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9)
29화 특임 7단 (2)
차려진 음식은 맛을 음미하기보단,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빠르게 식사를 마친 뒤.
숙소에 마련되어 있는 회의실로 움직였다. 회의실 안에는 긴 원형 탁자, 송출 구슬, 이외에 회의 도구들이 있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해리스가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책상을 손으로 몇 번 쓸더니, 나와 레베카를 보며 손짓했다.
“너희도 앉아.”
“예.”
레베카와 함께 해리스 반대편으로 가서 앉았다. 얼마 있지 않아 무언가를 싸들고 온 리에나가 들어왔다.
탁!
“이것 좀 나눠 줄래?”
“예.”
레베카가 종이를 나눴다.
세 뭉치로 분류해서 하나는 해리스에게, 하나는 내게 주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챙겼다.
스윽.
종이에는 이번 임무에 대한 것들이 적혀 있었다. 빠르게 훑어서 큰 맥락이 무엇인지만 확인했다.
짝!
리에나가 박수를 쳤다.
“자, 임무 브리핑에 앞서 임무의 종류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줄게.”
임무는 총 3가지가 있다.
특임단 자체에서 진행하는 단독 임무.
다른 특임단을 지원하는 지원 임무.
왕국 의뢰를 수행하는 왕국 임무.
“이번에 우리에게 내려온 임무는 지원 임무야. 등급은 A급. 버닝헬에서 도망친 마그네스 조직원을 잡는 일이야.”
버닝헬 탈옥 사건.
마그네스 조직에서 미리 배를 준비해 두었고, 그걸 통해 꽤 많은 이가 탈옥에 성공했다.
소장이 마음먹었다면 막았겠지만.
-그들을 탈옥시킨 것 또한 계획의 일부였다. 우린 탈옥수들을 통해 마그네스의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곧.
마그네스와의 전쟁이 시작될 거다.
“우리가 잡아야 할 조직원은 하르데, 랑토라는 자들이야.”
뒷장에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총 2명.
그들의 얼굴과 특징, 버릇.
사용하는 무기부터 특별한 능력까지.
종이에 적힌 것들을 머리에 담았다.
“특임 1단의 정보에 따르면 현재 이 두 명은 크레인 왕국의 미라큘 영지에 숨어 있다고 해.”
“이거 까다롭겠네.”
해리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 레베카가 리에나에게 질문했다.
“그럼 바로 잡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기엔 아주 큰 문제가 있어. 크레인 왕국의 귀족이 얽혀 있거든.”
“그럼 크레인 왕국에 지원 요청을…….”
“나서지 않을 거야.”
왕국의 이미지는 중요하다.
크레인 왕국에서도 나서서 불미스러운 일을 만드는 것보단 꼬리를 자르기 위해서 모르는 척하려 들 거다.
진짜면 모르는 척.
가짜면 버닝헬 탓.
아니면 흔적을 지우기 위해, 기사단을 보내 먼저 정리할 수도 있다.
해리스가 리에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그 두 명만 잡아 오면 되는 거지?”
“아니. 마그네스와 손을 잡은 미라큘 남작까지 함께 잡아들일 거야.”
“귀족까지 처리한다고? 지금까지 귀족을 잡아 본 적은 없는데?”
리에나가 서류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렸다.
“나도 방금 받은 건데, 상부에서 내려온 공식 공문이야. 이번에 있었던 상임위 회의에서 ‘귀족 체포에 관한 건’이 정식으로 통과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내용을 확인했다.
1. 특임 1단과 1단을 지원하는 특임단에 한해서 마그네스에 협조한 귀족을 체포할 수 있다.
2. 단, 귀족의 목숨을 해할 수 없으며,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3. 특권은 언제든 취소될 수 있다.
기간, 특정 대상 한정 권한.
증거까지 있어야 하는 거면 꽤 까다로울 수 있지만 이건 초기 법안일 뿐, 시간이 지나면 권한이 확대될 거다.
메인 3인방이 잡아들인 건 범죄조직뿐만 아니라 귀족들도 포함이었으니까.
“여기 소장님이 직인이 찍혀 있으니, 이번 지원 임무 한정으로 미라큘 남작을 체포하는 게 가능해.”
“귀족을 체포하다니. 버닝헬에 새로운 역사가 쓰이겠네.”
“쉽지 않을 거야. 증거가 없다면 오히려 피해를 보는 쪽은 우리가 될 테니까.”
리에나가 걱정스레 얘기했지만.
임무 내용에는 마그네스와 미라큘 영지의 기사들이 밀거래를 위해 접촉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에 대한 계획도 나와 있었다.
계획대로 움직이면 별문제 없이 체포할 수 있을뿐더러, 현장을 노리는 이상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중요한 건 지도에 표시된 임무 위치다.
미라큘 남작을 잡기 위해 그의 영지 내에 있는 성으로 이동할 거다. 그리고 그 성이 있는 위치에 히든 피스가 하나 있다.
바하드가 얻었던 아이템 중 하나.
죽은 자의 가면.
이번 임무를 통해 그걸 챙길 생각이다.
“그럼 각자 준비를 하고 30분 내로 다시 모이도록 해. 해리스, 넌 나랑 잠깐 이야기 좀 하고.”
* * *
달이 떠오르기 시작한 밤.
숙소 뒤쪽으로 나온 리에나와 해리스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고개를 내린 리에나가 해리스를 보며 물었다.
“왜 그런 거야.”
“뭐가.”
해리스의 별명은 웃음 바보였다.
항상 웃고 다녀서 그런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격이 온순한 편이었다. 누구에게나 따듯했다.
분위기 메이커랄까.
절대 상대가 싫어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1년 차 때도 기합 같은 것에 참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관에게 그만해 달라고 건의를 했을 정도로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모르는 척하지 말고. 레딘이랑 레베카를 습격했던 거. 원래 너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어.”
해리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신입들에게 보여 주었던 가벼운 모습과는 다른 진중한 분위기.
“네가 부탁했잖아. 신입 녀석들이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그래서 그랬을 뿐이야.”
“너답지 않으니까 그러는 거야.”
“내 방식은 틀렸어.”
배려와 친절은 오히려 상대를 망칠 뿐이었다. 그 하나를 깨닫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유스티아 때문이야?”
“…….”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는 게 어때. 애초에 넌 네가 원해서 들어온 것도 아니었잖아.”
데이론의 권유였다.
함께하자는 그의 권유에 해리스는 수락했고, 그게 5년간 이어져 왔다. 중간에 수십 번은 그만둘까도 고민했지만.
지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복수는 해야지.”
“그건 나와 데이론이 해도 돼.”
“유스티아와 약속했어. 내 손으로 직접 그 녀석을 잡겠다고. 그전까진 그만둘 생각 없어.”
오랜 시간 함께해 왔기에.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해리스의 마음은 바꿀 수 없다.
리에나가 별말을 하지 않자, 해리스가 웃으며 리에나의 어깨를 토닥였다.
“걱정 마.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모든 게 바뀐 건 아니니까. 그냥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을 뿐이야.”
“그래. 믿을게.”
“난 무조건 이번 기회를 잡을 거야.”
특임 1단이 얻은 특권.
비록, 마그네스에 한정되어 있지만, 귀족을 잡을 힘을 가지게 됐다. 그것을 특임 7단이 가지게 될 수 있다면.
유스티아를 죽인 그 녀석을 잡을 수 있다.
그러려면 특임 7단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미 다른 단원들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번에 받은 신입 둘이다.
아직 부족한 게 너무나 많았다. 지금 이대로라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랄까.
“두 달. 딱 두 달 안에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을게.”
리에나는 차마 무리하지 말란 말은 하지 못했다.
현재 버닝헬 탈옥 사건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다치고, 또 많은 이들이 버닝헬을 떠났다.
인원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
이런 답도 없는 상황에서도 답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특임단이었다.
“후우.”
리에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해. 우선적으로 지원해 줄게.”
“최대한 많은 임무.”
해리스가 주먹을 쥐었다.
“그거면 돼.”
* * *
7대 범죄조직.
그들의 주된 사업은 마약, 매춘, 인신매매, 대부업 등이 있고, 음지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특히 3대장이라 불리는 조직.
마그네스, 피에르, 헤칸.
이 세 조직은 다른 4개의 조직과는 차원이 다른 몸집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왕국의 1년 운영비에 버금가며, 간부들의 무력은 왕국의 정예기사들과 비슷하다.
거기다.
그들은 막대한 돈으로 귀족들까지 매수했다. 귀족의 힘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감추고, 사업을 키워 나갔다.
-귀족을 매수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아.
-취향에 맞는 남자나 여자, 마약 같은 걸 공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락하게 돼 있거든.
-그때 약점을 잡는 거야.
마그네스의 간부를 만나게 되면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 미라큘 영지 또한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이번 임무에서도 그 점을 이용할 거다.
“준비는 다 마친 것 같으니까.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임무에 대해서 브리핑해 보자.”
리에나의 말에 레베카가 나섰다.
“작전명 ‘등잔 밑이 어둡다’. 작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차 목표.
1시간 뒤, 미라큘 영지에 물건을 납품하는 마그네스 조직을 급습하고 그들로 위장하는 것.
2차 목표.
위장한 채 미라큘 성에 들어가 그들을 체포하기 위한 증거들을 확보하고, 마그네스 조직원과 미라클 영주를 체포하는 것.
“…이상입니다.”
“그래. 잘 숙지하고 있네.”
리에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체를 들키는 순간, 미라큘 남작과 마그네스 조직에서 너희를 죽이고 흔적을 지우려고 할 거야.”
“예.”
“항상 얘기하지만, 최우선 목표는 생존이야. 명심해.”
리에나의 눈빛에서 걱정이 느껴졌다.
그만큼 이번 임무의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겠지. 그럼에도 나와 레베카를 보내는 건 부족한 인력 때문일 거다.
이게 특임단의 현실이다.
신입인 이상 실력이 미숙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임무를 가려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그 점이 내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임무를 성공시킨다면, 또 한 번 진급할 수 있을뿐더러, 남들에게 내 실력을 각인시킬 수 있을 테니까.
“난 너희들이 잘할 거라 믿어.”
“예!”
“예!”
“그럼 살아 돌아와서 보자.”
“흐흠.”
해리스가 헛기침을 내뱉곤 차렷이라 외친 뒤, 가볍게 경례 구호를 외쳤다.
“충성!”
“충성!”
“그럼 다녀올게.”
해리스가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레베카와 함께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다.
* * *
쌀쌀한 밤 공기.
옷을 여미며 산을 내려갔다. 숙소가 안 보일 때쯤, 해리스가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텔레포터로 와.”
그리곤 해리스가 사라졌다.
신기루처럼 몸이 흐릿해지더니 시야에서 없어졌다.
유령걸음.
해리스가 가르친 자들이 익혔던 스킬이다. 완벽하게 구사하게 되면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은신 스킬.
기회가 된다면 꼭 얻고 말 거다.
“가자.”
레베카와 함께 텔레포터로 향했다.
이미 한번 가 봤던 길이라서 찾아가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려는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몸을 돌리자, 해리스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싱긋 웃고 있었다.
“이 정도 거리까지 가까워져야 기척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라… 싸움은 좀 하는데 기척 감지는 꽝이네.”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들더니 무언가를 적었다.
그리곤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레딘. 레베카.”
“예.”
“예.”
“아까 얘기를 깜박했는데, 이번 임무의 메인은 너희 둘이야. 계획대로 움직여도 좋고, 변수가 생기면 그에 따른 상황 판단도 너희가 내려서 행동하도록 해.”
레베카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다 임무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괜찮아. 내가 뒤에서 서포트할 거니까. 임무를 망칠 걱정은 안 해도 돼.”
두 번째 시험인가.
시험엔 보상이 있어야지.
“임무 수행을 잘하게 된다면… 선배님이 사용하셨던 그 기술.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세상에서 지워진 것처럼.
완전히 기척을 지워 버리는 기술.
“음…….”
해리스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이런 게 있어야 임무를 수행하는 맛도 나겠지? 너희가 임무를 잘 수행한다면 알려 줄게.”
씨익.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