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0)
60화 물약 상인 보르도 (1)
물약 상인 보르도.
그의 첫 등장은 버닝헬 업데이트와 함께였다. 보르도의 등장 전까진 물약이란 개념이 없었다.
약초를 배합해서 환을 만들긴 했지만.
그 환의 효과는 정말 미미한 수준이었고, 유저들은 대부분 아이템에 재생력 옵션을 달거나 신관을 필수로 데리고 다녔다.
-이런 똥망겜.
-물약 없이 컨트롤 하는 게 베른 대륙기의 맛인데. 다 사라졌네.
-망겜 접고 현생 살러 갑니다.
유저들의 평가는 박했다.
얼마 남지 않은 유저 중에서도 일부가 떠나며, 보스 공략을 도전하는 파티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 입장에선 너무나 좋은 패치였다.
신관이 없어도 혼자 보스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건,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었으니까.
추억이네.
보르도는 대륙 전역에서 랜덤한 시간, 랜덤한 장소에 한정된 수량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물약을 구하기도 그렇게 쉽지 않았다.
한참을 찾아다녔다.
보르도가 나타난 위치나 시간을 체크하고. 그것들의 규칙이 있는지를 파악하거나 보르도의 대화 같은 것도 분석을 했다.
그렇게 알아낸 세 가지 정보.
-보르도는 부자였다.
-결혼을 했고 자식이 있다.
-레샤 왕국 마법사 출신이다.
오랜 기간을 조사했지만 나이나 성별에 대한 건 알아내지 못했다.
제일 중요한 것들을 모르다 보니, 레토가 찾아왔던 자료를 꼼꼼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총 10명의 보르도.
그중 부자였으면서 결혼을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 거기다 마법사 출신은 딱 한 명뿐이었다.
그런데 딱 한 명뿐인 그 보르도가 며칠 전 죽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다시 처음부터 줘 봐.”
“여기 있습니다.”
먼저, 마법사가 아닌 이들을 제외시켰다.
결혼은 누구든 할 수 있지만, 마법사는 재능이 있는 이들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엔 부자였던 사람.
여기까지만 남겨도 사실 딱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양피지에 적힌 보르도의 세부 내용을 확인했다.
-어린 시절 신동이라 불리며 마탑에 들어감.
-5년 전, 매지티아에서 알아주는 부자였음.
-3년 전, 소피아라는 여인과 결혼.
-2년 전, 아이를 출산했지만 불치병으로 인해 사망.
-아이가 죽은 해에 마탑에서 파문당함.
-5일 전. 사망했음.
조건만 보면 완벽했다.
“골 때리네.”
“혹시 찾던 사람이 아닙니까?”
“이거. 매지티아에 있는 보르도를 전부 찾아온 거 맞지?”
“예.”
잠시 눈을 감았다.
레샤 왕국은 다른 왕국들과 다르게 매지티아 하나로만 이루어진 나라다.
이곳에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진짜 보르도가 죽었다면, 누군가가 보르도의 이름을 이어받았을 거다. 가장 확률이 높은 건, 보르도의 아내.
“혹시 소피아도 마법사 출신이야?”
“어? 잠시만요.”
레토가 무언가를 찾더니 동그랗게 떠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예. 마법사 맞습니다.”
일단 가능성은 생겼다.
확실한 건, 보르도의 집에 가 보면 해결될 거다. 실험실이 있을 수도 있고, 소피아의 입을 통해 들을 수도 있으니까.
“나갔다 올게.”
“지금요? 저도 따라갈까요?”
“아니, 됐어.”
레토를 두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망토로 얼굴을 가리며 골목길로 들어갔다. 반스를 잡으면서 알게 모르게 소문이 퍼졌을 거다.
지금부턴 조심하는 게 좋다.
걸음을 옮겨 미로 같은 주택지를 빠져나왔다. 보르도가 사는 곳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식당들이 모여 있는 거리.
그곳을 스쳐 지나가다가 낯이 익은 얼굴에 잠시 멈춰 섰다. 레토가 가져왔던 양피지에 그려져 있던 얼굴.
보르도의 아내 소피아.
그녀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선을 돌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 역시 익숙한 얼굴이었다.
보타만 자작의 성에서 나를 막아섰던 중년의 사내. 보타만 자작의 신임을 받고 있는 그 기사가 분명했다.
“호오.”
주머니에서 망원경을 꺼냈다.
[감시자의 눈]-최대 20km 거리까지 볼 수 있다.
-특정 대상을 지정하면, 대상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물 탐색이 가능하다.
소피아와 기사를 대상으로 설정했다.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 그 둘이 대화를 나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둘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바로 옆에 자리를 잡기엔 수상해 보여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커피 한 잔과 초콜릿 케이크.”
“넵.”
주문을 하고 감각을 끌어 올렸다.
이 정도 거리면 충분히 대화를 엿들을 수 있다.
“저희가 내건 조건이면 충분히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하는데.”
“거절하겠습니다.”
“이 돈이면 빚도 다 갚을 수 있고, 평생을 고생하지 않고 살 수 있을 텐데요?”
“제 입장은 바뀌지 않을 거예요. 그만 돌아가세요.”
또각또각!
소피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빠져나갔다. 중년의 기사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주문하신 커피와 케이크입니다.”
“감사합니다.”
팁과 함께 값을 지불하고 커피를 한잔 마셨다. 천천히 케이크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중년의 기사 또한 움직이지 않았다.
나를 수상하다고 생각한 걸까.
혹시 몰라 죽은 자의 가면을 이용해 얼굴을 바꿨다. 케이크 접시를 다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몸을 돌렸다.
스치듯 중년 기사를 쳐다보았는데, 확실히 내 쪽을 쳐다보며 날선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시선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식당을 빠져나왔다.
적당히 거리를 벌리며 중년 기사의 위치를 파악했다. 의심을 풀었는지 다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피아가 갔던 길.
중년 기사는 그 뒤를 따라 거리를 벌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냄새가 나네.”
아주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 * *
보타만 자작가의 기사.
고드릭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져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욱 어두운 밤이었다.
조용히 움직이기엔 너무나도 좋은 날.
“움직여.”
그의 명령과 함께 뒤에 서 있던 자들이 움직였다.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자들이 앞에 있는 저택을 향해 달렸다.
마법사 보르도의 저택.
저곳에 꼭 가져가야 할 물건이 있다.
원래는 힘이 아닌 대화를 통해 얻으려고 했다. 서로 원하는 걸 얻으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으니까.
그러나 보르도의 아내인 소피아는 제안을 거절했다.
“곱게 넘겼으면 좋았을 것을.”
처음부터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소피아가 마법사라 쉽게 제압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이번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 버린 이상,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물건을 찾아가야 했다.
파지지직!
부하들이 마나 제어석을 이용해 저택 주변에 처져 있는 방어 마법진을 무효화시켰다.
앞으로 이 일대에서 30분 동안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소피아조차도.
먼저 움직이는 부하들을 따라 고드릭도 걸음을 옮겼다. 저택의 문이 열리고 부하들이 갈라졌다.
“으음?”
고드릭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감각을 끌어 올려서 주변에 느껴지는 기척들을 확인했지만, 전부 부하들뿐. 다른 침입자는 없었다.
‘신경이 너무 곤두섰나.’
그만큼 이번 일이 중요했다.
고드릭은 머리를 환기한 다음 걸음을 옮겼다. 여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빠르게 일을 처리해야 했다.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곳곳에 새겨진 마법진들이 보이지만, 작동하지 않는 상태. 이렇게까지 해 놓은 걸 보면 지하에 있는 실험실에 찾던 물건이 있는 게 확실했다.
지하에는 고급스러운 문이 딱 하나 있었다.
끼이이익!
문을 열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눈이 적응할 시간을 가졌다가 희미하게 내부가 보일 때 다시 움직였다.
여러 가지 계산식부터.
비커에 담긴 다양한 액체들.
곳곳에는 몬스터들의 사체들도 있었다.
“이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고드릭이 내뱉은 말과 함께 내부 어딘가에서 숨을 헛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씨익.
미소를 지은 고드릭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움직였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게 들렸다.
나무로 만들어진 옷장.
고드릭이 문을 활짝 열자, 입을 틀어막고 있는 소피아가 있었다.
“숨으면 못 찾을 줄 알았나 보네.”
“…….”
“곱게 말할 때. 실험 약이 어디 있는지 불어.”
“전… 전부 버렸어요. 이젠 이 세상에 없…….”
고드릭이 손을 뻗어 소피아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대로 잡아당기면서 옷장에서 빼냈다.
“꺄아악!”
“수작 부리지 마.”
“진짜로 없어. 다 버렸다고! 아아악!”
“그럼 널 데려가서 고문하는 수밖에 없겠네.”
짝!
고드릭은 소피아를 기절시킨 뒤, 질질 끌며 지하실에서 나왔다. 그러나 곧 수상함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진작에 뒤따라왔어야 할 부하들이 보이지 않았다.
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소피아의 머리카락을 놓으면서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나와.”
촤악!
무언가 베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순간 시야가 어지럽게 변했다.
‘어?’
목이 잘린 몸이 보였다.
그 몸이 천천히 쓰러지면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자.
찰흙을 만지는 것처럼 얼굴이 변하더니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보타만 성에 찾아왔던 신입 교도관.
‘어… 어떻게…….’
그 녀석의 실력은 고작해야 익스퍼트 중급이었다.
막 중급에 오른 햇병아리.
그에 반해 고드릭은 중급에서도 상급을 바라보고 있는 경지였다.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방심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인기척도, 검이 날아오는 것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끄르륵…….”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젠 너도 별거 아니네.”
그걸 마지막으로 고드릭은 두 눈을 감았다.
* * *
[대상을 죽였습니다.] [저주받은 영혼을 수확합니다.]그와 함께 고드릭의 기억이 흘러 들어왔다.
보타만 성에 있는 집무실.
보타만 자작이 고드릭에게 지시를 내렸다.
‘2년 전, 신체를 회복시켜 주는 물약을 개발하다가 파문당한 마법사가 있다. 최근에 그자가 죽었다고 하니, 관련 자료를 전부 가져와.’
‘알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금고를 사용해도 좋다. 네 목숨을 걸고 해야만 하는 일이니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고개를 숙인 뒤.
고드릭이 성을 빠져나왔다.
마차를 타고 움직이는 고드릭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흑마법을 이용해 마렉의 딸에게 부인의 영혼을 빙의시키려는 보타만 자작의 계획.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포션이 필요했던 거다.
기억은 이걸로 끝이 났다.
“호오…….”
보타만 자작을 잡을 그림이 그려졌다.
귀족은 원래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잡을 수 없다. 특히, 보타만 자작은 백작의 자리를 넘보는 거물.
그러나 흑마법을 사용한다면.
게임 끝이다.
“좋아.”
대략적인 그림은 그려졌고.
고개를 돌려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고드릭의 기억과 지금의 행동들을 보면, 소피아가 미래에 보르도로 활동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를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
“일단은 깨워야겠지?”
소피아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새로운 메시지가 눈에 나타났다.
[그림자의 힘이 꿈틀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