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신성 제국 (5)
그림자 분신을 근처에 숨겨 두고 연결을 끊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분신을 만들 때 정화의 힘으로 마기가 흘러 나가는 것을 막아서 들킬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대주교들이나 사제, 성녀 후보생들을 유심히 쳐다본 결과,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림자의 눈으로 본 마누엘과 엘시아. 그 둘은 쇠사슬에 묶여 어느 장소 안에 갇혀 있었다.
위치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 아래.
그것도 단순히 지하 1층, 2층 같은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이었다.
누굴까.
누가 마누엘과 엘시아를 그런 곳에 가둔 거고, 둘을 가둔 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창조신 베로니카 님이시여.”
제단 중앙에서 성녀 후보생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는 다이크 대주교. 현재로선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었다.
유일하게 상태창을 확인해 보지 못한 대주교.
“여기 있는 두 아이가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름에 응답해 주시옵소서.”
우웅!
다이크 대주교의 손에서 흘러나온 신성력이 성녀 후보생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 게임의 설정은 확실했다.
마신교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 없다.
신성력을 쓰던 자가 마기에 타락해서 마신교도가 될 순 있지만, 마기를 쓰던 자가 신성력을 쓰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다이크 대주교는 보란 듯이 신성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
그렇다고 의심을 지울 순 없었다.
이미 이전에 마그네스 조직의 일원들이 신성력이 담겨 있는 아이템들을 사용한 걸 보면.
마신교에서도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흐음…….
머릿속에 있는 정보들을 정리해서 해야 할 일들을 정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
이대로 시험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다이크 대주교가 배신자인지 확인하는 것.
지금 당장 마누엘과 엘시아부터 구하고, 그 둘로부터 얻은 정보를 종합해 배신자를 찾아내는 것.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뭘 해야 할지 쉽게 정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1부 예식을 마치고, 2부 예식을 진행하겠습니다. 대주교님들과 수석사제님을 제외한 나머지분들은 예배당 밖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때마침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예배당 밖으로 나와서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투명 아티팩트를 사용한 뒤에 그림자 분신과 다시 연결했다.
다시금 연결된 그림자 분신을 이용해 주변을 살폈다.
방금까지 있었던 마누엘과 엘시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을 살피니 질질 끌려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
흔적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활짝 열려 있는 철창문.
천천히 그림자를 이동시키며 철창을 빠져나가자 땅바닥으로 이루어진 길이 있었다. 길 좌우에는 이런 철창 감옥으로 가득했다.
마신교의 실험실에서 보았던 것 같은 풍경.
하나 다른 점은 철창 감옥 안에 있는 자들이 몬스터나 아인종이 아닌, 순수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그들의 특징은 하나였다.
신성 제국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진 갑옷이나 사제복을 입고 있다는 것.
“끄아아아아악!”
“꺄아아악!”
남녀의 비명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그림자를 이동시켰다. 기다란 복도 끝에 밀실이 있었고 밀실 안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
검은 사제복을 입은 자들이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들 앞에 마누엘과 엘시아가 십자가에 묶여 있었다.
우우웅!
십자가에 묶여 있는 둘로부터 대량의 신성력이 발생했다. 검은 사제복을 입은 자들은 그 신성력을 모아 팔찌 형태의 아티팩트에 담았다.
“절망스럽고 두려운가? 너희들이 믿는 창조신을 더욱 애타게 불러 보거라. 그러면 살아 나갈 수도 있을 테니.”
“그게 되겠습니까? 베로니카는 뒤져서 이미 사라졌을 텐데.”
“크윽…… 신을 모욕…….”
마누엘의 얼굴에 핏줄이 터질 것처럼 올라왔다. 이를 꽉 물며 고통을 참아보지만, 검은 사제들이 오히려 비웃었다.
“그러니까 빌어 보라고. 베로니카가 살아 있다면 너희를 구원해 줄 거 아니야.”
“끄으으으으윽!”
마누엘이 분노할수록 더 강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주변에 서 있던 검은 사제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엄청난 놈이군. 대주교는 어떻게 이런 놈을 잡아 온 거야?”
“같이 밥 먹을 때 수면제를 먹였다고 했습니다. 뒷조사할 거면 끝까지 의심했어야지. 쯧쯧.”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는 파악이 됐다.
분신 이동을 사용해 검은 사제들의 뒤를 노렸다.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가장 정면에 있는 자를 베었다.
촤악!
동료가 죽는 것을 확인한 두 명의 검은 사제가 양팔을 벌렸다. 로브가 펄럭이더니 마기가 흘러나왔다.
검은 마법진이 그려지며 마기로 이루어진 화살들이 쇄도했다.
그림자 분신을 만들어 화살을 집어삼키고 앞으로 보냈다.
그대로 달려간 그림자 분신이 두 명의 검은 사제를 집어삼켰다.
“끄아아악!”
“이거 놔!”
둘을 제압시켜 놓은 뒤.
십자가에 묶여 있는 마누엘과 엘시아에게 다가갔다.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둘의 몸에 달린 사슬들을 끊어 냈다.
온몸에 힘이 빠진 둘이 그대로 쓰러졌다.
그림자 분신으로 둘이 다치지 않게 바닥에 눕힌 후 아공간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냈다.
각각 한 병씩 먹이고 효과가 들기를 기다렸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마누엘이었다.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핀 그는 제압된 검은 사제들을 보곤,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구십니까.”
“접니다.”
죽은 자의 가면으로 변신했던 것을 풀고, 원래의 얼굴을 보여 주었다.
“레딘 님?”
“오랜만입니다, 마누엘 님.”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겁니까.”
마누엘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로드웰의 존재와 마신교에서 신성 제국에 심어 놓은 배신자까지.
내 이야기를 들은 마누엘이 입술을 깨물었다.
“다이크 대주교가 배신자입니다. 그가 이곳에 사제들과 기사를 가둬 놓고 저 팔찌에 신성력을 담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다이크 대주교가 팔을 벌렸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분명 왼손에 팔찌를 차고 있었다.
“확실한 겁니까?”
“예.”
“증거가 있습니까?”
“제가 갇혀 있을 때 저들과 같이 다이크 대주교의 얼굴을 봤습니다. 심문관에게 보낸다면 저들이 증인이 될 겁니다.”
그렇게 확실히 처리하려면.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개를 들어 돌로 막힌 천장을 바라보았다. 저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예배당이 나온다.
대주교와 수석사제들, 성녀 후보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 곳.
그곳까지 구멍을 뚫을 수 있다면 모든 이들이 이 장소에 대해 알게 될 거다.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니, 단순한 추락으로 다칠 일도 없을 터.
우우웅!
검에 마나를 담아 자세를 잡았다.
천장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반월 형태로 사출된 오러 블레이드가 천장을 갈랐다.
콰과가가가강!
한 번으론 부족했다.
두 번, 세 번…….
내가 원하는 곳까지 뚫기 위해 계속해서 반월참을 날렸다. 그리고 마침내 예배당 밑까지 구멍을 뚫었다.
쩌저적!
지반이 약해지면서 스스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시선을 돌려 마누엘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올라가시죠.”
* * *
신성 제국의 교황.
게임에선 과거 이야기를 할 때 언급됐을 뿐, 제대로 이름이나 얼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었다.
-교황님은 신성 제국을 마지막까지 지키다가 돌아가셨다.
게임에서 신성 제국은 가장 먼저 무너진 나라였다.
마신교와 거래를 한 범죄자들이 힘을 키워 신성 제국을 휘몰아쳤고, 네크로맨서가 수십만의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갔을 때.
복구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었다.
그때 신성 제국을 지키던 교황이 목숨을 잃었고, 성녀 발탁식에선 성녀가 나오지 않으면서 신성 제국이 몰락하게 됐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신성 제국의 미래였다.
지금은 찾아오지 않을 사라진 미래.
“반갑습니다. 신성 제국을 책임지고 있는 베르토스 교황이라고 합니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이웃집의 포근한 인상을 가진 할아버지가 손을 내밀었다.
장갑을 끼고 있는 교황과 악수했다.
“버닝헬 소속 레딘이라고 합니다.”
“레딘 님, 덕분에 큰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이를 가리지 않고 존대하는 모습.
그런 모습들이 딱딱해 보이기보단 배려를 해 준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마누엘 형제님도 그렇고 엘시아 성녀 후보생도 그렇고, 저희 신성 제국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었습니다. 그들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과 관련해서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시죠.”
“교황님께선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교황이 입술을 다물며 작게 고개를 움직였다.
“성녀 발탁식 기간이 찾아오면 교황이란 직책을 가진 이는 독방에 들어가 발탁식이 끝날 때까지 지내야 합니다. 온전히 창조신의 선택 아래 성녀가 뽑혀야 하기 때문이죠.”
“…….”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좀 더 확실하게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제가 신성 제국의 예식을 몰라서 실례되는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교황이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교도관님께선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버닝헬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아. 그럼 좀 있으면 도착할 사절단과 함께 성녀 발탁식에 참관했다가 함께 돌아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사절단이라는 건…….”
“레딘 님이라면 마신교가 대륙 곳곳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예.”
“이번에 크레인 왕국과 라비노 왕국의 국왕이 실종되었고, 이외에도 계속해서 마신교의 잔혹한 살행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뽑히는 성녀를 중심으로 마신교와 전쟁을 위한 발대식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
“아마 오늘 저녁쯤이면 사절단들이 도착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교황과 이야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사절단이라.
그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쿠궁!
쾅!
무너진 예배당을 복구 중인 기사들이 보였다. 그들을 지나쳐 마누엘의 집무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똑똑!
“누구십니까.”
“레딘입니다.”
“들어오시죠.”
방 안으로 들어가자 피곤한 기색의 마누엘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젯밤에 구출된 직후.
다이크 대주교를 직접 심문관에게 데리고 가서 조사를 한 뒤, 다이크 대주교가 지내던 중립 지역의 사옥까지 찾아가 증거들을 수집하고 왔다.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전면 부정하고 있습니다만, 사옥에서 마신교와 관련된 증거들이 나왔습니다.”
전면 부정하고 있다라.
“혹시 다이크 대주교와 한번 이야기를 나눠 봐도 되겠습니까?”
“예. 그러시죠.”
마누엘을 따라 다이크 대주교가 갇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감옥 주변을 신성 기사들이 감시하고 있었다.
감옥 안에서 폐인이 되어 쓰러져 있는 다이크 대주교.
“문 좀 열어 주시죠.”
철컥.
감옥 안으로 들어가 다이크 대주교의 몸에 손을 올리며 상태창을 사용했다.
주르륵 올라오는 스킬들을 확인하자마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뭐지?
마신교와 관련된 스킬들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른쪽 팔목에 화상 자국이 있습니다.
신성력이나 포션은 상처를 치료해 주긴 하지만 상처의 흔적을 원상 복구 시켜 주진 않았다.
다이크 대주교의 오른쪽 팔목을 확인한 결과, 화상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마누엘 님, 방으로 돌아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