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버닝헬의 지하 감옥 (4)
뒤를 생각하지 않고 앞만 달리다 보니 지하 6층까지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 안 서!”
“잡히면 뒤질 줄 알아!”
뒤에서 시끄럽게 구는 녀석들을 두고 6층 안으로 들어섰다.
지하 6층의 테마는 얼음.
빙골지옥(氷骨地獄).
가볍게 빙하시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든 걸 얼어붙게 만드는 칼바람이 불며, 바닥에는 새하얀 눈들이 가득 쌓여 걷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곳.
멸화지옥같이 이곳에서도 살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다.
“지하 3층부터 6층까지는 분위기만 다르지 대부분 다 똑같네?”
세리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3층부터 6층까지 나눈 건 실력이나 악명이 아닌, 그 사람의 약점 때문이니까.”
더위를 잘 타는 이에겐 멸화지옥을.
추위를 잘 타는 이에겐 빙골지옥을.
죄수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파악해서 분류했다.
“그럼 이곳도 얼른 지나가자.”
“여기선 조심해야 할 놈이 하나 있어.”
내 손으로 직접 가둔 죄수.
네크로맨서.
테르비스 제르빈.
그 녀석이 갇힌 곳이 빙골지옥이다.
-운이 좋았지. 리치가 되기 위해선 강한 냉기가 필요했는데, 내가 갇힌 곳이 딱 그런 곳이었거든.
냉기가 강한 곳은 리치가 되기 위한 여러 조건 중 하나일 뿐. 이것 하나만으로 리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테르비스는 마신교와 거래를 했던 녀석이었다.
이 안에 들어온 이들이 테르비스의 존재를 모를 리 없을 테고, 리치로 만들기 위한 준비물들을 가져왔을 거다.
스스스스!
강한 칼바람 속에서 마기가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아갔다. 지하 7층으로 내려가는 입구 쪽.
활짝 열려 있는 문 너머에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세리아, 싸울 준비해.”
“알겠어.”
나도 검을 꽉 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빙골지옥에 있어야 할 죄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휴게실이 있는 쪽으로 감각을 키워 봤지만, 별다른 기척이나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테르비스의 제물이 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기도 그 때문일 터.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와 함께 여러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문 안에서 여러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에서 익히 보았던 얼굴이었다.
지하 7층으로 내려가게 되면 정말 손에 꼽히는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죄수들.
“저 애새끼들이 교도관이라고?”
“버닝헬도 완전 개판 다 됐네.”
“크흐흐흐흐. 신선한 피 냄새 맡을 생각에 온몸이 저릿하구먼.”
금발 머리, 은발 머리, 붉은 머리.
저 셋을 하나로 합쳐서 루콘 트리오라고 불렀다.
루콘 용병단의 금패 용병들.
각각의 실력이 마스터에 근접할 정도로 뛰어났지만, 성격이 포악하고 다혈질적인 기색이 강한 이들이었다.
그 때문에 시비가 걸리면 상대를 살려 두지 않았다. 온갖 고문으로 괴롭히다가 성질이 풀릴 때쯤 상대를 죽였다.
저들이 저지른 범죄들은 하나하나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편이었다.
슬쩍 시선을 돌려 세리아를 쳐다봤다.
“어설프게 제압하는 것보단 죽이는 게 빨라.”
“내가 가장 오른쪽에 있는 붉은 머리를 맡을게.”
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세리아가 먼저 움직였다. 뒤따라 나도 몸을 날려 금발 머리와 은발 머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카이로와 문라이트.
두 개의 검을 든 상태에서 몸을 회전했다. 돌풍베기를 사용해 상대를 노렸다. 하지만 상대는 여유롭게 공격을 막았다.
“난 저 여자랑 놀고 싶은데?”
은발 머리가 검을 쳐 내고 몸을 움직이려고 하길래, 그림자 분신을 소환해 녀석의 앞길을 막았다.
그림자가 은발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러나 은발 머리가 휘두른 검격에 그림자 분신이 갈라지며 역소환당했다.
“이런 잔재주론 날 못 막아.”
동시에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
고개를 돌리니 금발 머리가 손에 들고 있던 창을 휘둘렀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공격을 피했다.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금발 머리의 뒤에 그림자 분신을 만들고, 분신 이동을 이용해 뒤를 잡았다.
왼손에 있던 문라이트에 마나를 담아 크게 휘둘렀다.
반월참이 쇄도했다.
카가가강!
금발 머리가 창끝에 검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반월참을 반으로 갈랐다. 자신의 창에 만들어진 검은 오러 블레이드를 보며 감탄했다.
“이거 최곤데?”
상대가 입꼬리를 올렸다.
손에서 휘리릭 돌아가는 창과 함께 금발 머리가 몸을 움직였다. 지면을 박차고 하늘 위로 올라가더니 창을 내질렀다.
빠르게 내지르는 찌르기 공격에 검은 오러 블레이드가 담겼다.
검은 유성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눈을 어지럽힘과 동시에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양손에 든 검을 휘두르며 십자 형태의 반월참을 날렸다.
콰아아아앙!
마기와 마나가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틈에 기척을 지우고 은발 머리의 뒤를 노렸다.
카강!
검을 막은 은발 머리가 씨익 웃었다.
“꺼지라니까?”
“그건 안 되겠는데.”
폭풍베기를 사용해 은발 머리를 몰아붙였다. 두 개의 검으로 이어지는 빠른 연격. 엄청난 속도에 은발 머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대론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이를 악물며 마기를 끌어 올렸다. 녀석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기에 마나를 끌어 올렸다.
“죽어 이 새끼야!”
상대의 검에서 흘러넘치는 검은 마기가 잔상을 남기며 머리 위로 떨어졌다.
마치 검은 거인이 한쪽 팔을 내리치는 것 같은 위압감.
은발 머리의 시그니처 기술.
그것을 상대하기 위해 군주 모드를 사용하며 거대한 그림자 거인을 만들어 냈다. 은발 머리가 휘두른 검을 막아 냈다.
그러고는 질풍베기를 사용해 은발 머리의 목을 베었다.
“컥!”
녀석이 가지고 있는 마기를 전부 흡수하며 그림자 거인을 다시 여러 개의 분신으로 나누었다.
금발 머리가 그걸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숫자로 밀어붙이려고?”
“왜, 안 돼?”
“난 저 멍청한 놈이랑 달라.”
“그래 봐야 과거의 화석이지.”
녀석들이 감옥에 갇힌 것도 벌써 몇십 년 전의 일. 시간이 흐를수록 무술은 발전하게 되어 있었다.
같은 마스터의 실력이라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씨익.
그림자 분신을 금발 머리에게 보냈다. 군주 모드로 강화한 분신들이 질풍베기를 사용해 금발 머리를 노렸다.
사삭!
삭!
금발 머리가 창을 빠르게 휘두르며 공격을 막아 내고 있을 때, 그림자 분신 이동을 사용했다.
여러 개의 그림자 중 하나에 숨어서 반월참을 날렸다.
콰아앙!
금발 머리가 내 쪽을 노리고 창을 내지르면, 다른 그림자로 이동해 녀석의 뒤를 노렸다.
그러다 녀석의 호흡이 살짝 흐트러졌을 때.
은발 머리처럼 녀석의 목을 베면서 전투를 마무리 지었다. 바닥에 굴러떨어지는 금발 머리를 보다가 시선을 돌려 세리아를 바라봤다.
그쪽도 전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다.
세리아도 그동안 놀고 있던 건 아닌지, 마스터급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싸웠다.
“컥!”
세리아의 손에서 펼쳐진 그림자 단검들이 붉은 머리의 몸에 전부 박히는 게 보였다.
바닥에 쓰러지는 붉은 머리.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세리아의 주변으로 용 마법을 사용해서 냉기로부터 보호시켜 준 뒤, 가지고 있던 포션을 건넸다.
“마시고 있어.”
두 눈을 감고 금발 머리와 은발 머리의 기억을 읽었다.
둘의 기억은 동일했다.
장소는 지하 7층.
이곳에 들어온 마신교도들이 감옥에 갇혀 있는 루콘 트리오에게 손을 내미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신에게 충성을 맹세해라.
-그럼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거냐?
-물론.
-맹세하지.
후드를 뒤집어쓴 마신교도가 루콘 트리오에게 무언가를 건네고 삼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루콘 트리오가 그걸 삼키자 부서진 마나홀에 마기가 가득 차면서 새로운 마나홀을 만들어 냈다.
-오오오. 이거 개 쩌는데?
-너희들이 할 일은 하나다. 혹시나 이곳에 침입자가 들어오게 될 경우,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그 정돈 해 줄 수 있지.
마나를 제어하는 수갑을 부수고 바닥에 던진 루콘 트리오가 몸을 풀었다. 마신교도가 그들에게 무기를 건넸다.
그 뒤에 마신교도가 다른 감옥에 있는 자들은 전부 죽여서 어디론가 데려가는 것을 끝으로 기억이 종료되었다.
아마도 리치의 제물로 데려가기 위한 게 분명했다.
금발 머리와 은발 머리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전부 얻었다. 죽은 자와의 대화를 통해 얻을 정보는 딱히 없었다.
고오오오오.
시니스터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강렬한 마기. 다시 눈을 뜨고 7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바라봤다.
진득한 마기와 함께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발소리 하나 없이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로 얼음이 감싸져 있었다.
네크로맨서의 상위 직업.
서리 리치.
테르비스가 턱을 벌리자 하얀 냉기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이네?”
“그러게.”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잔뜩 흥분했다는 게 느껴졌다.
“덕분에 이렇게 리치도 되고. 고맙다.”
“그건 끝까지 봐야 알겠지.”
“안 봐도 뻔해.”
테르비스가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바닥이 작게 울리며 흔들렸다.
곳곳에 균열이 일어나며 얼음이 부서지고 그 틈에서 해골 병사들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리치와 똑같이 뼈 위에 얼음을 감싸고 있는 이들. 그런 해골 병사들이 최소 30마리 이상 돼 보였다.
딱!
테르비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해골 병사들이 하늘을 보며 입을 벌렸다.
주변에 있는 차가운 냉기들이 해골 병사들의 몸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걸 막기 위해 정화의 힘을 끌어 올리며 반월참을 날렸지만, 리치의 손짓에 반월참이 사라졌다.
“그딴 힘으론 절대 날 못 막아.”
해골 병사들이 냉기를 머금더니, 눈 쪽에서 파란빛이 번쩍였다. 그 순간 얼음으로 된 갑옷이 생겨났다.
투구까지 착용한 해골 병사들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세를 내뿜었다.
“이번에 얻은 데스 나이트들이다.”
죽기 전의 실력은 익스퍼드 수준이었겠지만, 리치의 힘과 마기에 의해 마스터급 실력까지 올라왔을 거다.
내 실력이 마스터급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지금 실력으로 저들을 전부 상대하긴 벅찼다.
“레딘…….”
“피해서 지하로 내려갈 생각도 하고 있어.”
마신교도의 노림수는 테르비스를 이용해 지하 7층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
시간이 끌리면 끌릴수록 녀석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었고, 마계의 문이 열리며 마족들이 합류하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될 터.
“준비해.”
“어.”
그림자 군주 모드를 사용하고 그림자 분신들에게 갑옷과 무기를 쥐여 주었다.
숫자도 부족하고 실력도 뒤처지지만.
적당히 시간을 끌면서 테르비스의 방심을 유도할 정도는 될 거다.
“가라.”
그림자 분신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질풍베기를 사용하며 데스 나이트에게 달라붙었다. 서로 검을 주고받는 데스 나이트와 그림자.
하지만 일방적인 도륙으로 그림자 분신들이 역소환당하기 시작했다.
세리아와 눈빛을 마주치고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뒤쪽에서 강렬한 마나가 느껴졌다.
“비켜!”
이자벨의 목소리에 세리아와 함께 뒤로 빠졌다. 적미호와 합체한 이자벨이 주먹에 핀 푸른 불꽃을 날렸다.
콰아아아아앙!
데스 나이트 절반 이상이 불꽃에 소멸하였다. 이자벨이 나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잔뜩 올렸다.
“할 이야기가 많은데…… 일단 급한 일부터 처리하자고. 이 녀석은 내가 맡을 테니까 밑으로 내려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