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신성 제국 (1)
그림자 드래곤을 이용해 제국 실험실이 있는 산맥까지 단번에 날아갔다.
그림자의 힘을 거두고 동굴 입구에 들어서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헤더와 레디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어릴 때 기억은 별로 좋지 않아. 아버지한테 혼나면서 자랐거든.”
“왜?”
“검술 가문이었는데 검술을 제대로 할 줄 몰랐거든. 그래서 마법을 익히려고 했더니 집에서 쫒겨났어. 하하하하…….”
“마법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데.”
“그치.”
과거를 이야기할 정도인 것을 보면 둘이 꽤 친해진 모양이다. 무엇보다 레디스의 억양이나 발음에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언어 문제를 해결한 건, 헤더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 주고 대화를 나눴기 때문일 터.
“뭐야.”
레디스의 날 선 목소리와 함께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동굴 안에서 날아오는 불덩이.
용 마법을 이용해 불덩이를 없애며 안으로 들어갔다. 레디스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레딘!”
이를 바득바득 갈더니 팔짱을 낀 채로 코를 찡그렸다.
“너, 내가 귀찮아서 여기다가 버리고 혼자 간 거지.”
“귀찮은 건 아니고.”
교육이 필요하긴 했지.
“그럼?”
“훌륭한 선생님을 붙여 준 거지.”
헤더를 향해 손을 흔들자, 헤더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왔어?”
“마렉한테 연락받았어. 수수께끼를 다 풀었다면서?”
“어.”
“진짜 대단하다.”
“아니야. 옆에서 레디스가 모르는 부분을 많이 도와줘서 금방 끝냈던 거지, 나 혼자였으면 좀 더 걸렸을 거야.”
“맞아. 내가 도와줬어.”
레디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고생했네.”
“그러니까 다음엔 나도 데려가! 나도 싸울 거야. 복수하게 해 준다고 했으니까 약속 지켜.”
“그래. 일단 실험실부터 둘러보자. 안에는 들어가 봤어?”
“너 오면 같이 들어가려고 했지.”
헤더가 자리에서 일어나 쪽지 몇 개를 챙겼다. 그리곤 제국 실험실이 있는 공터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레디스, 좀 도와줄래?”
헤더의 요청에 레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헤더가 써클을 공명시키면서 마나를 끌어 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주문을 외우며 마법을 사용했다.
지이이이잉!
공터에 만들어진 거대한 마법진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도형이 움직이고 문자가 사라졌다가 생기고, 변화가 일어나면서 바닥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레디스와 헤더가 마법진을 해체하는 걸 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오베르크 제국 실험실.
게임에서도 본 적이 없었고, 내부에 뭐가 있는지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아는 건 이곳에 있는 초마력탄 연구를 이용해 마신교가 왕국 하나를 날려 버렸다는 것 정도.
그래서 조금은 궁금했다.
“레디스, 마나 안정화 좀 부탁해.”
“응.”
“지금부터 저번에 약속했던 대로 하는 거야. 알겠지?”
“응.”
둘이 펼쳐 내는 마법으로 마법진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외곽부터 하나씩 하나씩 지워졌다.
마법진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마나가 거세게 휘몰아쳤다. 땀을 흘리는 헤더가 침을 삼키며 마법진을 노려보았다.
우웅!
지이이잉!
헤더가 이를 갈며 마지막으로 쏘아 보낸 마법과 함께, 실험실에 있던 마법진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나의 파동이 단숨에 사라지고, 헤더가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져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이거 마셔.”
헤더에게 포션을 건넸다.
포션을 마신 헤더가 잠시 정신을 차리도록 기다리며 공터 내부를 쳐다보았다.
여러 가지 책상과 실험 도구들.
가운데에 세워진 탑.
바닥을 짚고 일어선 헤더와 함께 공터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먼저 들어간 레디스가 신기하다는 듯 돌아다녔다.
“이거 봐 봐! 여기 뭐가 있어.”
레디스가 가리킨 곳에는 여러 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원기둥 형태의 발사대.
미사일로 보이는 구체.
이외에 복잡한 술식과 마법진,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이게 초마력탄이구나…….”
헤더가 구체 형태의 미사일을 가리켰다. 그리곤 구체를 유심히 쳐다보며 설명을 해 주었다.
“주재료는 마석이고, 이외에 복합 재료를 이용해서 둥근 알 형태로 만드는 모양이야. 그 위에 폭발 마법을 새기는 형식이고.”
“다른 건?”
“거리는 거의 대륙 전역으로 날릴 수 있는 거고. 여기에 적힌 건 거리와 방향, 정확성을 계산하는 술식 그리고 이건 발사대를 움직이는 방법인 것 같아.”
“제작법도 적혀 있나?”
“잠깐만. 그건 좀 찾아봐야겠는데?”
“그럼 각자 좀 둘러보면서 찾아보자.”
“그래.”
각각 흩어져서 공터 내부에 있는 실험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워낙 마법에 관심이 많은 헤더는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뭔가에 홀린 듯 돌아다녔고, 레디스는 심심한 표정으로 대충 둘러보고 다녔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가운데에 있는 탑이 신경 쓰여서 그쪽을 확인했다.
조금 둘러본 결과.
이게 탑이 아니라 발사대라는 것을 알아냈다. 내부는 사람 다섯 명이 양팔을 벌려야 할 정도로 넓었다.
벽에는 발사를 위한 마법진들이 새겨진 것으로 보이고, 작동하기 위해선 엄청난 마나가 필요해 보였다.
“찾았다!”
신기한 장난감이라도 발견했는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목소리로 헤더가 나를 불렀다.
밖으로 나와 헤더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것 봐 봐. 여기 초마력탄을 만드는 자세한 공정 방법이 적혀 있어.”
“아까 주재료는 마석이라 했고. 나머지 재료들은 뭐가 있는데? 구하기 힘든 것들이야?”
“천 년 된 벼락 나무, 화염 거북이 등껍질 등등. 어디서 한 번씩은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락토의 뿔 가루는 처음 들어 봐.”
락토.
초월종 중의 하나.
이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서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레샤 왕국의 이자벨에게 부탁한다면 쉽게 구할 수 있을 터.
“작업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일단 이 안에 있는 낡은 장비로는 만들기 힘들어 보여서 새로 장만해야 할 것 같은데…….”
“필요한 게 있으면 전부 마렉에게 부탁해서 최대한 빨리 작업에 들어가 줘.”
“왜? 급해?”
헤더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제 곧 마신교가 전쟁을 일으킬 거야. 그때 녀석들을 막기 위해선 이게 꼭 필요해.”
* * *
애드리안 왕국.
왕궁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창문 밖을 쳐다보던 레베카는 성문을 통과하는 많은 행렬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왕국을 지탱하는 두 개의 공작가.
그 밑에 있는 수많은 백작과 자작.
애드리안 왕국과 손을 잡은 거대 상단들.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즉위식에 참가하기 위해 왕국을 찾아왔다.
“떨리네…….”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아 보려 했지만.
“하아…… 검증 때보다 더 떨리네.”
얼마 전에 마무리된 후계자 검증.
마지막 회의에서 기사단장이 둘째 왕자와 백작의 범죄 행위를 밝혀냈다.
그와 함께 밝혀진 범죄 계획들.
그 모든 것을 직접 듣고 나서 최종 후계자로 확정되었던 순간에도 이렇게 떨리진 않았다.
그땐 그냥 꿈만 같았다면.
지금은 진짜 피부로 다가왔다.
똑똑!
“폐하,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문이 열리며 시녀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다양한 쟁반을 들고 있는 시녀들이 주르륵 길게 늘어섰다.
시녀장의 손짓과 함께 시녀들이 움직였다.
즉위식에 입을 제복을 꺼내어 레베카가 편하게 갈아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여러 가지 장식들을 달고, 예식용 검까지 차고 나서야 시녀들이 뒤로 물러섰다.
슬쩍 고개를 돌린 레베카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어머니를 닮은 붉은 머리카락 밑으로 새하얀 제복이 있었다. 애드리안 왕국의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따서 만든 유일한 옷.
착용감도 뛰어나고 재질이 부드러웠다.
“식장으로 가실까요?”
시녀장이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시녀 두 명이 움직여 문을 활짝 열었고, 레베카는 깊게 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문 밖으로 나가자 왕실 기사단이 대기하고 있었다.
양쪽에 나열해 있는 기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레베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충!”
레베카가 담담하게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 뒤를 따라 기사들이 레베카를 따랐고, 기사들 뒤로 시녀들이 이어지는 긴 행렬이 만들어졌다.
복도 중앙에 있는 계단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다시 복도를 따라 걷다가 넓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출정식 때도 한번 와 본적이 있는 방이었다.
발코니가 있던 방.
레베카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기사들 일부가 문 앞을 지키고, 나머지 인원들이 곳곳으로 퍼져 주변을 감시했다.
시녀들은 다시금 레베카의 머리나 옷 상태를 점검하고, 뒤로 물러나 두 손을 모은 채 섰다.
시녀장이 다가와 레베카를 보며 입을 열었다.
“폐하, 호흡을 가다듬고 창밖을 쳐다보시겠습니까?”
시녀장이 시킨 대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창밖을 쳐다보았다.
대광장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웅성거리는 백성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저들의 표정을 보니 새삼 마음가짐이 무거워졌다.
이 자리에 오르려고 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어머니의 복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고, 그에 관련된 이들을 벌하기 위해서.
그래서 오랜 시간 상념에 빠져 지냈다.
‘내가 이대로 왕이 되어도 되는 걸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걸까?’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할까?’
다양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속에서 답을 내리지 못하던 중에 스승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누군가가 억울한 삶을 살지 않게. 네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보아라.
그 순간, 버닝헬에서 겪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다양한 범죄를 마주하고.
범죄자를 체포하면서 겪은 일들.
그 범죄에 고통받고 있던 피해자들.
‘내가 원하는 세상.’
범죄자가 없는 세상을 만들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행복한 왕국을 만들고 싶었다.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레딘과 함께 지내면서 한 가지 배운 게 있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되뇌며 자신감을 끌어 올렸다.
“그럼 예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방에 도착한 대법관이 예식서를 들어 올렸다. 그가 천천히 예식서를 읽었고, 그에 맞춰 시녀장이 움직였다.
왕국의 문양이 달린 망토를 걸치고.
왕국의 상징인 기사검을 허리에 차고.
마지막으로 왕의 상징인 철로 만들어진 검 형태의 특별한 왕관을 머리 위에 썼다.
끼이익!
발코니 문이 열렸다.
레베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백성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뜨거운 환호와 함성이 쏟아졌고 레베카는 어깨를 펴고 힘차게 손을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
“폐하! 축하드립니다!”
레베카는 백성들의 열렬한 응원과 표정들을 하나씩 눈에 담았다. 그렇게 즉위식이 모두 종료되었다.
원래라면 더 성대하게 즉위식을 치러야 했지만.
애드리안 왕국에 왕이 부재했던 기간이 너무 길었던지라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았다.
레베카는 바로 알현실로 움직였다.
붉은 카펫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귀족들이 자세를 낮추며 레베카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그대로 걸어가 왕좌에 앉은 레베카는 귀족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 할 말들이 참 많지만…… 가장 급한 일부터 처리하겠습니다.”
“…….”
“지금부터 마신교와의 전쟁을 준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