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연옥 (6)
초월자들의 회의.
대부분은 상부 리그에서 치러지는 경기 날짜와 경기 인원을 잡는 게 주된 회의 내용이었다.
가끔.
중부 리그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이긴 하지만. 회의는 거의 비슷한 결로 흘러갔다.
“중부 리그에서 일어나는 일은 중부 리그에서 해결하는 거로 저번 회의 때 결론 난 거 아니었나?”
초월자 중 한 명이 내뱉은 의견에 일부분이 동의했다.
“살아 있는 녀석들이 들어오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때마다 알아서 잘 처리했잖아?”
“우린 뭐 육체에 미련도 없고. 그나마 중부 리그 애들이 육체에 미쳐서 날뛰긴 할 테지만. 그건 엄연히 보면 살아서 연옥에 들어온 놈 잘못이지.”
“이걸로 더 회의할 필요가 있나?”
한쪽으로 쏠린 의견이 나오던 중.
반대편에 앉은 이 중의 한 명이 이를 갈았다.
“내가 제물로 삼아서 상부 리그 올라오면 먹으려고 했던 놈이 그놈들한테 뒤졌단 말이야.”
“그건 네가 제물 관리 못 한 게 크지. 그딴 허접한 놈들한테 뒤질 정도면 먹어도 간에 기별도 안 가겠다.”
“뭐?”
“왜? 꼬우면 한판 붙든가.”
서로 시비가 걸리는 것을 보고 무신이 중재했다.
“그만.”
무신은 초월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들어온 쥐새끼들은 우연히 들어온 게 아니라 아주 작정하고 들어온 모양이다.”
“연옥에 들어오는 법을 알아냈다고?”
“무리로 추정되는 이들의 평균 실력은 익스퍼드 상급 수준이지만, 녀석들이 상대로 지목한 이들은 마스터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놈들이야.”
그 누가봐도 질 것 같은 싸움.
중부 리그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이들은 연옥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 왔던 이들이었다.
벽 하나만 넘어서면 초월자들이 있는 상부 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실력자.
그런데 막 연옥에 들어온 이들이 그들을 상대로 경기를 잡고 있었다.
이미 몇몇이 그들에게 당한 상황.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초월자가 입을 열었다.
“근데 애초에 그렇게 상위권을 조지고 올라오는 거면, 상부 리그에 도전한다는 뜻 아닌가?”
“살아서 들어온 놈들이잖아. 안 올라오고 튈 수도 있지.”
누군가의 대답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데?”
살아서 연옥에 들어온 이들은 20일 뒤에 자동으로 나가게 되니. 그들이 돌아갈 때쯤에는 중부 리그가 망가져 있을 게 분명했다.
상위는 텅 비어 있는 중부 리그.
초월자에게 도전하는 이들도 한동안 보이지 않을 테고, 초월자들끼리도 서로 고이게 될 터.
“그래도 난 반대. 어차피 우리에겐 넘치는 게 시간이고. 시간이 흐르면 중부 리그는 복구되잖아?”
대머리 초월자가 고개를 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에 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러자 누군가 의문을 던졌다.
“그런데 만약에 그 녀석들이 상부 리그까지 올라온다면?”
“그땐 우리가 죽이면 되지.”
대머리 초월자의 대답에 가장 말석에 있는 초월자가 태클을 걸었다.
“지금도 실력 격차가 큰 놈들을 때려잡고 다니는데. 우리라고 승리를 확신할 수 있나?”
“쫄보 새끼, 네가 그러니까 말석인 거야.”
“뭐? 웃기는 새끼네. 그럼 한판 붙어 볼까?”
“그만.”
무신이 다시금 분쟁을 중재했다.
“찬반 투표로 하지. 평소처럼 방관을 택할 거면 지금 손을 들어.”
무신의 말에 6명의 초월자가 손을 들었다. 과반수 이상임으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무신이 고개를 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럼 중부 리그에 대한 안건은 여기까지로 하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무신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검성을 바라봤다.
“쥐새끼들의 수장 격 되는 이가 상부 리그에 신청했다. 상대는 바로 자네고. 어떻게 하겠나?”
“우리 쪽 세상에서 넘어온 놈들이니, 내가 마무리 짓는 게 깔끔하겠지.”
“그래 주면 좋고.”
“날짜는?”
“내일모레.”
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보도록 하지.”
* * *
월광검.
검성의 비전이라 할 수 있는 검술.
검성은 자신의 벽을 뚫기 위해 초반부와 중반부를 합쳤고, 그것으로 중부 리그에서 상부 리그로 넘어갔다.
기본적은 결은 초반부랑 같았다.
전투를 통해 쌓이는 경험.
샘이 운영하는 도관을 다니면서 월광검을 배웠지만, 샘조차도 월광검의 형만 알 뿐 전부를 설명해 주진 못했다.
-전투를 통해 익히는 수밖에 없다네.
그래서 미친 듯이 싸웠다.
체력이 회복되는 족족 중부 리그에서 싸우며 월광검에 대한 감을 찾았고, 그 결과 생사경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화경의 벽이 무너졌습니다.]정말 오랬동안 기다렸던 메시지다.
쏴아아아!
몸 주위로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열기는 빠르게 식어 차가운 냉기를 뿜어냈고, 그대로 몸으로 흘러들어 왔다.
몸으로 들어온 냉기는 다시 열기로 방출됐고, 이러한 변화가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몸이 바뀌기 시작했다.
냉기와 열기의 반복.
주변에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뿌연 수증기에서 느끼지는 마나가 몸 주위를 맴돌았다.
흐읍.
수증기가 콧구멍과 입, 눈과 귀로 흘러들어 왔다. 마나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근맥들을 자극하고 피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콰드득!
찌직!
뼈가 부서지고 새로 붙으며, 피부가 갈라지고 새살이 돋아났다. 변화의 과정에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생사경의 경지에 도달합니다.]생사경(生死境).
생과 사의 경지를 넘어선 경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게 되었다.
“후우.”
호흡을 내쉬면서 몸 안에 있는 기운들을 갈무리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가벼웠다.
주먹을 쥐고 가볍게 뻗어 보았다.
파앙!
바람이 터지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이전과는 다른 확실한 차이가 눈에 보였다.
또한.
대마법사의 욕망으로 꾸준히 키워 왔던 마나홀의 크기가 두 배 이상 커졌다.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들어 올렸다.
우웅!
마나가 정돈되어 검으로 향했다.
단숨에 만들어진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투명하게 변했다. 눈으로는 볼 수 없고, 오직 감각으로만 느껴야 하는 오러블레이드.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면 오러 블레이드가 있는 줄도 모르고 목이 베일 거다.
오러 블레이드를 거두고 검을 집어넣었다.
“추위랑 더위도 안 느껴지네?”
몸이 특정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부가적인 능력에 입꼬리를 올리며 경기장으로 향하려는 찰나.
[화경의 벽을 넘어섰습니다.]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습니다.]“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
호접지몽.
원하는 꿈을 지정하면 그에 대한 추가 스킬이나 꿈에 대한 능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사기 스킬.
“입신경에 오르는 꿈.”
입신경(入新境)
신의 영역을 넘보는 자.
그랜드 마스터라 불리는 경지.
적어도 마신과 비등하게 싸우려면 입신경에 올라야 했다.
[입신경에 오르는 꿈을 꿉니다.] [해당 꿈을 꾸게 되면 꾸시겠습니까?]“어.”
[1,054일이 지나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습니다.]날짜가 조금 오래 걸리긴 하지만.
저걸 줄일 방법도 당연히 알고 있다.
남아 있는 복사 스킬 중 하나를 이용할 생각이다.
또한.
이곳에서 경기를 하며 경험 구슬을 먹는 것만으로도 일정 일수를 줄일 수 있을 터.
“싸우러 가자.”
* * *
푸른 시계탑 근처에서 쉬고 있으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요즘 뜨고 있는지.
누가 역전극을 펼치고 이겼는지.
누가 승급해서 올라갔는지.
경기를 지켜본 이들이 시계탑과 경기장을 오고 가면서 나누는 대화 속에 전부 담겨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까진 시간이 조금 남았다.
시계탑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명상하는 척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중부 리그에 대격변이 일어났다며?”
“상위급 실력자들이 전부 죽었잖아.”
“누군데?”
“검은 후드를 쓴 녀석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나누는 대화.
저들의 대화에 나오는 검은 후드는 마신교도들이었다. 연옥에 들어온 마신교도들이 중부 리그의 최상위권 실력자들을 전부 처리했다.
중부 리그의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이들 중 4명이 죽었고, 남아 있는 여섯 명을 상대로 계속해서 경기를 잡고 있었다.
워낙 파급력이 큰일이라 모를 수가 없었다.
경기를 지켜보고 싶었지만.
그림자 대제의 학원과 드래곤 로드의 학원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수련을 하느라 경기를 보지 못했다.
“와. 그런 놈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소문으론 살아 있는 놈들이라던데?”
“진짜?”
원래 살아 있는 자라는 소문이 돌면.
그 육체를 취하기 위해 달려들지만.
마신교도들은 이미 상위권 실력자들을 잡고, 그들이 가진 경험 구슬까지 먹어 치운 상태다.
살아 있는 자라는 걸 알아도 쉽게 노리기 힘든 상황.
“아, 맞아. 그리고 이번에 상부 리그에서 경기가 하나 열린다던데?”
“상부 리그? 거긴 1년에 한 번만 겨루면 되는 곳이라서 경기가 잘 안 잡힌다고 하지 않았어?”
“그치. 근데 중부 리그에서 도전한 사람이 있나 봐.”
“누구?”
“초신성.”
“아, 맨 처음으로 검은 후드를 쓰고 나왔던 녀석?”
“그 녀석이 검성한테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하더라.”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슬쩍 눈을 뜨고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대화를 잠시 멈추고 시계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몸을 움직였다.
시계탑 안으로 들어가자.
그 둘이 중부 리그 경기장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갔다.
우웅!
주변 풍경이 바뀌며 중부 리그 경기장이 나타났다. 복도를 따라 걷는 둘을 미행하며 계속 대화를 엿들었다.
“아까 했던 이야기 진짜야?”
“검성?”
“어.”
“여기 들어오기 전에 상부 리그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 있는 거 봤지?”
“응.”
“그러면 경기가 곧 열린다는 뜻이야. 소문이 사실이란 뜻이지.”
조만간 검성과 사도가 붙는다라.
경기를 보는 재미는 있을 것 같았다.
검성이 월광검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사도가 작정하고 온 이상, 비장의 한 수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마신교도들이 중부 리그의 랭커들을 잡는 것도 비정상적일뿐더러, 사도라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럼 경기도 구경할 수 있어?”
“중부 리그들의 상위 랭커 100명만.”
“왜?”
“나도 들은 거야. 랭커 100명에게만 경기 날짜와 시간을 알려 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보고 싶어도 못 봐.”
“대기하고 있으면 되잖아?”
“안 들여보내 주면 말짱 꽝이잖아.”
그리곤 두 남녀가 관람석으로 사라졌다.
그들을 보내며 경기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랭커 100위.
정확히 내가 몇 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상대할 녀석이 꽤 높은 순위에 있다고 들었다.
대기실로 가서 시간을 기다렸다.
“경기 준비.”
직원의 안내와 함께 경기장으로 나서자, 내 상대로 보이는 이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녀석.
사도는 아니고 마신교도로 보이는 자.
녀석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레딘, 네가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