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파라이크 대신전 (1)
문이 있는 곳으로 다가서자.
드르륵!
돌들이 반으로 갈리면서 길을 만들어 냈다. 그 안으로 들어서자 벽에 걸쳐 있던 횃불에서 하얀빛이 일어났다.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빛.
손에 있던 심판의 검을 유지하며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벽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베른 대륙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볼 수 있었던, 베른 대륙의 창세에 대한 그림이었다.
-태초에 신이 있었다.
-창조신 베로니카
인간의 모습을 한 베로니카는 양손을 벌려 동그란 원을 감싸고 있었다. 그 안에는 두 개의 대륙이 있었다.
여기까진 내가 봤던 것과 똑같았지만, 그 뒤부터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창조신 베로니카는 두 개의 대륙을 만들었다. 하나는 베른 대륙이라 불렀고, 다른 하나는 케르덴 대륙이라 불렀다.
반으로 나눠진 원에는 두 개의 대륙이 존재했고, 그 대륙 위에는 두 명의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창조신 베로니카는 대륙을 이끌 자신의 대리인을 만들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눈 대리인들.
-베른 대륙을 다스릴 아리안나.
-케르덴 대륙을 다스릴 바알.
세상의 빛은 아리안나에게.
세상의 어둠은 바알에게.
다음 그림에서 불만을 가진 바알이 베른 대륙 쪽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바알은 케르덴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인해, 케르덴의 일족을 이끌고 베른 대륙으로 향했다.
엄청난 배를 이끌고 베른 대륙으로 쳐들어간 바알의 일족들.
그 뒤로 시니스터를 비롯한 해왕신 같은 저주의 산물들이 그려져 있었다.
-아리안나 또한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전쟁을 준비했다.
베른 대륙 중심에 만들어진 거대한 요새.
그리고 아리안나를 따르는 영웅들.
다음 그림에서 바알의 일족과 아리안나의 일족이 서로 마주 보고,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전쟁을 묘사했다.
제1차 성마대전.
벽화에는 그들의 치열했던 싸움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아리안나와 바알의 격돌.
그 밑에 있는 수족들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싸웠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벽화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그려져 있었다.
-전쟁은 아리안나가 바알의 목을 베면서 끝이 났다.
전쟁에서 승리한 아리안나는 바알의 목을 들어 올렸고, 바알의 부하들은 세상 곳곳으로 흩어졌다.
아리안나가 이끌던 세력은 바알의 추종자들을 잡으러 다녔고, 고대 왕조들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그림은 끝이 났다.
“바알이랑 싸운 게 창조신이 아니라고?”
아리안나라는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알고 있던 지식에선 베로니카와 바알만 존재할 뿐. 베른 대륙에서는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다.
시선을 돌려 복도 쪽을 바라봤다.
벽화가 끝나는 지점에 문이 하나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의 여인이 그려진 석문.
아마도 저 여자가 아리안나가 아닐까 싶었다.
걸음을 옮겨 천천히 다가서자, 석문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쿠궁!
완전히 열린 석문 안에는 위아래로 뚫린 형태의 지형과 올라설 수 있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비슷한 형태.
그 위에 올라서자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환한 빛이 쏟아졌다. 손에 들려 있던 심판의 검이 마법진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와 함께 마법진이 움직였다.
우웅!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마법진.
이번에도 벽에는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고대 왕조의 시작은 아리안나의…….
오베르크 제국이 건설되기 전.
고대 왕조를 다룬 벽화.
이 구간에 대해선 나도 잘 아는 게 없어서 내용을 쭉 훑으면서 위로 올라갔다.
-아리안나의 후손은 후대를 이어 나가며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했다.
-그중 한 곳이 베르하트 가문이다.
“베르하트?”
분명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해왕신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레딘이라는 이 게임 속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가문의 이름.
“신의 후손의 몸에 들어온 거라고?”
베르하트 가문이 아리안나라는 신의 대리인의 후손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뒤의 벽화에선 제2차 성마대전과 오베르크 제국의 탄생까지 그려져 있었다.
-아리안나의 직계 혈통인 루드칼은 2차 성마대전에서 활약을 하며 마신의 부하들을 물리쳤다.
마지막 그림은 사내가 검을 위로 치켜들고 전장에서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오베르크 제국을 세운 황제.
“루드칼.”
그렇게 두 번째 벽화가 끝이 나고, 새로운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눈앞에 보이는 새로운 길.
꿀꺽.
침을 삼키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벽화도 없는 깨끗한 복도.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길 끝에는 하늘 위에 지어진 신전으로 향하는 길이 있었다.
휘이이잉!
신전과 동굴을 잇는 다리는 하늘 위에 만들어져 있었다.
“저곳에 신의 대리인이 있다는 건가?”
창조신 베로니카의 두 대리인 중 하나.
지금까지 벽화가 알려 준 바로 인하면 저곳에 있을 신의 대리인은 아리안나였다.
천천히 하늘 위에 있는 다리를 따라 신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신전 위에 도착하자 내부가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깔끔한 바닥 중앙에 둥그런 구슬이 하나 있었고, 그 뒤에 백색 후드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서 있었다.
“왔구나.”
백색 후드를 뒤집어쓴 이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이곳으로 오던 도중에 본, 석문에 그려져 있던 여인과 똑같은 모습을 한 이가 보였다.
“아리안나.”
“그래. 그게 내 이름이지.”
“이곳으로 부른 이유가 뭡니까.”
“진실을 알려 주기 위해서. 그리고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아리안나가 후드를 내리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고대 왕조부터 오랜 시간 살아왔음에도 아리안나의 외모는 늙지 않았다.
둥그런 구슬 위에 손을 올린 아리안나가 나를 보며 다가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구슬 위로 걸어갔다.
“지금부터 잘 보아라. 네가 가진 비밀을 알게 될 테니.”
“…….”
구슬 쪽을 쳐다보자 내가 가장 고통스러워했던 장면이 나타났다.
부모님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쓸쓸한 집에서 혼자 울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저 때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금 올라왔다.
“이게 진실입니까?”
아리안나가 구슬 위로 손을 올리며 가볍게 문지르자, 영상을 역재생하듯, 구슬에 보이는 기억들이 천천히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울고 있던 내가 부모님의 묘 앞에서 울고 있는 장면.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던 장면.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저녁 식사.
.
.
.
어린 시절 추억들이 지나가다가 딱 한 장면에서 멈춰 섰다. 내가 막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갓난아기 때의 모습.
이때 보이는 부모님은 내 기억에 있는 모습과 똑같았다.
다만, 뒤에 보이는 풍경은 내가 알고 있는 현대와 비슷하지만, 부모님이 입고 있는 옷이 이상했다.
현대 복장이 아닌.
중세 시대에 비슷한.
더 정확힌 베른 대륙에서 볼 법한 의상을 입고 있었다.
뭐지?
미간을 찌푸리며 아리안나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구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다시 시선을 내려 구슬을 바라봤다.
아기인 내 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셨다.
“레딘, 이제부터 네 이름은 한우진이란다.”
* * *
칼 브릭스.
베르하트 가문의 집사 출신이었던 그는 자신이 모시던 아일라 베르하트와 결혼을 하게 되며 베르하트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다.
그와 아일라 사이에서 낳은 아이.
레딘 베르하트.
칼과 아일라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삶을 만끽하려 했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베르하트 가문을 쳐들어온 이들.
정체 모를 이들이 가문에 있는 식솔들을 전부 죽이고 다녔다.
“칼, 아일라, 레딘을 데리고 이곳에서 도망치거라.”
“아빠.”
“장인어른.”
“얼른.”
칼은 가주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아일라와 레딘을 데리고 비밀 통로를 따라 가문 밖으로 나왔다.
가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산맥.
그곳으로 나온 칼은 아일라와 함께 안전 가옥으로 이동했다.
가주가 알려 주었던 길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몇 달을 버틸 수 있는 식량과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일라.”
그곳에 도착해서 아일라를 쳐다본 순간.
하얀빛이 번쩍이며 아일라의 눈동자가 하얗게 물들었다.
베르하트 가문의 재능.
아일라는 신성력을 다루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차세대 성녀라고 불릴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하지만.
아일라는 성녀의 자리를 포기하고 자신과의 결혼을 선택했다.
우우웅!
신성력을 온몸에 두른 아일라의 입이 벌어졌다. 그렇게 하늘을 쳐다보며 한참이 지나고 난 뒤, 힘없이 푹 쓰러졌다.
그런 아일라를 부축해서 침대에 눕혔다.
“칼…….”
“아일라, 일단 조금 쉬어.”
“지금 이야기해야 해.”
아일라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옆에 있던 아기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굳은 결심을 한 표정을 지었다.
“칼, 신탁이 내려왔어.”
“신탁?”
“베른 대륙의 멸망을 보고 왔어.”
“그게 무슨 소리야.”
“마신교가 마신을 부활시키고 마계의 문을 열어 베른 대륙을 불태울 거야.”
“근데 그걸 왜 성녀가 아닌 당신에게…….”
“그건 모르겠지만…….”
아일라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생겼어.”
너무나도 비장한 얼굴에 칼은 차분하게 숨을 내쉬며 아일라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얘기해 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서 세상을 구할 용사를 만나야 해.”
“그게 신탁이야?”
아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곳엔 용사가 없어?”
“베른 대륙을 구하려면 다른 곳에서 용사를 불러야만 한데.”
“그럼…….”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야 해.”
아일라의 손을 잡고 있던 칼의 손이 떨렸다.
아일라에게 주어진 임무.
그건 곧, 자신과 아이를 떠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야 한단 뜻이었다.
“나도 함께할게.”
“그럼 우리 아이는…….”
“아이도 함께 가자.”
칼의 말에 아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할게.”
아일라는 신성력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회복시켰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넓은 공간으로 걸어갔다.
신탁을 받으면서 머릿속에 새겨진 마법진을 떠올렸다.
손을 뻗어 신성력을 전부 끝어모았다.
“창조신 베로니카 님의 뜻을 이어받은 아리안나 님에게 청하오니.”
아일라의 몸 주변에 하얀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 빛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복잡한 술식의 그림들.
다양한 문자와 숫자, 도형이 얽히고 얽히면서 신성 마법진을 완성시켜 나갔다.
“제게 힘을 주소서.”
아일라가 양손을 벌리며 마지막 주문을 외우자, 신성 마법진에 신성력이 깃들면서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그 위로 칼이 아이를 데리고 걸어왔다.
아일라의 어깨를 감싼 칼은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당신 곁엔 나와 레딘이 있으니까.”
“응.”
“당신이 맡은 임무를 해결하고 다 같이 베른 대륙으로 돌아오는 거야.”
“그래.”
아일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신성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슈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