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5)
15화 버닝헬 탈옥 사건 (3)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방심했을 때.
빠른 속도로 접근해서 전력을 담은 한 방을 휘두르는 것이 진정한 질풍베기라 할 수 있다.
육체, 마나, 검법.
그리고 발놀림의 완벽한 조화.
아직 검성의 다섯 번째 심득을 얻지 못했기에 내가 펼친 질풍베기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위력은 강력했다.
소드 오러의 영향으로 바닥에 검상이 생겼고, 그 끝에는 가슴이 깊게 베인 다르만이 피를 토하고 있었다.
“쿨럭… 이런… 말도 안 되는…….”
허망한 표정으로 현실을 부정했다.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묘한 짜릿함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첫 승리의 기쁨이랄까.
그것도 잠시, 참기 힘든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뼈가 부서진 것처럼 몸이 버티질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크윽!”
이제 막 만들어 낸 마나홀로 너무 무리를 한 모양이다. 고통이 상상을 초월했다. 육체 단련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전신에 열기가 퍼지고.
몸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 순간.
[불굴이 발동됩니다.]고통이 썰물처럼 쓸려 나가며, 정신이 맑아졌다. 호흡이 안정되고 활력이 돋았다.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단하게 몸 상태를 확인했다.
쓸린 부분이나 자잘한 생채기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고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코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흐읍.”
깊게 내뱉으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하아.”
질풍베기를 사용하면서 검이 부셔졌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쓸 만한 검을 두 자루 정도 챙겼다.
“큭큭큭…….”
바닥에 쓰러진 다르만의 웃음.
살아 있었나.
수상한 짓을 하기 전에 확실히 정리하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를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검을 역으로 쥐고.
검날을 다르만의 심장에 겨누었다.
“내가… 끝일 거라 생각… 흐읍… 하지 마. 큭큭큭.”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어디선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느낌. 그와 함께 아라키스의 눈으로 인해 세상이 붉게 물들었다.
검에 힘을 줬다.
경로를 살짝 비틀어 팔뚝과 발목을 그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죽이는 것보단 살리는 게 도움 될 테니까.
“끄으으으윽.”
다르만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주변을 경계했다. 푸른색의 길을 찾아보려 하지만 보이질 않았다.
그때와 같다.
훈련장에서 세리아를 만났을 때.
감당할 수 없는 녀석이란 건가.
쿵!
천장에서 죄수복을 입은 대머리가 떨어졌다. 육중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남자. 그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다르만이 무언가를 건넸던 그 죄수다.
“큭큭큭… 왔구나… 널 죽일 저승사자.”
고오오오!
순간 거센 기운이 쏟아졌다.
숨이 턱하고 맞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빠르게 마나를 끌어 올렸다.
거센 기운에 저항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다시금 질풍베기를 할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푸른색이 나타났다.
죄수와 나 사이에 생긴 일직선과 함께 소드 오러가 형상화한 것처럼 푸른색의 파도가 일렁였다.
내 마음가짐이 중요한 건가.
아니면 상대가 방심했기 때문에?
아라키스의 눈에 대해서도, 좀 더 확실한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흐음?”
죄수의 고개가 천장을 향했다.
투두두두!
천장이 떨면서 돌가루가 쏟아졌다. 누군가가 구멍에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붉은 세상이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으… 먼지.”
파앙!
가벼운 파공음과 함께 돌가루가 좌우로 갈라지며 깔끔해졌다.
거지꼴의 사내.
그가 입고 있는 특임대 제복.
3년 뒤엔 특임대장의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버닝헬의 핵심 인물 중 한 명.
데이론이었다.
“이거 봐. 이거 봐. 이렇게 질질 흘리고 다니니까 어디 믿고 맡길 수 있나. 아까운 신입 하나 잃을 뻔했잖아.”
혼잣말하더니 손을 뻗어 죄수의 머리를 잡았다.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아아앙!
“마… 말도… 안 돼…….”
뒤에서 들리는 다르만의 절망.
그와 함께 데이론이 손을 털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역시. 내 안목은 쩐다니까.”
전체적으로 되게 가벼운 모습.
게임에서 보았던 데이론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에 살짝 벙쪘다.
“브라더, 나랑 같이 일하나 하자.”
“예?”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 * *
버닝헬로 향하는 수송선.
갑판 위에서 흰머리가 자욱한 중년인이 덤덤한 표정으로 버닝헬을 바라보았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한창 귀를 따갑게 하던 비상벨의 소리가 줄어들 때쯤. 버닝헬 제복을 입은 부하가 다가왔다.
“소장님, 일이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출발하지.”
부하가 사라지고, 잠시 멈추어 서 있던 수송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높은 파도를 가르며 버닝헬을 향해 나아갔다.
뿌우우우우!
뱃고동 소리와 함께 배가 정박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소장이 걸어 내려갔다. 밑에서 대기 중이던 간부들이 다가와 머리를 숙였다.
“소장님, 오셨습니까.”
그중 익숙한 얼굴인 부소장이 옆으로 다가왔다.
“제가 가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보고는 받았네.”
부소장이 볼이 파르르 떨렸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다른 간부들을 슬쩍 쳐다보았지만, 다들 고개를 저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소장을 바라보았다.
“누구에게…….”
“내가 자네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하나?”
“아닙니다.”
소장은 대화를 끊어 버리고 감옥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따라 간부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걸음을 옮겨 지옥의 다리에 도착했을 때, 특임대 제복을 입고 있는 은발 머리의 미녀가 고개를 숙였다.
“소장님, 특임 7단의 부단장 리에나라고 합니다. 명령하신 일을 지금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그러지.”
소장의 명령이 떨어짐과 함께 리에나가 간부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부소장, 총무과장, 작업팀장 등 총 21명에 대한 뇌물, 기밀 유출, 직무 유기를 비롯한 여러 범죄 기록과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뭐?”
“최고 법령에 의해 당사자 전원을 현장 체포하겠습니다.”
특임 7단의 교도관들을 비롯해 보안과 교도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간부들에게 마나 제어 수갑을 채웠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희들 미쳤어! 어따 손을 대!”
“소장님! 모함입니다!”
“당신이 이러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상임위원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소장은 그들을 제압했던 기운을 거둬들이고, 버닝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게 그을린 벽.
폭발로 무너진 건물.
부서진 마법 장치들.
매케한 냄새와 함께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는 이들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가슴이 무겁지만 담담히 받아들였다.
특임 7단에게 내린 명령이 아니었다면, 누군가가 죽지도 않았을 거고 다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풍파를 이겨 내기 위해선, 버닝헬의 썩은 부위를 도려낼 필요가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범죄자들이 버닝헬을 두려워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포석.
오늘부터 버닝헬은 서서히 변할 것이다.
“사망자 명단을 파악해서, 가족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삶에 지장이 없도록 충분한 지원을 조치하겠습니다.”
부하의 말에 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그리고 교도관 중 한 명이 마그네스의 첩자를 생포했다고 합니다.”
“누구지?”
“레딘이라고 합니다.”
레딘.
벌써 두 번째인가.
소장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공을 세웠으면 보상을 줘야지.”
“그럼…….”
“1계급 특진시키고, 원하는 부서가 있다면 바로 넣어 줘.”
“알겠습니다.”
* * *
불굴로 인해 육체적인 피로는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정신적으로 쌓인 피로가 상당했다.
병실에 누워서 이틀을 뻗어 있었다.
그리고 한순간도 빠짐없이 옆을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입에서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데이론.
옆 침대에 누워 코를 골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게임에서 보았던 데이론은 로한보다 차갑고, 그 누구보다 범죄자를 증오하는 시니컬한 캐릭터였다.
지금은 그런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형이라 부르라 하고, 같이 일하자고 되지도 않는 애교도 부리고, 자기 자랑이나 늘어놓는.
푼수 캐릭터랄까.
“일어났니?”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리에나가 보였다. 현 특임 7단의 부단장이지만 게임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
저들이 죽고 데이론이 흑화한 건가.
“저 또라이, 아니 모지리가 널 진짜 마음에 들어 했나 봐. 특임단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져 보면 단점보단 좋은 점이 많으니까 잘 생각해 봐.”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이틀 동안 병실에 있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 내 상황은 검성의 능력을 얻었지만, 힘을 제대로 다루는 데는 미숙했다. 좀 더 많은 전투 경험이 필요했다.
특임대는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뿐더러, 인정만 받는다면 개별적인 임무를 수행하면서 혼자 움직일 수 있다.
자유로운 시간.
외부에 있을 히든 피스도 얻을 수 있고, 세력을 만들기 위한 밑 작업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게임 세상에서 5년 전인 상황이니, 그때에는 감옥에 있던 범죄자들이 지금은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그들을 잡아 성과를 쌓을 수 있다.
무엇보다 데이론이 먼저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먼저 찾아가서 입단 테스트를 볼 생각이었다.
“입단하겠습니다.”
그러자 누워 있던 데이론이 벌떡 일어났다.
“리에나 당장 가서 계약서 가져와. 레딘 마음 바뀌기 전에.”
그런데 그냥 들어갈 생각은 없다. 1계급 특진으로 얻은 보상이 부서 선택권이니 최대한 뽑아 먹을 생각이다.
“조건이 있습니다.”
“뭔데?”
“올해 진행될 지옥 대전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특임대의 특성상, 임무가 길어지면 참가를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올해는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
보상을 놓칠 수 없으니까.
“오케이. 혹시나 임무 겹치면 내가 땜빵 서서라도 지옥 대전엔 보내 준다.”
“잘 부탁드립니다, 단장님.”
“무르기 없다?”
“그럼 짐 좀 챙겨 오겠습니다.”
가기 전에 마지막 심득은 챙겨 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