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로드웰의 비밀 (1)
애드리안 왕국.
왕궁에 마련되어 있는 검후의 집무실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똑똑!
집무실에서 일처리를 하고 있던 진소월은 고개를 들어 문을 쳐다봤다.
“스승님, 이자벨입니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이자벨이 들어왔다.
월녀문을 맡길 차기 소문주.
진소월은 이자벨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냐.”
“둘째 왕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둘째 왕자?”
“예.”
이자벨이 앞으로 다가가 쪽지를 건넸다. 진소월은 쪽지에 적힌 내용을 읽으며 미간을 좁혔다.
-1차 방어선을 포기하고, 2차 방어선을 구축하기로 함.
-1차 방어선엔 레베카가 남아 시간을 끌고, 2차 방어선이 구축되는 시간에 맞춰 후퇴할 예정.
-혹시 모르니 2차 방어선에 검후도 참가하길 바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2차 방어선?”
진소월은 전장으로 떠나기 전, 둘째 왕자가 얘기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검후, 자넨 이곳에 남아 왕궁을 지키고 있게. 마물은 우리끼리도 충분히 저지할 수 있으니까.’
한마디로 따라오지 말란 뜻이었다.
진소월은 둘째 왕자의 말에 담긴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오지 말라고 한 이유는 뻔했다.
시니스터를 저지하는 건 진소월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제자인 레베카에게 시선이 쏠릴 테니.
그걸 막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이제 와서 참가하라고?”
“신성 제국에서 기사단 파견이 늦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남아 있는 왕실 기사단도 전부 집결해서 2차 방어선으로 향할 모양입니다.”
“누구 마음대로 왕실 기사단을 움직이는 거지? 왕실 기사단을 움직일 수 있는 건 기사왕뿐일 텐데?”
후계자들은 왕실 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둘째 왕자는 아직 왕이 아니었다.
후계자로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확실하지만, 어디까지나 후계자일 뿐, 왕이 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왕실 기사단은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였다. 애드리안 왕국이 진짜 위험에 처했을 때, 왕국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이들.
시니스터도 충분히 왕국에 위험이 되는 존재지만.
그보다 위험한 자들이 있었다.
오베르크 제국.
그들은 애드리안 왕국을 비롯한 여섯 왕국을 노리고 있었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몰랐다.
그런 상황에 왕실 기사단 전원에 자신까지 전장에 나간다면, 왕국을 지킬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정말 터무니없는 판단력이야.”
진소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자벨.”
“예.”
“월녀문의 검사들을 데리고 1차 방어선에 있는 레베카를 도와주거라.”
“알겠습니다.”
이자벨이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진소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쳐다보았다.
출정식을 했던 곳에서 궁전 마법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예비 병력과 물자를 옮기고 있었다.
“후우.”
한숨을 깊게 내쉬며 집무실을 나왔다.
왕실 기사단장이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복도를 따라 쭉 걷다 보니 갑옷을 입은 기사단장이 보였다.
“기사단장.”
기사단장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검후님, 둘째 왕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들었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일단은 대기하는 게 좋을 듯해. 진짜 급한 일이 아닌 이상, 왕실 기사단이 왕궁을 벗어나는 건 좋지 않아.”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한데…….”
“둘째 왕자에겐 내가 직접 얘기하지.”
“알겠습니다.”
기사단장을 보내려는 찰나.
버닝헬의 제복을 입은 남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케르베로스의 고문을 하면서 한번 얼굴을 봤던 사이.
데이론과 리에나를 보며 진소월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들이 여긴 무슨 일인가?”
“검후님을 뵙습니다.”
데이론과 리에나가 고개를 숙였다.
가볍게 인사를 한 데이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애드리안 왕국에 오베르크 제국의 첩자가 있어서 잡으러 왔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기사단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첩자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진정해. 일단 여기서 이야기할 건 아닌 것 같으니 내 집무실로 가지.”
진소월은 기사단장과 데이론, 리에나를 데리고 집무실로 돌아왔다.
마나를 이용해 대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차단하고, 데이론과 리에나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기사단장은 진소월의 뒤로 가서 섰다.
“자. 내가 들은 게 맞다면 오베르크 제국의 첩자가 애드리안 왕국에 있다는 게 맞나?”
“예. 그렇습니다.”
“정보의 출처를 말해 줄 수 있나?”
데이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레딘으로부터 레베카를 암살하려 했던 암살범을 넘겨받았습니다. 그 녀석을 고문해서 얻은 정보입니다.”
“암살범?”
데이론은 진소월과 기사단장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진소월이 주먹을 쥐었다.
“첩자가 누구지?”
“링케 백작입니다.”
둘째 왕자를 보좌하는 이였다.
그 이외에도 애드리안 왕국을 위해 오랜 시간 봉사했던 가문이었다. 그래서 더 충격이 컸다.
“링케 백작이 배신자라고?”
“예.”
“증거는?”
데이론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링케 백작의 직인이 찍혀 있는 편지. 그 안에는 데이론이 설명한 암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암살범을 통해 확보한 편지입니다. 이것 외에도 링케 백작의 저택에 흔적이 남아 있을 거라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
“검후님을 찾아온 건, 링케 백작의 저택 수색을 허락받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한 말은 얼마나 확신할 수 있지?”
“버닝헬 최고의 고문관을 데리고 얻은 정보입니다. 그자 앞에선 절대 거짓을 토할 수 없습니다.”
“좋아.”
자리에서 일어난 진소월은 기사단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는 이곳을 지키고 있어. 내가 이들과 함께 저택에 다녀올 테니.”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혹여나 증거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검후님과 버닝헬의 교도관만 있다면 조작으로 의심할 게 분명합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럼 다 같이 움직이는 거로 하지.”
진소월은 무리를 이끌고 왕국 밖에 있는 궁전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지금 당장 링케 백작의 저택으로 이동시켜 주게.”
“예? 지금 2차 방어선으로…….”
“검후로서 내리는 명령이야.”
“알겠습니다.”
궁전 마법사가 다급하게 마법진을 발동시키며 주문을 외웠다.
진소월은 마법진 안으로 들어갔다.
번쩍!
드넓은 마당과 거대한 저택이 보였다.
마당에서는 하인과 하녀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가자.”
진소월은 저택으로 향했다.
마당을 지나 저택의 입구에 도착하자, 하인 하나가 다가와 물었다.
“검후님을 뵙습니다.”
“지금 당장 안에 있는 사용인들을 밖으로 불러내.”
“예?”
“당장.”
진소월이 낮게 목소리를 깔면서 살기를 드러내자, 하인이 기겁을 하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저택 안에 있던 자들이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왔다. 그것을 본 진소월이 데이론과 리에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론과 리에나가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링케 백작의 집무실이었다. 데이론이 품에서 자그마한 구슬을 꺼내 마나를 흘려 넣었다.
“그건 뭔가?”
“마법이 사용된 흔적을 찾아 주는 아티팩트입니다. ”
우우웅!
구슬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
여러 가지 실선으로 이루어진 빛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이내 한곳을 집중적으로 가리켰다.
책상 밑 부분.
데이론이 그곳으로 다가가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자, 나무 바닥이 부서지면서 작은 공간이 드러났다.
그 안에 있는 비밀 금고.
그것을 꺼내고 다른 아티팩트를 이용해 금고에 걸린 마법을 풀어냈다.
끼이익!
금고의 문이 열리며 내부가 드러났다.
금괴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물건과 누군가와 주고받은 편지들 그리고 깊숙한 곳에 작은 상자가 있었다.
데이론이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링케 백작이 오베르크 제국과 연락을 주고받은 증거가 있었다.
계약서.
데이론은 계약서를 넓게 펼쳤고, 다 같이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
-둘째 왕자를 왕으로 만든다.
-대가로 막대한 돈과 애드리안 왕국이 망했을 때, 오베르크 제국의 공작의 자리를 약속함.
요약하면 이거였다.
더 충격적인 건 계약서가 작성된 날짜였다.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이었다. 왕세자가 죽기도 전.
“잠깐만…….”
진소월이 탄식을 내뱉었다.
진소월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과 동일한 생각을 했는지, 기사단장이 입을 쩍 벌렸다.
“왕세자를 죽인 것도 링케 백작이라는 겁니까?”
“당장 왕궁으로 돌아가자. 자네들도 함께해 주겠나?”
“예.”
* * *
뿌뿌!
뿌우우우우!
애드리안 왕국의 성문에서 힘찬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왕궁에 대기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전부 환호하며 힘찬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공주님!”
“공주님은 저희의 영웅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쩔 줄 모르는 레베카를 보며 피식 웃었다. 팔꿈치를 툭 치자 레베카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눈을 쳐다보며 입 모양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어깨 펴고 당당하게 걸어.”
“어색해서 그래.”
“왕이 되려면 익숙해져야지.”
입을 삐죽 내밀더니 레베카가 어깨를 활짝 펴고 손을 들어 올렸다.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며 궁 안으로 들어갔다.
궁 안에 들어서자 시녀들이 다가왔다.
“공주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잠깐만.”
레베카가 몸을 돌려 자신과 함께 싸워 준 기사와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분위기.
차분해진 분위기 속에서 입을 열었다.
“나와 함께 싸워 줘서 고마웠다. 오늘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예!”
“와아아아아아!”
“공주님 만세!”
힘찬 함성과 함께 레베카가 몸을 돌렸다. 시녀들을 따라 움직이는 레베카를 따라 왕궁 안으로 들어갔다.
“공주님, 저녁엔 승리를 위한 파티가 준비될 예정입니다. 파티 전에 피로를 풀 수 있게 목욕물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바로 욕조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너도 참가할 거지?”
레베카가 나를 보며 묻길래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이제 가 봐야 해.”
“왜? 조금 더 있다가.”
“잠깐만 둘이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내 물음에 시녀들이 레베카의 눈치를 살폈다. 레베카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거리를 벌리고 멀어졌다.
“꼭 지금 가야 해? 하루 정도만 쉬면 안 돼?”
“나도 그렇고 싶긴 한데, 바빠.”
마음 같아선 레베카가 왕좌에 오르고 왕관을 쓰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싶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다.
아마도 오늘.
후계자 검증이 끝날 테고, 레베카가 왕이 된다는 소식을 로드웰이 접하게 될 거다.
그러면 녀석이 새로운 계획을 세워서 망치려고 들지도 모른다. 로드웰이 움직이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떠나기 전에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어.”
“부탁?”
“친구이자 전 동료로서.”
“뭔데?”
레베카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후계자 검증이 끝나고 왕이 되면 마신교와의 전쟁을 준비해 줘.”
“마신교?”
“이제 곧 그 녀석들이 대륙에 마족을 소환해서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들 거야.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해.”
버닝헬 지하에 생길 지옥문.
그것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