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로드웰의 비밀 (4)
피에르의 수장 버커조.
헤칸의 수장 이파스.
둘은 각각 광대와 거미 인간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다.
한 조직을 이끄는 수장인 만큼 실력이 뛰어날뿐더러 각각의 콘셉트에 맞게 버커조는 화려한 속임수를 사용했고, 이파스는 거미줄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난 누굴 상대해도 상관없어서 파비안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누구랑 붙을래?”
“이파스를 상대하겠습니다.”
“그래. 정 힘들면 버티기만 하고 있어. 빠르게 정리하고 갈 테니까.”
“부단장님의 발목을 잡을 순 없죠.”
파비안이 내 쪽을 쳐다보며 비장한 눈빛을 보냈다. 피식 웃으며 서로 고개를 끄덕인 뒤 상대를 향해 움직였다.
내 상대는 버커조.
게임 속에서 레이드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어서 녀석이 주로 사용하는 기술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씨익.
내가 웃으며 쳐다보자 버커조가 따라 웃으며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꺼내 들었다.
슉!
슉!
하나둘 늘어나는 단검.
버커조의 손에서 움직이는 단검 저글링은 화려했다. 공연을 하듯 활짝 웃는 얼굴로 묘기를 부렸다.
시선이 주목될 수밖에 없는 현란함.
“어때? 널 위한 축하 공연이야. 키히히히.”
“죽기 전 마지막 공연이 될 것 같은데?”
“불과 1시간 전의 나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버커조가 살기를 내뿜었다.
광기를 머금은 눈동자와 함께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는 단검.
그걸 시작으로 버커조가 몸을 움직이며 빠르게 달려들었다. 첫 번째로 던진 단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내가 움직일 걸 예상한 버커조가 두 번째, 세 번째 단검을 동시에 날렸다.
지면을 박차며 몸을 회전했다.
버커조의 단검을 전부 피하며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버커조의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챙!
버커조가 공격을 막아 내며 역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녀석의 손에서 화려하게 움직이는 수십 자루의 단검.
전부 오러 블레이드가 담겨 있었다.
챙!
챙!
챙!
버커조는 단검을 날리기도 하고, 직접 들고 휘두르기도 하고, 던졌던 단검을 회수하기도 하면서.
변칙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몰아쳤다.
녀석의 주력기 중 하나인 광대의 칼춤.
게임에서 보았던 연출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지만, 직접 몸으로 상대하니 연출은 그냥 애송이 수준이었다.
챙!
챙!
심지어 로드웰로부터 넘겨받은 마기로 각성 상태에 돌입해서 그런지.
속도나 위력이 엄청났다.
적룡지체를 얻지 못했다면 막는 데 급급하다가 치명적인 일격을 피하지 못하고 목숨 하나를 잃었을 거다.
“하하하. 아까 그 잘난 척은 어디 갔냐?”
버커조가 눈을 번뜩이면서 마기를 끌어 올렸다. 녀석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한층 더 강해졌다.
손으로 저글링 하던 단검들이 허공에서 회전하며 부유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잡지 않아도 움직이는 단검들.
무협에선 흔히 이기어검이라 불리던 현상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녀석이 춤추듯 몸을 회전하며 손가락을 까닥이자, 단검들이 춤을 추듯 내 주변에서 움직였다.
쐐애애액!
일순간에 단검이 쇄도했다.
폭풍베기를 사용해 검을 휘둘렀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검을 쳐 내며 속도를 끌어 올렸다. 단검 하나하나에 담긴 검은 오러를 상대하다 보니 감이 왔다.
각성해서 강해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몰아붙여야 가지고 있는 필살기를 꺼낼지.
우우웅!
마나를 검에 집중시키며 반월참을 날렸다. 오러 블레이드가 형태를 이루며 버커조를 향해 날아갔다.
다급하게 단검을 회수해서 반월참을 막으려는 버커조.
녀석의 뒤로 그림자 이동을 한 다음 다시 반월참을 사용했다.
두 개의 반월참이 버커조를 두고 앞뒤로 쏟아졌다.
“젠장!”
이를 바득 가는 버커조가 두 개의 단검을 잡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전부 끌어 올렸다.
카가가가강!
반월참을 막아 낸 버커조의 표정은 살벌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반월참을 쳐 내더니 그대로 단검을 내게 던졌다.
단검을 쳐 내는 순간.
버커조가 손을 하늘을 향해 뻗은 다음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녀석의 손짓에 맞춰 바닥에 쓰러져 있던 마물들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꼭두각시 인형 춤.
“춤춰라.”
버커조의 명령과 함께 꼭두각시가 된 마물들이 달려들었다. 버커조가 가지고 있는 마기로 인해 강화된 마물들.
서걱!
하나를 죽이면 둘이 늘어나 달려왔고, 둘을 죽이면 넷으로 늘어나 달려왔다.
광대의 손에서 미친 듯이 증식하는 꼭두각시 마물들.
가장 강력한 기술을 사용한 버커조의 표정은 볼만했다. 마치 자신이 승기를 잡은 것처럼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래. 그래. 그래! 그렇게 몰아쳐!”
“나도 비슷한 게 있는데.”
“뭐?”
그림자 군주의 등급이 올라가면서 얻은 그림자 분신들을 전부 소환시켰다.
10개의 그림자 분신.
녀석들과 함께 광대가 만들어 낸 꼭두각시 마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떤 그림자는 흑웅의 주먹을.
어떤 그림자는 질풍베기를.
각자 적재적소에 맞게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사용하며 꼭두각시 군단을 쓸어버렸다.
“젠장!”
버커조가 재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꼭두각시 인형 춤의 진정한 비기.
마물들을 전부 합쳐 하나의 거대 마물로 만들어 내는 기술.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시니스터급에 버금가는 마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씨익.
그림자 분신이 질풍베기를 사용하며 버커조를 향해 쇄도했다.
서걱!
서걱!
서걱!
.
.
.
10개의 그림자로 이루어진 실선이 그어지더니 버커조의 몸이 산산조각 나며 바닥에 쓰러졌다.
“먹어 치워.”
그림자 분신이 사방에 널려 있는 마기를 집어삼켰다. 뒷정리를 맡겨 두고 파비안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거미줄을 사용하는 이파스.
내가 익히 봐 왔던 히어로 무비의 주인공처럼 거미줄로 무언가를 잡아서 던지거나, 거미줄을 날려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의 전투를 하고 있었다.
콰아앙!
이파스가 날린 거대한 돌을 파비안이 방패를 만들어 막아 냈다.
혈술을 이용한 활용 능력.
방패는 다시 다수의 화살이 되어 이파스를 향해 날아갔고, 이파스는 거미줄을 만들어 파비안의 공격을 막아 냈다.
유효한 공격은 하나 없는 의미 없는 공격과 방어.
파비안이 자신의 실력을 믿고 좀 더 거세게 나아갔다면, 지금쯤 이파스는 파비안에게 종속되어 있었을 거다.
좀 더 공격해도 되는 타이밍에 자꾸 주춤거리는 건, 파비안의 경험이 부족한 탓에 드러나는 실수였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뱀파이어가 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혈술을 다루는 실력도 떨어지는 편이니까.
심지어 이 모든 과정이 나 때문에 일어진 일이니.
조금만 도와줘 볼까?
“파비안!”
“예?”
“주변에 단 한 방울의 피가 있는 이상 넌 절대 죽지 않아.”
“…….”
“넌 인간이 아니라 뱀파이어. 그것도 진혈 뱀파이어라는 것을 잊지 마.”
“……예.”
파비안의 눈빛이 달라졌다.
뱀파이어 특유의 송곳니를 드러내 눈을 번뜩였다.
단숨에 달라진 기세.
파비안이 이파스를 향해 움직였다. 이상함을 감지만 이파스 또한 필살기를 사용하려 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파비안 쪽이 좀 더 빨랐다.
사방에 있는 마물들의 피가 하늘로 솟구치다가 이파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파스는 거미줄을 이용해 피를 피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무한한 피는 이파스가 움직일 수 있는 경로를 모두 막아 버렸다. 하늘에 펼쳐진 거대한 새장.
거대했던 새장은 점점 작아지며 이파스를 옭아맸다.
“나는…… 진혈 뱀파이어.”
스스로 되뇐 파비안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더니 주먹을 쥐었다.
꽉!
새장이 단숨에 작아졌다.
“끄으윽!”
이파스의 몸을 터트려 버릴 듯이 압박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창이 나타나 새장을 향해 쏟아졌다.
콰가가가강!
수십 개의 창이 새장을 뚫었다.
“커헉!”
피를 흘리며 쓰러진 이파스.
“허억…… 허억…….”
과하게 혈술을 사용한 파비안이 숨을 헐떡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림자 분신을 이용해 버커조와 이파스의 시체를 움직였다.
파비안의 앞에 두 구의 시체를 던졌다.
“종속으로 만들어.”
“…….”
“왜.”
“제 능력에 잡아먹힐 것 같습니다.”
파비안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괜찮아. 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 * *
오베르크 제국 지하 깊은 곳.
전대 황제들이 묻혀 있는 무덤에는 검은 번데기가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사람의 형태를 한 번데기.
두근.
두근.
심장박동에 맞춰 번데기가 움직였다. 딱딱해 보이는 외부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균열이 일어났다.
쩌저적!
단숨에 부서진 번데기와 함께 로드웰이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두 발로 바닥에 서서 손을 들어 올렸다.
신기한 듯 주먹을 쥐었다가 펴 보더니, 손바닥을 펴서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것을 느끼며 로드웰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성공…… 했구나.”
몸 깊숙한 곳으로부터 차오르는 충만한 마기. 그와 함께 머릿속에 떠오르는 마신의 권능.
-느껴지느냐.
환청처럼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로드웰이 입맛을 다셨다.
“그래. 느껴져.”
-파괴하고, 부숴라.
“원하던 바야.”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내 힘을 내어 주마.
마지막 말을 끝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로드웰은 잠시 눈을 감으며 기감을 끌어 올렸다.
쏴아아아!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고.
주변에 모든 것이 느껴졌다.
황궁 위에 있는 두 명의 인기척.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사전에 보내 놓았던 피에르와 헤칸의 수장들은 전부 당한 모양이었다.
“뭐, 상관없나.”
지금 느껴지는 이 힘으론 못 할 게 없었다. 로드웰이 마기를 살짝 끌어 올리자 등이 있는 부분이 터지면서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날개를 움직이며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콰가가가가강!
머리에 닿는 것들을 부수면서 위로 올라갔다. 황궁 바닥이 보이고, 2층 바닥이 보이고 마침내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
로드웰은 황궁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눈에 보이는 두 명의 사내.
한 명은 서쪽을 맡고 있던 블러드를 이끄는 수장 파비안이었고, 다른 한 명은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는 이름 모를 사내.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을 보고 있으니, 단번에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레…… 딘?”
사내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은 레딘이 사용하던 것이었고, 로드웰이 직접 마기를 이용해 형태를 바꿔 놓았던 검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검이 원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그와 함께 겹쳐지는 기사단장의 얼굴.
로드웰은 분명 레딘의 검으로 첩자를 골라내려다 실패하고, 검을 기사단장에게 넘겼었다.
“……이제야 모든 게 납득이 가는군.”
기사단을 꾸리기 위해 진행했던 신분패 경쟁부터, 시니스터를 깨워 애드리안 왕국으로 보내고, 레베카를 죽이려고 보냈던 암살자와 애드리안 왕국의 후계자 경쟁까지.
이 모든 일에 레딘이 관여하고 있었다.
“네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고 말겠다.”
로드웰은 손을 뻗어 마신의 권능을 사용해 레딘에게 날렸다.
콰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