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연옥 (2)
대기실로 보이는 작은 공간.
회색 벽으로 만들어진 좁은 밀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리그…….”
연옥 탐방기에는 리그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적혀 있지 않았다.
그냥 더 강해지고 싶은 이들의 결투.
강해지는 것엔 관심이 없던 연옥 탐방기 제작자는 친우라는 이에게 들은 몇 가지 정보만 적어 놓았다.
-결투는 영혼을 걸고 이뤄지는 전투다.
-패배하게 되면 그자는 연옥에서 추방되며, 승리자는 상대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
-연옥에 있는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의무적으로 리그에 참가해야 하며…….
우우우우!
철창 밖으로 야유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경하고 싶었다.
밀실의 문을 슬쩍 열자 문이 열렸다.
고개를 살짝 내밀고 좌우를 둘러보니, 결투에 참가한 이들로 보이는 이들이 복도를 따라 걷는 게 보였다.
그들을 따라 복도를 걸었다.
도착한 곳에는 경기를 구경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었다. 참가자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며 경기장을 구경했다.
시선을 돌려 경기장을 바라봤다.
관람석은 3층까지 있었고, 경기장은 길쭉한 원형 모양이었다. 바닥에는 흙이 깔려 있었다.
이외에 특별한 건 없었다.
관람석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고, 듬성듬성 한두 명씩 앉아 있었다.
하부 리그라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존나 못 싸우네. 저 정도로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나 같으면 한 방에 죽였을 텐데.”
“너 좀 싸우냐?”
“너보단 좀 칠걸?”
호승심이 하늘을 찌르는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을 보다가 경기장을 바라봤다.
경기장 안에는 두 명의 남자가 싸우고 있었다.
노인과 젊은 남자.
전투는 일방적이라고 할 만큼 노인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젊은 남자는 노인의 공격을 막아 내기 급급했다.
우웅!
노인의 검에서 피어난 오러 블레이드가 젊은 남자의 심장을 노렸다. 공격을 막지 못한 젊은 남자의 심장이 꿰뚫렸다.
“커헉.”
오러 블레이드가 풀리면서 젊은 남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리그에서 패배는 곧 추방.
젊은 남자의 육신이 사라지며 그 자리에 푸른 구슬 하나를 남겨 놓았다. 노인은 바닥에 떨어진 구슬을 집었다.
그리곤 입을 벌려 구슬을 삼켰다.
“와 씨. 저 경험 구슬은 존나 맛없겠다.”
“저딴 건 줘도 안 먹어요.”
“주면 먹지.”
“주면 먹는다고?”
“공짜로 주면 먹어야지, 병신아.”
“이런 하등한 새끼.”
앞에서 둘이 투덕거리는 동안, 경기장에선 노인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했다.
그렇게 다섯 번의 경기가 연달아 진행됐다.
경기를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비슷한 실력자들이 싸우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단순한 대련이 아니라, 생사가 걸려 있는 치열한 전투라서 더 볼거리가 많았다. 그들이 가진 노하우나 필살기 같은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
진행하는 이의 목소리와 함께 내 몸이 무언가에 이끌려 경기장 중앙에 떨어졌다.
바닥에 깔려 있는 다양한 무기들.
그중 내가 쓰던 검과 가장 비슷한 크기의 검을 집어 들었다.
“너 처음이지?”
약간은 얇은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왜소한 몸을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레이피어. 찌르기에 특화된 검이었다.
안절부절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대답을 재촉했다.
“처음 맞지?”
“그런데?”
“난 이번에 지면 2패로 죽어야 되는데, 한 번만 져 줄 수 있을까? 그럼 내가 꼭 은혜를 갚을게. 제발…… 부탁이야.”
그만큼 연옥이라는 곳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망자가 되어서도 삶에 애착이 남은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겐 안 될 것 같은데.”
내게 남은 시간은 20일.
그 안에 원하는 목표까지 달리려면 무패로 쭉쭉 치고 올라가야 했다.
“경기 시작.”
무심하게 흘러나오는 방송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는 싸울 의지가 없이 검을 늘어트려 놓은 채로 불쌍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동정심이라도 유발하고 싶은 건가.
그것보단 하나의 콘셉트 플레이 같았다.
자신의 실력이 뛰어난 걸 알고, 뉴비들을 괴롭히는 고인물 같은 느낌이랄까.
검을 들어 마나를 끌어 올렸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녀석 대부분은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놈이다.
다음 전투.
그다음 전투.
앞으로 이어질 전투에서 우위에 서려면 최대한 내 본 실력을 숨기면서 상대를 이겨야 했다.
속전속결.
상대를 향해 살기를 내뿜으며 지면을 박찼다. 빠르게 달려가서 오러 블레이드가 담긴 검을 휘둘렀다.
쐐액!
검이 바람을 가르며 상대를 향했다.
내 공격을 지켜보던 상대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굴렸다.
“썅. 한 번만 져 달라니까. 재미없게.”
단숨에 분위기를 바꾸더니 레이피어를 휘두르며 내 공격을 쳐 냈다.
빠르게 쏟아지는 찌르기 공격.
변칙적으로 공격이 쏟아지지만, 검로가 눈에 보였다. 몸을 움직여 상대의 검을 피하며 내 검을 휘둘렀다.
챙!
챙!
속도를 끌어 올리면서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자, 상대가 다급함을 느꼈는지 레이피어에 마나를 끌어 모았다.
푸른빛이 레이피어 끝에 모였다.
오러 블레이드는 아니었고, 저 끝에 마나를 모았다가 찌르기 자세를 취하면서 발출하는 것 같았다.
앞선 전투에서 한번 본 적 있는 기술.
“뒤져, 새끼야!”
상대가 내지른 레이피어에서 검신이 늘어나는 것처럼 마나가 담긴 일격이 쏟아져 나왔다.
검을 휘둘러 상대의 공격을 반으로 가르고, 그 틈으로 달려가며 상대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목을 베는 감각이 느껴졌다.
“크흑.”
하지만 상대는 죽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경기 종료.”
진행자의 말과 함께 상대가 흐릿해지며 모습을 감추었다.
죽지 않은 이유는 배치 결투에서 여분의 목숨 두 개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다만, 내가 전투에서 이겼기 때문에 상대가 가진 경험 구슬을 얻을 수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경험 구슬을 챙겼다.
그대로 입에 집어넣자, 검성의 깨달음을 얻었던 때처럼 깨달음의 영역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상대가 넘긴 깨달음과 검성이 가지고 있던 깨달음이 얽히고 얽히면서 몸속에 녹아들었다.
그와 함께 변화가 찾아왔다.
[검성의 깨달음을 100% 달성하셨습니다.]한동안 오르지 않았던 검성의 깨달음을 전부 습득했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저 메시지가 끝이었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기술을 알려 주는 것도 아니었다.
“…전부를 남겨 놓은 게 아니었네.”
검성이 남겨 놓은 히든 피스.
게임에선 첫 번째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히든 피스가 어디까지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히든 피스를 얻었을 땐, 당연히 검성이 마지막에 보여 주었던 마스터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착각이었다.
검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놓고 죽은 게 아니었다. 딱 익스퍼드 상급의 실력. 마스터의 벽까지만 남겨 놓았다.
유지를 이어받은 자가 스스로 넘어서길 바란 건지,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실망스럽다거나 짜증이 나진 않았다.
“여기서 찾으면 되니까.”
이번에 상대한 녀석의 경험 구슬을 먹어 보니 느낌이 왔다.
이제 곧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오히려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 올 생각을 했고, 그 덕에 다양한 깨달음을 얻어 갈 수 있게 되었다.
“다음 경기…….”
내 다음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지팡이를 들고 있는 여자였다.
마나홀이 있는 쪽이 아닌 심장에서 마나가 느껴지는 걸 보면 마법사가 분명했다.
“와. 저건 진짜 둘 다 맛없네.”
“검사랑 마법사라니…….”
검과 마법은 다른 길이다.
검사와 마법사.
둘이 가지고 있는 깨달음의 방향은 극과 극일 정도로 달랐다. 관람을 하고 있는 이들의 반응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저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경기가 무조건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자일 리가 없을 거다.
분명 마법사랑도 싸우게 될 거고, 창이나 단검, 독을 쓰는 자들도 만날 수 있다.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그에 관련된 경험 구슬이 필수였다.
하부 리그에서 다양한 깨달음을 얻으면, 위에서 만났을 때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을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할 터.
더군다나 내겐 용 마법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비록 눈앞에 있는 여자가 드래곤은 아니겠지만, 마법에 대한 깨달음은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
“운이 좋으면 드래곤도 만나려나.”
입꼬리를 올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빠르게 3승을 쟁취하고 배치 결투를 끝낸 뒤, 본격적인 결투를 진행하고 싶었다.
파밧!
지면을 박차고 달리며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담아 휘둘렀다.
콰아아앙!
* * *
“3연승. 경기 종료.”
두 번째 마법사를 이기고, 세 번째로 상대한 적은 창을 다루는 이였다.
이전에 특임단에 있을 때.
창을 다루던 특임단원과 겨뤘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우웅!
누군가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주변 풍경이 달라졌다.
처음 마을에 들렀던 푸른 시계탑.
경기장을 들어가기 위해 텔레포터를 탔던 곳으로 돌아왔다.
“인증서 좀 주시겠어요?”
손도장이 찍힌 종이를 넘겼다.
“3연승이라. 실력이 좀 있나 봐요? 하지만 너무 어깨 올라가 있진 마세요. 이곳에서 3연승은 그냥 통과 의례 같은 거니까.”
“…….”
“다음 경기는 언제 하실 생각이세요?”
“내일 바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내일? 좀 쉬어도 될 텐데…….”
“빨리 강해지고 싶어서…….”
“뭐. 이해는 해요. 그럼 원하는 상대라도 있어요? 꼭 원하는 상대랑 싸우는 건 아니지만 희망 사항이라도 적어 놓으면, 없는 것보단 나아서.”
“이왕이면 검으로 부탁드립니다.”
“확인요.”
직원이 인증서를 건넨 다음.
추가적으로 이곳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A 구역이라고 적힌 곳으로 가서 집을 하나 얻으면 되고요. 그 구역에 있는 건 뭐든 자유롭게 쓰시면 돼요.”
“쓸 만한 게 있습니까?”
“개인 수련장도 있고, 모의 훈련장도 있고, 위에 있는 리그에서 차린 학원 같은 것도 다닐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인증서를 돌려받고 마을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여전히 밝았다.
연옥은 낮과 밤이 존재하지 않았다. 날짜를 세는 기준은 푸른 시계탑에 적힌 시간으로 정했다.
“일단…… 마을로 가 볼까.”
처음 눈을 떴던 마을에는 세 가지 갈림길이 있었고, 그중에 A라고 적힌 푯말을 따라 움직였다.
얼마 가지 않아 적당한 크기의 마을이 나타났다.
한쪽으론 숙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택가가, 중간에는 상가처럼 보이는 곳이, 오른쪽에는 학원들이 있었다.
“하압!”
“으랴차!”
학원이 있는 쪽에서 들리는 힘찬 함성. 일단 방부터 구하기 전에 학원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학원의 수는 꽤 많았다.
무기 중에서도 검 한 종류만 20개 이상 있었고, 그 옆으로 비슷한 학원들이 쭉 늘어져 있었다.
“마법도 있고…… 그림자 힘도 있네?”
심지어 드루이드의 힘을 가르치는 학원도 있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오는 길에 검을 가르치는 학원들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한 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하룬겔 검술 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