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파라이크 대신전 (2)
베르하트 가문.
여섯 왕국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 가문. 칼 브릭스는 그런 베르하트 가문의 집사 출신이었다.
베르하트 가문의 집사들은 다른 가문의 집사들과는 조금 달랐다.
소수 정예로 가문을 이끌어 나가는 만큼, 집사가 할 줄 아는 게 많아야 했다.
정보 분석, 판단.
실행력과 적응력.
그리고 무력까지.
칼 브릭스는 베르하트 가문에서도 손꼽히는 특급 집사였던 만큼, 이세계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한성준. 이아연. 이게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우리 이름이야.”
“그럼 아이는?”
“한우진.”
“이쁜 이름이네.”
아일라, 아니 이아연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
“레딘, 이제부터 네 이름은 한우진이란다.”
“응애!”
한성준은 아내와 아이를 보며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이세계.
정확히는 한국.
이아연이 가진 신성력을 이용해 민증이라는 것을 발급받고, 1년간 머물 수 있는 집을 구했지만.
계속해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곳은 엄연히 다른 세상.
창조신 베로니카의 은총을 받을 수 없는 곳이라, 이아연의 신성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앞으로 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이 필요했다.
“할 수 있어.”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막노동이었다.
기본적으로 육체 능력이 뛰어나서 막노동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일당으로 돈을 벌면서 이 세상에 대해서 익히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공부했다.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도박, 비트코인.
도박은 범죄와 연관이 있어서 제외시켰고, 비트 코인을 이용해 목돈을 만들 준비를 했다.
“아연아, 로또 1등 당첨 번호가 필요해.”
“알겠어.”
아연은 신성력을 이용해 미래 예지를 사용했다. 당장 내일 있을 복권 당첨 번호를 확인하고 한성준에게 알려 주었다.
한성준은 그걸 이용해 로또 1등 상금을 수령하고, 비트코인을 이용해 돈을 미친 듯이 불렸다.
먹고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돈을 확보하고 난 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신의 대리인께서 알려 주신 건…… 이 차원의 좌표와 베른 대륙에 대한 여러 정보뿐이었어.”
“어디에 누가 용사인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는 거지?”
“응.”
“베른 대륙에 대한 여러 정보…….”
한성준은 이아연에게서 베른 대륙에 대한 정보를 넘겨받았다.
정말로 세세한 정보들이었다.
이 대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시작해서, 역사서에만 기록되었던 고대 왕조들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의 베른 대륙이 오기까지.
또.
지역에 대한 것들부터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또 그 지역에는 어떤 환상종이나 동물들이 살고, 어떤 숨겨진 것들이 있는지.
방대한 자료가 이아연의 머릿속에 있었다.
“이걸 활용할 방법이 있을까?”
한성준은 며칠 전 TV에서 나왔던 광고를 떠올렸다.
-새로운 세상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마법과 검을 쓰는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 광고.
“있을 것 같아.”
지구라는 곳에는 게임이란 게 있었다.
컴퓨터를 통해 게임 회사에서 만든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
이아연이 가지고 있던 방대한 설정들을 게임 속에 녹여 낸 뒤에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를 찾는다면.
그게 용사일 확률이 높았다.
“게임을 만들어야겠어.”
한성준은 그때부터 방향성을 잡고 움직였다.
게임 개발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막대한 돈을 사용해 게임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시켜 나갔다.
베른 대륙기.
방대한 설정이 짜여 있었던 만큼.
게임을 개발하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한성준은 총괄 디렉터로서 게임 개발에 모든 심력을 쏟아부었다.
용사를 구해서 아내, 아이와 함께 베른 대륙으로 돌아가는 것.
‘할 수 있어.’
그렇게 10년에 걸쳐서 개발된 베른 대륙은 내부 테스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본격적인 투자를 받으면서 스케일을 키워 나갔다.
방대한 베른 대륙의 설정을 녹여 내야 했고, 시간대에 따른 업데이트 일정까지 전부 픽스 시켜 놓았다.
다시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베른 대륙은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오픈 테스트 날짜를 잡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당신이 없었다면 나 혼자선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지?”
“당신 혼자였어도 잘했을 거야.”
“자, 마무리 짓자.”
한성준은 이아연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앞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베른 대륙기의 업데이트와 서버를 관리해 줄 녀석.
모든 플레이어의 정보를 수집해서 엔딩에 가까워졌을 때,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를 베른 대륙으로 소환시켜 줄 거다.
“창조신 베로니카의 딸인 아리안나의 축복을.”
이아연이 모은 손에서 새하얀 빛이 흘러나와 슈퍼컴퓨터로 흘러들어 갔다.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짓고.
한성준은 이아연과 함께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회사 밖으로 나와서 집으로 움직였다.
“외식이나 할까?”
이아연의 말에 한성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좋지. 둘이서만 오붓하게?”
“우진이는 다 컸으니까, 우리 둘만.”
“어디로 갈까.”
“내가 이미 예약해 놨어.”
이아연이 내비를 찍는 동안, 한성준은 운전대를 잡으며 정면을 주시했다.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넘어가는 순간.
브레이크에서 액셀로 발을 옮겼다.
차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부우우웅!
그때 옆에서 거친 엔진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차를 들이박았다.
콰아아아앙!
* * *
사고 장면을 끝으로 부모님의 기억은 끝이 났다. 구슬에서 눈을 떼고 아리안나를 바라봤다.
“이걸 보여 준 이유가 뭡니까.”
“진실을 알려 주고 싶었을 뿐이다. 네게 주어진 사명도 알려 줄 겸.”
“사명?”
“선택받은 용사. 그게 너란다.”
베른 대륙을 가장 오래 플레이 했고, 가장 잘 아는 사람.
부모님이 찾고 있던 용사.
그게 나라고?
“제가 용사가 될 운명이었다면, 부모님은 차원 이동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닙니까?”
“그곳에 너를 데리고 갔기 때문에 네가 용사가 될 수 있었던 거란다.”
“그럼 부모님은 지금 이 세상에 살아 계시는 겁니까?”
아리안나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차원을 넘어갈 때 돌아올 수 있는 인원은 한 명뿐이었다. 아일라는 너를 선택했고, 그래서 레딘이라는 아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거지.”
우웅!
작은 구슬에 다시금 빛이 들어왔다.
그곳에서 레딘의 일생이 재생되었다.
한국의 한우진이 아닌.
베른 대륙의 레딘 베르하트.
갓난아이로 혼자 남아 있던 레딘은 버닝헬의 소장인 루켈에게 구출되며, 루켈의 가문에서 자라 왔다.
“저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내가 창조신으로부터 받은 권능의 일부다. 다른 차원에서 자네가 죽으면, 그 즉시 이곳에 있던 또 다른 자네와 기억이 합쳐졌겠지.”
“…….”
“자네가 용사가 될 운명일 줄은 정말 몰랐지만.”
아리안나가 진중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부탁해, 베른 대륙을 구해 줘.”
“신의 대리인인 당신이 마신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럴 수 있었다면 나도 그리했겠지.”
구슬에는 마신교와 전쟁을 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그것을 보며 아리안나가 힘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두 번의 전쟁. 그때마다 내가 가진 힘을 전부 다 사용해야만 했어.”
“…….”
“힘을 회복하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해. 바알은 그 점을 노리고 자신의 힘을 아껴 두었고. 내가 힘이 없을 때 이 대륙을 지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
“…….”
“용사를 구해서 창조신의 힘을 새롭게 받게 하는 것. 그게 이 땅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야.”
“그게 저란 겁니까.”
“맞아.”
충격적인 정보들이 쏟아졌지만.
이미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충격적인 것은 많이 봤기에. 이 정도는 이제 놀랍지도 않았다.
세상을 구할 용사.
그게 나란 게 실감 나진 않았다.
이곳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만 해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바알을 죽이고자 마음먹었다.
내가 용사가 아니더라도 바알을 죽이려고 했다.
또한, 부모님은 베른 대륙의 평화를 원하셨다.
바알을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아리안나가 지팡이로 바닥을 두 번 내리쳤다. 그러자 구슬이 있던 자리가 움직이면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주먹만 한 크기의 보석함.
아리안나는 그 보석함을 직접 열어 내 쪽으로 넘겼다.
안에는 붉은 보석이 하나 들어 있었다.
“신계로 갈 수 있는 열쇠 중 하나야. 나머지 두 개의 보석을 전부 모으면 신계로 올라갈 수 있지.”
“나머지 두 개의 보석을 모으면 되는 겁니까?”
“그래.”
“위치는 어디입니까?”
그러자 아리안나가 지팡이를 들어 올려 내 머리를 향해 내밀었다.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빛이 내 몸으로 흘러들어 왔다.
[아라키스의 눈이 진화합니다.] [새로운 능력이 추가됩니다.] [하얀빛을 따라가면 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맞춰서 권능을 추가했으니, 보석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그런데 하나 궁금하게 있습니다.”
“말해 봐.”
“마신교의 본단 위치를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지.”
“그럼 그곳으로 쳐들어가면 바알이 부활하기 전에 물리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아리안나가 고개를 저었다.
“마신교의 본단은 베른 대륙의 반대쪽에 있는 케르덴 대륙에 있다네. 흔히 마계라 불리는 곳.”
“…….”
“그리고 케르덴 대륙에 존재하는 마족들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놈들이야.”
툭툭!
아리안나가 지팡이로 구슬을 치자 다시금 새로운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곳으로 오면서 가장 처음 통로에서 보았던 벽화.
창조신이 세상을 둘로 나눠 아리안나와 바알에게 나눈 그림.
“바알은 베른 대륙까지 집어삼키기 위해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문을 열었지. 그러나 모든 병력을 데리고 온 게 아니었어.”
“…….”
“그는 케르덴 대륙에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자신의 부하들을 남겨 놓았지.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부하들은 세력을 키우고 힘을 키우면서 케르덴 대륙에서 살아왔네.”
계속해서 전쟁이 일어났던 베른 대륙과는 달리, 그 어떠한 피해 없이 계속해서 힘을 키운 케르덴 대륙.
그렇다면 전력의 차이가 엄청나게 날 수밖에 없었다.
“마계의 문이라고 불리는 케르덴 대륙과의 통로가 열리게 되면, 그곳에 사는 바알의 부하들이 단번에 베른 대륙을 집어삼킬 거야.”
“그럼…….”
“네가 신계로 가서 새로운 힘을 얻고,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해.”
“신계로 간다는 건 창조신을 만난다는 이야긴데. 창조신은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건 가 보면 알 거야.”
아리안나가 대화를 마무리 짓고, 돌아가는 길을 가리켰다.
“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그러니 빠르게 움직여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아리안나에게 고개를 숙인 뒤.
하늘 다리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