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로드웰의 비밀 (2)
오베르크 제국에 밤이 찾아왔다.
드드드드!
오늘따라 거친 바람이 휘몰아치며 창문이 거세게 흔들렸다. 창문 밖에 떠 있는 달을 쳐다보던 시녀장이 고개를 돌렸다.
알현실이 있는 곳의 창문들이 전부 열려 있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시녀장은 랜턴을 들고 방을 빠져나왔다.
저벅.
저벅.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 사이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따라 걷던 시녀장은 알현실이 있는 거대한 문 앞에 섰다. 작게 열려 있는 문틈으로 내부를 엿보았다.
레드 카펫이 이어진 길.
그 끝에 있는 왕좌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상체를 숙인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어서 누군지 구별이 가지 않았지만.
이 시간에 저렇게 있을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술을 먹고 취해서 인사불성인 제국의 황제.
“폐하?”
시녀장의 부름에도 왕좌에 앉아 있는 이는 별다른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휘이이잉!
알현실에 열려 있는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왔고, 문틈까지 찬바람이 흘러나왔다. 시녀장은 몸을 부르르 떨며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랜턴을 들고 천천히 걸어 들어가 왕좌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왕좌에 앉아 있는 이를 향해 랜턴을 들이밀었다. 사내의 정체를 알게 된 시녀장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재상 로드웰.
황제를 황제 대우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왕좌까지 마음대로 앉아 있을 줄은 몰랐다.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정신을 차린 시녀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재상님, 여기서 주무시면 찬바람에 몸이 상하십니다.”
“하아…….”
로드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입김. 별다른 대답 없이 숨만 내쉬며 상체를 숙이고 있었다.
“재상님?”
“…….”
휘이이이잉!
거센 바람이 알현실 안을 가득 채웠다. 활짝 열린 창문이 세차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시녀장이 걸음을 옮겼다.
랜턴을 잠시 내려 두고 창문을 닫았다.
양옆으로 있는 여덟 개의 창문을 모두 닫고 나서도 알현실엔 냉기가 가득했다.
시녀장은 몸을 부르르 떨며 랜턴을 들고 로드웰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재상님, 제가 침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덥다.”
싸늘한 로드웰의 한마디.
마치 심장에 비수를 꽂는 듯한 서늘함에 시녀장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재상…… 님?”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는 로드웰.
잔뜩 찌푸려진 미간으로 시녀장을 바라보더니 손을 뻗었다.
그대로 시녀장의 목을 잡았다.
“재…… 재상님?”
“화가 끓어오르다 못해 이 미칠 듯한 분노가 도저히 식질 않아.”
로드웰은 이를 바득 갈면서 시녀장을 노려보았다. 시녀장의 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서서히 조여 가는 목.
시녀장이 다급하게 로드웰의 팔을 잡아 보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로드웰은 힘을 더욱 강하게 주며 시녀장의 목을 조여 갔다.
“커…… 커컥!”
“그나마 찬바람으로 분노를 식히고 있었거늘.”
“죄…… 죄송…….”
“죄송? 죄송! 또 죄송이냐! 어떻게 내게 보고를 하는 이들은 죄송이란 말을 달고 사는 거냐!”
로드웰은 분노에 못 이겨 시녀장의 목을 비틀었다. 목이 꺾인 시녀장이 뭄을 축 늘어트렸다.
툭!
옆에 있는 바닥에 시녀장을 던졌다. 다시 왕좌에 털썩 앉으며 왼팔을 들어 올렸다. 마나를 모아 왼쪽에 있는 창문을 향해 손짓을 하자.
쩌저정!
창문이 터져 나가며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다시금 분노를 다스려 보기 위해서 노력해 보았지만.
분노가 가라앉질 않았다.
꽈득!
주먹을 쥐며 왕좌를 내리쳤다.
“젠장…….”
이번 임무는 절대 실패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애드리안 왕국의 왕은 무조건 둘째 왕자가 되어야만 했다.
그것이 마신교의 계획이자, 자신의 계획이었다.
우우우웅!
로드웰의 얼굴 앞으로 검은빛이 모여들었다. 동그란 구의 형태를 한 검은빛에서 마기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본 로드웰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왕좌에서 내려왔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조아렸다.
-로드웰.
검은빛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하지만 절대 티를 내서는 안 됐다. 주먹을 불끈 쥐며 인내심을 극한으로 끌어 올렸다.
“예.”
-시니스터를 건드리다니. 시키지도 않은 일을 멋대로 진행했구나.
“…….”
-거기다 시니스터를 사용했음에도 애드리안 왕국의 일까지 실패했다니. 오랜만에 체벌이 필요할 것 같구나.
체벌이란 말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여기서 대답할 수 있는 단어는 딱 하나뿐이었다.
“예.”
-오베르크 제국에 대한 계획은 전부 폐기한다. 지금 당장 임무를 중단하고 본단으로 복귀하거라.
“예.”
검은빛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로드웰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큭…….”
“……큭큭.”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던 로드웰이 왕좌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혔다.
“크하하하하하하.”
한참을 웃다가 얼굴을 쓸어내리며 이를 갈았다.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했다.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끌려간 실험실. 그곳에서 마신교의 사제들에 의해 온몸을 구속당한 채 당했던 실험.
그들이 행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기억났다.
자기들의 마음에 안 든다며 어린아이를 때리던 것도, 여린 몸에 손가락만 한 주사기를 놓았던 것도.
죽기 싫어 버티고 버텼던 나날들.
그 끝은 실험 번호 001이라는 이름이 붙어지며 본단으로 호송되는 것이었다.
그 뒤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마신교의 개가 되어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정확히는 헨리 바스커반을 버닝헬에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즈음.
‘그때 세뇌가 풀렸었지.’
세뇌가 풀렸음에도 풀린 티를 내지 않고, 마신교의 개가 되어 움직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복수.
마신교가 원하는 것을 부숴 버리고, 이런 개 같은 삶을 만들게 한 신을 죽이는 것.
그게 로드웰이 생각하는 복수였다.
애드리안 왕국은 복수를 향한 첫발을 떼는 시작점이었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모든 게 망가져 버렸다.
예상보다 빠르게 시니스터가 모습을 드러냈고, 심지어 시니스터가 소멸하면서 예상치 못한 이가 주목을 받게되었다.
애드리안 왕국의 막내공주.
레베카.
“……까드득.”
반드시 죽여야 했던 인물이 살아남았고, 백성들에게 영웅이라 불리며 칭송받기 시작했다.
왕이 되지 않으면 이상한 상황.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왕세자를 죽이고, 그 자리에 허수아비를 놓으려던 계획은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마신교의 본단으로 돌아간다는 건, 지옥에 스스로 걸어가는 꼴이었다. 본단에서 펼쳐질 세뇌와 교육.
다시는 그런 끔찍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론 안 돌아가……”
원래 세웠던 계획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지만, 아예 답이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아직 최후의 수단이 남았다.
로드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녀장을 슬쩍 보다가 알현실을 걸어 나와 황제가 있는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화려한 문.
힘을 주어 문을 열자, 넓은 침대에서 남녀가 어우러져 자고 있었다.
“음냐……”
어느새 살이 부쩍 오른 황제.
히무스 폰 오베르크.
녀석의 목을 잡고 침대에서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옆에 누워 있던 여인들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벌리려 하자.
마법을 이용해 전부 죽여 버렸다.
잔뜩 술에 취해 있는 히무스가 풀린 눈으로 쩝쩝거리며 로드웰을 쳐다보았다.
“뭐야…… 컥!”
마법을 이용해 히무스를 공중에 떠오르게 만든 뒤, 황제의 침실을 나와 복도를 따라 걸었다.
회전형 계단이 있는 곳.
그길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걸음을 옮기다가 만나는 순찰자들을 전부 죽이며 이동했다. 그렇게 도착한 지하에는 밀실이 하나 있었다.
오랜 시간 방치된 흔적.
황궁을 재건하면서 로드웰이 찾아낸 곳이었다. 마신교의 계획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소.
황제의 무덤.
역대 제국을 이끌었던 황제들이 있는 곳으로, 황제의 후손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었다.
히무스가 필요했던 건 이곳 때문이었다.
바람 마법을 이용해 히무스의 손바닥을 가르고, 피가 흐르는 손을 밀실 쪽에 가져다 대었다.
“뭐…… 뭐 하는 거야!”
밀실에 히무스의 피가 닿자, 곧바로 변화가 일어났다. 히무스의 피가 밀실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피로 그려진 오베르크 제국의 문양.
그와 함께 굳게 닫혀 있던 밀실이 열렸다.
길게 이어진 동굴.
양옆으로 만들어진 공간엔 황제들의 시체가 담겨 있는 황금관이 있었다.
로드웰은 걸음을 옮겨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깊숙한 곳에 화려한 관이 있었다.
황금보다 비싸다고 하는 다이아로 만들어진 관. 저 안에 들어 있는 황제의 이름은 루드칼.
오베르크 제국을 세운 초대 황제.
“여기군.”
저 관을 열기 위한 열쇠가 필요했다.
로드웰은 둥둥 떠다니는 히무스를 옆으로 옮긴 뒤, 손을 날카롭게 만들어 히무스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커헉!”
히무스의 심장을 뽑아 다이아로 만들어진 관 위에 올리고, 그대로 힘을 주어 심장을 터트렸다.
피가 흐르며 관에 닿았다.
우우우웅!
지이이잉!
강한 진동이 울리며 관 뚜껑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열리는 관을 보며 로드웰이 입꼬리를 올렸다.
관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마기.
관 안쪽에 손을 넣어 마기를 내뿜는 물체를 집어들었다. 검은 붕대로 둘러싸여 있는 누군가의 손가락.
“마신의 검지손가락.”
오베르크 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신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인간으로서는 최초로 신의 위치까지 올라간 마신의 육체 조각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창조신은 신탁을 내려 여섯 명을 지목했다. 지목받은 이들은 힘을 합쳐 오베르크 제국을 무너트렸다.
그들은 황제가 모은 마신의 육체를 여섯 개로 나누어 가졌다.
누구 하나가 마신의 육체 조각을 전부 모아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지만.
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마신의 육체 조각 일부를 자신의 선조의 관 안에 숨겨 놓았다.
그게 이 검지손가락이었다.
“아쉽네.”
애드리안 왕국이 가지고 있는 마신의 육체가 가장 강력한 것이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지고 싶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아쉬운 대로 이걸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로드웰은 크게 입을 벌렸다.
꿀꺽!
* * *
애드리안 왕국을 떠나 곧장 오베르크 제국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제국의 수도에 다다랐을 즈음.
고오오오오!
전신을 저릿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마기가 느껴졌다. 뭔가 싶어서 마기가 느껴지는 근원지를 쳐다보았다.
높게 솟아 오른 황궁.
그곳에서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미 황궁에 있는 이들은 마기를 견디지 못하고 마인이 되었다.
마인이 된 이들은 수도를 헤집어 놓았고, 수도 곳곳에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아비규환.
“알을 직접 깼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하나뿐이었다.
황제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에 있을 마신의 육체 조각.
“손가락을 삼킨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