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49)
49화 요정을 꿈꾸는 소년 (2)
요정을 꿈꾸는 소년.
그가 원하는 요정들의 해방을 위해선, 미궁의 최하층에 내려가야 한다.
최하층으로 가는 방법은 하나.
삼대장이라 불리는 비숍, 나이트, 룩급 던전들을 소멸시키다 보면 퀸급 던전으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그 안에 봉인된 요정들이 있다.
그곳까지 내려가기 위해선 혼자서도 삼대장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골드 등급이 필요했다.
다소 어그로가 끌리겠지만.
어그로를 이용해 길드만 잘 고른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좋은 조건을 골라서 맞춰 가면 되니까.
제일 중요한 어그로는 저 시험관이 알아서 끌어 줄 테니, 난 던전만 공략하면 된다.
“여깁니다.”
지하 4층이라 불리는 지역.
1층과는 차원이 다른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던전에서도 진득한 마기가 흘러나왔다.
그 앞에 선 시험관이 녹음기를 내밀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골드 등급 테스트를 보는 건 본인의 의지이며, 사고가 일어날 시 연합에서는 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겁니다.”
“예. 확인했습니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시험관을 두고 던전으로 들어갔다.
시야가 어두워지더니 감각이 상실됐다. 이젠 이 느낌도 익숙했다. 잠시 기다리자 모든 감각이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공동묘지.
철로 된 울타리 안에 다수의 묘지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검과 지팡이가 달린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나이트(Knight)급 던전.
강력한 공격에 특화된 보스가 이 안에 있다는 뜻이다. 머릿속에 있는 보스들의 정보를 떠올렸다.
묘지와 관련된 보스는 다섯.
그중 나이트급 던전에 나오는 녀석은 둘.
저번과 다르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기 때문에 누가 나오던 그리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스릉!
허리춤에 있는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가볍게 손목을 풀면서 검을 한 두 바퀴 돌리곤 묘지 안으로 들어갔다.
지면을 밟는 순간.
바닥에서 진동이 울리며 묘지의 봉분들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해골 병사들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얼핏 보면 그냥 해골 병사라고 할 수 있지만, 저 녀석들은 조금 다르다.
이곳은 요정의 땅.
마신교는 던전을 만들 때, 자신들이 잡은 요정들을 사용했다. 그중에서도 저 정도 골격을 가진 종족은 딱 하나다.
엘프.
기본적으로 몸이 날랜 존재들. 검술, 궁술 가릴 것 없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딱딱딱딱.”
한 놈이 먼저 달려들었다.
한 번 죽고 시체로 부활했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보단 몸놀림이 더디겠지만.
그래도 공격 하나만큼은 날카로웠다.
챙!
해골 병사의 검을 쳐 냈다.
빈틈이 드러났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왼손으로 해골 병사의 머리를 잡고 정화의 힘을 사용했다.
혹시나 정신이 잠깐 돌아올까 싶어서 시도해 봤는데, 마기가 정화되는 순간 가루가 되어 바람에 사라졌다.
의지조차 남지 않은 존재라 그런가.
“이러면…….”
사방에서 달려드는 해골 병사들을 향해 돌풍베기를 사용했다. 한 바퀴 회전과 함께 돌풍이 일어나 주변을 휩쓸었다.
정화의 힘이 담겼기에.
해골 병사들은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묘지에 만들어져 있는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해골 병사들을 정리하며 묘지 깊은 곳으로 들어서자, 큰 봉분이 하나 나왔다.
쩌저적!
봉분이 갈라지면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안에서 반은 해골의 모습이고, 반은 엘프의 모습인 몬스터가 걸어 나왔다.
그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타락한 정령.
“타락한 정령 검사.”
일반적인 엘프 병사들과 다르게 정령술까지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실력이 뛰어난 녀석이란 뜻이다.
그에 걸맞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약한 몸을 가지고 있다.
그걸 노리면 승기는 쉽게 잡을 수 있다.
검을 잡고 제대로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엘프 검사가 빠르게 달려와 검을 휘둘렀다. 상대의 검을 쳐 내고 몸을 회전하며 검에 힘을 실었다.
후웅!
공중에서 도약을 하며 엘프 검사가 검을 피했다.
씨익.
검을 휘두르며 생긴 바람의 길.
그 안으로 질풍베기를 사용하며 파고들었다. 한층 빨라진 속도에 힘을 실어 엘프 검사를 노렸다.
상대가 다급하게 검을 들었지만.
콰아아아앙!
그대로 봉분에 처박혔다.
꽤 강력한 한 방이었지만, 이걸로 저 녀석을 처리하진 못 한다. 검에 담긴 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크르르르…….”
부서진 가슴을 움켜쥐며 일어서는 엘프 검사. 그의 어깨에 달려 있던 검은 정령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타락한 생명의 정령.
말 그대로 생명력을 빠르게 회복시켜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 녀석이 있는 한 정령 검사를 잡는 건 쉽지 않다.
확실한 한 방이 아니라면 절대 죽일 수 없달까.
“오히려 좋아.”
검술을 좀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데.
그 적수로 저 타락한 정령 검사가 딱이었다.
거기다.
시간이 나면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다양한 마법 스크롤들을 이용해 볼 생각이다. 게임에서만 쓰이던 잡기술들이 이곳에서도 먹히는지.
검을 고쳐 잡으며 고개를 꺾었다.
“어디, 진하게 한번 놀아 보자.”
* * *
진소월은 주점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게 주인이 직접 진소월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럼주 대회 때 참가하셨던 분이군요?”
“그때 먹었던 럼주 맛이 나쁘지 않았어.”
“알아주시니 감사하네요. 오늘은 어떤 걸 드시러 오셨습니까?”
“추천 하나 해 줘.”
“조금 가격이 나가긴 하는데, 저희 가게에서만 드실 수 있는 특별 담금주가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거 하나랑 안주는 알아서.”
“맛있게 조리해서 가져오겠습니다.”
주인이 떠난 뒤.
진소월은 턱을 괴고 앉아서, 아까 만났던 레딘의 모습을 떠올렸다.
얼굴은 럼주 대회 때 처음 본 거지만.
며칠 전, 제자가 잘 살아 있나 확인하기 위해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레딘에 대해서 들었다.
‘재수 없게 생겼어요.’
제자가 처음으로 질투를 느낀 상대.
대체 어떤 놈이 제자의 질투심을 이끌었는지 궁금하던 차에.
그 녀석이 제 발로 가게에 들어왔다.
제자가 말했던 인상착의와 똑같았고 무엇보다 가게로 들어오는 순간, 제자에게 묻혀 놓았던 특별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
추종향.
궁을 떠나기 직전 레베카가 월녀문에 찾아왔고, 나중에 쉽게 찾기 위해서 추종향을 묻혀 놓았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고얀 놈…….’
추종향은 씻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냄새가 오래 남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옮기려면 꽤 오랜 시간을 붙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관심은 거기까지였다.
얼굴을 본 순간, 대충의 실력이 느껴졌다. 그 순간 흥미가 팍 식었다. 그래서 주점에 온 목적이나 이루고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아까 1등 하신 분이 놓고 갔습니다.’
빚을 지곤 못 사는 성격이라, 작은 가르침이나 하나 알려 주려고 불렀다.
레딘이 검술을 펼쳤고, 다시 한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레베카가 질투하게 만든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검사라고 부르기도 뭐한 수준.
애초에 이해하라고 조언을 해 준 것도 아니었고, 네 주제를 잘 깨달으라는 의미로 던진 몇 마디였다.
그런데.
“하루 만에 달라졌지…….”
오랜 시간 동안 검술을 닦았고, 많은 사람을 가르치면서 보는 눈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박살 나 버렸다.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레딘의 기도가 하루 만에 달라져 있었다.
‘어제 주신 깨달음 덕분에 벽을 허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작은 흥미가 돋았다.
무언가 엉성한 곳이 많지만, 그 엉성한 부분을 집어 주면 그 부분은 확실하게 보완하는 특이한 놈.
가르쳐 볼 맛이 나는…….
-문주님.
진소월의 귓가에 들리는 전음.
무덤덤한 표정으로 눈만 살짝 돌려 전음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대에게 전음을 날렸다.
-한동안은 찾지 말라고 했을 텐데.
-폐하가 찾으십니다.
-자기 자식을 사지로 몰아넣는 놈한테 볼일 없다고 전해.
-거절은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쯧.
진소월은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게 주인에게 다가가 펜이랑 종이를 구해서 무언가를 적었다.
“저번에 1등 했던 꼬맹이가 오면 이것 좀 전해 줘.”
“안 드시고 가세요?”
“술은 남겨 놔. 나중에 다시 와서 먹을 거니까.”
* * *
쿵!
“끄아아아아아아아악!”
타락한 정령 검사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더니, 정령과 함께 검은 가루가 되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대상을 죽였습니다.] [저주받은 영혼을 수확합니다.]저 정령 검사는 영혼의 일부가 남아 있었단 건가.
[대상으로 변신합니다.]우드득!
혹시나 해서 변신을 해 봤는데, 내 몸이 타락한 정령 검사의 몸으로 변했다.
반은 엘프, 반은 해골.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아서 변신을 풀었다. 중요한 순간이 아닌 이상, 몬스터로 변신할 일은 없을 것 같다.
“휴우.”
바닥에 떨어진 보스 몬스터 소울을 챙겼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닌데, 두 번 공략할 동안 두 번 전부 뜨다니.
정화의 힘을 사용한 뒤.
바로 입에 넣었다.
[몬스터 소울(C)을 섭취하셨습니다.] [공격력과 몸놀림이 소폭 상승합니다.]소화를 시키고 던전을 나오자, 시험관이 제자리를 빙빙 돌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고 한 번.
뒤에서 사라지는 던전을 보고 한 번.
총 두 번 놀란 시험관이 입을 쩍 벌렸다.
“진짜… 클리어 했네요?”
“이제 골드 등급인 겁니까?”
“예… 골드 등급. 일단 길드 연합으로 돌아가시죠. 거기서 골드 등급 출입증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시험관과 함께 미궁을 빠져나왔다.
길드 연합으로 돌아오니,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시험관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휴식을 취하며 전투를 돌아봤다.
확실히 검술이 깔끔해지고, 질풍베기의 위력이 상상 이상으로 좋아졌다. 내가 검을 휘두른다는 느낌이 드는 게 가장 좋았다.
이외에도.
“흠흠. 혹시 바하드 님 맞습니까?”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대기실 입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렇습니다만?”
“해일 길드의 영업 팀장입니다. 저희 길드에…….”
그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쏟아졌다.
“좀 들어갑시다.”
“비켜 봐! 나도 좀 이야기하게.”
도떼기시장처럼 되어 버린 대기실.
“잠시만요!”
뒤늦게 시험관이 다가와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게 대기실에는 상위 길드의 영업 팀장들만 남았다.
“먼저 제안을 듣기 전에, 제가 원하는 조건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만큼 나를 원하면 남을 테고.
과하다 싶으면 떠날 거다.
난 남은 자 중에서 고르면 된다.
“제가 원하는 조건은 삼대장 던전을 공략하면서 나오는 몬스터 소울의 소유권. 이 하나입니다.”
“삼대장 던전을 공략하는 이유가 몬스터 소울 때문인데, 그걸 독식하겠단 뜻입니까?”
한 남자의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예.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가셔도 됩니다.”
잠시 고민하던 질문자만 빠져나갈 뿐, 다른 길드의 영업 팀장들은 전부 대기실에 남았다.
그들을 향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이제 길드 쪽 제안을 들어 볼까요? 저한테 얼마나 해 주실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