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에필로그
바알의 몸에서 복사할 스킬은 정해져 있었다.
[멸신의 힘을 복사합니다.]그리고 또 다른 하나.
창조신의 상태창에는 오직 하나의 스킬만 존재했다. 그 스킬 하나를 그대로 복사해 왔다.
[창조신을 복사합니다.]머릿속으로 온갖 정보들이 흘러들어 왔다. 이 세상을 창조한 창조신이 알고 있어야 할 정보들.
그와 함께 육체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몸이 한없이 가벼워지며 빛의 형태로 바뀌었다. 투명한 빛과 육익의 날개가 나타났다.
바알이 목을 쥐고 있는 진짜와 똑같은 모습.
“이게 무슨……!”
여태 담담하던 바알의 얼굴에 당혹감이 들어섰다. 그대로 손을 뻗어 가볍게 휘두르자 바알이 튕겨져 나갔다.
콰아아앙!
거대한 충격파가 터지며 바알이 신전 벽에 그대로 박혔다. 동시에 녀석이 떨어트린 창조신을 낚아챘다.
“괜찮으십니까.”
“…….”
창조신이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이마에 닿았다. 그 순간 창조신의 기억이 흘러들어 왔다.
창조신의 힘을 다루는 방법들.
스킬을 얻으면서 습득한 단편적인 것들이 아닌, 창조신이 오랜 시간 대륙을 관리하면서 얻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천천히 바스러지는 창조신.
내 손에서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별다른 슬픔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신이라 불린 존재도 이렇게 사라지는구나 싶었다.
창조신은 이 세상의 정점에 있는 이가 아니었다.
저 위에 더 높은 존재들이 있었고, 창조신은 그들의 밑에서 하나의 세상을 다스리는 이였다.
“크윽……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창조신의 힘으론 날 죽일 수 없다. 난 신의 자리에 올랐고, 멸신의 힘이 없는 이상 날 죽일 수 없다. 그러니…… 그냥 죽어라!”
기둥에서 빠져나온 바알이 내게 달려들었다. 거창한 초식 같은 거나 기술 같은 건 없었다.
그냥 한번 휘두르는 주먹이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저 안에 담긴 특별한 힘.
그건 이제 바알만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녀석에게서 복사한 멸신의 힘을 담아 똑같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두 개의 힘이 격돌하며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신전 전체가 흔들리며 바알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대체…… 이게 어떻게…….”
“어떻게긴. 나도 똑같은 힘을 가진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바알이 이를 갈며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콰아앙!
녀석의 공격을 받아 주며 창조신의 권능에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 동시에 하나씩 사용해 보기도 했다.
몸에서 무한한 신성력이 생성되어 흘러나왔다.
그걸 이용해 이리저리 다양한 도구를 만들기도 하고, 내 기억 속에 있는 공격 스킬도 사용해 보았다.
콰앙!
“크윽!”
미친 듯이 쏟아지는 힘에 바알이 점점 뒤로 밀려났다. 창조신이 가진 힘의 극히 일부분만으로도 이런 게 가능했다.
그래서 한편으론 신기했다.
창조신이 어떻게 해서 바알에게 목숨을 잃은 것인지. 그런 질문을 떠올린 순간, 그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창조신은 자신의 분신을 둘 수 있습니다.] [분신이 죽는 순간 모든 능력치가 90% 감소합니다.]그러면 10%의 힘으로 바알과 맞붙었다는 건가.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리안나와 창조신이 동일 인물이라는 건가?”
분신을 둬야만 하는 이유부터 다양한 것들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바알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적당히 능력을 다루는 게 익숙해졌다.
더 이상은 바알을 살려 둘 필요가 없었다. 어찌 됐건 이 녀석은 베른 대륙을 무너트리려는 자. 이 세상에서 지워 버릴 녀석이었다.
창조신의 권능과 함께 멸신의 힘을 사용했다.
콰지지직!
두 개의 힘을 손에 쥐고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다가오는 바알에게 빛이 쏟아졌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대로 바알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너무나도 손쉽게 정리한 바알과 함께 적막함이 찾아왔다.
고요한 대신전.
이 안에 남아 있는 이들은 오직 나뿐이었다. 이제 다 끝났다는 해방감이 들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찾아왔다.
그래서 멍하니 그냥 있었다.
[새로운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신규 관리자에게 임무가 내려왔습니다.]관리자?
* * *
베른 대륙.
아니 더 정확힌 행성 4423.
이곳을 만든 이는 따로 있었다.
창조신 베로니카는 더 초월적인 존재가 행성을 위해 내려보낸 존재였다.
[행성 ‘4423’에 신규 사형수 304명을 수감합니다.]이 행성은 애초에 범죄자들을 수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케르덴 대륙은 하나의 거대한 감옥 대륙이었고, 그 안에 있는 이들은 차원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모든 힘을 빼앗긴 이들이었다.
반면에 베른 대륙은 교도관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마계의 문이라고 불렸던 차원의 문을 넘어서 행성 바깥으로 탈출하려는 케르덴 대륙의 죄수들을 막아 내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베로니카는 일종의 교도소장의 역할을 했던 것이었다.
교도관을 관리하고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아리안나’라는 분신을 만들어서 베른 대륙으로 보낸 것이었다.
창조신의 남겨져 있던 기억들.
-더 이상의 범죄자들을 받아들이긴 힘듭니다.
-불허한다.
-더 이상은 수용할 수 없습니다.
-죽여라.
베로니카는 끝없이 반대해 왔지만.
케르덴 대륙에 범죄자들은 나날이 늘어갔다. 그들이 힘을 전부 빼앗겼다곤 하지만, 다시 힘을 기를 수 있는 권한은 남겨 놓았다.
점점 몸집을 키워 나간 죄수들은 한 명의 죄수, 바알과 함께 통합되었고 바알은 차원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일어난 것이 1차 성마대전이었다.
베로니카는 성마대전을 막고 차원의 문 너머에 있는 죄수들을 정리하기 위해 ‘욘’을 새로운 대리인으로 삼으려 했지만.
바알이 남겨 놓은 수작 때문에 완전히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틀어진 계획은 계속해서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 냈고, 2차 성마대전 그리고 바알의 부활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이미 베른 대륙은 교도관의 역할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베로니카는 그때부터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베른 대륙을 리셋하고 새로운 인물을 관리자로 세우는 것.
그 계획을 위해 내 부모님을 지구로 보냈던 거고, 새로운 관리자를 뽑기 위해 만든 게 베른 대륙기였다.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베른 대륙기를 통해 선택받은 새로운 관리자는 나였고, 그래서 시작부터 복사라는 사기 스킬을 들고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얼얼하네……”
모든 정보를 알게 되고 나니 허탈감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위에 있는 또다른 곳.
[행성 ‘4423’에 신규 사형수 231명을 수감합니다.]그곳에서 오는 죄수들이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보고 저 녀석들을 관리하라는 거지?”
창조신에 기억에 있는 규정을 떠올렸다.
케르덴 대륙에 있는 죄수들은 죽일 수 없다는 규정.
그들이 베른 대륙으로 넘어와야지만 죽일 수 있다는 규정.
그러나 이 규정대로 진행하게 된다면 케르덴 대륙에 죄수들이 가득 쌓이게 될 거고, 바알과 같은 일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이걸 막을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허탈감도 잠시, 새로운 목표가 하나 떠올랐다.
“어디 한번 해 보자고.”
* * *
베른 대륙.
전쟁이 끝난 직후.
마신 바알을 막기 위해 모였던 결사대는 해산했고, 각 왕국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라비노 왕국은 파비안이 왕이 되면서 뱀파이어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왕국을 만들었다.
크레인 왕국은 새로운 후계자를 선발해 새로운 왕국을 만들어 나갔으며.
레샤 왕국은 기존의 적탑주 대신 이자벨이 새로운 적탑주가 되어 마법 왕국을 이끌어 나가게 되었다.
애드리안 왕국과 카빈 왕국은 기존의 왕이었던 이들이 그대로 통치하면서 가장 빠르게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신성 제국.
불타 버린 자리에 모인 신성 제국의 인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신성 제국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각 왕국에서 신성 제국 복구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가장 중요한 신성 제국의 성전을 빠르게 복원시켰다.
“성전 복원식에 참가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성녀의 말과 함께 신성 제국에 모인 이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각 왕국을 대표하는 왕들과 결사대에 함께했던 이들이 전부 모인 자리.
성녀는 한때 함께 싸웠던 이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성전 복원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다양한 폭죽이 터지면서 거대한 천으로 가려져 있던 성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보다 더욱 웅장하고 신성함이 느껴지는 성전.
창조신 베로니카를 본떠 만든 듯한 거대한 신상이 성전의 꼭대기에 있었다.
“창조신 베로니카 님이시여, 당신의 종들이…….”
성녀가 외우는 기도문과 함께 모인 이들이 눈을 감았다.
신성한 기도를 함께하며 진심으로 기도를 올렸다.
바알을 막고 이 세상을 구하게 해 준.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레딘이라는 자를 내려 준.
“또 이 자리를 빌어 마신과 함께 목숨을 잃은 레딘을 보살펴 주소서.”
성녀가 기도를 마칠 때쯤.
성전 안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긴 누가 죽어.”
성전에 모인 이들 몇몇은 익숙한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성전 쪽을 바라봤다.
성녀 또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곧, 성전 안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익숙한 모습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버닝헬의 교도관 복장을 한 검은 머리의 사내.
“레딘?”
애드리안 왕국의 왕인 레베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딘이라고?”
버닝헬의 룸메이트였던 헤더가 크게 눈을 뜨며 화들짝 놀랐다.
“지랄. 그 새낀 뒤졌는데?”
레샤 왕국의 적탑주인 이자벨이 거친 임답을 내뱉었다.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레딘이 헛웃음을 지으며 성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멀쩡히 살아 있고. 나 맞고.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난 거야!”
“보고 싶었어!”
“일단 한 대 맞을까? 살아 있었는데도 안 나타난 게 너무 괘씸한데?”
레딘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이대로 삼 일 밤낮 술을 마시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행성 ‘4423’에 신규 사형수 123명을 수감합니다.] [행성 ‘4423’에 신규 사형수 412명을 수감합니다.] [행성 ‘4423’에 신규 사형수 14명을 수감합니다.]케르덴 대륙으로 보내지는 죄수들은 꾸준히 쌓이고 있었다.
그들부터 정리한 뒤에 이야기를 놔눠도 충분했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할 이야기가 있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신성력을 끌어 올렸다. 그걸 성녀에게 보내 신탁을 받은 것처럼 명령을 내렸다.
성녀의 눈에서 하얀빛이 흘러나왔다.
“아직 세상의 위험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낸 대리인과 함께 이 세상에 남은 위험을 마무리하세요.”
성녀를 보며 고개를 튕겼다.
“들었지? 다들 전투 준비해.”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