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버닝헬의 지하 감옥 (7)
대륙 어딘가 외진 곳.
동굴 외진 곳에서 한 사내가 불을 피웠다. 화톳불 위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구웠다.
치지이익!
고기가 노릇하게 익어 가는 소리를 즐기며 사내가 옆에 있는 술병을 들었다. 손으로 뚜껑을 따고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붉은 포도주가 입에서 흘러내려 가슴을 적셨다.
“크으.”
그리곤 덜 익은 고기를 집었다.
피가 떨어지는 고기를 씹어 먹으며 술을 삼켰다. 허겁지겁 배를 채운 사내는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살짝 나온 배를 만지고 있을 때.
동굴 밖에서부터 다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있지 않아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자가 들어왔다.
그는 사내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사도님, 본부로부터 연락입니다.”
“앙? 무슨 연락.”
“현재 버닝헬에 있는 마계의 문을 공략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모였다고 합니다.”
“1사도는 뭐 하고.”
“신성 제국에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호오.”
사내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예정된 계획을 진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드디어 나도 움직이는 건가.”
몸을 일으킨 사내가 누런 이빨을 보이며 활짝 웃었다.
“크흐흐흐. 가자꾸나.”
“문을 열겠습니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자가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고 마기를 흘려보냈다.
우웅!
텔레포트가 만들어졌다.
사내는 거침없이 움직였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주변 풍경이 달라졌다. 온갖 음식 냄새들과 함께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려왔다.
주변에 보이는 화려한 건물들.
그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왕궁에는 크레인 왕국을 상징하는 문양이 펄럭이고 있었다.
“뭐야 저 사람…….”
“갑자기 나타났는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주변의 웅성거림에 신경 쓰지 않고 코를 파며 잠시 시간을 기다렸다.
얼마 있지 않아 경비대가 찾아왔다.
손에 창을 들고 있는 경비대가 사내를 겨누며 외쳤다.
“불법 텔레포트를 이용한 혐의로 구속하겠다.”
사내가 양손을 내밀었다.
경비대가 조심스럽게 사내를 향해 다가간 순간, 사내가 앞에 있는 경비대의 얼굴을 잡고 투구와 함께 찌그러트렸다.
“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사…… 사람을 죽였어!”
공포에 벌벌 떠는 경비대에게 다가가 그대로 머리를 터트리며 시체를 이곳저곳에 던졌다.
곧이어, 사내의 뒤로 검은 텔레포트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이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그들을 보며 사내가 활짝 웃었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딱 하나다.”
“…….”
“피의 축제를 즐겨라.”
“와아아아아아!”
마신교도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눈에 보이는 이들을 전부 죽이기 시작했다.
사내는 자리를 박차고 가볍게 허공을 도약하며 왕궁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근처 높은 건물에 자리를 잡고 서서 오른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쥐었다.
몸에 흘러넘치는 마기를 주먹으로 모은 뒤, 왕궁이 있는 곳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거대한 주먹 형태의 마기가 왕궁에 쇄도했다.
콰아아아앙!
마기가 폭발하며 왕궁을 집어삼켰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뿌연 먼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악!
그때 먼지를 가르고 나타난 이가 있었다.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 크레인 왕국의 왕실 기사단이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10명 가까이 되는 기사들이 사내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의 검에 피어난 오러 블레이드를 보며 사내가 웃었다.
“덤벼.”
파밧!
기사들이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사도는 양손에 마기를 두르고 다가오는 기사들을 상대했다.
콰득!
퍽!
기사의 가슴을 후려치고, 축 늘어진 목을 잡아 부러트렸다. 죽은 기사의 시체를 다가오는 이에게 던지며 몸을 날렸다.
동료를 받아 든 기사를 향해 마기를 머금은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마기가 폭발하며 두 명의 기사를 터트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가오는 기사들을 전부 죽였다.
피 한 방울 묻지 않고 기사들을 정리한 사도는 왕궁을 향해 다시 한번 마기를 날렸다.
완벽하게 왕궁을 무너트리고 왕궁 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기가 흘러나와 거대한 직사각형 형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내부를 채우기 시작했다.
마계의 문.
마신교도들은 왕국 곳곳에 준비된 던전을 설치하고, 그 안에 살아 있는 사람들을 집어넣었다.
두려움과 공포에 떠는 이들.
던전에 갇힌 이들의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마기가 들끓었고, 그 마기들이 마계의 문으로 흘러들어 갔다.
사내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러면 어떻게 나오려나.”
이젠 겉으로 드러난 마계의 문이 두 개가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도들도 모습을 드러낼 터.
외부로 드러난 마계의 문이 삽시간에 늘어나게 될 거다.
“크흐흐흐.”
여섯 왕국은 머리가 아플 것이다.
동시에 열린 마계의 문을 부수기에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할 테고, 하나가 되어 몰려다닌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거다.
“이번에야말로…….”
마신의 시대가 찾아올 거다.
* * *
콰앙!
충격파와 함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헨리 바스커반이 가지고 있는 힘은 받아칠 수 있지만, 가지고 있는 경험과 그림자를 다루는 법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바닥에서 솟구치는 검은 송곳을 피하며 몸을 움직였다.
허공에 튀어 올라 그림자로 발판을 만들고, 다리에 힘을 주며 헨리 바스커반을 향해 달려들었다.
챙!
챙!
폭풍베기를 이용해 헨리 바스커반을 몰아치면서 그림자의 힘을 끌어 올렸다.
군주 모드를 사용해 그림자 분신들을 쏟아 냈다. 그에 맞춰 헨리 바스커반도 그림자 분신들을 소환했다.
콰앙!
콰강!
그림자들끼리 부딪치며 충격파를 발산했다. 바닥이 갈라지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터져 나갔다.
저주로 인해 분노만 남은 헨리 바스커반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를 향해 반월참을 날렸다.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날아갔다.
콰아앙!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헨리 바스커반의 검을 쳐 내면서 반월참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꿈틀.
꿈틀.
내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 강제로 힘을 끌어 올리다 보니 저주가 조금씩 반응하는 것이 보였다.
헨리 바스커반의 어깨에 보이는 저주.
하지만 금세 다시 몸으로 흘러들어 가 모습을 감추었다.
“……마지막.”
타오르는 영혼의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저주를 끌어내서 제거해야만 한다.
슬쩍 옆을 쳐다보았다.
주변에 있는 그림자들도 내 쪽이 밀리기 시작했다. 헨리의 분신들까지 합류하면 그땐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진짜는 다르긴 하네.”
다가오는 헨리의 공격을 피하며 거리를 벌렸다. 남아 있는 그림자들을 전부 역소환 시키고 헨리가 서 있는 곳에 쇠창살을 만들었다.
사람 하나 들어갈 만한 크기.
그리곤 두 자루의 검을 쥐고 남아 있는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지금까지 틈틈이 수련했던 중반부 2초식.
만월참.
“하아아압.”
숨을 들이마시며 모든 마나를 검에 불어 넣었다. 검에서 뿜어져 나간 마나들이 원형을 이루어 하나의 달을 만들어 냈다.
푸른빛으로 이루어진 만월.
그 뒤로 헨리 바스커반이 겹쳐졌다.
두 개의 검에서 뻗어 나간 오러 블레이드가 길어지며 달 위를 향해 떨어졌다.
촤악!
십자가 형태와 함께 갈라진 만월.
그와 함께 강렬한 마나 폭풍이 일어나 주변을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아앙!
탈력감과 함께 몸에 힘이 빠졌다.
숨을 헐떡이며 손에 들린 검을 바닥에 던졌다.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성수 병 두 개를 양손에 쥐었다.
고개를 들어 정면에 있는 헨리 바스커반을 바라보았다.
저주가 몸을 지키기 위해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방패 모형의 괴상한 촉수를 보며 그림자 분신을 사용했다.
동시에 분신으로 이동하며 성수 병을 깨뜨렸다.
마지막 남은 힘을 끌어모아 심판의 검을 사용해 저주를 베었다.
“크헉!”
심판의 검과 함께 저주가 소멸되었다.
붉은빛을 내뿜던 헨리 바스커반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털썩.
헨리가 바닥을 향해 쓰러졌다.
“아빠!”
세리아가 달려와 헨리 바스커반을 부축했다. 미리 챙겨 두었던 포션을 헨리에게 먹이더니 내게 다가와 또 다른 포션을 꺼냈다.
목을 타고 흘러들어 오는 포션.
효과가 돌면서 탈력감이 사라지고 몸 상태가 돌아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리를 했는지 완벽하게 돌아오진 않았다.
상체를 일으켜 세워 헨리 바스커반을 쳐다봤다.
“으윽…….”
머리를 붙잡은 헨리 바스커반에게 세리아가 다가갔다.
“아빠, 괜찮아?”
“세리아?”
“맞아, 나야.”
“으윽…….”
저주에 잠식된 부작용.
정신을 차리는 덴 시간이 조금 걸릴 거다.
“후우.”
숨을 깊게 내쉬며 방금 있었던 전투를 돌아보았다. 극초반엔 비등하게 싸웠지만 그 뒤론 일방적으로 밀리는 형세였다.
그 이유는 별게 없었다.
내 실력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거.
지금까지는 실력이 조금 차이 나더라도 타오르는 영혼과 대법사의 욕망으로 그 간극을 채웠지만.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이와의 싸움에선 그 간극이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아마 저주가 헨리 바스커반의 몸을 지배한 게 아니라, 헨리 바스커반이 온정신으로 싸웠다면.
5분도 버티지 못했을 거다.
“마스터의 경지.”
지금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올라왔지만, 앞으로 상대할 적들의 실력은 최소 마스터 이상.
내가 일으킨 변수로 인해 마계의 문이 열리는 시기가 빨리 다가온 만큼. 나도 더 빨리 강해져야 했다.
그러려면 이젠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내가 마스터의 벽을 뚫지 못한 이유를 이번에 깨달았다. 가장 첫 번째로 가지고 있는 기술이 너무 많았다.
하룬겔의 검술부터 그림자의 힘.
드라이어드의 형태 변환. 그리고 용 마법까지.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전부 다루려고 하다 보니 하나를 좀 더 깊게 연마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마스터의 실력을 가진 이들을 상대할 때 이런 부분이 약점이 될 터.
“…….”
가지고 있는 힘을 좀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압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수련할 시간이 필요했다.
때마침 적당한 곳이 하나 있다.
지하 10층에 있는 히든 피스.
던전을 나가서 마계의 문을 해결하는 즉시, 히든피스를 찾아 실력을 한층 더 키울 생각이다.
잡념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눈을 감고 있는 헨리 바스커반과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는 세리아에게 다가갔다.
“어때?”
“충격이 너무 컸나 봐.”
성수 하나를 꺼냈다.
“이것도 사용해 봐.”
“고마워.”
세리아가 헨리 바스커반의 입에 성수를 흘려보내고 얼마 있지 않아 감겨 있던 눈이 떠졌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그림자의 힘.
그에 맞게 그림자의 힘을 끌어 올렸다.
카강!
나를 노리려는 다수의 검은 송곳을 막아 냈다. 동시에 헨리 바스커반이 세리아를 데리고 거리를 벌렸다.
게임에서 익히 봐 왔던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
“네 녀석은 누군데 바스커반 일족의 힘을 사용하는 거지?”
“설명하자면 깁니다.”
“아빠, 괜찮아.”
세리아가 중간에서 헨리 바스커반을 말렸다.
쿠구궁!
다른 대륙에서도 마기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저 마기들을 머금은 마계의 문이 열리게 될 터.
“모든 사정은 이 일이 끝나면 설명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