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32)
31화 특임 7단 (4)
특진과 단독 임무.
그 두 개를 위해선 저 둘을 산 채로 체포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죽으면 완벽한 임무 수행이라 할 수 없으니까.
타닥!
지면을 박차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들면서 하르데 쪽으로 휘둘렀다. 크게 휘두른 검에 하르데가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 틈에 레베카가 움직였다.
수갑을 빠르게 꺼내서 기사를 제압하려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하르데가 목을 좌우로 꺾으며 웃었다.
“쥐새끼까지 끌어들인 거냐?”
“하르데, 널 탈옥범으로 체포한다.”
“내가 누군진 알고 온 모양이네.”
하르데.
주된 무기는 쌍검. 실력과 경지는 현재 나와 비슷하지만, 실전 경험은 녀석이 훨씬 많을 거다.
저 검에 죽은 인원이 몇천 명을 넘어설 테니.
주의할 점은 쉴 틈 없이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연속 공격. 그리고 하르데가 가진 특별한 힘.
그걸 조심해야 한다.
스르릉!
하르데가 두 개의 검을 뽑아 양손에 쥐었다. 길게 늘어트린 양팔. 온몸에 빈틈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 있단 거겠지.
검 자루를 꽉 쥐며 자세를 잡았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마그네스 조직원이었던 다르만과 싸울 때는 경험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나도 자신이 넘친다.
팟!
바닥을 박차며 빠르게 이동했다.
가볍게 검을 휘두르면서 상대를 파악했다.
챙!
챙!
하르데가 빠르게 받아쳤다.
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빈틈을 내보였지만, 하르데는 들어오지 않았다.
챙!
챙!
호흡을 빠르게 가져가면서 질풍베기를 사용했다. 몸이 단숨에 도약하면서 검에서 마나가 뻗어 나갔다.
카가가강!
쌍검이 교차하면서 검을 막았다. 녀석이 역으로 힘을 주었다. 이대로면 검이 부러질 거다.
흐읍!
검을 뒤로 빼 보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검 자루를 놓고 몸을 회전시키며 발에 힘을 실었다.
부웅!
팡!
허공에서 터진 발차기.
동시에 떨어지는 검을 잡아들었다.
녀석이 거리를 벌렸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들리지 않았다. 하르데와 마주친 눈.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움직임부터 호흡까지.
전부 눈에 담아 정보로 삼았다.
“까다로운 새끼.”
나도 같은 생각을 하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르데가 자세를 바꿨다. 검 두 개를 나란히 가로로 눕혔다.
그 순간.
하르데의 몸에서 초록 연기가 흘러나와 검을 뒤덮었다. 녀석이 가진 특별한 힘. 그건 바로 독공이다.
독을 만들어 내는 특별한 힘.
하르데가 만들어 낸 독의 기운이 두 개의 검을 휘감았다.
“스치면 사망이니 잘 피해 봐.”
이제 진짜 시작인가.
하르데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날카로워진 눈매와 비틀린 입, 사냥개를 보는 듯한 살벌함. 물어뜯어 먹겠다는 목표가 훤히 보였다.
스슥!
하르데의 모습이 사라졌다.
세상이 붉게 변했다. 감각을 끌어올리며 아라키스의 눈에 집중했다.
왼쪽에서 나타나는 두 개의 실선.
마나를 휘두른 검을 들어 올려 공격을 막으려는 찰나, 왼쪽에서 보이던 실선이 사라졌다.
스슥!
오른쪽 시야 끝에 보이는 실선.
내가 반응하는 걸 보고, 바로 검로를 바꾼 거다. 실로 엄청난 반응 속도다. 다급하게 검을 꺾었다.
캉!
검에 묵직한 힘이 실렸다.
발을 움직이며 검에 실린 힘을 흘렸다. 검을 비틀어 정면을 보며 크게 휘둘렀다.
돌풍베기.
거대한 바람이 일어나며 정면을 휩쓸었다. 뒤이어 묵직한 기운이 바람을 가르고 날아왔다.
지독한 냄새가 났다.
녀석이 만들어 낸 독이 내뿜는 냄새. 그것을 들이켜는 순간. 목이 턱하고 막혀 오며 타들어 갈 것 같은 고통이 쏟아졌다.
“내가 얘기했잖아, 스치면 사망이라고.”
하르데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화의 힘.
불사조에게 얻은 특별한 힘이 몸속에 뛰어다니는 독들을 잡아먹었다. 고통을 느끼기 무섭게 고통이 사라졌다.
반응이 살짝 느리지만.
찰나의 고통만 참는다면 하르데를 상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후우… 겨우 이 정도야? 실망인데.”
“해독시키는 아티팩트인가. 그렇다면 아티팩트가 쓸모없어지게 만들면 되지.”
다시 하르데가 움직였다.
이번엔 정면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양손에 들린 검이 날개처럼 뻗었다가 이내 빠르게 쇄도했다.
챙!
챙!
챙!
간을 보듯 느리게 날아오던 검날이 한순간에 빨라졌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속도. 감각에 몸을 맡겼다.
서걱!
팔이 베이고.
서걱!
허리가 베이고.
서걱!
다리가 베였다.
하르데의 검이 베고 지나간 자리가 따끔거렸지만, 정화의 힘으로 빠르게 고통이 가라앉았다.
이를 악물며 버텼다.
나 또한 속도를 끌어 올리며 하르데의 검을 마주했다. 점점 적응하기 시작한 몸. 녀석의 검이 보이기 시작했다.
레베카와 하르데.
둘 다 빠른 공격 스타일을 추구하는 검사들이었고, 그 경험이 쌓여서 연격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가 빠르게 쌓였다.
[검성의 깨달음 체득률 19%]챙!
하르데의 검을 튕겨 내고, 마나를 전신에 퍼트렸다. 육체를 강화시키고 속도를 끌어 올렸다.
연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사용하지 못했던 하룬겔의 세 번째 초식.
폭풍베기.
“흡!”
일순간 모든 것이 느려졌다.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이는 하르데.
그를 향해 발을 뻗었다.
가볍게 튕겨 나가듯 몸이 움직였고, 깃털보다 가벼워진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마나를 담은 검격이 수십 갈래로 갈라졌다.
모든 검로를 마쳤을 때.
느려졌던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폭풍이 몰아쳤다.
카가가가강!
하르데의 검이 부서지고.
촤아악!
하르데의 팔다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커헉!”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자각하지 못한 하르데의 동공이 커졌다. 그리곤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검성의 깨달음 체득률 20%] [카이로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 *
해리스는 차분하게 상황을 바라보았다.
레딘이 하르데를 제압했고.
레베카가 기사를 제압했다.
그 과정에 있어서 둘은 어떠한 실수도 하지 않았다. 계획이 달라졌지만 당황하는 모습이 없었다.
전혀 신입답지 않은 모습.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들을 데려온 거야.’
특히, 레딘이 하르데를 제압했을 때 보여 준 검술은 해리스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정말 눈 깜짝하는 사이.
레딘에게 당한 하르데조차 자신이 당한 이유를 알아채지 못했다. 동그랗게 뜨고 있는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실전에서 더 강해지는 건가.’
해래스의 눈이 레딘을 주시했다.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하르데와 기사를 완벽하게 제압하고 나머지 기사들을 학살하던 랑토에게 달려들었다. 해리스에게 했던 것처럼, 둘은 환상의 호흡을 보여 주며 랑토를 제압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해리스가 가지고 있던 정보.
체포조에서 수년간 그리고 다수의 경험담을 통해 만들어 낸 신입 교육 매뉴얼에 이런 상황은 없었다.
“레베카, 네가 자작 영애를 맡아서 무슨 일이 겪었는지 알아봐. 나는 기사를 통해 알아볼 테니까.”
레딘이 레베카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모습에 실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제압까진 성공하더라도, 그 뒤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레딘은 달랐다.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을 오래 했던 것처럼, 능숙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난놈이네.’
데이론을 보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알고, 어떤 상황이 와도 빠른 판단력으로 헤쳐 나가는 순발력.
그래서인지.
레딘 못지않게 뛰어난 자질을 가진 레베카가 끌려다니고 있었다.
-데이론 이 괴물 새끼, 너랑 안 다녀.
-아, 왜. 나랑 같이 다니자.
-꺼져!
데이론의 압도적인 임무 수행 능력을 질투하던 리에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조만간… 따로 움직여야겠네.’
레딘은 사실상 단독 임무에 들어가도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따로 움직이는 편이 레베카에게 더 도움이 될 거다.
해리스는 발걸음을 옮겼다.
정리된 현장에 들어서자, 레딘과 레베카가 다가왔다. 레딘이 자세를 바로 하고 임무 보고를 시작했다.
“미라큘 남작이 볼타 자작의 영애를 살해하고, 그 죄를 마그네스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던 정황과 영상 기록을 확보했습니다.”
“목적은?”
“마그네스와 볼타 자작을 싸우게 만들려고 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게 해서 미라큘 남작이 얻는 건?”
“마그네스에게 잡힌 약점을 없애고, 볼타 자작의 자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적은 정보 속에서 핵심을 꿰뚫는 눈까지.
해리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레딘을 인정했다. 리에나의 말처럼, 이 녀석은 다르다.
‘두 달은커녕 일주일도 안 걸리겠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상념을 털어 낸 해리스는 앞에 서 있는 레딘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한번 마무리까지 확실하게 지어 봐.”
“현장은…….”
“내가 마무리할게, 가 봐.”
* * *
미라큘 남작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다그닥!
다그닥!
점점 가까워지는 마차에는 볼타 가문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마차가 멈춰 서고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내렸다.
볼타 자작.
4개의 남작령이 포함된 자작령을 다스리는 자이자, 조상부터가 대대로 귀족이었던 순혈 귀족.
걸음걸이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딸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의 발걸음은 고귀함을 품고 있었다. 천천히 성안으로 들어오는 볼타 자작을 보며, 미라큘 남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그네스 쪽은 어떻게 됐지?”
남작의 질문에 뒤에 있던 기사가 답했다.
“임무를 수행하는 중일 겁니다.”
“차질이 생겨선 안 돼.”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으니, 곧 연락이 올 겁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최근 들어 마그네스의 간섭이 심해졌고, 마치 자신들이 귀족인 것처럼 약점을 쥐고 흔들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녀석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획을 세웠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을 한 방에 없앨 수 있는 완벽한 계획.
‘이번 기회로 자작에 올라서는 거야.’
똑똑!
“볼타 자작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문 너머로 들리는 하녀의 말에 미라큘 남작이 몸을 돌렸다. 문으로 다가가자 기사가 문을 열었다.
미라큘 남작은 걸음을 옮겼다.
손님을 맞이하는 방에 도착했다. 안에는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볼타 자작이 있었다. 그의 살벌한 눈빛이 미라큘 남작을 향했다.
“여전히 예의가 없군.”
원래라면 미라큘 남작이 1층에서부터 볼타 자작을 맞이했어야 했다.
그러나 아쉬운 건 볼타 자작이다.
미라큘 남작은 속으로 웃으면서, 겉으로는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깊게 숙였다.
“자작 영애에 대한 조사를 하다 보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앉지.”
볼타 자작의 허락에 미라큘 남작은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옆에 있던 하녀가 차를 내왔다.
“심신을 차분하게 해 주는 차입니다. 한입 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평소라면 싸구려라고 한마디 했을 볼타 자작이 찻잔을 들어 올렸다. 겉으로는 담담해도 속으로는 아닌 모양이었다.
홀짝.
‘됐군.’
저 차에는 심신을 차분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닌, 반대로 정신을 날카롭게 만들어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성분이 담겨 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영애님은 마그네스에서 납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그네스라…….”
“아무래도 자작님의 영지에서만 재배되는 화랑꽃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꽈드득!
볼타 자작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내 딸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낸 건가?”
“빠르게 알아보는 중입니다.”
“할렌! 지금 당장 영지로 돌아가서 기사들을 전부 불러들여라. 백작님께도 연락을 보내서 지원을 받아.”
볼타 자작의 뒤에 있던 기사가 고개를 숙인 뒤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미라큘 남작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쩌시려고… 기사들을…….”
“내 딸을 건드렸으니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지. 감히 하찮은 범죄자 따위가 귀족을 건드리다니.”
콰앙!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미라큘 남작의 미간이 찌푸려짐과 동시에 곁에 있던 기사가 움직였다.
문을 여는 순간.
문이 부서지면서 기사가 뒤로 쓰러졌다. 부서진 문 너머로는 검은 머리카락에 망토를 두른 남자가 서 있었다.
압도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자.
그의 시선이 미라큘 남작을 향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
“버닝헬 소속 특임 7단 레딘이라고 합니다.”
레딘의 손에 찰랑이는 수갑.
“미라큘 남작, 당신을 볼타 자작 영애 살인 미수 및 마그네스 특별법 위반으로 현장 체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