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2)
22화 헤더락
사고를 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 주어진 임무는 헤더락이 누군지를 찾는 것뿐이고, 개인이 아닌 조직이란 것까지 알아냈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만.
그걸 알아내는 건 내게 주어진 임무도 아닐뿐더러, 특임 7단에서 원하지도 않을 거다.
무엇보다 나서서 볼 이득이 적었다.
헤더락의 뒤에 누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괜히 나섰다가 감당 못 할 일만 벌인다면.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당장 헤더락의 본거지에 쳐들어가겠다는 레베카를 말려 콜로움 밖으로 내보냈다.
“일단 보고서부터. 추가 조사 명령이 내려오면 그때 움직이자.”
“…알겠어.”
그렇게 헤어진 뒤.
나만 다시 콜로움으로 돌아왔다. 일단은 추가 조사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누군가는 분위기를 살펴야 했다.
최대한 조용히 지내면서.
“이번엔 바하드가 지는 게 이상하지.”
“요즘 바하드 상대들이 다 이상한데? 아인종 공급에 차질이라도 생겼나.”
“슬슬… 재미가 없는데?”
이왕 콜로움에서 지내는 거, 절정의 경지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투기장을 드나들었는데.
쯧.
최근에 있었던 세 번의 결투가 전부 꽝이었다. 내 실력이 성장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가 진짜 약한 건지 모르겠지만.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후우…….”
조급해하지 말자.
지금도 충분히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기도 하고, 여차하면 던전 몇 개 돌아다니면 된다.
보스 몬스터를 잡으면 채워질 테니까.
끈적한 상대의 피를 대충 털어 내며 투기장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가려는 데 계단에서 누군가가 앞을 가로막았다.
“바하드 씨?”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
작은 챙 모자를 쓴 남자가 손끝으로 선글라스를 슬쩍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헤더락이라고 합니다.”
“헤더락?”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이 녀석인가.
귀족에게 마약을 공급한 놈.
대놓고 헤더락이라고 활동할 정도라면, 조직 내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 녀석일 확률이 높다.
일단 이야기 정돈 나눠 볼까.
“싱거운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겠군.”
“매우 흥미가 도실 겁니다.”
자신을 헤더락이라고 밝힌 남자와 함께 투기장 밖으로 나왔다. 혼자 온 건지, 주변에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베팅장을 비롯한 투기장의 모든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사칭은 아닌가 보네.
“혹시 제 이름에 대해선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조금.”
“오. 어디서 들어 보셨습니까?”
저 말을 듣고 나니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처음 보는 투사들이 대기실에서 헤더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었다. 크게 중요한 내용은 없었지만.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크게 떠들어 댔었다.
설마.
그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투기장에 있던 투사들이 찾더군. 그쪽이 파는 약이 그렇게 좋다고.”
“어휴. 영광일 따름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시죠.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실 겁니다.”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레베카가 지냈던 숙소였다. 녀석이 잠시 그 앞에 서더니 눈을 흘겼다.
분위기가 묘하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이로써 하난 확실해졌다. 녀석들이 날 의심하고 있다는 것.
언제부터지?
콜로움 안에서 레베카와 직접적인 접촉을 했던 건, 수인족 노예가 사고를 쳤을 때뿐이었다.
아니면 그때쯤 들어온 외부인들은 전부 감시 대상에 올려놓은 건가?
차분하게 아라키스의 눈을 활성화했다. 당장 보이는 죽음의 위협은 없었다.
“들어가시죠.”
단순 의심이라면.
빠져나갈 방법은 있다.
헤더락이라 칭한 자를 따라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녀석은 레베카가 있었던 숙소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방 안에는 헤더락과 같은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중심으로 가서 헤더락의 맞은편에 앉았다.
짝짝!
헤더락이 박수를 치자 근처에 있던 사내 하나가 작은 가방을 가져왔다.
“제가 빙빙 돌려 얘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곳까지 따라왔다는 건, 저희가 대충 뭘 취급하는진 알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헤더락이 웃으며 작은 가방에 손을 넣었다. 작은 병을 하나 꺼내 들었다. 안에 담긴 보랏빛 작은 구슬.
그걸 흔들어 댔다.
작은 구슬이 부서지며 가루가 되었다.
“그게 투사들이 찾던 그 약인가?”
“맞습니다. 제이노 투. 효과는 빠르고 강한 대신 원의 부작용을 극도로 줄인 약이죠.”
헤더락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병의 뚜껑을 열고, 손목을 이용해 안에 담긴 가루를 공기 중에 퍼트렸다.
훅하고 들어오는 가루.
코를 타고 들어오는 가루와 함께 온몸의 열기가 끌어 올랐다. 머리가 핑하고 돌면서 한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육체는 축 늘어지고.
정신만 붕 뜬 것 같은 느낌.
강한 정신력과 차가운 심장 덕분에 이성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했으나,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으…….”
“와서 잡아.”
타다닥!
주위에 있던 검은 정장 사내들이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 그리곤 후드를 벗기더니 내가 쓰고 있던 투구를 벗겼다.
쑤욱!
약병을 흔들고 있는 녀석이 다가왔다.
“짜식, 기분 좋은가 봐. 어떻게 더 기분 좋게 해 줘?”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하는 거였나.
먼저 약에 중독시키고, 어쩔 수 없이 또 약을 원하게 만들어서 자신들이 원하는 걸 얻는 것.
내게 원하는 건 뭐려나.
정화의 불이 있는 이상 마약은 통하지 않을뿐더러, 나보다 강해 보이는 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적당히 놀아 주며 속내나 알아내 볼까.
“말해 봐, 더 기분 좋게 해 줘?”
“흐흐흐…….”
“어디서 왔냐? 우릴 찾던 그 여자와 한패 맞지?”
대답이 힘들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진짜? 거짓말이면 이대로 약 들고 돌아간다?”
저딴 것도 협박이라고 하는 걸까.
…라고 생각한 순간, 몸에 돌던 약 효과가 펌핑되면서 눈앞이 하얗게 물들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번개가 스쳐 지나가듯.
짜릿함과 함께 쾌감이 폭포처럼 흘러나왔다.
가지고 있는 스킬들이 아니었다면, 단숨에 입을 열었을 거다.
“흐윽!”
“그 여자랑 무슨 사이야. 말해 봐. 그럼 더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니까?”
작은 가방에 들어 있는 제이노 투.
저게 자백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는 놀아 줄 필요가 없다. 내가 저걸 이용해서 역으로 정보를 얻으면 되니까.
[정화의 불을 사용합니다.]쏴아아아!
청량감이 느껴지는 기운이 몸에 퍼지면서 통제권이 돌아왔다. 방 안에 있는 자들은 총 다섯 명.
마나홀을 활성화시켰다.
팔을 강하게 당기면서 제압을 풀어냈다. 몸을 빠르게 돌리며 주먹을 뻗었다. 퍽퍽. 둘의 턱을 가격했다.
흰자위를 보이며 쓰러지는 둘.
녀석들의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하나씩 뽑아 들었다. 다시 몸을 돌리며 조금 떨어진 자들을 향해 날렸다.
파바박!
심장에 정확히 박혔다.
단말마를 지르며 쓰러지는 것을 보고, 앞에 있는 헤더락의 목을 올려 쳤다.
“커헉!”
양손으로 목을 움켜쥔 채 켁켁대는 헤더락을 보면서 작은 가방에 손을 집어넣어 안에 들어 있는 약을 꺼냈다.
가볍게 흔들고 녀석의 입에 털어 넣었다.
약을 뱉으려는 녀석의 턱을 강제로 잡아 입을 벌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읍! 읍읍!”
발버둥 치는 녀석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제이노]힘: E
민첩: E
체력: D
마나: D
운: D
재능: C
-보유 스킬: 마약 제조(A), 타락한 영혼(A), 악마의 속삭임(B), 노예(B)…….
가지고 있는 것 하나하나가 살벌하다. 육체적인 능력은 떨어지는데, 정신 조작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악마의 속삭임.
대상의 정신력을 깎아내리는 스킬. 아까 한순간에 증폭됐던 쾌감이 저것 때문일 거다.
타락한 영혼은 수많은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주어지는 낙인과 같은 것이고.
그 뒤에 있는 노예.
마법이 되었든 저주가 되었든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를 이용했든, 누군가에게 종속당한 상태라는 뜻이다.
“주인이 누구지?”
“큭큭큭… 이 약을 누가 만든 건지 알아? 나한텐 안 통해.”
제이노의 입가에 피가 주르륵 흘렀다.
쾌감을 지울 만한 고통으로 버텨 낸다 이건가. 아니면 이미 수많은 약을 해서 내성이 생긴 걸까.
뭐든.
물량엔 장사가 없는 법이다.
작은 가방에 있는 제이노 투를 또 하나 꺼내서 녀석의 입에 쑤셔 넣었다.
“읍! 읍!읍!”
아까보다 더 거칠게 고개를 흔들어 댔지만, 육체적인 능력은 내가 더 뛰어나다.
저항은 의미 없는 짓.
“다시 묻지. 주인이 누구지?”
“조… 좋아… 기분 최고야! 흐흐흐힉.”
“완전 맛이 갔네.”
제이노가 침을 질질 흘리며 흰자위를 보였다. 몸을 바들바들 떨며 미친놈처럼 웃어 댔다.
정화의 불을 사용했다.
서서히 약의 기운을 몰아냈다.
강한 자극을 경험했을 때, 그보다 못한 자극을 받게 되면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딱 그 수준으로 만들었다.
“아… 안 돼! 그만! 약… 약이 필요해…….”
“내 질문에 제대로 답하면 원하는 걸 줄 수도 있는데.”
하나 남은 약을 흔들었다.
“뭐… 뭔데!”
“종속 관계를 맺은 주인에 대해서 불어.”
분명 그 녀석이 이러한 짓들을 지시했을 거다.
“테르비스.”
“테르비스?”
“그래! 테르비스. 그러니까… 제발 약좀…….”
“풀 네임을 말해.”
“그건…….”
약 뚜껑을 열었다.
“버릴까?”
“테르비스 제르빈. 돼… 됐지?”
익숙한 이름이다.
내가 공략집을 만들었던 버닝헬 죄수 편에 있는 인물 중 하나. 2년 후쯤 지하 감옥 6층에 갇히게 되는 네크로맨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현상금이 걸렸을뿐더러, 체포조에서도 찾고 있는 녀석이다. 녀석을 처리하면 나쁘지 않은 공을 세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테르비스가 가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녀석이 있는 위치는?”
“콜로움 뒷산에 있는 동굴.”
녀석이 손을 뻗었다.
약을 살짝 뒤로 빼며 물었다.
“이제부턴 하나하나 묻기 귀찮으니까. 그냥 알고 있는 걸 다 털어놔. 마음에 안 들면 이건 그대로 버려 버릴 거야.”
“아… 알겠어. 다 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