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오베르크 제국의 황제 (2)
“전부 나와라!”
벌써 세 번째다.
하루가 반복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건, 보석이 내게 원하는 게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게 뭔지는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하는 모양이고.
뭘까.
대체 뭘 보여 주고 싶어서 하루를 리셋 하는 걸까.
“안나가?”
앞에 있는 병사 하나의 물음에 걸음을 옮기며 막사 밖으로 나섰다.
“우리는 오늘 길고 길었던 전쟁에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다들 마침표를 찍을 준비가 되었는가!”
“우리는 역사에 남을 것이고, 너흰 세상을 구한 이들로 기록될 것이다.”
기사의 연설을 흘려들으며 내가 뭘 해야 할지 고민해 봤다.
아리안나가 후회할 만한 일.
이 전쟁의 핵심 포인트.
오베르크 제국은 아리안나가 은총을 내렸던 루드칼이 세운 나라이니, 그 자손인 황제가 죽는 모습을 내가 봐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 죽음에 뭔가 비밀이 있는 건가?
일단 이번 목표는 성이 있는 곳으로 가서 황제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으로 잡았다.
병사들과 함께 움직이며 전장으로 향했다.
“제군들이여! 타락한 황제를 끌어내리고, 마신의 부활을 막아 세상을 구원하자꾸나!”
애드리안 왕국의 왕이 내지르는 함성과 함께 병사들이 달려 나갔다.
어차피 삶이 반복된다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황제의 죽음을 보기 위해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으로 움직여야 했다.
사다리 뒤쪽으로 바짝 붙었다.
빠르게 달려서 성벽이 있는 곳에 사다리를 설치하고, 다른 이들이 먼저 올라가길 기다렸다.
가장 처음에 성벽에 올라섰던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 뒤에 바짝 붙어서 바로 사다리에 올라탔다.
콰아아앙!
콰가가가가강!
사방에서 터지는 폭발과 함께 붉은 망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옷을 자세히 보니 라비노 왕국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가 성벽 위를 휩쓸며 시선이 전부 쏠린 사이.
무사히 성벽 위에 도착했다.
빠르게 검을 뽑아들고 앞에 있는 적들을 베어 나갔다. 일반 병사들을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직 적들의 깃발과 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계단 쪽에도 적들이 몰려 있지 않았다.
빠르게 몸을 움직여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서 적들을 베었다.
적당한 높이에서 밑으로 몸을 던졌다.
그대로 정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적들을 정리하고, 굳게 닫혀 있던 문을 활짝 열었다.
끼이이익!
“와아아아아아아!”
넓게 열린 문으로 아군이 들어왔다. 그 무리 사이에 껴서 성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뿌우우우우!
제국의 깃발이 휘날리며 기사들이 나타났지만, 그들을 향해 아군의 기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 나갔다.
카강!
챙!
챙!
“멈추지 말고 달려라! 이대로 성을 정복한다!”
“와아아아!”
황제가 묵고 있는 제국의 중심에 있는 성. 그곳을 향해 병사들이 뛰었다. 저렇게 달리다간 체력이 퍼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다.
적당히 호흡을 조절하면서 움직였다.
적들이 다가오면 선두에 있는 병사들이 상대했고, 기사들이 나타나면 아군의 기사들이 상대했다.
적당한 위치에서 체력을 비축하며 성에 도착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선 황제가 죽은 뒤에나 성을 봤지만, 오늘은 황제가 죽기 전에 도착했다.
“병사들은 잠시 뒤로 물러서라!”
애드리안 왕국의 왕이 앞으로 나섰다.
그 뒤로 붉은 망토를 포함한 다섯 명이 뒤따라 걸었다.
그들의 맞은편에는 오베르크 제국의 유명한 귀족들이 서 있었다.
세 명의 공작과 네 명의 백작.
마그네스를 비롯한 7대 범죄 조직을 만들었던 조직 수장들의 조상들.
“이곳엔 어찌 오셨소.”
제국의 공작이 입을 열자 애드리안 왕국의 왕이 대답했다.
“마귀를 잡으러 왔소이다.”
“우리는 신성 제국의 창조신을 국교로 하고 있소만.”
공작의 시선이 팔라딘에게 향했다.
그러나 팔라딘은 그 눈빛을 마주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성안에서 마기가 느껴집니다.”
“그게 누군가의 수작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보신 거요?”
“그렇다기엔 마기가 너무 강렬합니다.”
애드리안 왕국의 왕이 말을 끊었다.
“치부를 들키니 숨기고 싶은 건 알겠지만, 창조신 베로니카는 제국이 아닌 우리의 손을 들어 주었소. 그러니 얼른 끝냅시다.”
“후우…….”
공작이 숨을 들이켜며 검을 들어 올렸다. 나머지 귀족들도 자신의 무기를 꺼내 손에 쥐었다.
그에 맞춰 여섯 왕국의 실력자도 무기를 꺼냈다.
양쪽 진형에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이럴 땐 뒤쪽에 피해 있는 것이 좋았다.
거리를 벌리고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 주겠다. 황제의 죄는 오직 황제에게만 물을 것이니.”
“우리는 황제 폐하를 모시는 이들이다.”
제국의 공작이 검에 마나를 담아 애드리안 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두 개의 검이 부딪치며 충격파를 발산했다. 서로 한 치의 밀림 없이 검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실력적으로는 공작이 조금 밀려 보였다.
아니, 애드리안 왕의 검술이 다른 자들과 달리 더 뛰어나다고 해야 하나. 전투는 생각보다 빠르게 끝이 났다.
애드리안 왕국 검술.
레베카가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제대로 된 위력을 알지 못했는데. 지금 저 왕이 쓰는 것을 보니 검성의 검술에 버금가는 엄청난 검술이었다.
마치 거센 파도를 연상시키는 검술.
미친 듯이 몰아치는 파도에 공작이 휩쓸려 나갔다.
“커헉!”
애드리안 왕의 검이 공작의 심장을 찔렀다.
“고생했다, 충직한 기사여.”
애드리안 왕은 자신의 검을 뽑았다. 공작이 바닥에 쓰러졌다. 눈을 감지 못하고 죽은 공작의 눈을 감겨 주었다.
다른 곳에서 이뤄졌던 전투들도 조금은 시간이 걸렸지만 여섯 왕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여섯 명의 영웅은 황제가 있는 성으로 들어섰다.
“너희는 이곳에서 기다리거라.”
병사들은 성 밖에서 대기하라는 명령.
혹시나 죽는 장면을 지켜봐야 하는 건가 싶어서 조용히 자리를 떴다. 오베르크 제국의 건설도를 본 적이 있어서 비밀 통로를 몇 개 알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 가는 시기.
모든 이들이 흥분한 채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몰래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성안으로 들어섰다.
마지막까지 황제를 지키던 이들이 주검이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시체를 따라간 곳에는 알현실이 있었다.
그 안에서 여섯 명의 영웅과 초췌한 몰골의 황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제국의 시대는 끝이오.”
“크흐흐흐…… 가증스러운 것들, 내 권력이 그렇게도 탐이 났던가.”
“욕심은 우리가 아닌 당신이 부린 것이지.”
“……죽여라.”
“안 그래도 그리할 것이오.”
신성 제국의 팔라딘이 심판의 검을 만들어 냈다. 하얗게 빛나는 검이 타락한 황제를 처단했다.
그 모습을 두 눈에 확실히 담았다.
천천히 쓰러지는 황제와 두 눈이 마주쳤고, 뒤이어 고개를 돌린 애드리안 왕과도 눈이 마주쳤다.
“용기는 가상하나 객기에 가까운 행동이다. 다음부턴 조심하도록.”
저 정도 되는 실력자들로부터 기척을 숨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과거의 세상이고.
내 목적은 황제의 죽음을 보는 것이니.
무엇보다 목적을 이뤘으니 아쉬울 게 없었다.
“죄송합니다!”
젊은 병사의 객기 정도로 보이게 한 뒤 몸을 돌려 성을 빠져나왔다. 여섯 왕국의 영웅이 밖으로 나와 전쟁의 끝을 알렸다.
그 뒤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갔다.
“오늘 하루만큼은 즐겨라!”
“술과 고기를 배급하라! 얼마든지 있으니 모자라면 가져다가 먹어라!”
예비 주둔지에 거대한 화톳불을 피워 놓고, 병사들이 무리를 지어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을 즐겼다.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춤을 추고.
축제처럼 즐기는 모습들을 보며 손에 들린 고기를 입에 넣었다.
“잘 구웠네.”
요리 실력이 좀 있는 녀석이 구웠는지, 감칠맛이 장난 아니었다. 고기를 뜯으며 맥주를 한입 들이켰다.
“근데 왜 안 끝나는 거지?”
두 번째 열쇠를 얻을 때를 떠올렸다.
그땐 욘의 타락하는 장면을 보자마자 시험이 끝이 나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게 아리안나가 후회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황제가 죽었음에도 시험은 끝이 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간다는 건, 뭔가 다른 게 있다는 뜻이었다.
황제의 죽음이 중요한 게 아니란 건가?
천천히 시작부터 기억을 더듬으며 이상한 것이나 새롭게 얻은 정보가 없는지 떠올렸다.
“흐음…….”
마지막에 황제가 말했던 게 조금 걸렸다.
‘내 권력이 그렇게도 탐이 났던가.’
마신의 힘을 원했고, 그래서 타락했다면 저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영웅들을 처리하려 했을 터.
황제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않고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였다.
“……잠깐만.”
공작이 했던 말.
‘그게 누군가의 수작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보신 거요?’
황제의 죽음 그리고 마신의 힘을 원했다고 하는 이야기가 누군가가 파 놓은 함정이라면?
그럼 공작은 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이미 전쟁의 끝까지 왔으니…… 영웅들이 믿을 리가 없었겠지.”
그럼 공작은 누군가의 수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
그럼 이 함정을 파 놓은 놈이 이 안에 있을 수도 있었다.
만약 이 함정을 파 놓은 이가 있다면, 아리안나의 후회는 그자와 연관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남아 있는 고기를 입에 쑤셔 넣어서 배를 채우고 맥주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짝 취한 것처럼 주변을 돌아다녔다.
“노래 좋다! 한 곡 더 해 봐!”
“얼쑤!”
“크하하하하.”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게진 병사들이 수다를 떠는 곳들을 지나치며 기사들이 있는 쪽으로 옮겼다.
그들도 병사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바닥에서 고기를 먹으며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은 감각을 날카롭게 세운 채 혹시 모를 상황을 경계했다.
“병사가 여긴 웬일이냐.”
“아…… 여기가 어딥니까?”
“벌써 취했나? 뒤로 돌아가라. 이 너머는 영웅님들이 계시는 곳이니.”
“……죄, 죄송합니다.”
고개를 슬쩍 숙이며 몸을 돌렸다.
술에 취한 기사들이 내 행동을 보며 웃었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수상하게 느껴지는 이들은 없었다.
“쓰읍…….”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함정이 아닐 수도 있었다. 여섯 왕국의 영웅이 정말로 황제의 권력을 탐내서 거짓 정보를 뿌렸을 수도 있었다.
전쟁을 일으킬 적합한 명분을 얻기 위해.
“머리 아프네…….”
정보가 너무 한정적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갔고,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왔을 때. 눈이 저절로 감기면서 세상이 어두워졌다.
* * *
눈을 감기 전 새벽 시간대.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게 분명했다.
“전부 나와라!”
막사 바깥으로 걸어 나가서 원래 했던 행동대로 움직였다.
이번엔 여섯 왕국의 영웅 쪽을 좀 더 파 보기 위해 다리를 절며 슬쩍 행렬에서 이탈했다.
근처에 있는 치료소로 움직였다.
다리를 절면서 치료소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저 멀리 영웅들이 있던 막사에서 뒤늦게 걸어 나오는 이가 있었다.
하얀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
“…….”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고대 왕조 시절에 아리안나의 총애를 받았지만, 동료들의 죽음과 함께 타락해 버렸던 영웅.
타락한 욘.
그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