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6)
26화 변화의 시작 (1)
“레딘.”
동굴 안쪽에 있던 레베카가 손을 흔들며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왜?”
“부단장님이 부르셔.”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리에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백금발의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신성제국의 팔라딘.
저 잘생긴 외모와 가슴에 그려진 목이 잘린 마녀의 문양을 보면, 떠오르는 NPC가 한 명 있다.
화이트 리퍼(White Reaper).
마누엘 하루무스.
세상에서 사라질 신성제국의 생존자 중 한 명. 그는 살아남은 이후 마족, 마물, 마인을 가리지 않고 사냥하고 다녔다.
그러다 용사를 만나고 마신을 죽이기 위한 파티에 합류하게 된다.
그런 자를 이런 자리에서 만날 줄이야. 마렉 카지노를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레딘, 인사해. 여긴 신성제국의 팔라딘인 마누엘 하루무스경.”
“특임 7단 레딘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마누엘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악수를 나눴다.
마누엘이 손을 내리면서 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예. 물어보시죠.”
“네크로맨서를 상대하면서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없었습니까?”
“흐음…….”
잠시 고민하는 척했다.
내가 테르비스를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린 건, 녀석이 벌인 일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녀 후보생을 죽이면서 피해만 덜 봤어도… 신성제국을 완벽하게 무너트릴 수 있었을 텐데.
게임 속에서 들었던 정보.
테르비스는 성녀 후보생과 신성 기사들을 상대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병력 대부분을 잃었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
그건 마신교와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거래 자체는 손해가 아니었어. 리치가 되는 법을 얻었으니까.
테르비스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은 마신교와 거래를 해서 힘을 얻는 대가로, 신성제국에 균열을 만드는 데 동참했다.
그렇게 금이 가고 갉아 먹히면서.
신성제국은 마신교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 내리게 될 거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원작의 흐름대로 신성제국이 무너지도록 하는 것과 흐름을 바꿔서 신성제국을 지켜 내는 것.
각자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마신 바할을 막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전의 흐름대로 흘러갈 게 아니라 다양한 변수가 필요하다.
“이상한 건 못 느꼈습니다만, 대신 이런 걸 주웠습니다.”
주머니에서 신마석을 꺼냈다.
반투명한 보석.
신성력과 마기가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특수한 보석이다. 별다른 효과는 없지만, 증거가 되어 줄 거다.
테르비스가 신성 기사로 데스나이트를 만들었다는 증거.
“이건…….”
살짝 가라앉은 마누엘의 눈빛.
지금의 마누엘은 신성제국에서 나름대로 입지가 있을 테니. 성녀 후보생이 살해당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거다.
나야 게임을 통해 알고 있지만.
성녀 후보생의 존재에 대해서는 신성제국 내에서도 극소수만 알뿐더러, 호송 임무조차도 매우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
그런 그들이 습격당했다는 건.
내부에 정보를 유출한 배신자가 있다는 뜻이다. 나도 그 배신자에 대한 정보는 모른다. 게임에서 나온 적이 없었으니까.
“테르비스와 단독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그러시죠.”
리에나가 수락했다.
“그럼 먼저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누엘이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동굴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진범은 내부에 따로 있었지. 그걸 진작에 알아차렸다면 신성제국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마누엘의 대사 중 하나였다.
신성제국 내부의 배신자.
그는 자신이 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을 막기 위해 다크니스 세븐이라는 신흥조직이 한 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성녀 후보생을 처리한 건, 다크니스 세븐이란 조직이 아닌 테르비스 단독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심문으로 얻어 낼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겠지만, 내부의 배신자가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채겠지.
이젠 나 대신 그자를 찾기 위해 움직여 줄 거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마누엘의 성격상 차분하게 움직일 테니, 잘해 줄 거라 믿는다.
“우리도 슬슬 돌아갈까?”
리에나와 함께 동굴 밖으로 나오자 난동을 피는 데릭의 모습이 보였다.
“감히 어디다 손을 대! 내가 누군지 알아? 볼타 가문의 기사단장이야!”
윽박지르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기본적인 육체 능력은 체포조보다 데릭이 월등한 편이었다.
“가만있으십시오!”
“이거 놓으라니까!”
결국, 체포조가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널부러졌다. 데릭이 목을 꺾으면서 옆에 있던 기사들을 노려보았다.
“너흰 두고 보자.”
후우.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발소리가 들려서 그런지 데릭의 시선이 내 쪽을 향하는 순간, 손바닥으로 얼굴을 잡고, 다리를 걸었다.
“컥!”
세상에는 계급이라는 게 있다.
왕국으로 비교하자면, 가장 위에는 왕이 있고, 그 밑으로는 오등작인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이 있다.
그 밑으로는 기사, 마법사.
다시 그 밑에는 평민.
그리고 버닝헬의 교도관들은 각 왕국의 평민들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버닝헬은 여섯 왕국이 모여서 만든 곳이다. 자연스럽게 교도관들은 각 왕국의 귀족들에게 저자세일 수밖에 없다.
“감히… 네가…….”
“시끄러워. 네가 기사지, 귀족이냐.”
“…이것 놔라……!”
“범죄를 인정했으면 곱게 갈 것이지. 이런 쓸모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냐.”
“난 죄를 인정한 적이 없다.”
“증언할 사람들이…….”
나와 시선을 마주친 기사들이 눈을 돌렸다.
기가 차네.
그새 갈아탔다고?
다시 데릭을 바라보니 승리자라도 된 것처럼 실실 웃고 있었다.
“그 옷 벗고 싶지 않으면. 볼타 자작님을 불러라.”
최고법령 13조 4항.
특임단 살인미수, 살인에 대해서는 즉각 체포 및 용의자의 모든 자격을 일시적으로 박탈한다.
확실한 법이 있다.
그러나 법보다 위에 있는 존재들이 바로 귀족이다. 한낱 자작이라 해도. 자작을 봐주는 백작이 있고, 그 백작을 봐주는 후작과 공작이 있다.
손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고.
볼타 자작이 마음먹고 나선다면 데릭을 구해 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정말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야.”
“뭐?”
가슴에 차고 있던 특임단의 신분패를 꺼내서 녀석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신분패에 마나를 흘려 보냈다.
우웅!
반투명한 사각형이 나타나고, 그 안에는 마법으로 기록된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욕심을 부리기 전에 생각했어야지. 날 죽일 생각만 하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거 아니야.’
‘그걸… 어떻게…….’
.
.
.
‘저 교도관 새끼를 잡아! 녀석을 제물로 바치고 여길 뜬다!’
음성과 함께 데릭이 뛰쳐나가며 입구를 부수는 장면이 나왔다.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너를 잡은 줄 알았어?”
“그딴 게 있어도 날 살인죄로 넣을 수 없을 거다!”
“글쎄, 이 영상을 보고도 볼타 자작이 널 변호하려 들까?”
데릭이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다. 하긴 알아들었다면 저런 표정을 짓진 않았겠지.
“명령받은 임무를 제대로 처리하지도 않고, 볼타 가문의 재산이라 할 수 있는 기사단 전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놈이 누구더라?”
“…….”
“과연 저 기사들 전부를 비교했을 때, 네가 더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냐?”
기사의 수가 곧 권력인 세상.
데릭은 자신의 목숨을 위해, 가문의 권력을 내다 던진 놈이 된 거다.
파르르.
데릭이 몸을 부르르 떨며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녀석에게 내밀었던 신분패를 내리며 말했다.
“살고 싶잖아? 그럼 그냥 닥치고 감옥이나 가.”
* * *
대륙 북서쪽.
브룰 항구도시.
버닝헬로 향하는 함선을 기다리며,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다 먹었으면 갈까?”
리에나가 먼저 일어나 계산을 하고, 그 뒤를 따라 레베카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아직 함선은 도착하지 않았다.
리에나가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임무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거나 장비들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을 알려 줄게.”
“네.”
리에나와 레베카.
둘과 거리를 살짝 벌렸다.
그리곤 조용히 상태창을 외쳤다.
[상태창]이름: 레딘
직업: 6급 교도관
육체: 절정(下)
마나홀: 4성(下)
운: F
재능: F
보유 스킬 – 복사(EX), 타오르는 영혼(EX), 아라키스의 눈(S), 정화의 불(S), 차가운 심장(A), 하룬겔의…….
특수 – 혈통(D)
-마기 저항
-미해금
-미해금
.
.
.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육체와 마나홀 모두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다.
그 경지의 끝에 다다르면.
화경의 경지와 마나홀 5성으로 넘어가는 벽을 마주하게 될 거다. 그리고 다시 벽을 뚫으면 강자의 반열에 들게 된다.
익스퍼트 상급의 경지.
백작가 기사단의 단장들이나, 범죄조직들의 간부들, 또는 왕을 지키는 왕실 수호 기사단이 익스퍼트 상급이다.
단순히 마나를 검에 담는 경지를 넘어, 마나가 형태를 이루는 단계.
하룬겔의 중반부 3초식을 사용하기 위해선 필수다.
“흐음…….”
그러고 보니 검도 찾아야겠네.
중반부 3초식이 담긴 두 번째 검.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언제 모습을 드러내는지는 알고 있다. 그때 가서 구하면 되니 큰 문제는 없을 터.
다시 시선을 내려 혈통을 바라보았다.
마기 저항 스킬이 생겼지만, 저것만으론 이 몸에 대한 걸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다행인 건.
혈통의 능력이 해금되는 조건이 강함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거다. 앞으로 꾸준히 강해지다 보면 혈통의 비밀에 대해서도 알게 될 거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지금까지 얻은 것들, 현재의 내 수준을 토대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복사 스킬의 세 번째 기회.
바하드가 얻었던 두 번째 스킬.
몇몇 히든 던전에 존재하는 아이템.
몇 달 뒤에 있을 지옥 대전 전에 적어도 두 개 정도는 얻을 생각이다.
그러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네.
“레딘! 빨리와.”
상태창을 없애고, 앞에서 기다리는 레베카와 리에나를 향해 발걸음 옮겼다.
“갑니다!”
* * *
버닝헬 지하 감옥 소장실.
똑똑!
“소장님, 보고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익숙한 부하의 목소리에 소장 루켈은 평소처럼 서류에 서명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들어오게.”
끼이익!
문이 열리고 부하가 들어왔다.
“레딘에 대한 보고사항입니다.”
부하는 간략하게 요점만 정리해서 보고했다. 테르비스를 잡은 것과 볼타 자작가의 기사와 엮인 일.
“현재 레딘은 함선을 타고 버닝헬로 오는 중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수고했네.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보게.”
“그런데 소장님,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평소엔 질문이란 걸 잘 하지 않는 부하였다. 루켈은 고개를 들어 부하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뭐지?”
“왜 레딘이라는 자에게 관심을 가지시는 겁니까?”
루켈은 부하를 바라보았다.
“버닝헬의 시작을 알고 있나?”
“사형집행소였지 않습니까?”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베른 대륙에서 벌어졌던 왕국 간의 전쟁. 그 끝은 서로가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마무리가 되었고.
그들은 내실을 다지기 위해 버닝헬을 만들었다.
그리고 반란을 일으키려는 세력이나,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전부 버닝헬로 보내 사형을 시켰다.
“그때부터였지. 버닝헬의 모든 이들이 인간 백정 취급을 받으면서 무시당한 것이.”
“…….”
“시간이 흐르고 사형 제도가 사라지면서 갱생을 시키는 장소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그대로였지.”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버닝헬이 범죄자에게 있어서 최악의 감옥으로 알려져 있다는 거지만.
막상 안을 까 보면 썩은 내가 진동했다.
고위 간부들은 범죄조직의 돈을 먹었고, 죄수들은 교도관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버닝헬엔 변화가 필요해. 범죄자들이 교도관을 무서워하고, 죄를 짓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네.”
루켈이 몸을 돌려 창밖을 쳐다보았다.
버닝헬의 곳곳에서 인부들이 무너진 곳을 다시 쌓고, 마법사들이 마법진을 새로 그려 보안을 더욱 강화시켰다.
변화의 시작.
공사가 끝나는 순간 버닝헬은 새로 태어날 것이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이다.
“새 술을 담으려면 새 부대가 필요한 법이야.”
“새로운 버닝헬에서 새로운 이들을 이끌… 레딘을 버닝헬의 상징으로 만들 생각이신 겁니까?”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네.”
변화를 이끌 자들은 레딘이 아니더라도 많이 존재한다.
레베카. 세리아. 칸.
이번 기수에서 성적이 매우 뛰어났던 이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자가 레딘일 뿐이야.”
“예…….”
루켈은 몸을 돌려 책상에 있는 서류 하나를 집어 들었다.
-버닝헬을 탈옥한 마그네스 조직원의 행방을 알아냄. 그들은 현재 크레인 영지…….
그걸 부하에게 건넸다.
“우린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