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신계로 가는 길 (4)
북쪽으로 가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협곡 같은 지형부터, 말이 쉽게 다닐 수 없는 지형 때문에 조금은 빙빙 돌아서 이동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조금은 지체되고, 노숙하는 기간도 길어졌다.
화르륵!
타닥타닥!
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워 놓은 화톳불에서 불꽃이 튀겼다. 주위에서 옹기종기 모여 손을 뻗었다.
샬락과 알고, 안나.
벌써 이 주라는 시간을 이들과 보냈다. 항상 노숙을 하게 되면 잠을 자기 전에 이렇게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눴다.
“욘, 오늘은 좀 어때? 기억나는 게 있어?”
안나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아직.”
욘의 몸에 빙의했지만, 욘과 동료에 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기억상실증인 척 연기했다.
마수와 싸우면서 부상을 크게 입기도 했고, 안나가 치료해 줬던 상황을 직접 이야기하니 알고와 샬락도 별다른 의심 없이 넘어갔다.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랑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기억이 돌아올 거야. 그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 볼까?”
“…….”
“…….”
알고는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고, 샬락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활을 닦았다.
안나가 미간을 모으며 고민하다가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오늘은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까?”
“좋은데?”
“뭔 오글거리게…….”
“나부터 이야기할게. 흠흠.”
안나가 목을 가다듬더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난 호른 마을에서 태어났어. 그곳에서 자라다가 신탁을 받고 아리안나 님이 있는 곳으로 오게 됐지.”
“기억난다. 연무장에 이쁘장한 여자아이가 와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이쁘긴.”
“그때가 딱 신입 무사를 뽑는 기간이었지? 내가 신성력 다루는 걸 배우면서 몇 번 치료하러 갔던 기억이 나.”
오랜 추억 이야기에 무덤덤했던 알고가 입꼬리를 올렸다.
“맞아. 샬락이 너 한번 보러 가겠다고 일부러 결투에서 진 적도 있었는데. 흐흐흐.”
“뭐? 그런 적 없어. 왜 거짓말을 해.”
“거짓말? 가슴에 손을 얹고 창조신을 향해 맹세할 수 있어?”
틱틱대는 알고와 샬락.
안나는 그들을 보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욘, 너를 처음 만나게 됐어. 첫인상은 뭔가 무표정하고 차가운 분위기? 상처가 많아 보였어.”
“상처?”
“그냥 내 느낌이 그랬어.”
평소에 그렇게 밝은 이미지는 아니었다는걸,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눌 때 들은 적이 있었다.
왜 그런 분위기였는지.
그 속내에 대해선 이야기를 안 한 모양이었다.
안나가 뭔가 추억에 빠진 듯 아련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너희가 정식 무사 입단식을 통과하고 첫 임무를 나가게 되면서 내가 합류했어. 그땐 진짜 분위기 어색했는데.”
“왜 그런 줄 알아?”
알고가 신이 난 듯 다시 입을 열려 하자 샬락이 알고에게 다가가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곤 귀에 대고 조용히 뭔가를 속삭였다.
상황만 봐도 대충 알 것 같았다.
안나는 욘에게 관심이 있어 보였고, 샬락은 안나에게 관심이 있어 보였다.
아마 그런 관계에서 오는 어색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 너흰 나랑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샬락과 알고에게 물었다.
“우리? 신입 시절에 조 편성을 했는데 그게 딱 너랑 나, 샬락이었어. 그 이후론 정식 입단 때까지 같은 조였고.”
“완전 오합지졸이었지.”
샬락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오합지졸?”
“넌 말수도 없고 딱딱하고 싸늘하고. 알고는 쓸데없이 매사 진지하고.”
“넌 종일 불만 가득이었잖아.”
알고의 말에 샬락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은 걸 어떡해.”
“에휴. 하여튼. 그래서 우리 조는 초반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어. 시험에서 한번 떨어지고 전원 탈락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금 뭉쳐서 극적으로 통과한 유형이야.”
샬락은 안나에게 관심이 있어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을 거고.
알고는 매사 진지했으니 항상 열심히 했을 테고.
그럼 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임했을까.
“욘의 목표는 뭐였을까.”
내 중얼거림에 안나가 피식 웃었다.
“으음. 제삼자처럼 이야기하는 게 신기하긴 한데. 기억을 잃었으니 그럴 만도 해. 으음. 욘의 목표라, 평화?”
“전쟁이 없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했긴 했지. 물론 잠결에 혼자 중얼거린거지만.”
“뭐야 너희 둘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난 처음 듣는 이야긴데.”
평화라.
“너흰 꿈이 뭐였어? 난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거였는데.”
“난 최강의 방패가 되는 거.”
“꿈이 뭐냐. 먹는 거냐?”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날이 부쩍 어두워졌다.
“더 이야기하기엔 내일 일정에 무리가 갈 수도 있을 테니, 오늘은 이만하고 잘까?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알고가 적당한 시기에 딱 끊어 주었다. 안나와 샬락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불침번은 샬락, 알고, 안나 그리고 나였지?”
“맞아.”
간이 텐트에 들어가 몸을 뉘었다.
* * *
일주일 정도가 더 흐르고 나서야 북쪽 산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휘이잉.
칼바람이 몰아치며 살이 베일 듯한 냉기가 느껴졌다. 옷을 두툼하게 입었는데도 추위를 전부 막지 못했다.
“얼른 올라가서 정리하고 돌아가자.”
이미 말은 산 밑쪽에 묶어 두고 왔다.
걸음을 옮겨 길이 없는 산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정면에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
저 위에서 엄청난 마기가 발산되고 있었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위에 있는 존재도 우리를 눈치챈 모양인지.
마기가 요동치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와 함께 주변에서 다수의 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곳곳에 숨어 있던 수하들을 일으킨 모양이다.
“적들이 몰려온다. 다들 집중해!”
“믿고 맡겨 줘. 앞은 내가 무조건 지킬 테니까.”
“창조신 베로니카의 축복으로 이곳에 모인 이들이 전부 어둠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안나의 기도와 함께 신성력이 증폭하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신성 마법 중에서도 범위 마법.
안나를 중심으로 일정 거리 안에서 신성력의 위력이 증가하고, 마기의 위력이 감소한다.
“크르륵!”
“크아아아앙!”
숲속을 가로지르며 달려오는 다양한 마수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가자!”
검을 뽑으며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한층 가벼워진 육체로 나무 사이를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신성력이 담긴 검이 마수를 반으로 갈랐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옆으로 움직여 입을 크게 벌린 늑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악!
공간을 확보하고 지면에 다리를 고정했다. 검에 신성력을 불어넣으며 반월참을 응용했다.
하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전방을 향해 날렸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그 뒤에 있던 마수들이 함께 쓸려 나갔다.
“으랴차! 다 죽어라!”
살짝 시선을 돌렸다.
가시 방패를 만든 알고가 주변에서 다가오는 마수들을 밀어 버렸다. 그사이 샬락이 쏘아 보낸 빛의 화살이 하늘로 향했다.
하늘에서 하얀빛이 번쩍이더니 수천 발의 화살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크르륵!”
“끼에에엑!”
마수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러나 전투가 끝난 건 아니었다.
산 봉우리 주변으로 퍼져 있는 마기들은 여전히 강렬했다.
“또 온다!”
동료들에게 전투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다시 전투할 준비를 했다.
두두두두!
아까보다 좀 더 많은 숫자의 마수가 몰려왔다. 느껴지는 마기의 기운도 확연히 달라졌다.
가장 처음엔 미끼 정도.
지금이 본대 느낌이랄까.
“쉽지 않겠는데…….”
하얀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전방에서 다가오는 마수들을 향해 뿌렸다.
하얀빛이 반월 모양으로 마수를 휩쓸었다.
죽인 마수가 처음 사용했을 때보다 확연히 줄었다.
카가가강!
심지어 마수들이 이빨이나 발톱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냈다. 그대로 오러 블레이드를 찢어 내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차분하게 검을 들며 뒤로 움직였다.
안나가 만들어 놓은 영역 안으로 들어가 마수들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크르륵!”
“캬아아아아!”
다양한 형태의 마수들이 달려들었다. 안나가 만들어 놓은 영역. 그 안으로 들어온 마수들이 몸을 움칫거렸다.
그 틈을 타고 몸을 움직였다.
신성력을 많이 담을 필요도 없었다. 적당한 힘으로 마수를 상대하자, 두부 썰 듯 마수가 썰려 나갔다.
그렇게 주변에서 몰려드는 마수들을 빠르게 정리했다.
끝이 보이지 않았던 마수들이 점점 숫자가 줄어들더니, 산봉우리에 있던 강렬한 마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을 저릿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마기.
다른 녀석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집중해!”
아직 남아 있는 마수들이 있었다.
그들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빠르게 정리를 마치고 다음 전투를 위한 재정비를 실시했다.
“알고, 무리해서 상대하려 하지 마. 조금이라도 위험하겠다 싶으면 뒤로 빠져.”
“알겠어.”
“샬락, 너도 마찬가지야.”
“확인.”
“안나, 특히 네가 조심해야 해. 네 치유 능력이 가장 많이 필요하게 될 테니까.”
“응.”
“일단 다 함께 싸워 보다가 도저히 무리다 싶으면 내가 시간을 벌 테니, 너희는 빠르게 도망쳐.”
“우리끼리 도망을 어떻게 가.”
안나의 말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너희가 도망가야 나도 도망갈 수 있어. 그러니 내가 신호를 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 알겠어?”
다른 녀석들이 침묵을 유지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이들이 죽거나 말거나 큰 상관이 없지만, 왠지 욘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쿵!
쿵!
쿵!
땅이 울리며 그 진동이 느껴졌다.
강렬한 마기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저 멀리서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심장을 닮은 외관.
얼굴 없이 팔다리가 존재하는 괴상한 형태를 한 마수. 녀석의 몸이 심장이 뛰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저 형태를 보니 마신의 육체 조각에서도 심장을 먹어 치운 것 같았다.
피가 싸늘하게 식었다.
“마신의 심장…….”
아리안나가 욘을 북쪽으로 보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아마 자신의 유지를 이어받을 이로 욘을 선택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이름 없는 왕.
그게 욘인 모양이다.
“왕이 될 몸이라…….”
그럼 여기서 죽진 않을 거라는 거고.
저 심장을 처리하는 데도 문제가 없단 뜻일 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검 자루를 꽉 쥐고 심장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가자!”
내 힘찬 외침과 함께 알고가 속도를 올리며 빛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 냈다.
5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심장에 맞춘 크기.
심장이 꿈틀거리며 사방으로 마기를 뿌려 대더니 거대한 흑색 창을 만들어 우리를 향해 뿌렸다.
콰아아아앙!
알고가 방패로 심장의 공격을 막아 냈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샬락이 빛의 화살을 만들어 심장을 노렸다.
피슝!
빠르게 날아간 거대한 빛의 화살이 심장에 적중했다. 심장이 몸을 움찔거렸다. 이내 심장에 마기가 튀어나오며 화살을 집어삼켰다.
신성력을 소멸시키는 능력.
심장이 마치 웃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꿈틀거리더니, 다시금 마기를 쏟아 냈다.
슈아아악!
그리고 어둠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