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8)
28화 특임 7단 (1)
레딘의 기세가 달라졌다.
방어적인 태도에서 역으로 들어오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에 따라 레베카 또한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제 몸풀기는 끝났다.
공격을 막기 위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순간. 레딘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레베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련 중에 한눈을……!”
고오오오오!
정체를 알 수 없는 살기에 숨이 턱하고 막혀 왔다. 그리고 무언가가 나타나 레딘을 향해 달려들었다.
검은 로브를 두른 자.
그의 손에 들린 창날이 번쩍였다.
너무나도 빨랐다.
‘안 돼!’
피하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죽어라!”
검은 로브의 창이 말보다 빠르게 쇄도했다. 하지만 예상이라도 했던 건지, 레딘이 여유롭게 공격을 피했다.
마나를 두른 목검이 창을 쳐 내고, 역으로 검은 로브의 목을 노렸다.
부웅!
레딘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뒤이어 날아온 창대가 목검을 부러트리자, 레딘이 다급하게 뒤로 몸을 날리며 챙겨 온 검을 잡았다.
정말 짧았던 몇 초의 시간.
레딘은 당황하지 않았으며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침착하게 검은 로브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걸 본 레베카는 침을 삼켰다.
자신은 검은 로브의 기척도 느끼지 못했는데, 레딘은 이미 기척을 파악하고 공격에 대비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레딘의 실력이 한참 뛰어나다는 것.
그러나 한편으론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
‘분명… 레딘의 실력은 최하위였어.’
중간에 애매한 성적이었다면 기억하지 못했을 테지만, 꼴찌라서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레딘은 흔히 말하는 턱걸이였다.
마그네스의 첩자로 몰려 감옥에 갇혔을 때도 믿지 않았다. 저런 실력을 가진 자를 첩자로 보냈을 리가 없으니까.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레딘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함선에서 내기를 제안했을 때.
-쫄리면 말고.
묘하게 자신감 넘치던 모습.
그 이후에 그가 보여 준 행보는 턱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일부러 힘을 속이고 있던 걸까.
“운이 좋았군. 두 번은 없을 거다.”
검은 로브를 입은 자의 창과 레딘의 검집이 충돌했다.
카가강!
불꽃이 튀기며 공격을 주고받았다.
상대는 강했다.
몸놀림부터 시작해서 느껴지는 기세가 레딘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전투 또한 레딘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밀리는 와중에도 공격을 받아치면서 틈을 만들고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런… 흡!”
레딘의 검이 검은 로브의 목을 스쳤다.
검집이 아닌 검날이었다면 분명 상대의 목을 베었을 거다.
두근!
레베카는 심장 위에 주먹을 올렸다.
‘답답해.’
심장이 두근거리며, 묘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좋아하거나 사랑 같은 감정은 아니다.
좀 더 불쾌하고.
찝찝한.
그러한 알 수 없는 감정이 속삭였다.
-이대로 지켜보는 거야.
뭐?
-언니와 오빠들에게 복수하고 싶잖아. 특임단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선 레딘이 죽어야 해.
무슨 소리야.
-그럼 이대로 레딘에게 모든 공을 빼앗기고 들러리 취급을 받을 거야? 넌 절대 저 녀석을 앞설 수 없어.
순간 얼굴이 화끈해졌다.
‘내가… 질투를 하고 있어?’
질투.
레베카는 지금껏 그러한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질투라는 건 자존감이 낮은 자가 가지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 질투라는 것을 지금 하고 있었다. 그것도 몇 주 전까진 신경도 쓰지 않았던 남자에게.
짜악!
스스로 뺨을 치며 정신을 다잡았다. 볼에서 느껴지는 화끈함과 함께 맑아진 정신으로 되뇌었다.
“정신 차려…….”
스승님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추악한 감정에 잡아먹힐 게 아니라, 그것을 잡아먹고 일어서야 한다고. 그래야만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셨다.
지금이 그 고비인 것 같다.
검을 꽉 쥐며 앞으로 박차고 달렸다. 죽길 바라는 게 아니라, 저 검은 로브를 이겨서 스스로 입증하고 말 거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하압!”
기합과 함께 레베카의 검이 검은 로브를 향했다. 검이 수십 갈래로 나뉘어 검은 로브를 노렸다.
그에 맞춰 레딘이 빠졌다.
카강!
카가강!
창이 회전하며 레베카의 공격을 막았다. 다음 공격을 위해 살짝 물러설 때, 레딘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훅!
검은 로브에게 달라붙은 레딘의 검집에서 푸른 마나가 휘몰아쳤다.
눈으로 반응하기 힘든 빠른 속도.
창에서 뻗어 나온 마나와 부딪치며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콰아아아앙!
검은 로브가 뒤로 물러섰다.
“레베카!”
레딘의 외침과 함께 레베카가 다시 몸을 움직였다.
챙!
챙!
챙!
창을 쳐 내다가 빈틈을 노리고, 자세를 잡기 위해 빠지면 레딘이 끼어들어 검은 로브를 공격했다.
처음 맞춰 보는 호흡이지만.
마치 오랜 시간 연습한 것처럼 합이 잘 맞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레딘이 그렇게 전투를 이끌었다.
그러나 놀랄 시간조차 부족했다.
상대는 강했고, 살기 위해선 쓰러트려야 했다. 일단은 이쪽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 이런!”
검은 로브를 입은 자가 점점 지치기 시작한 것이 보였다.
레딘의 검에 창이 튕겨 나갔다.
캉!
온몸이 드러난 상황.
“지금!”
레딘의 신호와 함께 레베카는 마나를 잔뜩 끌어 올렸다. 빠르게 지면을 박차며 검을 일직선으로 찔렀다.
파앙!
그러나 검은 상대에게 닿지 못했다.
어느샌가 나타난 리에나의 단검이 레베카의 검을 막았고, 눈살을 찌푸린 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다들 그만!”
“부단장님?”
리에나는 벙찐 레베카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돌려 검은 로브를 바라보았다.
“해리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검은 로브가 내려가고.
천진난만한 사내의 얼굴이 드러났다.
“시험해 본 거야, 시험. 신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해야지. 안 그래? 부단장?”
* * *
“후우.”
숨을 고르며 어깨를 폈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고, 불굴이 발동하지 않아 체력에 한계가 찾아왔다.
뒤질 것 같네.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정면에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초록색 머리카락, 안경을 쓴 얼굴에 천진난만한 표정.
익숙한 듯 낯설다.
리에나와는 다르게 어디선가 본 듯한데, 그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마그네스의 3대장이었던 전 작업과장을 만났을 때 같은 느낌이랄까.
“해리스, 당장 애들한테 사과해.”
“미안하다!”
해리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웃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진짜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야, 그렇지?”
나를 쳐다보며 묻는 해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적어도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싸우면서 알 수 있었다.
죽음을 느끼게 했던 살기.
그와 함께 발동됐던 아라키스의 눈은 첫 공격을 피하자마자 사라졌다.
그 뒤론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급소를 노리는 공격들이 조금 거칠 게 나오긴 했지만, ‘어디 이거 한번 피해 봐라.’ 같은 느낌이었을 뿐이다.
“특임단 임무를 하다 보면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게 바로 이런 급습 같은 거거든. 그래서 잘 대처하나 확인해 본 거야.”
“만약 대처를 못 했다면 어떻게 되는 거였습니까?”
“내가 직접 알려 줬겠지.”
해리스가 리에나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자 리에나가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정식으로 소개할게. 이쪽은 해리스. 나랑 데이론과 같은 기수고 너희보다는 5년 빨리 이곳에 들어왔어.”
“레딘입니다.”
“레베카라고 합니다.”
“이쪽이 데이론이 직접 데려왔다는 그 친구인 것 같고, 이쪽이 애드 왕국의 왕녀?”
리에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럼 서로 통성명은 한 것 같고. 이렇게 소개를 한 건 같은 특임단이어서도 있지만, 앞으로 해리스가 너희의 교육을 맡아 줄 거야.”
“앞으로 잘 부탁한다.”
손을 내민 해리스와 악수를 나눴다.
아직까지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궁금한 나머지 복사 스킬을 써 봤다.
[해리스 덴.]힘: B
민첩: A
체력: B
마나: B
운: B
재능: B
-보유 스킬: 은신(A), 변장(A), 특수 교육(A), 재빠른 몸놀림(A), 정보 수집(B), 하이네크 창술(S)…….
덴이라는 성과 하이네크 창술.
저걸 보고 나니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마족들이 세상에 나온 뒤.
고위 마족을 암살하기 위한 특수 조직을 양성하던 훈련소에 있던 남자. 그의 이름이 덴이었다.
안경을 없애고, 눈 사이에 검상을 그려 넣었다. 순한 이미지에서 거친 이미지를 떠올리니, 내가 아는 덴이 맞는 것 같다.
천재 교관 덴.
그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높은 생환율과 높은 임무 성공률을 자랑했다.
그런 덴의 교육을 받는다라.
전투 이외에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잘 부탁드립니다.”
* * *
따듯한 물로 씻으면서 방금 있었던 해리스와의 전투를 떠올렸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뒤, 첫 전투였다.
확실히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감각도 날카로워지고 몸놀림도 빨라졌다.
모든 요소가 성장하니, 자연스럽게 검술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력도 나아졌다.
그동안 몸이 따라 주지 못해서 하지 못했던 동작이나 움직임들이 가능해지니,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신세계였지.”
불리한 전투였음에도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여러 개의 각이 보였다.
실제로 몇 번 죽일 뻔한 적도 있었다.
물론, 해리스가 마음먹고 피했다면 죽진 않았겠지만, 내겐 그 정도 수준에 올랐다는 게 중요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건 곧, 독립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다음 임무는 무조건 성과를 내야 해.”
끼익!
물을 잠그고 몸을 닦았다.
미리 챙겨 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식당으로 내려가자, 미리 도착한 레베카와 리에나가 보였다.
한쪽 의자에 앉아 있는 해리스도.
“레딘이라고 했나? 궁금하게 있는데. 레베카랑은 무슨 사이야? 사귀는 사이? 아니면 소꿉친구?”
너무나 뜬금없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버닝헬에서 처음 봤습니다. 물론 사적인 감정도 없습니다.”
“그래? 그런 것치곤 오랜 시간 합을 맞춘 것 같던데. 마치 서로 잘 아는 것처럼…….”
“동기라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뭐. 잘 맞으면 됐지.”
“해리스, 그만 놀고 너도 와서 음식 좀 날라.”
리에나의 부름에 해리스가 웃으며 일어났다.
“예. 갑니다, 부단장님.”
해리스를 따라 주방으로 가자, 리에나가 다가와 무언가를 건넸다.
“너한테 직접 온 편지야.”
“편지… 말입니까?”
편지에 찍힌 인장이 어딘가 낯설었다.
“볼타 자작이 급행으로 부친 편지야. 내용은 네가 확인해 보고.”
찌익!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묘하게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편지를 꺼내 읽었다.
-자네가 찍은 영상은 잘 보았네. 데릭을 지하 감옥에 가둔 건 상당히 불쾌하지만, 내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지.
뭐야.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하겠네. 자네를 볼타 자작의 기사단장으로 임명할 테니, 지금 당장 볼타 영지로 오게.
“미친놈인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이것이 귀족 마인드란 건가. 갈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이미 이야기가 끝난 것처럼 말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네.
“아직 가르쳐 보지도 못했는데 헤어져야 하는 거야? 이건 좀 아쉬운데, 교육 자료로 쓰기…….”
“해리스, 시끄러워.”
핀잔을 주는 리에나와 아쉬워하는 해리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곤 편지를 아궁이에 던져 버렸다.
“갈 생각 없습니다. 전 특임단으로서 이루고 싶은 게 있어서.”
해리스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 뭐든 편하게 물어봐. 내가 아는 건 다 알려 줄게.”
데이론이 해리스의 영향을 받은 걸까, 아니면 해리스가 데이론의 영향을 받은 걸까.
“알겠습니다.”
“해리스, 빨리 음식이나 옮겨.”
“좋았어. 오늘 좋은 동생 하나 얻은 기념으로 술도 한잔하자.”
그리고 그때.
파드득!
임무용 새가 날아와 리에나의 어깨에 앉았다. 발목에 걸린 종이를 꺼내 내용을 확인한 리에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아무래도 술은 도로 갔다 놔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