남아 있었다.
한숨을 크게 내쉬던 둘째 왕자가 고개를 돌려 링케 백작을 바라보았다.
“왜 아직도 레베카가 살아 있는 거지?”
“암살에 실패한 모양입니다.”
“무조건 성공한다며.”
둘째 왕자가 이를 갈았다.
그러자 링케 백작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어쩔 건데.”
링케 백작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손가락 두 개를 합친 크기만 한 유리병. 그 안에 검은 조각이 담겨 있었다.
“이걸 사용하면 됩니다.”
“그게 뭔데.”
“저기 있는 시니스터를 폭주시킬 수 있는 자극제 같은 겁니다. 저희가 떠난 뒤에 이걸 시니스터에게 먹이면…….”
링케 백작이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무조건 죽일 수 있습니다.”
“이번엔 확실하게 처리해. 혹여나 이번에도 실수해서 레베카가 공적을 쌓게 되면 우리 계획은 전부 끝이니까.”
“알겠습니다.”
* * *
그림자 이동을 통해 단숨에 바랑마르 협곡으로 이동했다.
텐트 쪽에서 절벽 쪽으로 걸어가자.
이전과는 다르게 확 줄어 버린 병력이 보였다. 절벽 위를 가득 메웠던 병력이 전부 보이질 않았다.
그 사이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레베카. 공작가 기사단장과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공작가의 기사단장이 절벽 밑 쪽으로 뛰어 내려가는 것을 보며 레베카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긴급회의가 있었어.”
레베카가 내가 없던 시간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긴급회의 내용과 그에 대한 결론.
궁전 마법사를 통해 다른 후계자들의 병력이 전부 2차 방어선으로 넘어간 것까지.
“음…….”
레베카에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왜?’
이곳엔 마법사들이 만들어 놓은 방어막도 있고, 나무 바리케이드부터 부족하지 않은 보급품이 있었다.
인원이 살짝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상황.
그 어느 때보다 공을 쌓을 수 있고 이름을 알릴 기회를 왜 레베카에게 넘기고 떠난 걸까.
첫째 공주와 셋째 왕자.
이 둘은 데리고 있는 병력 자체가 적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쳐도, 둘째 왕자는 아니었다.
“예감이 좋진 않은데?”
둘째 왕자가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암살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단 뜻이었다.
시선을 돌려 시니스터를 바라보았다.
로드웰이 보낸 첩자인 만큼, 시니스터라는 존재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저 녀석을 이용해서 레베카를 쓸어버릴 생각이라면?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어디 가게?”
“조용히 가 볼 데가 있어. 자세한 건 갔다 와서 설명해 줄게. 일단 이곳을 잘 지키고 있어 봐.”
레베카를 두고 협곡을 떠났다.
나무가 있는 곳을 이용해 다른 병사들과 기사들에게서 모습을 감추고, 그림자를 이용해 마물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아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끄에에에.”
“으어어어어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뱉는 마물들. 녀석들로 가득 찬 숲 사이를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가장 밖에 있는 일반 마물.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번데기처럼 단단한 돌로 만들어진 알이 있었다.
쩌저적!
알에 다가간 순간.
금이 생기며 갈라졌다.
주르륵.
안에서 마그마가 흘러나왔다. 주변에 있던 나무와 풀이 불타오르며 녹아내렸다. 마그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쩌저적!
쩌저적!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알들이 깨지며 마그마가 연속으로 흘러나왔고, 알 안에서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입깁을 내뿜는 각약각색의 마물들.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마기의 양이 심상치 않았다. 알을 완전히 깨고 나온 마물들이 몸을 일으켰다.
고오오오!
어깨를 활짝 펴자 마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봤을 땐 전부 보스급 마물이었다.
“뭔 짓을 하긴 했구나?”
보스급 마물의 추가 생산.
시니스터에겐 내리지 않은 명령이었다.
일단 검을 뽑아 들었다.
이대로 보스급 마물들이 협곡으로 달려간다면, 지금 있는 병력으론 절대 막을 수 없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전방을 향해 휘둘렀다.
촤아아악!
눈앞에 보이는 보스급 마물을 정리하면서 시니스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몸을 움크리고 있는 시니스터.
녀석의 몸이 액체처럼 부글거리며 끓어오르고 있었다. 저런 증상을 보일 때는 딱 하나뿐이었다.
마신의 신체 조각을 삼켰을 때.
“키이이이익!”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시니스터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녀석의 눈빛을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시니스터가 폭주 상태라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