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신성 제국 (6)
마누엘과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입니까?”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는 말에 마누엘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먼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주변을 살폈다.
기감을 끌어 올려 주변에서 엿듣는 이가 없는지 확인하고, 그것도 모자라 감시자의 눈을 사용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용 마법을 사용해 소리가 퍼져 나가지 않게 막았다. 이렇게까지 하고 나니 마누엘도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양이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다이크 대주교는 진범이 아닙니다.”
내 말에 마누엘의 표정이 찌그러졌다.
“그게 무슨…….”
“누군가 함정을 판 겁니다. 다이크 대주교가 차고 있는 팔찌엔 신성력이 담겨져 있지 않았습니다.”
“신성력을 전부 사용해서 그런 것 아닙니까?”
대주교의 팔찌를 확인했을 때.
그냥 상점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팔찌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진범이 다이크 대주교를 의심하도록 똑같은 팔찌를 일부러 보여 준 겁니다.”
“그럼 제가 보았던 다이크 대주교는…….”
“분장한 걸 겁니다.”
마누엘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특유의 침착함을 보이며 차분하게 고민하더니, 머릿속으로 정리를 끝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이크 대주교가 진범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가 있습니까?”
“마신교에서 보낸 신성 제국에 잠입한 인물은 오른쪽 팔목에 화상 자국이 있다. 그게 마신교의 수하 중 하나를 조사하면서 얻게 된 특급 기밀입니다.”
“그래서 대주교의 팔목을 확인하신 거군요.”
“예. 다이크 대주교가 자신이 아니라며 전면 부인한 것도 그렇고, 일이 너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골치 아프군요.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배신자가 누군지 모르는 이상.
누군가에게 선뜻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었다.
지금으로선 나와 마누엘.
이 둘로 움직이는 게 최선이었다.
“다이크 대주교를 범인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다른 대주교들이……?”
다만, 지금까지 7명의 대주교를 전부 확인했으나, 그들은 마신교에 대한 흔적이 없는 인물들이었다.
“신성 제국에 있는 삼대 특수 기사단장님들은 어떻습니까?”
“충분히…… 그분들이라면 대주교님들이 사용하는 마법까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을 붙이기도 쉽고, 움직이는 것도 대주교님들보단 자유로울 테니.”
“기사단장님 쪽을 맡아 주시죠.”
“알겠습니다.”
마누엘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술을 비틀며 물었다.
“그런데 배신자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배신자의 목적.
그건 신성 제국의 몰락일 터.
원래라면 네크로맨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범죄자가 신성 제국으로 쳐들어오는 게 계획이었겠지만.
이미 그건 엇나간 지 오래다.
다른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거다.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걸까.
“엘시아…….”
성녀에 가장 가까웠던 성녀 후보생.
그 소녀는 마누엘과 함께 지하 감옥에 갇혔었다.
배신자의 눈에도 엘시아가 성녀가 될 것으로 보였다면, 감옥에 가두고 죽이려고 했던 게 분명했다.
신성 제국에서 성녀라는 존재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큰 편이니까.
원작에서 성녀가 탄생하지 못했던 것도, 배신자가 최종 시험에서 엘시아를 탈락시키고 처리했기 때문일 터.
“엘시아를 노릴 겁니다.”
“저와 함께 있던 성녀 후보생 말입니까?”
“예. 엘시아 후보생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기존에 있던 두 명의 성녀 후보생이 최후의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엘시아 후보생이 추가 시험을 치르고 있을 겁니다. 그 시험에서 통과하면 새로운 성녀가 탄생하게 될 겁니다.”
배신자라면 언제를 노릴까.
아마도 성녀가 발탁되고 난 후.
모든 사람이 성녀를 찬양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신성 제국을 떠올리며 희망을 품을 때.
심지어 이번엔 각 왕국의 사절단까지 참여하게 됐다.
모든 이들이 보는 자리에서 성녀를 죽이는 게 가장 큰 충격을 선사할 터.
배신자는 엘시아가 성녀가 된 순간 움직일 게 분명했다.
“내일까지 배신자를 찾아내야 합니다.”
“내일…… 성녀 발탁식이군요. 엘시아 후보생이 성녀가 되실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예.”
강한 신성력을 통해서만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 엘시아는 그걸 가능케 만들 정도로 신성력이 강렬했다.
“흐음…… 그럼 기사단장님들은 제가 조사해 보겠습니다. 레딘 님은 어떻게 움직이실 생각이십니까?”
“전 내일 벌어질 사건에 대비할 수 있는 계획을 짜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 *
우우웅!
신성 제국에 만들어진 텔레포터에서 푸른빛이 쏟아졌다.
빛이 사라지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제복을 입은 버닝헬의 교도관들이었다.
가장 선두에 소장 루켈이 걸었고, 그 뒤에 케르베로스의 단장 데이론을 필두로 케르베로스의 조직원들이 뒤따랐다.
그들 앞에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다가왔다.
“신성 기사단의 록이라고 합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기사들이 버닝헬 소속 인원들을 감싸듯 퍼진 다음 함께 움직였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성전 뒤쪽에 있는 건물이었다. 푸른색 벽으로 이루어진 숙소. 근처에는 먼저 도착한 다른 왕국의 기사들이 있었다.
록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숙소를 가리켰다.
“저곳에서 쉬시고 계시면 됩니다.”
그에 데이론이 록에게 물었다.
“성녀 발탁식은 어떻게 됐습니까?”
“정말 감사하게도 창조신 베로니카 님께서 새로운 성녀님을 보내 주셨습니다. 최후의 예식은 오늘 밤 이뤄질 예정입니다. 자세한 일정은 제가 다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록과 함께 온 기사단이 고개를 숙였다.
인사를 한 뒤 다른 손님들을 모시러 숙소를 떠났고, 데이론은 케르베로스 인원들에게 숙소에서 쉬라는 명령을 내렸다.
뒤따라 루켈 또한 걸음을 옮겼다.
숙소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큰 방에 도착하자, 안에는 미리 도착해 있던 레딘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소장님. 그리고 데이론 단장님.”
“고생했네.”
루켈이 손을 내밀었다.
레딘과 악수를 나누고, 방에 있는 소파로 가서 함께 앉았다. 데이론이 레딘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잘 지냈어?”
“고생 좀 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건지 이야기 좀 해 봐.”
레딘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함축해서 빠르게 설명했다. 조용히 모든 이야기를 들은 루켈이 입을 열었다.
“마신교에 12사도라는 자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신성 제국에 몸을 숨기고 있단 뜻인가?”
“그렇습니다.”
“배신자는 찾았나?”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이번 성녀 발탁식에서 활동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가 알면 더 찾기가 힘들겠지. 자네 혼자서 감당할 수 있겠나?”
“예. 배신자를 찾아내는 즉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루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12사도라 불린 자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도 알고 있나?”
“저도 제대로 된 실력은 모릅니다만, 아마도 마스터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흐음…….”
루켈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애드리안 왕국에 나타났던 마물이 하나가 끝이 아니었고, 마신교의 수석사제들보다 뛰어난 사도라는 존재들이 있다라는 정보.
그리고.
레베카를 통해 지하 감옥을 조사해 달라던 레딘의 부탁이 떠올랐다.
이곳에 막 출발하기 전.
지하 감옥 5층 이하에서 마기가 측정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어딘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한 상황.
루켈은 레딘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하 감옥에 대한 건 어떻게 알았나?”
“혹시 지하 감옥에 문제가 있었습니까?”
“지하 감옥 5층에서 대량의 마기가 측정돼서 일시적으로 폐쇄해 놓은 상황이라네.”
“아마도 그 마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는 마계의 문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계의 문?”
레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신교의 버려진 지부 하나를 조사했는데, 그곳에서 마계의 문과 관련된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것까지 얘기하지 않았지?”
“혹시나 정보가 새어 나갈까 봐 직접 만나서 알려 드리려고 했습니다.”
“흐음. 그렇다면 버닝헬 지하에 마계의 문을 열었다는 건가?”
“확실한 건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마신교 입장에선 강력한 범죄자들이 갇혀 있으니 매우 탐나는 곳일 겁니다.”
루켈의 시선이 데이론을 향했다.
“돌아가는 대로 조직을 꾸려서 조사해 보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레딘.”
“예.”
“자넨 원하는 걸 얘기해 보게.”
레딘은 오베르크 제국에 잠입하기 전에 데이론에게 부탁했던 것을 떠올렸다.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면 소원권 하나를 달라고 했었다.
루켈이 그걸 기억하고 지키기 위해 입을 연 것이었다.
“제 직속 조직을 만들고 싶습니다.”
“직속 조직이라…… 현재 케르베로스에도 충분한 인원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는 건 자네도 알고 있겠지?”
“예.”
“앞으로 몇 년간은 재능 있는 인재들을 전부 케르베로스에 배치할 생각이라네. 새로운 조직을 창설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조직에 들어갈 이들은 어떻게 구할 생각인가 궁금하군.”
“지하 감옥에 갇힌 자들로 꾸릴 생각입니다.”
루켈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자세히 이야기해 보게.”
“12사도를 잡기 위해선 그만큼의 실력자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가장 깊은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위험하단 뜻이기도 하지.”
“그만큼 강하단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이용해 12사도를 잡는 전용 조직을 만들고 싶습니다.”
“음……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으니, 버닝헬에 돌아가는 대로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 거로 하지.”
“알겠습니다.”
* * *
신성 제국의 본단.
성전의 어느 방.
어둠으로 가득한 방에서 누군가가 통신 구슬을 활성화했다. 구슬에서 검은빛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옆에 있는 팔찌에서 신성력이 흘러나와 구슬에서 퍼져 나오는 빛을 흡수했다.
우우웅!
통신 구슬이 활성화되면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사도님.
“준비는 어떻게 돼 가고 있지?”
마법으로 목소리를 변조했는지, 사도라 불린 이의 목소리가 동굴에서 말하는 것처럼 굵었다.
-처음 세웠던 계획대로 총 다섯 개의 문을 만들었습니다.
“충전 시간은?”
-한 달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늘부로 대륙 전역에 부정한 감정들이 솟구치면서 마기의 효율이 극에 달할 것이다.”
-예.
“모든 일정을 일주일씩 당기고 다른 사도들에게 연락하거라. 이게 곧, 마계의 문이 열릴 테니 준비하라고.”
-알겠습니다.
사도는 바로 통신 구슬을 끊었다.
그리곤 잠시 눈을 감고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땐, 창문 너머로 환한 빛이 보였다. 사도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팔목에 있는 화상을 쓸어내렸다.
똑똑!
누군가의 노크 소리.
“교황님, 예식이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책상에 놓여 있는 장갑을 꺼내 손에 끼면서 화상 자국을 가렸다. 그런 뒤 목을 가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활짝 열었다.
“가시죠.”
마지막 예식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