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71)
71화 독두꺼비 테리 (1)
“레딘.”
데이론의 부름에 미리 챙겨 온 지도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지도를 쫙 펴서 모서리에 돌을 올려 고정했다.
마르네 숲의 전체를 볼 수 있는 지도.
오베르크 제국이 건재하던 시절, 마르네 숲은 제국의 귀족들이 자주 사용하는 휴양지 같은 곳이었다.
데이론이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왼쪽엔 강이 있고, 오른쪽엔 거대한 산맥이 있는 지형의 중앙.
귀족들의 별장이 있는 곳이었다.
“현재 테리가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위치야. 이 주변에 마그네스 조직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것까진 눈으로 확인했어.”
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숨어 지내기엔 딱 좋은 곳 같습니다. 혹시나 발각돼도 양옆에 강과 산이 있어서 도망칠 루트도 많아 보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녀석들은 이곳에 숨으러 온 게 아니라, 무언가를 찾으러 왔단 거야.”
“그게 뭡니까?”
데이론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대신 설명하라는 눈빛에 입을 열었다.
“오베르크 제국 실험실.”
“실험실?”
“오베르크 제국의 황제였던 루드칼이 마신교와 전쟁을 치를 때 만든 비밀 실험실. 다양한 실험이 있었고, 그중엔 왕국 하나 정도를 날려 버릴 만한 강력한 실험물도 있었던 모양이야.”
세리아가 이해되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탑주 정도 되는 실력자가 마법을 쓰면 되는 거잖아?”
“그것에 관련해서 조사를 좀 해 봤는데. 오베르크 제국의 시절엔 현재의 마탑주 같은 실력자들이 없었어.”
“그럼 제국에서 실력이 뛰어난 마법사 없이도 왕국 하나를 날려 버릴 만한 무언가를 만들었고, 테리가 그걸 찾고 있단 거야?”
“어.”
“그게 저기에 있는 거고?”
세리아가 가리킨 귀족들의 별장.
“정확히 저기 있는 건진 모르겠고. 보타만 자작의 입에서 나온 정보에 따르면 마르네 숲 어딘가에 있다고 해.”
대략적인 설명이 끝나자.
데이론이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일단 두 개 조로 나뉘어서 별장을 감시할 거야. 감시 목적은 정확한 적의 숫자 파악과 적들의 동선 파악. 그리고 테리가 진짜 저 안에 있는지.”
“예.”
“1조는 리에나, 세리아. 2조는 나와 레딘이 맡는다. 서로 교대로 감시를 하다가 테리가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다 같이 덮칠 거야.”
헤더가 손을 들었다.
“그럼…… 전 뭘 하면 됩니까?”
“넌 언제든 마법을 쓸 수 있게 컨디션을 유지해.”
“알겠습니다!”
“이번 임무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는 사람?”
임무는 간결했다.
그러나 놓치고 있는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알고 있으면 위험하지 않지만, 모르면 위험한 것들.
손을 들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놓치고 말씀 안 하신 것이 있습니다.”
“뭐더라?”
“메디에 대한 겁니다. 그 녀석, 폭발에 환장하는 미치광이라, 분명 별장 주변에 마력 폭탄을 심어 놓았을 겁니다.”
“자칫하면 같은 조직원들이 다칠 수도 있는데, 별장 가까이 설치해 놨을까?”
게임에서 드러났던 메디의 성격을 떠올렸다.
-폭발? 그건 예술이야.
그 누구보다 마법을 사랑했던 메디는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의 눈은 마력 폭탄으로 향했고.
마법을 쓰지 못해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강력한 폭발에 미친 듯이 빠져들었다.
-테리? 돈? 다 필요 없어. 내겐 초마력탄만 있으면 돼.
게임에서 테리가 위기에 빠졌을 때도.
메디는 테리를 구하는 것이 아닌, 초마력탄을 선택했다.
그만큼 폭발에 진심인 녀석.
당장 제국 실험실의 문을 열고 초마력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어 잔뜩 흥분한 상태겠지만.
아쉽게도 그 안엔 녀석들이 원하는 게 없다.
마르네 숲에 있는 제국의 실험실은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제국 실험실이다. 진짜는 다른 곳에 있다.
곧, 그 사실을 알게 될 거고.
잔뜩 흥분한 미치광이의 분노는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을 거다.
“조심해서 나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케이. 바로 1조부터 돌입. 12시간 간격으로 교대하자.”
“예!”
* * *
오베르크 제국의 문양이 그려진 돌벽.
그 위에는 다양한 선들과 마력 폭탄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다 됐다.”
자신이 만든 걸작을 보며 메디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만들어 놓았던 모든 것을 담은 회심의 역작.
이거면 저 돌문을 부술 수 있다.
삐삐.
삐삐.
뛰어난 연주자가 연주를 하는 것처럼, 마력 폭탄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흐흥. 흐흐흥.”
메디는 콧노래를 부르며 손에 묻은 기름때를 옷에 닦아 냈다. 들썩거리는 몸을 움직여 도화선을 잡았다.
모든 마력 폭탄과 연결된 도화선.
천천히 선을 풀면서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밖에서 수군거리는 부하들의 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개웃기네.”
“완전 병신이라니까. 크크큭.”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메디는 분명 그렇게 들었다.
머릿속에 흐르던 영감과 흥이 전부 깨지고, 저 녀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테리님은 왜 저딴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네. 폭탄 제조 하나밖에 할 줄 모르는 병신인데.’
‘존나 병신 같은 새끼. 제 잘난 줄 알고 꼬라볼 때마다 존나 때리고 싶어.’
‘마나 못 쓰는 새끼.’
까드득.
이를 갈며 입꼬리를 떨던 메디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밖에 둘. 잠깐 들어와 봐.”
“옙!”
부하 둘이 동굴 안으로 들어와 메디를 쳐다보았다. 웃음기는 사라지고, 잔뜩 긴장한 채로 침을 삼켰다.
“부르셨습니까.”
“뭐가 그리 웃겨.”
“예?”
“왜 웃었냐고.”
“아. 어제 콥이 바지에 오줌을…….”
“지랄하네.”
메디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손에 쥐고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콰앙!
부하가 서 있던 자리에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다리가 날아간 부하 둘이 피를 뒤집어쓴 채 고통에 몸부림쳤다.
“끄아아아악!”
“으으윽! 메디 님…….”
“너희들이 나보고 비웃은 걸 모를 줄 알아? 예전부터 나만 보면 슬금슬금 웃고 말이야. 내가 병신으로 보였지?”
메디는 도화선을 풀어 부하들의 목에 감았다. 그리곤 천천히 몸을 움직여 동굴 밖으로 나왔다.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밝게 떠 있는 달을 보며 입술을 혀로 핥았다.
“다 뒤져 버려.”
딸깍!
스위치를 눌렀다.
도화선의 끝이 타올랐다. 선을 따라 불이 이동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서, 작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얼마 뒤.
콰아아아아아앙!
쿠구구구구궁!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땅이 거세게 울렸다. 동굴 안에서 붉은 화염이 쏟아지고, 뒤이어 검은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씨익.
메디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얼굴에 방독면을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베르 제국의 문양이 그려졌던 벽이 뻥 뚫려 있었다.
“초마력탄…… 드디어…….”
기쁨과 설렘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드넓은 공간이 드러나고 제국의 실험실이 드러났다.
텅 비어 있는 공간.
그을린 흔적이 있는 책상.
바닥에 휘날려 있는 양피지들.
메디가 미친놈처럼 뛰어다녔다. 책상과 바닥에 휘날려 있는 양피지들을 확인했지만, 초마력탄에 초짜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분명 있다고 했는데…….”
테리가 분명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 안에 오베르크 제국 실험실이 있고, 분명 초마력탄에 대한 것들이 있을 거라고.
“없잖아…… 없잖아…… 없잖아!”
메디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직 초마력탄 하나만 보고, 자신의 애장품들을 전부 꺼냈는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별장으로 향했다.
“메디 님?”
막아서는 부하들을 젖히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자 술을 마시고 있는 테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있다며, 초마력탄에 대한 게 있을 거라며! 근데 왜 아무것도 없어!”
“없다고?”
테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보타만 자작이 하이드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고 한 뒤, 직접 찾아가 거금을 주고 정보를 구매했다.
그 안에 분명 초마력탄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잠깐…….”
“당장 찾아내! 초마력탄 내놔! 내놓으라고!”
“그만 징징거려!”
테리는 메디를 옆으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마를 쓸었다.
띠리리리!
방 안에서 울려 퍼지는 통신 구슬을 활성화하자, 부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님! 보타만 자작이 잡혔다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입수한 정보인데, 흑마법을 사용하는 현장이 발각돼서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누구한테.”
-레딘이라고 합니다. 아마 저희와 관련된 정보를 전부 뱉어 냈을 겁니다.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콰아아아앙!
밖에서 들리는 폭발 소리.
“끄아아악!”
“침입자다!”
테리는 시선을 돌려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다수의 인원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버닝헬의 신입.
죽이려고 했으나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놈이자,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반스를 잘라 버린 녀석.
그 순간.
머릿속에 조각나 있던 정보들이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뭔가 구체화시킬 수 없던 것들에 레딘이라는 이름을 넣자 모든 것이 맞춰졌다.
부하를 보내 레딘을 처음으로 죽이려 했던 날.
흑룡파가 전멸했다.
그다음엔 근처에 있던 미궁 도시에서 오른팔이었던 반스가 녀석의 손에 붙잡혔다.
버닝헬을 날려 버리려던 계획 또한 무산됐다.
자연스럽게 뒤따르던 부하들이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고, 의지할 수 있는 자는 보타만 자작만 남게 되었다.
그 보타만 자작 또한 레딘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하이드에서 얻은 정보라네.’
처음 갔을 땐 얻지 못했던 정보를 보타만 자작이 먼저 알려 주었고, 다시 찾아갔을 땐 정보가 등록되어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다면?
그리고 그게 레딘이라면?
“젠장…….”
머리가 뜨거워졌다.
이가 갈리고 몸이 부르르 떨렸다.
녀석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녀석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꼴이 되어 버린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레딘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이 활짝 웃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갈았다.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멈추질 않았다.
다 저 녀석 때문이다.
레딘, 저 녀석이 모든 계획을 망쳐 버렸다. 그러나 화가 나는 와중에도 머릿속에 의문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
대체 무슨 수로 계획을 알고 있었던 걸까.
“직접 물어보지, 뭐.”
어차피 여기서 도망간다고 한들,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그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레딘을 잡는 것뿐이다. 녀석의 입을 열어서 대체 어떻게 계획을 알아낸 건지, 조직의 배신자가 누군지 밝혀 내는 수밖에 없다.
“지옥을 보여 주마.”
테리는 품에 있는 검은 가면을 꺼냈다. 그분과의 거래를 통해 얻은 물건. 이거면 저 녀석들을 전부 지배할 수 있다.
가면에서 흘러나오는 사이한 기운.
마신교의 유물 중 하나로 상대의 정신을 지배하여 비틀린 악몽을 꾸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테리는 그걸 자신의 얼굴 위로 가져갔다.
가면을 쓴 테리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고, 전방에서 달려오는 적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절망을 꿈꾸어라, 어리석은 자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