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대전쟁 (1)
어두컴컴한 공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얀빛이 번쩍였다. 그곳에서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옥에 들어섰던 마신교 일행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사도가 후드를 벗자 뺨에 긴 상처가 있는 얼굴이 드러났다.
“다들 고생했다.”
“아닙니다!”
“연옥과 다른 환경이라 몸 상태 적응하는 게 쉽지 않을 거야. 오늘 하루는 푹 쉬고 몸 적응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옙!”
“해산.”
미리 준비해 두었던 횃불을 켜자 동굴이 환해졌다. 사도의 뒤에 있던 마신교도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해산하는 것을 보고 사도도 걸음을 옮겼다.
정면에 있는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니 괴상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끄웨에에엑!”
“끄르르륵!”
“고아아아아아!”
사도는 익숙하다는 듯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거대한 실험장이 있었다.
3층으로 이루어진 공간.
실험을 진행 중인 마신교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다가왔다.
검은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쓴 이.
실험실의 책임자.
“로톤.”
“오 사도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야?”
“제겐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연옥에 있는 동안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그걸 떠올린 사도가 피식 웃었다.
“그랬지. 자.”
사도는 연옥에서 얻어 낸 전리품을 로톤에게 넘겼다.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주머니. 로톤이 주머니 안을 확인했다.
주먹만 한 구슬이 일곱 개 들어 있었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쳐다보곤, 다시 고개를 들어 사도를 바라보았다.
“실패하신 겁니까?”
“그럴 리가.”
사도는 따로 챙겨 두었던 구슬을 꺼내 들었다. 특수 봉인 마법으로 단숨에 제압한 검성의 영혼. 영롱한 구슬을 손안에서 굴리며 입을 열었다.
“자.”
“오오.”
구슬을 넘겨받은 로톤이 입맛을 다셨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그러려고 직접 찾아온 거야.”
“가시죠.”
사도는 로톤을 따라 움직였다.
1층에는 몬스터들을 이용한 마물 실험.
2층에는 인간들을 이용한 마인 실험.
그리고 로톤과 도착한 3층은 마물과 마인을 섞은 키메라를 실험하는 곳이었다.
“이곳에 앉아 주시죠.”
로톤이 안내한 자리에 앉아 실험실을 둘러봤다.
정면에 보이는 곳에 투명한 관이 있었고, 초록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액체 안에는 인간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초록 피부에 길쭉한 귀.
탄탄하게 균형 잡힌 몸.
마치 태아처럼 몸을 말고 있는 실험체를 바라보았다.
“인간의 뇌에 오크의 피부, 엘프의 감각, 트롤의 힘줄. 그 외에 또 뭐가 있다고 했지?”
“하프 드래곤의 피도 있습니다.”
“그랬지.”
하프 드래곤의 피가 저 다양한 종족의 특성을 하나로 모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럼 신마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겠습니다.”
로톤이 손을 튕기자 대기하고 있던 마신교도들이 몸을 움직였다.
“실험체에 각성제를 주입합니다.”
감겨 있던 실험체의 눈이 떠졌다.
흐리멍덩한 두 눈. 백색의 눈동자가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각성제 주입 완료.”
“마법진 발동.”
“마법진을 발동시키겠습니다.”
실험관 안에 검은 마법진이 그려졌다.
주변에 있던 마신교도들이 마기를 불어넣었다.
검은빛이 발하며 실험체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저벅.
저벅.
로톤이 사다리를 타고 실험관 위쪽으로 올라갔다. 사도에게 건네받은 주머니에 있는 구슬 하나를 꺼냈다.
“개방해.”
“예.”
실험관이 뚜껑이 열렸다.
로톤은 그 안으로 구슬을 던져 넣었다. 검은 구슬이 초록 액체에 빠졌다. 그리고 곧,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검은 구슬이 녹아내리며 검은 액체를 흘려보냈다.
“영혼이 융해되었습니다. 실험관을 닫겠습니다. 실험체와 결합을 진행하겠습니다.”
“진행해.”
실험관 안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실험체를 중심으로 초록 액체와 검은 액체가 회전하며 하나로 합쳐졌다.
곧, 실험체의 모습이 사라졌다.
우우우웅!
쿠구구구궁!
실험관이 엄청난 진동을 내뿜었다.
사도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실험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번 실험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마신의 부활이 한층 더 빨라질 수 있었다.
쿵!
실험관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쿵!
액체 사이로 주먹이 드러났다. 그와 함께 실험관에 금이 갔다. 마신교도들이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실험체가 흥분 상태입니다.”
“실험관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지?”
“30분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정제 투여. 실험은 이대로 계속 진행해.”
“예.”
콰앙!
점점 갈수록 위력이 올라갔다.
금이 간 곳에서 액체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신교도가 다급하게 안정제를 투여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실험관 내부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회전을 하던 액체도 멈췄다.
거품이 가시면서 실험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잔뜩 흥분한 상태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콧김을 불 때마다 공기 방울이 뿜어져 나오고, 근육들이 꿈틀거렸다.
흐리멍덩했던 눈에는 검은 눈동자가 채워져 있었다.
로톤이 앞으로 다가가 실험관 앞에 섰다.
“네 이름이 뭐지?”
“……이, 름.”
“그래. 네 이름.”
“알…… 렉.”
성공적인 실험 결과.
로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도님, 대성공입니다.”
“그래.”
사도 또한 로톤을 따라 웃었다.
마스터급 실력자의 영혼을 신마인의 육체에 옮기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이걸로 데이터를 뽑아낸다면.
검성의 영혼을 신마인에게 이식하는 것도 가능해질 거고.
그 후엔 신마인 프로젝트를 준비한 진짜 계획을 진행할 수 있을 터.
“다른 녀석들도 육체 이식하고.”
“…….”
“이 녀석은 일단 애드리안 왕국으로 보내 보자.”
“알겠습니다.”
* * *
눈을 떠 보니 차가운 바닥이 느껴졌다.
바닥을 짚고 일어나기 위해 팔을 움직였다.
바닥에 팔을 대는 순간.
“으윽…….”
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팔에 힘을 풀고 그대로 다시 누웠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천천히 몸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일단 감각은 전부 정상이었다. 팔이며 발이며, 눈이나 입. 움직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과하게 근육을 쓰거나 몸을 지탱하기 위해 힘을 쓰게 되면 몸이 부서질 듯이 아파 왔다.
어디가 부러진 것은 아닌 상황.
연옥에 들어가기 전과 돌아온 후의 차이점을 고민해 본 결과. 아주 큰 변화가 내게 있었다.
생사경의 경지.
연옥에서 영혼인 상태로 생사경에 올라섰다. 하지만 육체인 원래 내 몸은 그 변화를 겪지 못했다.
콰드득!
멀쩡했던 몸에 변화가 시작됐다.
뼈가 부러지고 피부가 갈라지는 등.
이미 연옥에서 겪었던 변화가 육체를 통해 다시 한번 이뤄졌다.
갑작스러운 변화라 그런가.
엄청난 고통이 쏟아졌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 내는 수밖에 없었다.
“으윽…….”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몸에 있던 고통이 사라지고, 겨우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내 입에 물었다.
포션을 마시며 고통을 몰아내고 회복력을 끌어 올렸다.
다시 한참을 누워 있으면서 몸 상태가 완전하게 회복되길 기다렸다.
주먹을 쥐어 보면서 별다른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을 때. 바닥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좀 살겠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은 현재 지하 10층.
위에서 헨리 바스커반을 비롯한 다른 죄수들과 소장 루켈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일단 위로 올라갈까.”
아라키스의 눈을 이용해 탈출구를 확인했다. 파란빛이 알려 주는 길을 따라 움직이자 지하 9층으로 가는 길이 나왔다.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고 나서야 지하 9층이 나타났다. 바닥에 보이는 마신교의 시체를 보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이곳에서 마계의 문과 결합했던 마신교도를 물리쳤던 일.
이제 남아 있는 마계의 문은 11개.
위로 올라가게 되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될 거다.
“거기 조심해!”
“추우니까 계속해서 움직여야 해.”
지하 6층으로 올라가자 현장을 정리 중인 이들이 보였다.
지하 5층.
지하 4층.
무간지옥을 지나 지하 1층에 도착했다.
“레딘 님?”
“왜.”
“소장님께서 복귀하는 대로 소장실로 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걸음을 옮겨 소장실로 향했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니 주변에 있는 교도관들이 수군거리는 게 들렸다.
“죄수를 데리고 나왔다고?”
“헨리 바스커반. 브라셀의 수장!”
“그자 말고도 3명이나 더 있다던데?”
이미 올라왔구나.
소장실에 도착하니 비서가 바로 안쪽으로 안내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죄수 네 명과 소장 루켈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네.”
자리를 옮겨 소장의 오른쪽에 있는 빈 곳에 앉았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헨리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밑에 있던 1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기연을 얻었습니다.”
“마스터의 경지가 기연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지는 아닌 것 같은데…….”
“운이 좋았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라 대답을 피했더니, 헨리 바스커반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 주제를 넘겼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시선을 돌려 루켈을 바라봤다.
“소장님, 이 네 명과 함께 특수 조직을 꾸릴 생각입니다.”
“그 전에, 정말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나?”
“예.”
루켈이 숨을 크게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하지.”
“감사합니다.”
루켈이 옆에 있는 서류를 건넸다.
그것을 받아 내용을 확인하자, 현재 대륙에 판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크레인 왕국은 무너진 상황.
사도로 추정되는 이와 마계의 문이 활성화된 상태.
이외에도 케르베로스를 이끌고 있는 데이론이 마계의 문을 발견했고, 각 왕국 곳곳에서 마신교들이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내용들.
“마신교의 의도는 뻔하네. 우리가 힘을 하나로 합치지 못하게 만들려는 거지.”
“예.”
“할 수 있겠나?”
지금 펼쳐진 이 난감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냐는 물음.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급한 건 크레인 왕국이네.”
“그럼 크레인 왕국부터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쉴 시간이 없었다.
마신교에서 연옥을 방문한 이유.
그곳에서 검성의 영혼을 가져간 이유.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는 뜻이니. 마계의 문을 부수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도 밝혀 내야 했다.
“그럼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용 마법을 이용해 죄수 3명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곤 헨리 바스커반과 함께 특수 창고로 향했다.
그곳에서 케르베로스가 입는 단복을 꺼내 죄수와 헨리 바스커반에게 입혔다.
죄수이긴 하지만 특수 조직에 들어온 상황.
죄수처럼 하고 다녔다간 탈주한 범죄자인 줄 알고 공격하려 들 게 뻔했다.
이건 죄수들을 보호함이 아니라, 죄수를 보고 달려들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딸과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셨습니까?”
옷을 다 갈아입은 헨리에게 묻자, 헨리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모든 이야기를 나누기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지.”
“마신교만 몰아낸다면, 당신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기대하지.”
그리곤 버닝헬 밖으로 나와 군주 모드를 이용해 그림자 드래곤을 만들었다.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