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케르베로스 (1)
지옥 대전이 시작된 지 5일 차.
레샤 왕국에 마련된 경기장.
소장 루켈은 경기장에서 결투를 벌이고 있는 두 명의 검사를 내려다보았다.
챙!
챙!
치열하게 검을 주고받는 검사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개인의 명예가 걸린 일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어깨에는 국가의 명예가 달려 있었다.
챙!
왼쪽에 있던 검사의 검이 날아갔다.
패배를 직감한 검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반면에.
왼쪽 검사의 목에 검을 겨눈 오른쪽 검사의 표정은 밝았다. 입이 찢어질 듯이 벌어져 있었다.
“쿠드롱의 승리입니다! 이로써 마지막 4강 진출자가 정해졌습니다.”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해설 소리와 함께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크레인 왕국의 자랑이다!”
“이대로 1등까지 가자!”
루켈은 그들을 보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결승전으로 가기 위한 4장의 티켓 중 버닝헬 소속의 교도관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레딘, 칸, 레베카, 세리아…….’
참가만 했다면 무조건 4강에 올랐을 이들.
하지만 각자의 사유가 있었다.
레딘과 세리아는 테리를 잡으러 간 상황이고, 레베카는 자신의 정체 때문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나마 칸이 가장 유력했지만.
마그네스와 관련된 임무를 진행하느라 참가하지 못했다.
스슥!
루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기장을 빠져나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가 옆으로 다가왔다.
“내가 얘기한 건 준비했나?”
“계급장과 상패, 선물까지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지옥 대전의 결승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괜찮으십니까?”
“안 괜찮을 건 뭔가?”
“레딘을 위해 준비한 것들인데, 테리를 잡아 오지 못하면 준비한 것들이 전부 날아가지 않습니까.”
루켈은 가볍게 웃으며 걸었다.
지옥 대전의 마지막 날.
우승자에 대한 시상식을 마친 뒤.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레딘에 대한 성과를 알리고,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게 만들 생각이었다.
버닝헬의 마스코트.
그와 함께 새로운 조직을 선포하고, 대륙 각지에 있는 이들에게 버닝헬이 달라졌음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인생이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는 법이다.
이번 지옥 대전에서 버닝헬 소속의 인원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처럼.
“특임 7단에서 온 연락은 없나?”
“마르네 숲으로 떠난다는 연락 이후에 추가로 온 연락은 없습니다.”
“돌아가지.”
루켈은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버닝헬 제복을 입은 이가 빠르게 다가왔다.
“소장님, 방금 특임 7단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호오? 뭐라 하던가.”
“전원 무사히 복귀했으며, 자세한 건 직접 만나서 보고하고 싶다고 합니다.”
“알겠네.”
루켈은 고개를 돌려 부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레딘에게 일방적으로 몰아주었다가 다른 곳에서 스카웃을 받고 떠나기라도 한다면…….”
“이미 청탑주가 레딘에게 귀족의 자리를 제안했다더군.”
“예?”
“어떻게 됐을 것 같나?”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귀족의 자리를 거절할 리가 있겠습니까.”
루켈이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그 미친놈이 레딘이라네.”
* * *
버닝헬로 돌아오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범죄를 호송해야 할 사람도 없었고, 어딘가를 크게 다친 사람도 없었다.
다만.
데이론과 리에나가 저주와 잠시나마 접촉을 했기 때문에, 진료를 받아 볼 필요가 있었다.
함선을 타고 버닝헬로 들어가, 곧장 의료실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의료실엔 기존에 있던 의료과장 대신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갈색 머리색을 가진 미인.
내겐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카라 오즈웬.
신성제국의 여사제이자, 마계의 문이 열리던 날 자신을 희생해 잠시나마 마족들이 세상에 나서는 걸 늦춘 인물.
난 카라의 숨겨진 비밀을 알고 있다.
-성녀 후보생인 그녀가 왜 버닝헬로 가야 했던 건지. 전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신성기사 마누엘의 대사 중 하나다.
그 뒤에 이어지는 대사가 하나 더 있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비고의 열쇠만 있었어도 테르비스의 습격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았을 텐데…….
시선을 돌려 카라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그녀를 통해 제국 지하에 있는 비고를 찾아갈 생각이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히든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새로 오신 의료과장입니까?”
“예. 카라 오즈웬이라고 해요.”
“특임 7단의 데이론이라고 합니다.”
“어디가 아프셔서 온 건가요? 딱히 아파 보이는 곳은 없는 것 같은데.”
“아프다기보단, 마신교의 저주와 접촉 때문에 들렀습니다.”
“마신교의 저주요?”
카라가 다급하게 일어나 데이론의 양어깨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우웅!
그녀의 손에서 피어난 하얀빛.
신성력.
“진짜 저주네요?”
“심각한 상황입니까?”
“아뇨. 그냥 두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 하루 정도 휴식하면서 신성 치료를 받으면 문제없을 거예요.”
“휴…….”
“근데 어디서 저주와 접촉한 거죠? 어떤 저주였는지 기억하세요? 아니지. 일단 다른 분들도 앉아 보시겠어요?”
카라가 차례대로 한 명씩 신성력을 사용해 검진했다.
리에나. 세리아. 헤더.
그리고 마지막에 내 차례가 다가왔다.
가만히 있자 신성력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성수를 마실 때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좀 더 따듯하고 포근했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 같달까.
카라가 어깨에서 손을 뗐다.
“이분 빼곤 전부 하루 동안 입원하셔야 해요.”
데이론이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쟨 멀쩡합니까?”
“예. 이분에게선 저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아요. 딱히 다친 곳도 없고. 내원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네 몸은 어떻게 되먹은 거냐?”
“제 몸이 마기에 좀 강한 것 같습니다.”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차마 혈통 때문에 그렇다곤 말을 못 했다.
똑똑!
뒤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베르고 선배의 얼굴이 보였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데이론에게 경례를 했다.
“충성. 보안과의 베르고입니다.”
“충성. 무슨 일이야.”
“소장님의 호출로 레딘을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버닝헬에 계셔?”
“지옥 대전 때문에 레샤 왕국에 가셨습니다.”
“아! 그것 때문이구나. 하암.”
데이론이 하품을 하며 옆에 있는 침대에 두러누웠다.
“난 하루 쉬어야 한다고 하니까. 레딘, 네가 소장님께 가서 이번 일 좀 보고해. 할 수 있지?”
“예.”
“가 봐, 우린 쉬어야 하니까.”
“가 보겠습니다.”
데이론의 손짓에 경례를 한 뒤.
베르고와 함께 의료실을 빠져나왔다.
조용히 복도를 걸어가던 중.
베르고가 갑자기 내 팔을 잡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봤다.
“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말입니까?”
“지금 버닝헬에 네 이름이 쫙 깔렸어. 이번에 보타만 자작을 잡은 게 너라며!”
“아.”
“아? 뭔 대답이 그리 건조해. 버닝헬 건국 이래 자작급 귀족을 잡은 건 네가 최초야!”
“운이 좋았습니다.”
베르고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내 팔을 더욱 끌어안았다.
“우리 친하지?”
“예?”
“내가 신고식도 빼주고, 마렉이랑도 만나게 해 줬잖아. 응응?”
피식.
“예. 친합니다.”
“그치?”
베르고가 곧장 어깨를 펴며, 당당하게 교도관 사이를 걸었다.
주위에서 쏟아지는 이목.
선망의 눈길도 있고, 부러움의 눈길도 있고, 질투의 눈길도 있었다.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진 게 느껴졌다.
“혹시나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해라. 나도 이제 보안과에서 나름 어깨 좀 펴고 있으니까.”
“예.”
버닝헬을 나와 대기 중인 함선에 올라서자, 잊고 있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림자가 소화를 마쳤습니다.] [그림자 술법의 경지가 오릅니다. 다양한 능력이 해금됩니다.] [띠링!] [그림자의 꿈 소요 시간이 단축됩니다.] [남은 기간 100일]개꿀인데?
[그림자가 죽은 자의 가면을 탐냅니다.]“그건 안 돼.”
아직 쓸 데가 많거든.
* * *
미궁 도시 자르칼.
검후 진소월은 오랜만에 찾아온 도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네.”
“일정이 바쁘십니다.”
부하의 재촉에 진소월이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잠깐만 들렀다가 갈 거야.”
“알겠습니다.”
진소월은 도시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며 한쪽 눈썹을 추켜올렸다. 몇 달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떠나기 전엔.
거리에서 알게 모르게 마기도 느껴지고, 모험가들의 거친 분위기가 느껴졌다면.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알아볼까요?”
“어.”
부하가 떠나는 걸 보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길드들로 가득 찼던 거리엔 더 이상 길드가 남아 있지 않았다.
“로즈웬 상단?”
장미 문양이 그려진 상단이 거리를 통으로 차지했고, 상단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거리를 오고 다녔다.
좀 더 걸어 미궁에 도착하니.
확실한 차이점이 눈에 들어왔다.
미궁으로 내려가는 땅은 매워져 있었고, 그 중심에 거대한 나무 줄기가 심어져 있었다.
파릇해 보이는 줄기와 초록 잎.
“세계수?”
책에서만 보던 세계수로 추정되는 식물과 함께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보았던 로즈웬 상단의 문양.
차분하게 몸을 돌려 원래 방문하려고 했던 상가로 걸음을 옮겼다.
조용히 옆으로 다가온 부하가 입을 열었다.
“문주님이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 큰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슨 사건?”
“마그네스 조직원 중 한 명이 퀸급 던전을 열었고, 다른 길드원들을 희생시켜 뭔 일을 벌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를 추적하고 있던 버닝헬의 교도관들에게 체포되고, 퀸급 던전이 완전히 소멸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세계수가 다시 자라나며 간간이 요정들이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녀석 짓인가.”
이곳에 있다면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했는데. 상황을 들어 보니 임무를 위해 잠복해 있다가.
일이 끝나서 돌아간 것 같다.
“맡겨 둔 술이나 먹고 가자.”
진소월은 걸음을 옮겨, 예전에 술 경합이 열렸던 가게 앞으로 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의 가게 주인이 진소월의 얼굴을 보더니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찾아오셨네요.”
“그때 맡겼던 술을 먹으러 왔어, 안주도 같이.”
“앉아 계시면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진소월은 구석진 자리에 앉으며, 부하를 맞은편에 앉혔다.
얼마 있지 않아 주방에서 맛있는 냄개가 흘러나왔다. 가게 주인이 음식과 술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맛있게 드세요!”
진소월은 술병을 들어 올렸다.
“받아.”
“전…….”
“받아. 그동안 바쁘게 달려왔고, 앞으로도 바빠질 텐데. 이 정도 휴식은 취해 줘야지.”
“예.”
서로의 술잔을 채워 가볍게 부딪친 뒤, 입안에 털어 넣었다. 목을 타고 흘러가는 알코올을 느끼며, 안주를 집어 먹었다.
“맛 좋다!”
“예. 맛있습니다.”
그때 가게 주인이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아, 이건 저번에 우승자였던 분이 남긴 편지입니다.”
“편지?”
진소월은 가게 주인이 넘긴 쪽지를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검후님께서 찾던 흑월석의 조각은 마신교의 성물이라는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혹시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제 고향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꽃과 물에 비친 달처럼.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경화수월(鏡花水月).”
-그것을 억지로 잡으려 하기보단, 마음의 호수에 담아 보아라.
‘그래…… 그랬지.’
처음 검을 들었들 때.
분명 저 달을 닮고 싶어 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르며.
닯고 싶어 했던 마음은 달을 가지고 싶단 마음으로 바뀌었다.
쩌저적.
진소월이 오랜 시간 두들겨도 부셔지지 않았던, 경지의 벽이 허물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
“저번에 버닝헬에서 나를 찾아왔었다고 했지? 무슨 새로 생길 조직의 고문이 되어 달라고.”
“예. 맞습니다.”
은혜는 갚아야 하는 것이 도리.
진소월은 레딘의 얼굴을 떠올리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거 한다고 해.”