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오베르크 제국의 황제 (3)
타락한 욘.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죄송? 뭐가 죄송하지?”
“기분 나쁘게 해서 죄송합니다.”
“흐음…….”
나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얼굴을 천천히 들이밀었다.
감정과 생각을 숨기고 정말 두려워하는 것처럼 몸을 살짝 떨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렇게 떠는 거지?”
“예?”
“난 너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넌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처럼 두려워하는구나.”
“워…… 원래 겁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겁이라. 흐음. 겁쟁이라……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가? 아주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구나.”
욘이 미간을 찌푸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숨이 턱 하고 막혀 왔다. 기세에 눌려 진짜로 몸이 덜덜 떨렸다.
“겁쟁이…… 딱 그년을 떠올리게 하는구나. 그래서다, 네가 죽는 건.”
퍽!
* * *
“젠장…….”
누군가에게 죽으면서 시작하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기분이 더러웠다.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분명 욘이 확실했다.
얼굴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마지막에 겁쟁이라며 어떤 여인을 지칭한 건 아리안나로 보였다.
“전부 나와라!”
막사 밖으로 나가서 기사의 연설을 들었다. 연설 내용보단 다른 쪽에 생각이 쏠려 있었다.
근데 가능한가?
욘은 고대 왕조 시대에서 활동하던 이였다. 용급 무사 욘. 아리안나의 총애를 받았던 이.
고대 왕조 말.
제2차 성마대전이 터지고 오베르크 제국이 탄생하던 시기가 아니라, 고대 왕조의 시작도 전에 있었던 자였다.
적어도 수천 년이 지났을 텐데.
“마신…….”
그에게서 특별한 권능이나 힘을 물려받은 게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했다.
욘이 타락했던 시점을 떠올리면.
그는 분명 마신의 심장을 흡수하면서 타락했으니, 특별한 권능을 가지고 있을 법도 했다.
그렇다면 얼추 조각은 맞춰졌다.
새벽 시간대에 욘이 무슨 짓을 벌이는데, 그게 아리안나에게는 큰 후회가 되는 일인 것.
그걸 찾아서 내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가서 승리를 쟁취하자!”
병력을 따라 움직이면서 전쟁에 참가했다. 이번엔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체력을 아꼈다.
황제의 죽음을 볼 필요도 없으니.
병사 중에서도 가장 뒤에서 움직였다. 정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가장 마지막에 제국 안으로 들어갔다.
제국의 함락까지는 예정된 미래였다.
성이 있는 곳에 도착할 때쯤, 모든 게 정리되어 있었다. 제국의 귀족들과 황제 모두 죽었고, 애드리안 왕이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밤이 찾아왔다.
술과 고기 파티가 열리고, 고기와 술을 챙겨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혼자서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그러면…….”
지금까지 얻은 정보들을 총정리해 봤다.
제국의 황제는 역사에 기록된 것과 다르게 마신교와는 연관이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제국의 귀족들 또한 이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 사실을 밝히지 않은 건.
여섯 왕국의 영웅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마신교라는 명분을 가지고 전쟁을 일으켰다.
이미 전쟁의 승리까지 다가온 이상.
제국에서 무슨 말을 하든 여섯 왕국에서는 거짓으로 믿었을 테니까.
더군다나.
여섯 왕국의 곁에는 욘이 있었다.
이 모든 판을 만들고 대륙 전체를 쥐고 흔드는 자.
그 녀석이 황제에게 누명을 씌웠고, 여섯 왕국을 흔들어 전쟁을 일으킨 게 분명했다.
그럼 이제 생각할 게 정해졌다.
욘이 이런 판을 만들어서 오베르크 제국을 멸망시키려고 한 이유. 무엇을 얻기 위해 제국을 멸망시킨 걸까.
“돈은 아니고…… 베른 대륙의 멸망도 아니야.”
베른 대륙의 멸망을 바랐다면.
제국이 멸망한 이후.
여섯 왕국끼리 자멸하도록 만들었을 거다.
개인적인 유흥 같은 걸로 제국을 멸망시킬 녀석도 아니었다.
“뭔가 필요해서 움직였을 텐데…….”
욘이 수도 안으로 직접 찾아온 걸 보면.
제국의 영토보단 이 수도 안에 필요한 게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일단 좀 돌아다녀 볼까?
고기로 배를 채우며 대부분의 병사나 기사들이 술에 취하길 기다렸다.
어느 정도 밤이 무르익었을 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욘이 뭘 원하는 진 모르겠지만, 황제가 있었던 성일 확률이 높았다.
비밀 통로를 이용해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성안으로 들어섰다.
만약 여섯 영웅 중 한 명이나, 술을 마시지 않은 기사들에게 들킨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
다시 시작해서 피해 다니면 되니까.
성안으로 들어서서 숨죽이곤 천천히 움직였다. 황제가 죽었던 알현실로 가장 먼저 향했다.
바닥에 흘러 있는 피.
목이 베인 채 쓰러진 시체.
주변에 별다른 이상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움직여서 황제가 묵던 방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최소 둘 이상.
뭔가를 뒤지는 듯, 드르륵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어차피 내 쪽에선 들켜도 상관이 없어서 바로 몸을 움직였다.
기나긴 복도 끝.
황제가 묵는 방의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발소리를 최대한 숨기며 열려 있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야…… 대박. 이거 아티팩트 아니냐?”
“여기도 있어. 장난 아닌데?”
“야야야야. 이건 보석인데? 이렇게 큰 놈 봤냐?”
“빨리 털고 나가자.”
대화만 들어 봤을 땐, 전쟁에 참가한 병사나 기사로 보였다.
벽에 최대한 몸을 붙이고 목만 움직였다.
방 안에선 검은 복면을 쓰고 있는 두 명이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털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검은 주머니가 가득 채워졌을 때쯤.
우웅!
도둑 중 한 명의 품에서 작은 진동이 일어났다. 그 즉시 둘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밑에 있는 애들도 작업 끝난 모양이야. 우리도 가자.”
“좀 아쉽네, 더 털 수 있는데. 조금만 더 가져가자. 어차피 밑에 있는 놈들이랑 나눠 가져야 하는데…….”
“에휴.”
진동이 울렸던 이가 한숨을 내쉬며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서걱!
그대로 옆에 있는 자를 죽였다.
“욕심 부리는 놈이 있으면 죽이라고 했으니…….”
그리곤 두 개의 자루를 챙겨서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문 안쪽으로 들어가 창밖을 쳐다봤다.
검은 복면을 뒤집어쓴 자가 두 개의 자루를 어깨에 메고 마을 쪽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시선을 돌려 쓰러진 자를 쳐다봤다.
가슴이 길게 베여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검은 복면을 활짝 열자 남자가 숨을 헐떡였다.
“사…… 살려…… 줘.”
“‘밑에’라는 게 어딘지 말해 주면 살려 주지.”
“무…… 덤. 사…… 살려…….”
다다다다다!
다수의 인원이 빠르게 올라왔다.
곧이어, 문이 벌컥 열리면서 여섯 왕국의 기사들 일부가 들이닥쳤다.
그들이 나를 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정체를 밝혀라!”
무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아냈으니,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쨍그랑!
* * *
밤이 찾아왔다.
구석진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가 지냈던 성으로 들어섰다. 비밀 통로를 따라 들어간 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제국에 무덤은 여러 곳이 있지만, 욘이 눈독을 들일 만한 곳은 딱 한 곳이었다.
성 밑에 있는 황제들의 무덤.
게임으로 몇 번 가 본 적이 있어서 무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하 복도에서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자 특별한 공간이 드러났다.
원래라면 선택받지 못한 이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이지만, 이미 먼저 도착한 이들이 있었다.
함정 같은 것을 전부 무효화시켜 놓아서 편하게 무덤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무덤의 크기는 컸다.
제국의 역사만 수백 년이었고, 그 기간 동안 여러 황제가 즉위를 하면서 무덤의 크기도 커졌다.
입구와 가까울수록 최근에 활동한 황제들이고, 입구와 멀수록 예전에 활동한 황제들이었다.
입구 쪽은 조용했다.
안쪽 깊숙이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무덤은 지금까지 봐 왔던 무덤 중에 가장 컸다.
초대 황제.
루드칼 폰 오베르크.
도굴꾼들은 초대 황제의 관을 건드리고 있었다.
“뭐야? 넌 누구냐.”
작업을 하던 이 중 하나가 내 쪽을 쳐다봤다. 그들이 손에 쥐고 있던 도구들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던질 준비를 했다.
“너희를 감시하라고 보냈다.”
“내가?”
뒤쪽에서 들리는 스산한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하얀 후드를 뒤집어쓴 이가 있었다.
타락한 욘.
자신의 후드를 벗은 욘이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쳐다봤다.
“내가 너를 보냈다고?”
“…….”
“재밌는 녀석이구나. 이곳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너야말로 이곳은 왜 찾아왔지?”
욘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아리안나 그년이 보낸 건가?”
“…….”
“맞나 보네. 그때처럼 방관할 것이지. 왜 나선 건지 이해할 수가 없네.”
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왜 그땐 가만히 있고, 지금은 움직인 거지? 아…… 자기의 목숨이 걸리니까 죽기 싫은 거구나?”
“그게 무슨 소리지?”
욘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흐흐흐. 아무것도 모르고 온 거냐?”
“…….”
“그럼 친절하게 설명해 줄 테니, 아리안나에게 가서 전해라.”
“…….”
“초대 황제 루드칼. 그는 나와 같이 아리안나의 총애를 받았고, 특별한 권능을 받았지.”
특별한 권능?
“멸신의 힘.”
“멸신?”
“신을 죽일 수 있는 힘이다. 2차 성마대전에서 마신 바알이 부활할 줄 알고 루드칼에게 권능을 넘긴 것이지. 멍청한 년. 큭큭큭.”
“…….”
“멸신이 힘이 없는 아리안나는 이제 바알 님을 절대 죽일 수 없어.”
욘의 눈이 번뜩였다.
“아리안나에게 가서 전해라. 네가 사랑하던 베른 대륙은 이제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라고.”
그걸 끝으로 시야가 감겨 왔다.
[열쇠의 시험을 통과하셨습니다.].
.
.
다시 눈을 뜨니 드래곤 레어가 보였다. 찬바람에 정신을 깨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안에 가득했던 보고들은 전부 가져간 모양이었다.
텅 비어 있는 드래곤 레어를 나왔다.
“후우…….”
손에 쥐고 있는 보석을 꺼내 들었다.
[신계로 가는 열쇠를 전부 모았습니다.] [신계로 가시겠습니까?]아직은 갈 때가 아니었다.
아리안나를 만나서 이런 것들을 보여 준 저의가 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림자 드래곤을 만들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기억 속에 있는 장소를 따라 북쪽 가장 끝에 있는 산맥으로 이동했다.
파라이크 신전이 있는 곳.
비밀의 문을 열기 위해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성수를 꺼내 심판의 검을 사용했다.
하얀빛이 번쩍이며 숨겨져 있던 비밀의 공간이 드러났다.
그림자 드래곤에서 내려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한번 봤던 벽화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위로 올라가는 마법진에 섰다.
우우우웅!
산맥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봉우리에 도착하자, 저 멀리 흔들거리는 다리 너머로 파라이크 신전이 보였다.
그것으로 걸어가자 아리안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열쇠를 전부 모았나 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