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4)
14화 버닝헬 탈옥 사건 (2)
“허억… 허억…….”
베르고는 손에 쥔 유리병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뒤에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나고 비명이 들렸지만.
머릿속엔 딱 하나만 떠올렸다.
로한을 만나서 이걸 전해야 한다는 약속.
사실, 레딘을 데리고 같이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폭발로 4구역이 막혀 버렸고, 레딘을 구할 방법이 없어졌다.
혼자선 구할 수 없는 상황.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것이 로한 교관뿐이라는 생각에 바로 지상 1층으로 달렸다.
그저.
죽지 않길 기도하면서.
“뭐… 뭐야!”
“방금 땅이 울리지 않았어?”
복도를 지나치면서 보이는 교도관들이 있었다. 평소에 알던 선배들, 이번에 들어온 신입들.
“베르고, 괜찮냐?”
“너 상태가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들이 내민 손을 잡을 수 없었다.
4구역에서 보았던 교도관의 변절. 죄수들이 난리를 치는데도 가만히 지켜보았던 모습에.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누가 배신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기에, 그저 이를 악물고 로한이 있는 집무실까지 달렸다.
“허억… 허억…….”
베르고는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노크도 없이 로한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철컥!
“로한 교관님!”
집무실 안에는 다른 손님이 있었다.
웬 거지꼴의 사내가 로한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건가?”
로한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그게…….”
베르고는 로한과 거지꼴의 사내를 번갈아 보다가, 거지꼴을 한 자가 입고 있는 특수한 제복을 확인했다.
특임단만 입을 수 있는 특수 제복.
특임단이라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주머니에서 특수한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냈다.
“지하 1층에서 발견한 액체입니다. 죄수들이 이것으로 폭발 마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걸 왜 내게 가져왔지?”
“레딘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로한 교관님뿐이라고…….”
로한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레딘?”
“예. 지금 레딘이 위험합니다. 당장 구하러 가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릅니다.”
베르고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을 때.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집무실 전체가 흔들거렸다. 창문 너머로 검은 연기가 보이고, 비상벨이 울렸다.
삐이이이이잉!
[현재 지하 1층 작업실에서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 죄수들이 풀려났음. 현 시간부로 모든 교도관은 무장하고 대기할 것.]긴급 전파를 확인한 로한이 거지꼴의 사내, 데이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상황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냐?”
“예. 소장님 명령이었습니다.”
데이론이 소장에게 받은 명령은 딱 하나였다.
내부에 있는 첩자들을 색출할 것.
그래서 마그네스 조직을 들쑤셔 놓고 거짓 정보들을 풀었다.
안 움직이기고는 못 배기게.
“뭐. 살짝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긴 했지만요.”
“일이 틀어진 것이냐?”
“아뇨. 증거는 확실하게 모았고, 녀석들이 움직이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거든요.”
데이론이 싱긋 웃었다.
“그 변수 때문에 오늘 저녁은 술 한잔하면서 두 다리 쭉 뻗고 자겠네요.”
그 순간.
집무실에 기척도 없이 나타난 8명의 특임대 소속 교도관들. 그들을 향해 데이론이 명령을 내렸다.
“잔챙이들은 다른 놈들한테 맡기고, 우린 목적대로 VIP들만 족칠 거야.”
“예.”
“그럼 리에나만 남고 가 봐.”
특임대 소속 교도관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은발 머리를 가진 미모의 교도관이 팔짱을 끼며 눈꼬리를 올렸다.
“또또, 나한테 다 떠넘기고 혼자만 농땡이 치려고?”
“아니. 오늘은 신입 면접이 있을 예정이라, 네가 일 좀 마무리해 줘.”
데이론이 윙크를 날린 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베르고에게 다가갔다.
“레딘이 어딨다고?”
* * *
피해 흡수 마법이 걸린 천장.
한 번의 폭발로는 금이 가는 게 전부였지만, 연속된 폭발이 이어지면서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만큼 뿌옇게 변한 작업실.
돌가루 속에 모습을 숨기고, 감각을 최대한 이용해 몸을 움직였다. 아라키스의 눈이 있어서 치명적인 일격은 피할 수 있었다.
오른쪽.
붉은 궤적이 그려지는 것이 보였다. 자세를 낮췄다. 머리 위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며 작은 바람이 일었다.
그대로 파고들었다.
지금 상황에선 베기보단 찌르기가 좋다. 자세를 잡고 여러 번 앞쪽을 찔렀다.
푹!
푹!
고통에 찬 비명이 터졌다.
“크아아아악! 젠장! 여기 있어. 그 빌어먹을 교도관 새끼가 여깄다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가루가 휘날리지만 가까이 다가서니 얼굴이 보였다.
고통에 잔뜩 일그러져 있지만.
이내 날 보더니 기고만장한 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날 죽이려고? 가능하겠어, 애송이?”
대꾸는 하지 않았다.
저 녀석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진짜로 죽일 수 있느냐를 묻는 게 아니다.
최고 법령 2조 3항.
버닝헬의 교도관들은 어떠한 일이 생기더라도 임의의 판단하에 죄수를 죽일 수 없다는 내용을 들먹이는 거다.
법령을 어기는 순간.
상임위원들이 참여한 재판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 지금껏 법령을 어긴 자들은 자격 박탈과 함께 지하 2층에 갇히게 됐다.
“병신아, 넌 이제 끝이야.”
“근데 그 법이 왜 생긴 줄은 아는 거냐?”
“알 바야?”
“너 같은 새끼들한테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교도관으로 들어와서 죄수들을 죽였기 때문이야.”
가족의 복수.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나도 한때는 그랬으니까.
그래서 저런 자들을 볼 때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법을 알고 법을 이용하는 놈들.
자신이 저지른 짓들을 죄라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하며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이란 눈곱만큼도 모르는 놈들.
쏴아아아!
차가운 심장이 화를 가라앉혔다.
사방에서 다가오는 다수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차분하게 검을 들었다.
“그리고 네가 착각하는 게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내가 널 죽인 건지, 너희들끼리 죽인 건지 구분 못 해.”
“……!”
삭!
검으로 녀석의 가슴을 베었다. 녀석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것을 보고, 원래 들고 있던 검을 버렸다.
죽은 녀석이 들고 있는 도끼를 챙겨 들었다.
검성은 수많은 전장에서 싸웠고, 검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다른 무기들도 수준급까지 익혔다.
“죽어라!”
하얀 연기를 가르며 나타난 검.
도끼를 들어 공격을 막고 도끼날과 손잡이 사이의 틈으로 검날을 걸어서 비틀었다. 상대의 손이 풀리며 검이 떨어졌다.
완벽하게 드러난 빈틈.
도끼로 상대의 허리를 찍었다.
푹!
“아아악!”
도끼를 버리고 다시 상대의 검을 챙겼다. 이제 슬슬 연기가 가라앉고, 온갖 제약이 풀린 죄수들을 상대해야 할 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이곳에 있는 전부를 죽일 순 없다. 이젠 쉽게 죽일 수 없을뿐더러, 보는 눈이 많아질 거다.
실전 감각을 키우는 데 집중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상황이 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순간 일어난 바람이 뿌연 연기를 날려 버렸다.
파앙!
마나를 이용한 기술이다.
연기가 걷히면서 자연스럽게 내 위치도 드러났다.
“저깄다!”
“저 새끼 잡아!”
“그만!”
천장에 뚫린 구멍 사이로 누군가가 내려왔다. 회색빛 머리에 쫙 째진 눈. 신입으로 정체를 숨긴 마그네스의 첩자.
다르만.
녀석이 죄수들에게 말했다.
“저 녀석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너흰 맡은 일이나 빨리 처리해. 시간 없어.”
그러자 죄수들이 마석을 챙겨 우르르 빠져나갔다.
텅 비어 버린 작업실.
다르만이 주변을 훑었다. 금이 간 벽들과 천장이 무너지면서 죽은 죄수들. 그리고 반 폐인이 되어 끙끙거리는 자들까지.
“잘도 망쳐 놨네.”
“벌레도 꿈틀거리는데, 사람이 돼서 이 정도 발악은 해 봐야지.”
“그럼 끝까지 해 봐.”
다르만이 웃으며 몸을 움직였다.
이전에 봐두었던 다르만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나보다 약간 우위의 육체능력, 주먹을 쓰는 격투가 스타일.
그것들을 되새기고 검을 들었다.
전체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지만 충분히 해볼 만하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타다닥!
빠르게 달려온 다르만이 발을 뻗었다. 묵직한 힘이 담겼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 마나를 끌어 올려 검에 담아 휘둘렀다.
챙!
검신이 부서지며 파편이 튀었다. 당황할 틈도 없었다. 파편 사이로 다르만의 발이 보였다. 급하게 팔을 들어 올려 막았다.
“흡!”
몸이 절로 밀려났다. 공격을 막은 팔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상대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격. 그것을 피하는 데 집중했다.
“언제까지 피하나 보자고.”
육체를 단련하지 않았다면 피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거다. 그리고 이젠 피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퍼버벅!
녀석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거센 바람처럼 몰아치는 공격에 지칠 법도 한데, 다르만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공격에 집중했다.
크윽!
이것이 경험의 차이일까.
머리로 그렸던 싸움대로 이뤄지는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하물며 제대로 된 반격조차 노리지 못했다.
이를 악물었다.
너무 들떴을지도 모른다.
검성의 검술을 얻고 깨달음을 얻고 나니, 내가 검성이 된 것처럼 행동했던 것 같다.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 건데.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더 위험한 놈을 만났을 때 이런 상황이 왔더라면, 그냥 죽었을 테니까.
“이제 슬슬 무리일 거다, 끝내 주마.”
피하면서 스치듯 지나간 공격들이 몸에 쌓이고 쌓이다 보니,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녀석의 말대로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주먹 대 주먹으론 녀석을 이길 수 없다. 검이 필요하다. 시선을 빠르게 움직여 검을 찾았다.
죄수를 처음 베었을 때 썼던 검.
다르만의 공격을 피하면서 몸을 날렸다. 바닥을 구르며 검을 잡고 빠르게 일어서서 자세를 잡았다.
“후우… 후우…….”
“검을 쓰는 자들은 한결같아. 검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 그래서 내가 주먹을 좋아해.”
녀석의 말을 흘러넘겼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복잡한 것들을 덜어 내고, 가장 단순하고 기초적인 것에 집중했다.
하룬겔의 전반부 3초식.
그중 첫 번째 초식은 자신이 있었다.
“이번에도 부셔 주지.”
다르만의 주먹에 마나가 일렁였다. 그것을 보며 똑같이 검에 마나를 쏟아부었다.
어렵게 생각할 건 없다.
내가 익혔던 그대로만 하면 된다.
하룬겔이 처음으로 패배를 겪고,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꺾기 위해 노력하다 탄생하게 된 기술.
질풍베기.
다르만이 주먹을 뻗는 순간.
검에 담긴 마나를 해방하며 크게 휘둘렀다.
콰과과과과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