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신성 제국 (2)
대륙 북서쪽에 있는 버닝헬.
소장 루켈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 통신 구슬을 바라보았다. 여섯 왕국의 회의가 열리지 않은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기사왕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다음 회의를 애드리안 왕국의 새로운 왕이 즉위하는 날로 정했지만.
“흐음…….”
새로운 기사왕이 탄생한 지금.
그 어떤 왕국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먼저 연락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회의 소집은 왕들의 권한. 일개 소장이 왕을 부를 순 없었다.
탁!
탁!
책상을 두드리다가 통신 구슬을 활성화시키고, 다른 왕국의 통신 구슬에 연결 신호를 보냈다.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그런데도 신호를 보낸 건, 지금 상황이 그만큼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각지에 파견 나간 교도관들로부터 보고되는 보고서의 숫자가 배로 증가하고 있었다.
몸을 숨기지 않고 활동하는 마신교.
그들로 인해 대륙 곳곳에 있는 자유도시와 중립국이 피해를 보고 있었고, 무법 지대로 변하면서 범죄율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었다.
버닝헬의 인력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여섯 왕국의 협조가 필요했다.
“쯧…….”
메마른 입술을 쓸어내리며 책상에 있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똑딱.
똑딱.
똑딱.
시계 움직이는 소리가 귀 바로 근처에서 들리는 것처럼, 시간이 너무나도 느리게 흘러갔다.
그때 한 구슬에서 빛이 들어왔다.
우웅!
애드리안 왕국의 구슬.
-들리시나요?
이전에 몇 번 본 적이 있는 익숙한 목소리. 특임단 소속이자 케르베로스에 속해 있었던 레베카.
애드리안 왕국의 새로운 기사왕.
자칫 어색할 수도 있는 사이지만, 이미 정체를 알고 있었을뿐더러 공과 사는 철저하게 구별하기에 루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잘 들립니다, 폐하.”
-오랜만이네요, 소장님.
“즉위식에 직접 참가했어야 했는데, 일이 바빠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버닝헬이 바쁜 건 제가 직접 경험해 봤으니 이해합니다. 그건 그렇고 호출한 이유가 무엇이죠?
레베카의 질문에 답을 하려는 찰나.
새로운 구슬에서 빛이 들어왔다.
신성 제국의 통신 구슬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뒤이어 레샤 왕국의 구슬에서도 빛이 들어오며 청탑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버닝헬에서 소집을?
살짝은 놀란 듯한 목소리.
“죄송합니다.”
루켈은 진심을 담아 사과한 뒤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무례한 일임을 알고 있음에도 연결 신호를 보냈습니다. 언짢으시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부른 건가?
청탑주의 말에 루켈이 답했다.
“마신교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벌인 사건과 관련한 모든 이야기를 세 명의 대표에게 건넸다.
“이젠 본격적으로…….”
똑똑!
“소장님!”
문 밖에서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
루켈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회의 중이다.”
“정말 급한 일입니다!”
너무나도 다급한 부하의 목소리에 왕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문을 열었다.
식은땀을 흘린 채 숨을 헐떡이는 부하가 조용히 속삭였다.
“라비노 국왕과 크레인 국왕이 전부 실종됐습니다.”
“뭐? 언제?”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라비노 국왕이 지내던 별장의 사용인들이 전부 죽어 있고 국왕만 사라졌다고 합니다.”
“…….”
“크레인 국왕은 정확한 정보가 들어온 건 아니지만, 한 달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알겠다.”
부하를 돌려보내고 다시 자리에 와서 앉자, 비슷한 시기에 보고를 받은 듯한 레베카가 침음성을 내뱉었다.
-아…….
-무슨 일이죠?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건가?
교황과 마탑주의 질문에 루켈이 답했다.
“라비노 국왕이 별장에서 급습당해 실종된 상태고, 크레인 국왕은 한 달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흐음…….
루켈은 주먹을 쥐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애드리안 왕국의 후계자 검증에도 마신교가 관여했던 걸 생각하면, 라비노와 크레인 왕국에 일어난 일도 마신교의 짓이 분명합니다.”
다들 침묵 속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간 이어진 침묵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레베카였다.
-전쟁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에 신성 제국의 교황이 답했다.
-마신교는 항상 재앙을 불러왔습니다. 이렇게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건,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온다는 얘기겠죠. 저도 전쟁 준비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전쟁…… 적탑주와 황탑주를 불러야겠구만.
-마침 일주일 뒤에 성녀 발탁식이 있습니다. 창조신 베로니카 님의 선택을 받은 성녀를 중심으로 발대식을 진행하는 게 어떻습니까?
창조신의 대리인.
성녀.
그녀가 가진 힘이라면 마신교와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성녀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컸다.
지금까지 쓰여 왔던 역사에서 성녀는 항상 활약해 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으니까.
-크레인 왕국과 라비노 왕국엔 제가 직접 연락을 넣겠습니다.
교황의 말에 레베카와 청탑주가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긴급 회의가 끝이 났다.
하나둘 종료하는 통신 구슬.
신성 제국이 꺼지고 레샤 왕국이 꺼지고 애드리안 왕국의 구슬만 남았을 때.
-소장님, 레딘이 전해 달라고 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뭡니까?”
-지하 감옥 깊은 곳을 은밀하게 수색해 달라고 했습니다.
* * *
제국 실험실에서 확실하게 계획을 세우고, 마렉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요청한 뒤에 신성 제국으로 움직였다.
신성 제국은 다른 왕국들과 달리 크기가 큰 편이 아니었다.
원래 시작은 오베르크 제국의 교단이었지만, 마지막 황제가 불순한 생각을 품게 되면서 자체적으로 왕국을 만들게 됐다.
성녀와 교황.
둘이 힘을 합쳐서 창조신 베로니카의 뜻을 알리고, 신성 제국을 현명하게 이끌어 나갔다.
“신성 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 방문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리로 모여 주세요.”
신성 제국에 도착하자 밝은 얼굴의 소년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몇몇 사람이 소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처음이세요?”
“예.”
“저랑 함께 가시죠. 제가 신성 제국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처음 찾아오는 이들이 해매지 않도록 배려하는 서비스.
내겐 필요 없었다.
그들을 지나쳐 신성 제국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서부터 느끼긴 했지만, 사람이 엄청 많았다.
가만히 있어도 어깨가 치일 만큼.
슬쩍 공간이 나는 곳으로 나와서 한숨을 돌리고 있자, 누군가 옆으로 와서 똑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는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이 생길 것 같은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 엄청 많죠?”
“그러네요.”
“신성 제국은 처음이세요?”
“처음은 아니고, 몇 번 와 봤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일주일 뒤에 성녀님이 뽑히는 신성제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성녀와 교황이 이끄는 나라.
하지만 인간인 성녀와 교황이 평생 나라를 이끌 수 없는 법.
노쇠한 성녀와 교황은 일정 나이가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새로운 교황과 성녀를 뽑았다.
그래서 성녀와 교황은 나이 차이가 나게 뽑았다.
신입 성녀가 부족할 땐 오랜 시간 이끌어 온 교황이 도와주고.
신입 교황이 부족할 땐 오랜 시간 이끌어 온 성녀가 도와주고.
이번엔 성녀가 은퇴해서 새로운 성녀를 뽑게 된 모양이었다.
성녀를 뽑는 법은 각국에 있는 지부에서 성녀 후보생을 선발하고, 선발된 후보생들을 모아서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주일 뒤?”
“그거 보러 오신 거 아니에요?”
마누엘이 쳤던 대사가 떠올랐다.
-5년 전, 신성제에서 성녀가 뽑히지 않았다.
이것도 마신교의 계획 중 일부였을까?
“형제님?”
“아…… 전 교단에 만나고 싶은 분이 계셔서 찾아왔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랑 함께 가요. 저도 마침 교단으로 가는 길이었거든요.”
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움직였다.
“자. 가요.”
뒤를 따라 걸으며 묘한 기운에 대해서 확인해 본 결과, 풍부한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저 정도의 나이에 이 정도의 신성력.
그건 딱 하나를 의미했다.
성녀 후보생.
왜 이런 거리를 성녀 후보생 혼자 돌아다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소녀를 따라 교단으로 움직였다.
지금 중요한 건, 저 소녀가 성녀 후보생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마누엘을 만나는 것이니까.
“여기에요.”
소녀가 손으로 거대한 성전을 가리켰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 곳곳에는 창조신 베로니카를 상징하는 나무와 꽃들이 있었다.
성전의 앞에 있는 분수대에는 창조신 베로니카를 형상화한 동상이 있었다.
분수대를 지나 성전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이 드러났다.
“엘시아 님! 또 어딜 혼자 다녀오신 겁니까.”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소녀에게 다가왔다.
이름이 엘시아인가 보네.
“다음에 또 봐요!”
엘시아가 손을 흔들며 중년의 남자와 움직였다. 중년 남자가 나를 슬쩍 흘겨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나도 걸음을 옮겨 안내원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신성 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형제님.”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시죠?”
“다크 나이트 기사단 소속 마누엘 기사님입니다.”
“잠시만요.”
안내원이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누엘 기사님은 현재 임무를 나가서 복귀하시지 않았습니다. 성함이랑 만나려는 이유를 알려 주시면 이후에 임무에서 복귀하셨을 때 연락처라도 남겨 놓겠습니다.”
“아…… 저번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이름은 비델입니다.”
“그러셨군요? 메모 남겨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내원에게 인사를 한 뒤 교단을 빠져나왔다.
뭐지?
마누엘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배신자를 잡기 위해 신성 교단으로 복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임무를 받고 파견 나갔을 수도 있지만.
뭔가 느낌이 꺼림칙했다.
“흐음…….”
잠시 머릿속을 정리하며 마누엘에 대한 정보들을 떠올렸다.
마누엘은 개인 집무실과 집이 있었지만.
그것 외에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은신처가 하나 있었다. 교단에 복귀를 하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조용히 조사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개인 은신처는 게임에서 곧잘 이야기했기에 위치를 떠올리고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뒤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빠르게 움직였다.
뒤에서 따라오는 걸음걸이도 빨라졌다.
미행이 붙은 것을 확인하곤 근처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인파에 휩쓸린 척하면서 죽은 자의 가면으로 얼굴과 신체를 바꿨다.
다시 골목길로 빠지면서 유령걸음을 사용해 건물 위로 올라가 몸을 숨겼다. 그러자 내 뒤를 따라오던 이가 골목길로 들어섰다.
기사 복장을 하고 있는 사내.
표정만 보면 호의적인 일로 찾아온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일단 자리를 떠나 은신처에 들어섰다.
신성 제국 외곽에 있는 작은 집.
노크를 해 봤지만, 안에선 별다른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문고리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기자기한 외관과는 달리 안은 썰렁했다.
필수품이라 불리는 가구들이 하나도 없고, 딱 책상 하나만 놓여 있었다.
책상 밑으로 가서 바닥을 두들겼다.
똑똑!
텅 빈 공간이 있는 소리.
손으로 바닥을 쓸자 손잡이 같은 게 있었다. 그걸이 이용해 바닥에 있는 작은 공간을 열었다.
그곳엔 책이 여러 권 들어가 있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을 꺼내서 펼쳐 보자 가장 최근 날짜에 적힌 일기 같은 게 있었다.
일주일 전 오늘 날짜.
-7명의 대주교 중에 배신자가 있다. 오늘부터 한 명씩 조사에 들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