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30)
30화 특임 7단 (3)
크레인 왕국의 서쪽 지역.
호든 백작이 다스리는 영토이자, 라비노 왕국과 전쟁 중인 곳이다.
지금은 정전 상태로 호든 백작의 밑에 있는 다섯 명의 자작들이 각자 구역을 나누어 감시한다.
그중 가장 아래쪽에 있는 볼타 자작령. 그곳에 이번 임무의 목표인 미라큘 영지가 있다.
“그럼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텔레포터 직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야가 암전되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곧 머리가 빙글 도는 느낌과 함께 하얀빛이 쏟아지며 새로운 배경이 눈에 들어왔다.
휘이이잉!
강한 바람이 부는 산봉우리.
고개를 내리자 우뚝 솟은 돌덩이 위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 차가운 심장 덕분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아찔하네.
“레딘?”
돌덩이 밑으로 텔레포트 한 레베카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살짝 찌푸린 얼굴.
표정에 담긴 속내가 뻔히 보인다.
왜 거길 올라가 있는 거냐고.
내가 원해서 올라온 게 아니지만, 그래도 올라온 김에 확인할 게 있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봐.”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보는 기준으로 정면에 울창한 숲이, 오른쪽에는 휑한 들판이 있었다.
저 들판은 전쟁터다.
땅이 움푹 파인 곳이 곳곳에 있고, 시체를 먹는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중앙에 세워진 철책.
저게 크레인 왕국과 라비노 왕국을 나누는 경계선일 거다. 그렇다면 이 숲은 마그네스와 미라큘 영지의 접선 장소가 확실했다.
이제 슬슬 움직일 거다.
허리춤으로 손을 뻗어 주머니에 담긴 작은 망원경을 꺼냈다.
테르비스의 창고에서 얻은 아이템.
[감시자의 눈]-최대 20km 거리까지 볼 수 있다.
-특정 대상을 지정하면, 대상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물 탐색이 가능하다.
렌즈를 눈쪽으로 가져갔다.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렌즈 너머를 바라보자, 확대되지 않은 그대로의 숲이 보였다.
그 상태로 탐색을 사용했다.
그러자 조금 떨어진 곳에 붉은빛이 나타났다. 사람 형태를 한 빛을 확대하자, 해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성능은 확실하네.
이젠 특임 1단이 얻은 정보가 진짜인지 확인해 볼 시간이다. 망원경을 반대쪽의 숲 초입 쪽으로 움직였다.
사람 형태의 붉은빛이 나타났다.
그대로 확대하자, 마그네스의 조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두 명 보였다.
그들의 근처에 있는 작은 수레.
작은 수레에는 허름한 로브를 뒤집어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와 나무 상자들이 실려 있었다.
“사람인가?”
특임 1단이 얻은 정보에는 마그네스와 미라큘 남작이 밀거래를 진행할 거라고 적혀 있었다.
밀거래 품목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미라큘 남작과 마그네스 둘을 잡을 수 있는 중요한 핵심 키가 될 거라는 추측을 남겨 놓았다.
“저자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겠네.”
여기까진 이상이 없다.
특임 1단의 정보대로 소수의 마그네스 조직원들이 미라큘 영지로 향하고 있었다.
스윽!
망원경의 위치를 반대로 돌렸다.
미라큘 영지가 있는 쪽. 숲이 끝나는 지점을 중점으로 탐색을 했다.
이쪽에선 몇 명이나 나왔으려나.
우웅!
우우웅!
그러자 동시다발적으로 빨간빛이 나타났다. 어림잡아도 10명은 넘어가는 인원들이 특정 지점을 둘러싸고 있었다.
“뭐야.”
나무가 없는 작은 공터에 3명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나머지는 근처에 숨어서 활을 들고 있었다.
활시위를 걸어 놓은 화살 끝에는 초록색 액체가 묻어 있었다.
독.
“이 새끼들…….”
망원경을 주머니에 넣고 돌덩이 밑으로 내려갔다.
착!
바닥에 착지하자 레베카가 다가왔다.
“뭐 한 거야?”
“매복한 놈들이 있어.”
“뭐?”
레베카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미라큘 영지 방향에 다수의 매복조가 있어. 독화살까지 준비한 걸 보면 계획적인 것 같아.”
“정보가 새 나간 거야?”
“일부러 정보를 흘렸을 수도 있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함정이었다.
마그네스에서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리고, 특임단을 유인해서 죽이려고 한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마그네스가 특임단을 유인해서 죽이려고 했다면, 미라큘 쪽 사람들보다 마그네스 녀석들이 늪지대에 퍼져 있었을 거다.
설사 미라큘의 손을 빌려 처리하려고 했다 쳐도…….
“함정을 판 것 같진 않아.”
“어째서?”
“우릴 노리려 했다면 숲 전역에 퍼져 있었겠지. 우리가 어디에서 움직일지 모를 테니까.”
“탐색 마법이 있잖아.”
“그렇다면 움직여야 했는데.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그럼 마그네스를 노리고 변장을 해서 접촉할 것까지 예상한 건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만.
마그네스의 성격상,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보단 그들이 가진 돈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쪽을 선호한다.
“우리를 빼고 생각해 보자.”
“미라큘이 마그네스를 노리는 거라면. 그들을 죽여서 입막음이라도 한다는 거야?”
그리고 그때.
감시자의 눈으로 찍어 놓은 마그네스 조직원이 다시 입구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만.”
돌덩이 위로 올라가 다시 망원경을 꺼냈다. 녀석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눈으로 확인했다.
허름한 로브를 뒤집어쓴 무언가가 왔던 길로 달리고 있었고, 그 뒤를 마그네스 조직원이 따라붙었다.
길게 늘어진 허름한 로브.
진흙으로 얼룩진 로브 위에 조직원의 발이 올라서면서 로브가 벗겨졌다. 동시에 안에 있던 자가 넘어졌다.
“어?”
하늘에 휘날리는 초록 머리카락.
망원경을 확대해서 그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조직원이 초록 머리카락을 잡아 강제로 몸을 돌리자.
온전한 얼굴이 드러났다.
앳돼 보이는 아름다운 소녀.
입고 있는 옷이나 분위기를 보면 어느 귀족 집안의 자제 같다.
누구지.
소녀가 몸부림치면서 목에 차고 있던 목걸이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니셜과 문양이 그려진 펜던트.
익숙한 문양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이곳에 오기 전에 보았던 볼타 가문의 문양. 그게 목걸이에 그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마그네스 조직에서 볼타 가문의 딸을 납치한 모양이다.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네.”
이름 모를 귀족과 얽혀 있던 히든 피스에 대한 스토리와 지금의 상황이 하나로 이어졌다.
마그네스의 협박을 받던 미라큘 남작.
그는 마그네스를 떨쳐 내기 위해 한 귀족의 딸을 이용했다. 그녀를 죽이고 마그네스의 짓이라 알린 뒤.
귀족과 마그네스가 싸우게 만들었다.
둘이 싸우는 동안 마그네스가 가지고 있던 약점을 없애고, 마그네스가 귀족을 처리하자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귀족은 죽지 않았다.
운 좋게 살아남은 귀족은 미라큘 남작을 처리하기 위해, 그의 성 지하로 잡입했다가 특별한 아이템을 얻는다.
-저주 받은 힘이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복수에 성공한 귀족은 결국 자살하게 되고, 그 아이템은 바하드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아마도 그 귀족이 볼타 자작인 것 같다.
물론.
이젠 없던 일이 되겠지만.
“볼타 자작한텐 뭐 뜯어먹을 게 없으려나.”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해 봐야겠네.
* * *
해리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레딘과 레베카를 지켜보았다. 본래 특임단에서는 저 둘 같은 신입을 뽑지 않았다.
너무나도 부족한 경험 때문이다.
하나하나 가르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당장의 임무를 수행하기 바빠서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특임단으로 오는 인원 대부분은 체포조에서 경력을 조금이라도 쌓은 이들이었다.
사실 모든 특임단이 쌩 신입보단 체포조를 원했다.
‘나도 그랬지.’
하지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건 저도 압니다.
하나같이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정예들만 들어올 수 있다는 특임단에 왔다는 우월감. 그런 생각에 빠져서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배려…….’
강압적인 게 싫었기에. 좀 더 친절하게 다가가면, 진심을 알고 잘 알아들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체포조에 있는 인원들은 특임단보다 더 범죄자들과 밀접해 있었다. 그들이 내미는 손길은 너무나도 달콤했기에.
체포조 신입 중 많은 이가 타락해 있었다.
꽈드득!
꽉 쥔 주먹이 떨렸다.
“유스티아…….”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했다.
유스티아가 죽었던 날.
그녀가 가지고 있던 신분증에 담긴 영상을 보았다. 유스티아와 신입은 정체 모를 자를 쫓고 있었다.
그러다 신입이 사고를 쳤다.
범죄자들이 숨어 있는 곳에서 정체를 드러내는 실수를 저질렀고, 유스티아가 휘말리고 말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왜 따라온 겁니까! 저 혼자였다면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선배 때문에 다 죽게 생겼잖습니까.
-시끄러워.
유스티아는 최선을 다해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평소 특임단에 악감정을 품고 있는 자들에게서 빠져나오는 것은 힘들었다.
거기다.
자만심 넘치는 신입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범죄자들에게 잡혀 끔찍한 일을 당한 뒤 죽고 말았다.
살고 싶다고 흐느끼던.
유스티아의 마지막 목소리가 담겨 있던 영상 기록. 그 끝에는 빌어먹을 신입이 비웃고 있었다.
-그래도 선배 덕분에 살긴 했네요. 감사의 의미로 편히 보내 드리죠.
믿었던 동료의 배신.
‘두 번 다신…….’
소중한 동료들이 죽는 일을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특임단 전용 교육도 만들었다.
‘이미 썩어 버린 놈들이 아닌.’
막 버닝헬에 들어온 신입들이 특임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특별 훈련 과정이 담긴 교육법.
그동안 연구해 왔던 것들을 레딘과 레베카를 통해 데이터를 쌓을 생각이다.
성공만 한다면.
특임단의 인원 확보는 물론, 신입의 실수로 인해 기존 특임단이 함께 죽는 사고도 막을 수 있을 거다.
“음?”
제자리에서 우왕좌왕하던 레딘과 레베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이었던 마그네스 쪽이 아닌.
미라큘 영지가 있는 쪽으로.
“3번 유형인가.”
신입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
뭔가, 현장에만 오면 기존에 세운 계획보다 더 좋은 계획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얼마나 다른지 한번 볼까.”
해리스는 레딘과 레베카가 움직인 곳으로 몸을 옮겼다.
* * *
저 멀리 공터에 세 명이 보였다.
옆에 있던 레베카가 옷을 살짝 잡아당기더니, 귓속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이래도 괜찮아?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니야?”
기존의 계획은 밀거래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세운 거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마그네스에서 볼타 자작의 딸을 납치했고, 미라큘 남작에게 넘기려고 한다는 걸.
“기존의 계획은 도움이 안 돼.”
이미 설명은 한 번 했다.
그럼에도 불안해하는 건,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처음 배웠을 때, 똑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 불안한 그런 느낌이랄까.
“나만 믿고 따라와.”
레베카의 어깨를 살짝 두드린 후, 조금 더 안쪽으로 움직였다.
녀석들의 감시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우리 쪽에선 상대를 감시할 수 있는 곳. 조용히 숨을 죽이고 감각을 증폭시켰다.
드드드드!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공터에 있는 자들도 들었는지 무언가 손짓을 보냈다.
망원경으로 상태를 확인했다.
매복조는 언제라도 화살을 쏠 수 있는 상태로 공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감이 흘렀다.
말발굽 소리와 수레바퀴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마그네스 조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 먼저 와 있었네?”
말에 탄 자가 손을 들며 인사했다.
그러자 공터에 나와 있던 세 명 중, 가운데 서 있던 푸른 로브의 사내가 앞으로 한 발짝 걸어 나왔다.
“물건은?”
“제대로 가져왔지, 랑토!”
수레 마차에 타고 있던 조직원이 허름한 로브를 데리고 내렸다. 로브를 벗기자 볼타 자작 영애의 모습이 드러났다.
얼굴에 든 멍.
입가에 흐른 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공포에 몸을 떨고 있었다.
“우리가 원했던 건 최상급 상태였을 텐데.”
“워낙 반항이 거칠어서 말이야,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에 탄 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을 본 푸른 로브의 사내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던졌다.
“약속한 대금이다, 물건을 넘겨.”
“그냥 죽이긴 아까운데, 한 번만 하고 넘겨도 되냐?”
“값은 지불했다.”
“예예. 랑토!”
랑토라 불린 조직원이 자작 영애를 푸른 로브에게 넘겼다.
그녀를 받아든 순간.
파앙!
다수의 화살이 둘을 향해 쏟아졌다.
말에 타고 있던 자가 자리를 박차며 허리춤에 있던 검을 휘둘렀다.
화살을 쳐 내고 마나를 사용했다.
서걱!
푸른 로브의 뒤에 있던 두 명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랑토가 숲 쪽으로 움직였다.
“끄아아아악!”
“젠장……!”
“너희가 우릴 엿 먹이려는 거. 모를 줄 알았냐?”
챙!
둘의 검이 부딪쳤을 때.
옆에 있는 레베카를 보며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