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7)
27화 변화의 시작 (2)
특임단에 입단해서 처음으로 범죄자를 검거하게 되면, 직접 재판에 참여해서 지켜보는 전통이 있다.
저벅!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길.
그 시작점에 재판을 치르는 곳이 있다.
“들어갈까?”
리에나가 검은색 문을 열었다.
그러자 재판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흔히 드라마에서 보던 법정과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았다.
정면의 벽에는 여섯 왕국의 깃발과 버닝헬을 상징하는 케르베로스가 그려진 깃발이 달려 있었고.
그 밑에는 하얀 제단과 의자 하나, 여섯 개의 통신 구슬이 놓여 있었다.
“따라와.”
리에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문 쪽에 있는 벽에 일렬로 서서 정면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오른쪽에 있는 문이 열리면서 테르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철그럭!
얼굴에 쓴 철 마스크와 팔다리에 찬 수갑이 쇠사슬로 연결된 채, 중앙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
“으으읍! 으읍!”
테르비스가 발버둥 치려 하자, 쇠사슬을 잡고 있던 교도관이 손에 들고 있던 버튼을 눌렀다.
파지직!
“으으으으읍!”
몸을 부르르 떨던 테르비스가 고개를 축 늘어트리며 잠잠해졌다.
그리고 판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덤덤한 얼굴에 움직임마저 딱딱했다.
저벅!
그가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아 손을 뻗자, 여섯 개의 구슬에 빛이 일어났다.
-신성제국 신호 양호.
-애드 왕국 신호 양호.
-레샤 왕국 신호 양호.
-카빈 왕국 신호 양호.
-라비노 왕국 신호 양호.
-크레인 왕국 신호 양호.
각기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목소리를 전부 듣고 난 후 판사가 시선을 내려 테르비스를 바라보았다.
“1급 수배자, 테르비스 제르빈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판사가 테르비스가 저지른 범죄들을 나열했다.
“모르 가문의 일가족을 전부 죽였고, 프레아 영지민을 생포해 생체 실험을 하였으며, 자유도시 콜로움에서 데스나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가 죽인 총인원은 1천 명가량. 이외에도 더 있으리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볼타 가문의 귀족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고, 그 뒤엔 귀족을 살해하여…….”
“그럼 지금부터 테르비스에 대한 형량을 정하겠습니다.”
판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통신 구슬에서 형량이 흘러나왔다.
-종신형.
-종신형.
-종신형.
-종신형.
-이번엔 진짜 사형시키자, 어때?
-종신형이 최고 형량인데. 하여간 금붕어 새끼도 아니고, 맨날 사형 타령. 쯧쯧.
땅땅땅!
모든 것을 들은 판사가 판사봉을 세 번 내리치며 말했다.
“테르비스 제르빈에게 종신형을 선고합니다. 이로써 테르비스 건에 대한 재판을 마치겠습니다.”
통신 구슬이 한순간에 꺼졌다.
판사가 처음의 덤덤한 얼굴로 테르비스를 지나쳐 오른쪽 문으로 사라졌다.
주변에 있던 교도관들이 테르비스의 양팔을 잡아 왼쪽에 있는 문으로 향했다.
케르베로스가 그려진 빨간 문.
저곳을 통해서만 지하 2층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일반적인 교도관들은 쳐다도 볼 수 없는 곳.
이 재판장마저도 특임단이었기에 구경할 수 있었던 거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검은빛이 흘러나왔다. 문 너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교도관들은 테르비스를 데리고 검은빛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들을 보며 리에나가 입을 열었다.
“저길 뭐라고 부르는 줄 아니?”
“무한의 미궁.”
내 대답에 리에나의 눈이 살짝 커졌다.
“맞아. 특별한 장비 없이 들어갔다간 미로에 갇혀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거든.”
“미궁이 저들이 갇히는 감옥인가요?”
레베카의 질문에 리에나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미궁을 지나 밑으로 내려가면 감옥이 나와. 최소한의 먹을 것과 수면시간이 주어지고 그 외에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쳐야 하는 곳이지.”
“무간지옥.”
“그래. 이곳에선 그렇게 부르고 있지. 근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니?”
대충 아는 이름을 팔았다.
“교육생 때 친해진 베르고 선배한테 들었습니다.”
“전 작업과장한테 맞은 그 친구구나.”
“예.”
리에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견학도 마쳤고 우리도 아지트로 돌아가자. 정식 입단한 만큼 준비할 게 많으니까.”
* * *
베른 대륙기를 즐기다 보면 이런 메시지가 뜨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해당 지역은 접근할 수 없습니다.]유저들이 들어갈 수 없는 금지 구역.
베른 대륙 곳곳에 금지 구역이 있었고, 눈앞에 있는 항구도시의 서쪽 지역도 그중의 하나였다.
이곳의 별칭은 유령 골목.
그 이름에 걸맞게 반쯤 무너진 건물들과 폐허가 된 거리가 대부분이고 사람의 흔적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리에나가 잠시 멈춰 서서 시선을 돌렸다.
“거리가 좀 썰렁하지?”
옆에 있던 레베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여긴 과거 여섯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던 반란군이 머무르던 곳이야.”
반란군의 심장이었던 곳.
이 도시를 그대로 둔 이유는 딱 하나다. 어디선가 몸을 숨기고 있을, 아니면 반란을 꿈꾸는 자들에게 보내는 경고.
반란을 꿈꾸면 이렇게 된다는 걸 잊지 말라는 의미가 담긴 장소랄까.
“반란군을 사형하는 것에서 시작된 곳이 버닝헬이다 보니, 우리에게 있어서도 나름 상징적인 곳이지. 자, 그럼 여기서 질문. 특임단의 목적은 뭘까?”
레베카가 바로 답했다.
“강력 범죄자들을 잡는 것 아닌가요?”
“뭐 틀리진 않았지만.”
리에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레딘, 넌 뭐라고 생각하니?”
힘을 숨기고 활동해야 했다면 모르는 척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유능해 보이는 것이 최고다.
“반란군의 잔당 세력을 감시하고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차단해서 평화를 지키는 것입니다.”
게임을 하는 내내 들어서 모를 수가 없는 내용이다.
“제법이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을까.
리에나가 흡족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레딘의 말대로 우리의 임무는 반란 세력을 처리하는 거야. 그리고 이곳을 도망쳐 살아남은 반란군 세력이 만든 게 7대 범죄조직이지.”
“그렇다면 각 왕국에서 힘을 합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럼 그들을 잡는 건 어렵지 않을…….”
“그들이 잡을 리가 없잖아?”
내가 대신 답하자, 레베카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멀었네.
“전면전을 펼치면 피해를 입는 왕국이 생기겠지. 과연 여섯 왕국 전원이 진심으로 제거하려 들까?”
그 순간 레베카의 눈이 흔들렸다.
가끔 선한 감정이 앞설 뿐, 머리는 똑똑해서 이렇게 힌트를 주면 모를 리가 없다.
당장 레베카도 후계자 싸움을 겪어 봤을 테니 더더욱 잘 알 거다.
힘이 약해지는 순간.
강한 자에게 잡아먹힌다는 걸.
전쟁 이후에 오랜 평화를 유지했고, 각 왕국은 내실을 다지고 힘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누군가는 야욕을 키우고 있다.
어느 한 곳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숨겨 놓았던 송곳니를 드러내고 물어뜯을 거다.
원작에서도 그랬다.
신성제국이 무너지면서 2차 왕국 전쟁이 벌어졌고 마신교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엔 혼돈이 찾아올 거다.
물론, 이번엔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막을 생각이지만.
“재밌는 생각이네?”
약간은 차가운 듯한 목소리.
시선을 돌렸다.
평소의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차갑게 내려앉은 리에나의 두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특임단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듣고 싶은데?”
“여섯 왕국의 사냥개 아닙니까?”
그들은 특임단을 이용해 반군 세력을 감시하고 때에 따라서 억압한다.
그 과정에서 죽어도 여섯 왕국은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어떻게든 특임단의 자리는 채워질 테니까.
“그러면 넌 왜 그런 사냥개가 되려고 하는 거지?”
내가 살기 위한 유일한 방법.
그건 버닝헬의 위치를 여섯 왕국에 동일하게, 아니 그들의 위에 올라서서 멸망에 대비하는 것이니까.
“목줄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입니다.”
“…….”
“그리고 버닝헬이 온전한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차가운 가면이 녹아내렸다.
리에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진짜… 데이론이 사람 하난 기가 막히게 보나 봐. 어디서 이런 녀석을 골라낸 건지.”
리에나가 혼자서 헛웃음을 짓다가 나와 레베카 사이로 들어와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집으로 가자.”
* * *
골목길을 따라 도착한 끝에는 숲으로 이어진 길이 있었고, 얼마 안 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숙소가 나타났다.
끼이익!
리에나가 문을 열었다.
“일단 너희가 지낼 방을 알려 줄게. 이제 본격적인 임무를 나가게 되면 이곳에 오는 건 드물겠지만, 그래도 있는 거랑 없는 건 기분이 다르니까.”
2층으로 올라가자 기다란 복도가 나타났다. 오른쪽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방이 있었다.
데이론.
리에나.
크리스반.
.
.
.
“이름 없는 곳이 빈방이니까 하나씩 골라서 써. 샤워실은 저쪽. 식당은 1층. 밥은 좀 있다가 먹을 거니까 쉬고 있어.”
“예.”
발걸음을 옮겨 복도 끝으로 움직였다.
비어 있는 방이 두 개 있어서 슬쩍 레베카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느 쪽?”
“오른쪽.”
“그래.”
왼쪽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파란 계열의 벽과 회색 이불이 올려져 있는 침대. 거기에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좋네.”
썰렁하고 삭막한 것보단 훨씬 낫다.
침대 옆에 있는 책상에 가져온 짐을 올려놓고, 수납장에 간단하게 옷 같은 것들을 정리했다.
똑똑!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은 레베카가 있었다.
“흠흠. 바빠?”
“별로.”
그러자 레베카가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들어 올렸다.
“씻기 전에 가볍게 한판 어때?”
가벼운 대련이라.
내 쪽에선 언제나 환영이다.
안 그래도 이번에 절정의 경지에 올라가면서 얼마나 달라졌을지 확인해 보고 싶은 참이었다.
“그래.”
“뒤쪽에 대련장이 있더라.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사라지는 레베카를 보며 검을 챙겼다.
명검 카이로.
버닝헬로 들어가기 전에 대장장이에게 맡겨서 검집 외관의 녹을 제거하고 깔끔해졌지만, 검집에서 검을 분리하는 건 실패했다.
숨겨진 조건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뭐.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답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선 깊게 고민하지 않는 성격이라 검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숙소 마당 한쪽.
평평한 바닥이 깔린 대련장.
그곳에 레베카가 눈을 감고 서 있었다. 호흡을 가다듬더니 내가 다가가자 천천히 눈을 떴다.
비장한 눈빛.
누군가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는 레베카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달까.
가볍게 몸을 풀면서 움직였다.
한쪽에 마련된 대련용 검이 보여서 카이로를 내려놓고, 그걸 챙겨서 레베카를 마주 보고 섰다.
“바로 시작할까?”
“좋아.”
팟!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베카가 달려왔다.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탁 소리와 함께 레베카의 몸이 흐릿하게 변했다.
감각을 일깨웠다.
레베카는 빠른 검술을 사용한다. 그만큼 몸이 가볍고, 검이 변칙적이다. 지금까지 상대해 본 적 없는 스타일.
“하압!”
이어지는 연격을 막아 내면서 레베카의 호흡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탁!
탁!
탁!
아직은 간을 보는 건가.
그렇다면 이쪽에서 움직여 볼까?
발을 박차고 나서는 순간.
고오오오오!
전신을 짓누르는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며 아카리스의 눈으로 인해 세상이 붉게 변했다.
동시에 스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