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69)
69화 두 번째 꿈 (1)
데이론은 맑은 하늘을 바라봤다.
특임 7단의 단장이 된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리에나, 해리스와 함께 입단했던 첫날부터, 거칠게 환영을 해 주었던 선배들의 얼굴까지.
참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함께했던 선배들은 목숨을 잃거나, 부상으로 특임단을 떠났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후배들이 채웠다.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나.”
곧, 특임 7단은 해체가 될 거다.
함께했던 동료들이 모두 떠나는 건 아니지만, 하나의 조직 안에서 함께했던 만큼 아쉬움이 남았다.
피식.
새삼 나이를 먹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레딘 이 녀석은 잘하고 있으려나.”
테리의 오른팔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리에나에게 건네 들은 뒤로, 레딘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알아서 잘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테리를 잡아서 자격을 증명해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좋은 소식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이제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레딘과 함께 테리를 잡으러 다닐 수 있게 됐다.
뿌우우우우우!
함선이 정박한다는 소리와 함께 갑판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함선이 멈추고 육지로 내려왔다.
“지… 진짜냐?”
“미친 거 아니야?”
죄수를 수송하는 전용 칸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난 모양이지만. 데이론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소장 루켈을 만나는 게 우선이다.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버닝헬 교도소로 움직였다. 소장실에 도착한 뒤, 비서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묻자.
“잠시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바쁘십니까?”
“잠깐 통화 중이십니다.”
잠시 소파에 앉아 보고할 내용을 정리했다.
“데이론 님, 들어오시랍니다.”
“예.”
데이론은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통신 구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소장 루켈의 모습이 보였다.
“알겠습니다, 호든 백작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락을 마친 루켈이 통신 구슬의 연결을 끊으며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
“앉게.”
“예.”
“인원 선별은 마쳤나?”
데이론은 품에서 양피지를 꺼내 루켈에게 건넸다.
“선별 명단입니다. 이중에서 지옥 대전 성적이 좋은 이들을 뽑으면 될 것 같습니다.”
루켈은 명단을 확인했다.
미리 머릿속에 담아 두었던 인물도 있는 반면, 예상에 없던 인물도 몇몇 섞여 있었다.
“걸리는 인원이 있다면 빼겠습니다.”
“아니네. 사람 보는 눈은 자네가 뛰어나니, 이대로 진행하도록 하지.”
“예.”
“그건 그렇고.”
루켈이 다리를 꼬며 물었다.
“부단장의 자리엔 누굴 세울지 고민해 보았나?”
“아직 없습니다.”
“그런가? 그럼 그 자리에는 내가 한 명 추천해도 되겠나?”
“생각해 두신 사람이 있습니까?”
“원래는 생각해 두지 않았는데, 오늘부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네.”
“소장님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똑똑!
“소장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 하게.”
데이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잠깐 기다리게. 자네도 반가워할 손님이니까.”
끼이익.
문이 열리고 레딘이 안으로 들어왔다.
“단장님?”
“레딘?”
“이리 와서 앉지.”
루켈의 말에 레딘이 데이론의 옆으로 와서 앉았다.
“호든 백작에게 들었네. 그의 도움을 받아 보타만 자작을 잡는 데 성공했다지?”
“예. 호든 백작님 덕분에 보타만 자작을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론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보타만 자작이라면 기억이 난다.
레딘이 그를 자극해서 테리를 잡는다는 계획을 들었던 적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를 잡았다니.
보타만 자작은 작위만 자작이지, 사실상 백작가에 버금가는 신임과 힘을 가지고 있는 귀족이었다.
크레인 왕국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하하하하. 놀랄 만하지.”
“이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레딘이 답했다.
“테리를 추적하던 중에 보타만 자작이 테리와 거래를 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거래?”
“오베르크 제국 실험실의 위치를 테리에게 넘기고, 보타만 자작은 흑마법서를 넘겨받았습니다.”
“흑마법서?”
“예. 자신의 딸에게 어떤 영혼을 빙의시키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의식을 치르기 전에 현장에 도착했고, 현장에서 체포를 진행했습니다.”
레딘이 자리에서 일어나 데이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너무 급하게 일어난 일이라 미처 보고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냐. 나랑 약속한 건 테리만 혼자 잡지 말라는 거였잖아?”
데이론이 웃으며 레딘의 어깨를 두들기며 고생했다고 말을 하다가.
“잠깐만. 거래를 했다면……?”
“예. 테리가 있는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그 둘을 보며 루켈이 미소를 지었다.
“지옥 대전이 끝나는 날 전까지, 테리를 잡아 올 수 있겠나?”
“할 수 있지?”
레딘이 입꼬리를 올렸다.
“예. 무조건 잡아 오겠습니다.”
* * *
버닝헬에서 나온 뒤.
데이론과 함께 숙소에 도착했다.
“일단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모여서 계획을 짜 보자.”
“알겠습니다.”
2층 숙소로 가서 씻을 거리를 챙겨 샤워실로 갔다.
촤아아아악!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뜨거운 물에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후우.”
잠시 이 느낌을 즐기면서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이름: 레딘
직업: 5급 교도관(진)
육체: 절정(上)
마나홀: 4성(上)
운: F
재능: F
보유 스킬 – 복사(EX), 타오르는 영혼(EX), 아라키스의 눈(S), 강림(S), 호접지몽(S), 그림자 술법(F)…….
[검성의 깨달음 체득률 42%]혈통(D): 마기 저항.
딱 봐도 성장한 것이 눈에 보였다.
꾸준하게 훈련을 한 덕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마쳤다.
이제 벽 하나만 넘으면 화경의 경지다.
오러 블레이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익스퍼트 상급의 수준.
흔히 소설에선 이 벽을 넘는 게 무척 어렵다고 묘사되지만, 호접지몽으로 그 벽을 단번에 넘길 수 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지?”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눕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책상에 앉았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수첩을 꺼냈다.
버닝헬 탈옥 사건까지는 정상적인 흐름대로 흘러갔지만, 그 뒤에 나비효과들이 일어나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빨라졌다.
케르베로스가 설립되고 처음 잡았던 반스는 이미 감옥에 있고, 테리 또한 머지않은 시기에 잡히게 될 거다.
시작점이 달라졌다.
지옥 대전 이후 케르베로스가 시작 되는 순간, 바로 마그네스와 전쟁이 일어난다고 봐도 무방했다.
“카예스 바디올라.”
마그네스를 이끄는 수장이자.
화경의 끝에 도달한 익스퍼트 상급.
오러 블레이드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녀석을 잡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
이번에 호접지몽을 얻으면서, 복사 스킬의 사용 횟수는 4회가 남았다.
“그걸 먼저 얻어야겠네.”
노트에 적힌 우선순위를 조금 바꿨다.
마그네스와의 전쟁을 시작하게 되면, 자주 가게 될 지역에서 복사할 스킬.
또, 그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히든 피스 같은 것들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새기고 침대 위에 누웠다.
[마지막 꿈을 꿉니다.]* * *
나는 철이다.
내 고향은 호르돈 광맥의 깊은 곳이며, 수많은 형제와 함께 자라왔다. 그러나 난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자연에 흐르는 마나를 몸에 담기 시작했고, 오랜 시간 동안 마나를 축적하며 새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나를 발견한 이는 이렇게 불렀다.
‘만년한철.’
그날 난 고향을 떠났다.
날 데려간 이는 드워프라는 종족이었으며, 엄청나게 큰 화로를 이용해 내 몸을 만지작거렸다.
깡! 깡! 깡!
청량한 소리가 울리며 내 몸은 조금씩 변했다. 돌덩이 같은 조잡한 모습에서 기다란 날을 가진 형태로.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날 만든 드워프는 세월을 이겨 내지 못했다. 마지막 망치질과 함께 드워프는 내 몸을 뜨거운 기름에 담갔다.
‘아아…….’
드워프는 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눈물을 흘렸다.
‘명검이로구나.’
드워프는 그렇게 두 눈을 감았다.
활활 타오르던 화로의 불씨는 점점 꺼져 갔고, 차가운 동굴 안에서 난 드워프의 뼈가 삭아서 사라질 때까지 함께 있었다.
문득, 궁금했다.
드워프는 날 처음 본 날, 만년한철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죽기 전에는 명검이라고 불렀다.
난 철일까, 검일까.
그리고 검은 대체 뭘까.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찾아왔다.
그는 날 발견하고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명검이…….’
저 사람 또한 날 검이라고 불렀다.
그래. 나는 검이다.
검으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인간을 따라 동굴을 빠져나갔다. 그는 날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탐욕스러워 보였던 얼굴.
새로운 주인은 날 벽에 걸어 놓았다. 검집이란 곳에 가두었고, 또다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답답했다.
검집이란 건 너무나 갑갑했고, 몸이 근질거렸다. 이게 검으로서의 삶이라면, 난 검이 되고 싶지 않았다.
챙!
‘끄아아악!’
‘넌 누구냐!’
‘알 필요 없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
그 차가운 목소리에 몸이 떨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이 내 몸을 잡았다. 손에 묻어 있던 피 냄새가 짙게 느껴졌고,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검을 처박아 뒀다니… 반갑다.’
새로운 주인은 날 검집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그의 손에서 난 자유를 누렸고, 살육의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희열.
무척이나 즐거웠다.
검이란 이런 삶이었구나. 무언가를 베고 가르고 죽이고. 생명을 앗아 가는 것이구나.
난 주인을 따라 세상을 돌아다녔고, 나이가 든 주인은 어린 주인에게 나를 넘겼다.
‘반가워. 난 하룬겔이야. 넌 이름이 뭐야?’
‘흐음. 이름이 없다면 내가 지어 줄게.’
‘카이로. 어때? 멋있지.’
활기찼던 어린 주인.
하룬겔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 휘두른 검이 나였고, 첫 살인을 했을 때 사용했던 검도 나였다.
그의 모든 삶과 함께했다.
어린 주인은 전장에 끌려갔고, 어린 나이에 사람을 죽여야 했다
살기 위해서.
어린 주인은 악과 깡으로 버티고 버텨 내면서 나와 함께 살아남았다. 어린 주인을 죽이려는 이는 전부 내게 목숨을 잃었다.
또다시 오랜 시간이 흐르고.
밤하늘을 바라보던 하룬겔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내가 곧 검이고, 검이 곧 나이니.’
그 순간, 모든 게 혼동스러웠다.
나는 검인 건가.
아니면 하룬겔인가.
-너는…….
그때 새로운 기억이 들어왔다.
‘명검 카이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남자가 한 창고에서 나를 집어 들고 있었다.
기억이 빠르게 지나갔다.
날 처음 뽑아 들어 적과 싸우고, 가장 최근엔 촉수 같은 것들과 싸웠다.
낯선 감각이지만 익숙한 감각.
-너는… 검…….
나는 검…….
-너는 검이다.
나는 검이…….
-너는 검… 검… 검.
메아리치듯 울리는 낯선 목소리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너는 검이다!
지랄하고 있네.
내 이름은 레딘이다.
이 새끼야.
[검의 꿈에서 깨어납니다.] [신검합일을 획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