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5)
45화 미궁 도시 자르칼 (3)
붉은 나뭇잎을 가진 나무들이 길게 나열된 숲길. 그 끝에는 화려한 전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월녀문.
애드리안 왕국에 속한 특수 집단이자, 대륙에서 손꼽히는 3대 검사, 검후가 이끌고 있는 신비검문이다.
“멀다, 멀어.”
데이론은 길을 따라 걸으며, 이번 지옥 대전의 참가자를 떠올렸다. 차기 월녀문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여인.
실력이 뛰어나고 성품도 뛰어난 편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월녀문이라면 따로 검증이 필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들린 건 그들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헛걸음만 아니길 빈다.”
그렇게 천천히 길을 걷다가.
삐이이이익!
익숙한 새소리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푸른 매가 데이론의 손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특임단에서 키우는 영물.
파랑매.
특임단의 위치를 찾아내는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 마계나 천계 같은 곳이 아닌 이상, 파랑매가 찾지 못하는 일은 없다.
“보고서?”
데이론은 파랑매의 발에 묶여 있는 종이를 뽑았다. 끈을 풀고 보낸 이를 확인하니, 레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보고서]-테리의 부하 두 명과 접촉했지만 전투 도중 둘 다 사망.
-사망 직전에 흑룡파의 아지트를 알아냄.
.
.
.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거였다.
흑룡파를 이용해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테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기다리겠다.
“제법인데.”
레딘의 판짜기 실력에 감탄했다.
이런 건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타고난 감각과 세심한 계획,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자신감까지.
그런 면에서 레딘은 타고났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처음 레딘을 봤을 땐, 젊은 패기 하나뿐이었다. 성적표에 나와 있는 수치는 거의 꼴찌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니까.
근데 그 패기가 마음에 들어 뽑았다.
죄수들을 상대하는 것에 있어서 주저 없이 행동하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머진 가르치면 되고, 충분히 그럴 만한 환경도 갖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레딘은 스스로 증명했다.
“짜식.”
데이론의 입가에 핀 미소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스슥!
보고서에 몸조심하고, 테리를 만나면 꼭 보고 먼저 하라는 내용을 적어 파랑매를 날려 보냈다.
파다닥!
저 멀리 날아가는 파랑매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정면에 있는 월녀문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한동안은 잠잠할 테니, 맘 편히 움직일 수 있겠네.”
히죽.
데이론은 자꾸 피어오르는 미소를 자제하며 월녀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두 명의 여인이 앞을 가로막았다.
“어디서 오셨나요?”
“버닝헬 특임 7단 단장, 데이론이라고 합니다.”
“어떤 일로 오신 거죠?”
“이번 지옥 대전에 참여할 참가자와 관련해서 검후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여인 중 하나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지금 문주님은 바깥에 계세요.”
“이런… 젠장. 그럼 부문주님은 계십니까?”
“안내하겠습니다. 들어오시죠.”
* * *
흑룡파를 떠난 지 오 일째.
흑룡파의 아지트 근처에는 텔레포터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마차를 타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가려는 목적지가 흑룡파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점이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와 마차가 굴러가는 소리. 조용히 눈을 감고 듣고 있다 보면 묘한 박자감에 몸이 나른해진다.
“손님, 목적지에 다 와 갑니다.”
마부의 말에 감기려던 눈을 떴다.
손을 들어 커튼을 열자, 작은 창문 너머로 목적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검게 물든 넓은 땅.
그 중심에 있는 구멍 세 개.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구멍의 사이에는 다양한 건물들이 올라가 있고, 많은 사람이 오고 갔다.
미궁 도시 자르칼.
저 세 개의 구멍은 미궁으로 들어가는 길이며, 구멍 안에는 엄청난 숫자의 던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마신교가 남기고 간 흔적.
각 왕국에서 토벌대를 보냈지만, 너무나 많은 양에 처리가 쉽지 않았고 모험가들을 고용해서 대신 미궁을 토벌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드가 발달했고, 사람이 모이면서 도시가 빠르게 성장했다.
“속도를 올리겠습니다, 이랴!”
마부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자르칼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자르칼로 들어가기 전, 검문소에 들러 미리 마련한 위조 신분증을 넘겼다.
“들어가십시오.”
마차가 자르칼 내부로 들어섰다.
하얀 벽돌로 이루어진 길.
그 길을 따라 마차가 움직였다.
“신입 길드원 모집합니다!”
“1번 미궁에 들어갈 용병 구합니다!”
“불 마법 사용 가능한 마법사 없나요?”
미궁의 주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파티를 꾸리고 있었고, 중심으로 들어가자 번화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이어볼 마법 스크롤 한정 판매합니다! 특별히 오늘만 할인가에 모시고 있습니다!”
“고장 난 게 있으면 다 고쳐 드립니다.”
“미궁 구경도 식후경! 맛있는 음식부터 먹고 시작하세요!”
숙소부터 시작해서.
음식점, 대장간, 마법 상점 등등.
미궁 도시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활기가 느껴졌다.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부에게 돈을 건네고 마차에서 내렸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게임에서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몸을 움직였다.
주변을 구경하면서 한 가게 앞에 섰다.
미궁 도시 자르칼에서 한창 퀘스트를 깰 때, 작명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도착했겠지?”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다.
불사조의 힘을 얻었을 때 만났던 마부. 저번에 시켰던 포션 제작자 보르도에 대한 보고도 들을 겸.
이곳에서 시킬 일이 있어, 흑룡파를 떠날 때 연락을 넣어 놨다.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가게는 조용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구석진 자리에 있는 남자를 보고 걸음을 옮겼다.
마부 레토.
노예 상인의 밑에 있었을 땐 얼굴이 찌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준 돈으로 잘 먹고 사는지 때깔이 좋아졌다.
“여깁니다.”
레토가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었다.
그에게 다가가 맞은편에 앉았다.
“잘 지냈어?”
“그럼요. 바하드 님 덕분에 완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배고프다, 일단 밥부터 시키자.”
“제가 요 며칠 기다리면서 몇 개 먹어 봤는데. 진짜 여기 음식 먹으면 눈물이 주륵 흐릅니다.”
호오.
한때 유저들끼리 쓸데없는 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눈물이 주륵주륵이란 가게의 음식이 맛있어서 눈물이 나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그땐 결론이 나질 않았는데.
“그렇게 맛있어?”
“쓸데없이 맵고 짜기만 합니다. 너무 매워서 눈물이 안 흐를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론 가게를 옮기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러자.”
가게를 나와 근처에 적당한 손님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 해물 파스타가 정말 기가 막힙니다.”
“맘껏 주문해.”
“사장님, 여기 매콤 해물 파스타 두 개랑 암소 스테이크 두 개, 빵 추가로 더 주세요!”
깔끔하게 주문을 마친 레토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바하드 님이 제 목숨을 건져 주신 덕분에 요즘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래?”
“예. 이번에 제 딸이 레샤 왕국의 마법 유망주로 마탑에 들어갔습니다. 마법사님들이 보실 때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군요. 하하하하. 바하드 님이 레샤 왕국에 보내 주시지 않았으면 정말…….”
레토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뭐든지 맡겨만 주세요. 제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하는 거 봐서.”
가볍게 물로 목을 축였다.
이제부턴 중요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다.
마나를 이용해 소리가 나가는 걸 차단했다.
“내가 조사시켰던 건 어떻게 됐어.”
“아, 그 보르도라는 사람 말씀하시는 거죠?”
고개를 끄덕였다.
보르도가 만들 각종 포션을 선점해서 사업을 벌이기 위해, 레토에게 보르도를 찾으라고 지시했었다.
“그래.”
“제가 알아낸 인원은 총 5명입니다. 전부 레샤 왕국의 수도에 있고, 두 명은 마법사 출신이었습니다.”
“혹시 빼먹은 게 없나 확인해 보고, 그 다섯 명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봐. 마법사 쪽은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예. 물론이죠.”
그 뒤론 음식이 나와서 차단막을 치우고 밥 먹는 데 집중했다.
해산물을 싫어하는 편인데.
매콤 해물 파스타는 그런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스테이크는 입에서 녹아내렸고, 파스타 소스에 빵까지 찍어 먹으니 진짜…….
“맛있네.”
“제가 몇 군데 알아놨습니다. 저녁은 바비큐집으로 가시죠.”
“기대되네.”
배를 든든하게 채운 뒤, 탄산수로 입가심을 했다. 계산을 마친 레토가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그럼 전 이제 어떻게 할까요? 돌아가서 보르도에 대해 계속 알아볼까요?”
“아니. 할 일이 있어. 미궁 도시에서 요정을 찾는 사람을 알아봐 줘.”
“뭔가 특별한 생김새라던가 특징 같은 건 없습니까?”
“거지야.”
“예?”
“버려진 구역에서 찾으면 나올 거야. 혼자 들어가기 그렇다면 길드에 의뢰를 넣어 봐.”
“알겠습니다.”
레토와 함께 가게를 나왔다.
뒤따라 나온 레토가 옆에서 물었다.
“숙소로 바로 가십니까?”
“아니. 들릴 데가 있어.”
“그럼 여기.”
레토가 무언가를 건넸다.
종이와 열쇠.
“제가 미리 잡아 놓은 숙소입니다. 방 두 개를 잡은 거니 편안하게 쓰시면 됩니다. 요건 주소고, 이건 키입니다.”
이거 생각보다 편하네.
“전 최대한 시키신 일을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저녁 때쯤 숙소에 계시면 제가 맛집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때 보자.”
“예!”
레토와 헤어진 뒤, 상가가 몰려 있는 골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길거리에 중간쯤 모여 있는 마법 물품 상점.
여러 개의 상점이 모여 있었고, 그중엔 사람이 많은 곳과 적은 곳이 있었다.
일단 사람이 가장 많은 [마법사의 보물 창고]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대기하던 종업원이 다가왔다.
슬쩍 나를 위아래로 흘겨보며 견적을 짜는 눈빛을 보내길래, 주머니에서 보석 하나를 꺼내 넘겼다.
흑룡파의 아지트에서 주었던 보석.
“어서 오십시오! 필요한 물건을 말씀해 주시면 바로 찾아드리겠습니다.”
힘이 바짝 들어간 종업원에게 몇 가지를 주문했다.
“하급 아공간 주머니 하나, 기초 마법 스크롤 종류별로 10장씩, 2서클 속성 마법 종류별로 10장씩, 마법 텐트 하나랑 식수용 물탱크, 음식 보관 상자까지.”
“꿀꺽… 고객님, 이 보석만으로는 그 물건들을 전부 구매하시기 힘드십니다.”
주머니에서 보석 두 개를 더 꺼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종업원이 빠르게 사라지고, 정말 잠깐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공손하게 양손을 내밀었다.
그 위에 놓인 파란색 주머니.
“VIP 고객님이 되신 특전으로 아공간 주머니를 중급으로 업그레이드해 드렸습니다. 저희 가게를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머릿속에 창고 같은 것이 그려졌고, 그 안에 내가 얘기했던 물건들이 담겨 있었다.
속성 마법 스크롤 하나를 떠올리자, 손에 스크롤이 나타났다. 그걸 다시 창고에 넣는 상상을 하자 손에 있던 스크롤이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쓰는 거구나?
“가 볼게.”
“앞으로도 자주 이용 부탁드립니다!”
그 이외에도 대장간에 들러서 명검 카이로 대신 쓸 것을 구매하고, 가죽 갑옷과 입고 다닐 여분의 옷을 구매했다.
그렇게 번화가를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눈앞의 색이 반전되더니 초록색의 선이 일렁거렸다.
아리키스의 눈의 발동.
“기연?”
초록색의 선은 꽤 가까운 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주점. 그곳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끼이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마셔라! 마셔!”
성인 허벅지만 한 술잔을 들고 있는 여성이 보였다.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라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대륙 3대 검사 중 한 명이자.
동시에 월녀문을 이끌고 있는 문주.
검후 진소월.
기연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호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